5.3조치와 미 제약기업의 '특혜'
- 최은택
- 2006-07-14 06:4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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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포지티브 리스트제 도입을 주축으로 한 '약제비 관리 적정화 방안'(이하 5.3조치)은 FTA 협상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미국 협상대표단이 2차 협상을 거부하고 사실상의 위력시위를 벌인 상황에서 정부가 종전입장을 고수할 뜻을 분명히 한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미국이 이번 협상에서 특허기간 연장이나 데이터독점 등 다른 쟁점사안을 뒷전에 두고 5.3조치를 우선적으로 문제 삼은 이유는 신약과 이미 급여목록에 있는 오리지널 의약품이 누려왔던 ‘혜택’을 순식간에 빼앗길 것이라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협상대표단은 5.3조치가 시행되면 미국 제약기업이 개발한 신약이 상대적으로 차별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차별’ 문제가 아니라 그동안 받아온 ‘특혜’를 계속 달라는 얘기와 다르지 않다.
최근 새로 급여목록에 오른 외국계 신약 중 7할 이상이 등재당시 약값을 참조한 국가 수가 2~3개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약값을 참조하는 나라들이 한국보다 경제규모가 큰 선진국가들인 데다 신약의 도입 시기도 더 빠르다보니, 약값이 높게 책정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런 약들이 신약이라는 이름만 달고 있을 뿐 효능·효과가 종전 약제보다 그다지 뛰어나지도 않다는 데 있다.
영국 런던정경대 모시아로스 교수는 건강보험공단이 주최한 한 심포지엄에서 지난 1989년부터 2000년까지 미국FDA 승인을 받은 신규의약품 1,035종 중 실질적인 개선효과가 있는 제품은 신규 성분을 합해 240종에 불과했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5.3조치는 이처럼 개선효과가 없는 신규의약품을 무턱대고 급여목록에 올리거나 약값을 높게 책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물론 치료효과가 뛰어난 이른바 혁신적 신약에 대해서는 객관적인 검증과 협상을 거쳐 적정한 가격을 인정해 주겠다고도 공언했다.
미국의 우려는 ‘혁신적 신약’보다는 ‘무늬만 신약’인 제품들에 초점이 맞춰져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약값 재평가 부분도 미국측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대목일 것이다. 3년마다 실시하는 정기재평가에 수시재평가 개념을 도입해 수시로 약값을 깎겠다고 하니, 미국 제약기업 입장에서는 과거의 ‘영화’를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게 된 셈이다.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을 품목들은 특허가 만료된 제품들이다. 이미 특허만료의약품에 대한 약값인하폭이 20%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는 상태다.
정기재평가의 경우도 비교국가의 약가집보다는 실거래가나 환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약값을 재조정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미국 제약기업 입장에서는 특허연장 등을 통해 독점기간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종전에 누려왔던 ‘혜택’을 지키는 것이 더 사활적인 일이 돼 버렸다.
따라서 미국 측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지금까지의 ‘혜택’도 누리고 독점기간도 연장하는 것일 텐데, 이번 약가개선 정책은 그야말로 눈엣가시 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 기업의 이윤을 보장해 주기 위해 한국국민들에게 더 많은 약값을 내라는 것은, 한국정부로 하여금 주권국가임을 포기하라는 요구와 다름 아니다.
무엇보다 5.3조치는 정부가 주장하고 있듯이 전국민건강보험제도의 안정성과 보험재정의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마련한 고유의 정책적 사안이다. ‘통상’으로 다루기에는 격이 맞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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