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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타트

소포장 25% 하는데 10% 하라니

  • 데일리팜
  • 2006-05-18 06:31:57

의약품 소포장 시행방안이 미흡하기는 하지만 산고 끝에 작으나마 결실을 맺었다. 약국가는 벌써부터 식약청이 입안 예고한 '의약품 소량단위 공급에 관한 규정'이 오는 10월 7일 시행에 들어가면 제약사들의 소포장 공급이 지금 보다는 활성화 될 것이란 기대들을 하고 있다. 의약품 제조사나 수입자는 고시가 시행되는 날부터 연간 제조·수입량의 10% 이상을 PTP 또는 포일(Foil) 등의 방식으로 이른바 ‘ 낱알모음 포장’을 해서 약국이나 의료기관에 공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포장 공급 하한선 규정 10%가 참 모호하다. 데일리팜이 올들어 최근까지의 '낱알모음포장 생산현황'을 확인한 결과 정제의 경우 전체 생산량 323억2,946만정 중 24.8%에 해당하는 80억1,129만정이 이미 낱알포장돼 공급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중 일반약은 140억정 중 51억정에 달해 소포장 비율이 36.4%에 달했고, 전문약은 180억정 중 28억정으로 15.5%를 차지했다. 소포장 공급비중이 이러한대도 10% 이상을 공급하라는 고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겠다.

물론 소포장 공급비율 25%는 상위권 제약사의 제품 위주인 것으로 안다. 소포장 공급은 중하위 제약사나 수입자 모두가 참여할 때 의의가 있기에 모든 개별 공급업체가 10% 이상을 공급해야 한다는 규정이 의미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닐 게다. 아울러 시행 초기인 만큼 처음부터 공급업체들에게 무리가 가지 않는 방향으로 탄력적으로 시행하고자 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이해가 간다. 우리는 그래서 식약청이 고심 끝에 결정한 시행방안이 첫 걸음을 띤 것이라는 데 의미를 부여하겠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일률적으로 10%라는 하한선을 정한 것은 수긍하기 어려운 면이 많다.

소포장을 하지 않는 중하위 제약사나 수입자를 제도에 끌어들이는 취지는 좋다. 그런데 이들 업체들이 소포장 시설을 갖추려면 적지 않은 자금이 투입된다. 최소한 규모의 생산효율을 따진다면 10%든 90%든 시설자금은 대동소이할 것이라는 점이다. 어차피 갖출 시설은 갖춰야 한다는 뜻이다. 영세한 업체들이 이 같은 시설을 갖추는데 4개월 남짓 남은 시간은 촉박하다. 더구나 시장 점유율을 감안하면 이들 업체들이 소포장 활성화에 얼마나 기여할지도 미지수다. 일부 품목은 소포장 과잉공급이 나타날 수 있는 상황이다.

일률적인 하한선은 기대할 만한 효과가 없다. 10%라는 숫자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자체가 궁금하다. 품목별 생산량과 시장상황 등의 과학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하지 않았다면 10%라는 숫자는 그저 관련단체들간의 협상용 아니면 상징 그 자체일 뿐이다. 제대로 하려면 소포장이 꼭 필요한 의약품들을 엄선하고 이들 품목의 소포장 공급 필요량을 분석한 뒤 품목별 소포장 하한율을 고시하는 것이 맞다.

10%라는 하한선 때문인지 고시중 이른바 ‘협조’(제6조) 관련 규정들이 꽤 많다. 그리고 대단히 멋쩍은 조항들이다. 이 조 1항에는 약사회나 도매협회가 요청하면 제조업자·수입자는 10% 이상 공급하는데 적극적이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그런데 전례를 보면 약사회가 요청해서 공급을 온전히 거부한 제약사는 거의 없었다. 10%라는 낮은 하한선은 제약사들에게 합법적으로 ‘버티기’할 수 있는 힘을 실어 주는 상황을 만들어 공급자와 수요자간에 갈등만 부추길 소지를 키웠다는 점이다.

2항에도 식약청이 소포장 공급량을 제조업자나 수입자에게 권고·지도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이 역시 소기의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소포장 증량·감량을 식약청이 강제로 지시할 자격 자체가 없다. 민간기업의 생산량 조절을 정부가 강제 통제하는 것은 애당초 가당치도 않은 얘기라는 것이다. 더구나 시설을 갖추면 어차피 10% 이상의 생산은 기계적으로 얼마든지 가능하기에 증량생산 판단의 몫은 개별기업의 수지차와 유통 상황에 달려 있는 사안임을 명심해야 한다.

같은 조 3항은 아연 가관이다. 제조업자·수입자로 하여금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식약청의 권고 등을 이행하도록 하고 있는데, ‘특별한 사유’라는 것이 ‘특별한 변명’을 하지 말라는 의미로 들린다. 한마디로 엄포성 조항이다. 합리적 기준이 아닌 협박성 문구가 고시에 들어있다는 것이 이해가 안 간다. 정부 투자기업이나 공기업이면 몰라도 민간기업에 생산량을 맞추지 않으면 불이익이라도 줄 듯 한 뉘앙스가 풍기고 있으니 그렇다.

식약청이 소포장 활성화를 위해 노력해 왔고 그 고육지책으로 초기 시행방안을 내놓은 것 까지는 좋다. 하지만 제대로 성과를 거두지 못할 방안이라면 시행하지 않느니만 못하다. 지금이라도 약국에 재고로 많이 쌓이는 품목현황과 재고비율 등을 우선 정밀 조사함과 아울러 현재의 품목별 소포장 공급율도 함께 조사해 품목별로 어느 정도의 소포장 공급량이 필요한지를 엄정하게 추계하는 작업부터 벌여야 한다. 그것이 돌아가는 길 같지만 쉽게 가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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