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 보는 '醫權'의 눈
- 최은택
- 2006-01-06 06:3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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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정법원이 항생제 처방율이 높은 의료기관 명단을 공개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리자 의료계가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의협은 “항생제 처방율이 높은 의료기관 명단 같은 정보는 왜곡된 것이고, 환자들에게도 아무런 득이 되지 않는다”고 논박했다.
항생제는 환자의 질환에 따라 의사가 적절하게 처방을 내려야 하는 것으로 의사의 고유의 권한인 데, 처방율의 높고 낮음을 근거로 좋고 나쁨을 판단한다는 것은 넌센스라는 것이다.
의협은 불평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의사의 말을 듣지 않고 항생제 복용을 중단하다 재처방을 받는 환자들이 많으니, 이런 불량한(의사의 치료에 순응하지 않는) 환자들의 명단을 공개해 치료거부권도 행사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감염학회 관계자도 “가이드라인도 없는 상태에서 심평원의 잣대대로 항생제 과다처방 기관명단을 공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반대논리를 폈다.
한국의 항생제 처방율이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히 높다는 것은 새로운 사실도 아니다. 의약분업과 약제 적정성 평가를 통해 사용율을 줄이고자 정부가 발 벗고 나선 것도 기실 내성율의 심각성을 인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심평원이 평가한 연도별 항생제 처방율을 보면, 의료계의 우려의 목소리가 불평으로 밖에는 들리지 않는다.
의원의 경우만 살펴보면, 지난 2002년 2분기 39.51%의 처방율을 보이다 33.77%, 32.06%, 30.15%로 평가를 시작한 3년 동안 고작 9.4% 감소하는 데 그쳤다.
항생제 처방이 많은 감기환자의 경우를 보면, 2002년 66.87%였던 처방율이 2004년 59.37%로 줄어들었다가 작년 2분기에는 오히려 60.55%로 늘어났음을 알 수 있다.
항생제는 강한 내성 때문에 될 수록 처방을 자제해야 한다는 것이 상식이다.
이 때문에 다른 나라에서도 이미 항생제 처방율 지표를 운용하면서 사용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해왔던 것이고, 한국도 분업이후 심평원을 내세워 지난 2002년부터 평가를 실시하면서 뒤늦게 대열에 합류했다.
그러나 의료계는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음에도 눈에 띠는 개선점이 없는 가운데 여전히 같은 내용의 불만만을 털어놓고 있다. 환자들에 대한 적절한 치료를 위해 의사의 의료적 소신과 판단은 분명 존중돼야 한다.
하지만 의료계는 처방가이드라인을 스스로 마련하는 등 의료서비스의 한 주체로서 책임은 이행하지 않고 비판의 날만 세우고 있다는 인상을 지을 수 없다.
국민들의 건강을 위해 항생제 사용 축소와 이를 위한 방편으로 의료기관 명단 공개를 추진하는 것조차 ‘의권(醫權)’을 침해하는 도전으로 인식하고 있지 않나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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