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약품이 1등 시동 걸었다
- 데일리팜
- 2004-06-28 00: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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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9년 4월 2일 신한은행 성수동지점에 돌아온 21억원을 막지 못해 부도가 난 중견 제약기업 한일약품이 각고의 자구노력 끝에 대기업 CJ의 등을 타고 5년여의 길고 긴 터널을 빠져 나왔다.
한일약품은 지금 회생에 만족하지 않고 4년 후인 오는 2008년 국내 제약업계 1위가 되겠다는 당차고 야심에 찬 청사진을 내걸어 제약업계의 '기린아'(麒麟兒)로 부상할지가 더 주목대상이 됐다.
물론 그 로드맵은 새 안주인으로 앉은 CJ 제약사업부의 목표다. 하지만 의약품의 구성을 봤을 때 향후 CJ 제약매출의 무게중심이 한일약품으로 옮겨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한일약품의 약진과 그 결실이 자못 기대된다.
우리는 한일약품이 부도 이후 숱한 어려움을 겪으면서 경영정상화를 위해 전 임·직원이 뼈를 깎는 노력을 해온 것을 알고 있고 그 열매가 잘 익어온 것을 지켜봐 왔다. 그래서 주인이 바뀌었어도 여전히 주인이나 다름없는 우리사주 종업원들이 해낼 몫은 작지가 않다.
한일약품은 주인이 창업주 우씨 일가에서 대한생명으로 바뀌면서 어려움이 가중됐었고 이어 우리사주조합이 주인인 시절에도 경영권 대립으로 몸살을 앓아야 하는 뼈아픈 시절이 있었다. 녹십자, BMS, 동아제분, 일본 산쿄제약 등의 M&A 시도로 이리저리 격랑에 흔들리기까지 했다. 이런 한일약품이 이젠 대기업 CJ의 일원이자 사실상의 주체가 되면서 세계적인 제약사로 발돋움하기 위한 용트림을 하고 나섰다. 한일약품은 지난 주말 정기주총에서 그 신호탄으로 사령탑 대표이사를 새로 앉히고 새출발의 축포를 쏘았다.
지난 회기(3월 결산) 매출액이 불과 465억원인 회사가 과연 CJ 제약사업부의 힘을 받아 글로벌 제약회사로 비상할 수 있을까.
혹자는 ‘아니다’고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우리는 ‘가능하다’고 말하고 싶다. 한일약품의 주주들이 CJ 인수과정에서 2대1 감자를 감수한 것은 그런 기대를 하기 때문이었다. 소유주식 절반이 휴지조각이 되는 것을 감수한 주주들의 기대는 바로 ‘비전’이라는 더 큰 희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동화약품을 시작으로 제약 역사 1백년을 넘긴 우리나라가 아직도 글로벌 제약회사를 갖고 있지 못하다는 것은 안타까움을 넘어 수치스러운 일임을 이번 기회를 계기로 자성해야 한다.
국내 주요 상위제약사들은 이미 한일약품과 같이 장밋빛 매출목표를 잡아놓기는 했다. 대체로 5개사 정도는 향후 5년 내 5천억 고지를 돌파하고 10년 내에는 1조원을 넘어서 글로벌 제약사가 되겠다는 것이 꿈이자 목표다.
한일약품은 비록 CJ의 배를 타기는 했지만 국내 제약사들의 글로벌 경쟁을 촉발시키는 기폭제가 되고 있다. 특히 2010년까지 매출 1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내건 대기업 엘지생명과학과의 자존심을 건 경쟁까지 볼만하게 됐으니 말이다.
제약업계의 외형 경쟁은 사실 위험한 면이 없지 않다. 지나친 출혈경쟁으로 시장질서가 왜곡되면 오히려 실속이 없을 뿐만 아니라 경쟁력이 약화되는 측면이 있다. 글로벌 제약사가 되기 위한 조건은 그래서 까다롭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경쟁질서가 구축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 경쟁구도를 갖추기 위한 핵심 전제조건은 세가지다. 첫째는 제약사간의 과감한 M&A이며, 둘째는 품목의 빅딜이며, 셋째는 우물안 세습경영의 탈피다. 과감한 투자여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M&A를 통한 몸집 부풀리가 필수적이지만 시장에서 강력한 포지셔닝을 갖는 품목의 특화 없이는 무의미하다는 뜻이다. 또한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지 않은 세습경영은 이들 두가지 조건들을 불가능하게 하는 장애물이다. 무능력한 2~3세 경영자는 M&A를 할 자세가 돼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뭐가 아쉬워 끝도 없는 ‘빅뱅’과 ‘헤쳐모여’를 반복하고 있는가를 국내 제약회사들은 가슴으로 느껴야 한다.
한일약품이 CJ로 M&A된 것은 우리 제약사에 뭔가 빅뱅이 일어날 단초가 될 것 같은 상서로운 징조다. 새로운 질서의 경쟁구도를 갖추는 세가지 요건을 어느정도 충족하고 있기에 그렇다. CJ는 또 다른 회사를 물색하며 글로벌 제약군단을 꿈꾸고 있기도 하다. 제약을 키우려는 의지가 일단 강렬하다.
CJ가 로드맵과는 달리 중도에 약장사 수준의 경영으로 전락하거나 주가차익을 노리는 저급한 수준으로 떨어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CJ는 로드맵을 제대로 진행시키지 않으면 한일약품의 종업원들과 주주들을 속이는 처사일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제약산업 발전의 발목을 잡은 경제범죄를 한 것에 다름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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