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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회는 한약학과를 포용하라

  • 데일리팜
  • 2004-06-24 06:39:32

약사회와 한의사협회가 약대 6년제 추진에 전격 합의함에 따라 약계의 수십년 숙원사업이 이루어질 날도 멀지 않았다. 지난 90년대 초중반 온 나라를 뒤흔들며 싸웠던 양 단체가 화해의 악수를 나눈 것 자체가 사실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다.

우리는 약대 6년제 추진의 당위성에 대해서는 많이 거론해 온 만큼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 다만 이번 합의과정에서 ‘한약분쟁’의 사생아라는 비아냥을 받아온 한약학과 학생들 내지 한약사들이 또다시 소외감을 느끼고 있는 부분은 대단히 우려스럽다.

약사회나 한의사회가 정작 이 부분에 언급이 없는 것은 무언가 꺼림칙하고 잘못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시끄러울 것 같으니까 대충 넘어가서는 안된다. 한약학과 학생이나 한약사들은 이미 자신들이 6년제에서 배제된데 대해 합의무효라며 배수의 진을 치고 단체행동에 돌입할 태세다.

한약학과는 약학대학 내에 있으니 약학과나 제약학과 등만 6년제를 하는 것은 사실 모양새가 맞지 않는다. 그렇다고 면허 성격이 다른 학과를 동일선상에 놓는 것도 어색한 면이 있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보면 전자의 견해가 아무래도 맞다.

그러나 한약학과는 필요성에 의해 탄생한 학과가 아니라 한약분쟁을 종식할 타협안으로 탄생된 태생적 한계 때문에 이번 6년제와 관련해서도 의생양일 수 밖에 없는 분위기다. 한약학과가 약대 내에 있지만 약사국시를 볼 수 없으니 약대생 신분이 아니고 한약을 취급하는 전문직능인이지만 한의대생은 더더욱 아니다.

이런 이들이 또다시 약대나 한의대에서 배척을 당해서는 안된다. 약사회나 약대가 먼저 한약학과를 약학대학에 계속 남아 있도록 적극 나서야 한다. 만약 한약학과가 약대에서 분리된다면 약사들의 궁극적 비전인 의료일원화의 마지막 희망을 끊어 버리는 것에 다름이 아니다.

약사들의 한약조제권은 이미 시한부다. 한약을 조제할 약사들의 명맥이 한약분쟁을 거치면서 ‘한약사’로 대체됐고 기존 약사나 당시 약대 입학생에게만 기득권 인정 차원에서 한약조제시험 응시기회가 주어졌다. 이는 약사 한약조제의 명맥이 끊기기는 했지만 한약사로 이어진다는 약사들의 열린 마음이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한약학과가 혹시 약대에서 분리돼 한의대로 흡수된다고 가정한다면 한약학과는 6년학제가 된다고 본다. 하지만 한의대로 흡수된 한약학과 학생들은 한의대에서 역시 찬밥신세가 되기는 마찬가지다. 한약학과가 폐과되고 한의대로 완전 통합되지 않는 한 그렇다. 한방의 실질적 이권이라고 할 ‘한약’(초제)을 기존 한의계에서 한약사들에게 쉽게 떼어줄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약사들은 이름 자체만 보면 매우 비전있는 직업이고 유망해 보이는 면허지만 약사와 한의사의 기득권에 가려 아직까지는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약사회가 먼저 가슴을 열고 한약사를 맞아들여야 한다. 약사와 한약사는 함께 호흡하고 상생해야 할 직능군이다. 시한부인 약사 한약조제직능을 친자식이 아닌 양자를 들여서라도 이어간다는 정신이 중요하다.

그렇다고 한의계가 우려하듯 약사가 한의계 영역을 침범하는 것은 아니다. 한의사들이 주야장천(晝夜長川) 초제를 독점하는 것은 한의계의 발전을 위해 좋지 않다. 한약사들이 한의사를 건전하게 견제 해 줄때 한방의 발전과 세계화에 도움을 준다.

우리는 약대 6년제 합의에 의료계가 강력히 반발하는 마당에 한약사들마저 원천 무효라고 나서고 있는 상황이니 그 갈무리가 잘될지 걱정이 앞선다. 약대 6년제는 다른 직종에서 가타부타 간섭할 사안이 아니지만 외부 입김에 영향을 받는 엄연한 현실을 냉정히 바로보자는 것이다.

합의내막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혹시 약대 6년제 때문에 한약학과가 약대에서 떨어져 나가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약사가 반쪽짜리 ‘양약사’로 분리돼서야 되겠는가. 약사국시가 시행되기 전의 과거 우리나라 약사는 본래 한약을 주업으로 한 한약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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