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 수 증가는 ‘위험 시그널’이다
- 데일리팜
- 2004-06-20 22: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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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불황이 심각한 가운데도 약국 수가 지난 1년새 600곳 가까이 늘어났다는 건강심사평가원의 발표는 언뜻 귀를 의심케하는 믿어지지 않는 통계다.
심평원 통계를 보면 지난 5월말 현재 전국의 약국 수는 1만9,566곳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만8,974곳보다 592곳이 늘어 3.12% 증가했다. 통계를 액면 그대로 보면 약국은 다른 업종과는 달리 호황을 구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개국가의 밑바닥 경기를 훑어보면 지난 1년간의 약국 수 증가는 약국이 호황을 누리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 아니다. 약국 수 증가는 그 반대로 코너에 몰린 약사들의 ‘탈출구’였기에 나타난 기현상이다.
잠자고 있던 속칭 ‘장롱면허’와 ‘주부면허’ 등이 튀어 나온 것이 우선 주원인이다. 아울러 취업약사들이 직장에서 어려움을 겪자 약국으로 몰려 나왔고 새내기 약사들도 취업이 어려워지자 개국대열에 합류했다. 어려움으로 쓰러진 약국들이 전례 없이 많은데도 약국 수가 증가한 요인들이라는 점이다.
작금의 약국 수 증가는 이처럼 불황요인들이 투영된 대단히 우려되는 ‘위험 시그널’이다.
약국 수는 의약분업이 시행되면 약 1/4로 줄어든 5~6천개 안팎이 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상은 애초부터 빗나갔었다. 의원 한 곳당 4~5개 약국이 적당하다는 예상은 완전히 빗나가 오히려 지금은 의원 대 약국 비율이 1.22대 1 수준이 됐다. 과연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 것인지 난감할 뿐이다. 이는 분업에 실질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약국이 일부에 불과하고 나머지 약국은 여전히 어려움에 빠져있다는 해석을 가능케 한다.
분업수혜를 직접적으로 받는 문전약국은 전국적으로 대략 3~4천곳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나머지 1만5~6천여 곳은 처방전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근근이 약국을 꾸려가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문전약국 입지경쟁이 전쟁을 방불케 할 정도로 치열한 것은 약국의 과포화현상을 반영한 것에 다름 아니다.
약국들이 향후 1~2년간 이같은 속도로 계속해서 증가한다면 자칫 공멸의 위험까지 없지 않다. 약국이 늘고 경쟁이 격화되면 환자가 분산되고 수익률도 떨어질 수밖에 없어 적자에 빠지는 약국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경남 함양의 한 약사는 잦은 처방변경에 재고가 부담되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사건이 터졌다. 얼마전에는 행정당국의 과징금 처분에 자살하는 약사도 있었으니 약국하기가 얼마나 어려운 상황인가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약국을 경영하면서 생존은 커녕 빚만 잔뜩 걸머지면 자살을 생각하는 약사들이 잇따를 수 있음을 경고하는 복선인 듯 하다.
약국이 도탄에 빠지면 약사회라는 단체는 존재 이유가 없다. 따라서 전국회원들의 손으로 뽑힌 대한약사회 및 전국 시·도약사회 등이 해야 할 시급한 과제는 바로 개국가의 민생현장을 보살피는 것이다.
약사회는 너나없이 약국가로 뛰어드는 약사들의 움직임을 시스템적으로 막는 것을 연구해야 한다. 적정 약국 수 유지를 위한 장단기 프로젝트를 마련해야 한다는 뜻이다.
적정 약국 수가 유지되기 위한 조건은 약사들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직역과 직종을 다양화 하고 발굴하는데 있다. 약사에게 제한된 직능이 무엇인가를 찾아내 제도를 개선하는 것은 물론 새로운 직역을 발굴하는 ‘약사 일자리 찾기 운동’에 약사회가 전면적으로 나서야 한다. 또한 약국들도 경영다각화를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 개국가에 만연된 ‘조제만능주의’가 불식되지 않고서는 의료기관과의 불평등한 관계는 더욱 심화될 것임은 물론이고 약국의 최대 고민인 재고의약품은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 약사 스스로 사고의 전환을 통해 경영다각화를 시도하지 않는다면 우물안 개구리 식의 약사간 출혈경쟁은 계속될 뿐이다.
해마다 배출되는 1천여명의 새내기 약사들이 약국 개업으로 앵글을 맞추는 마당에 잠자던 장롱면허와 취업약사들까지 약국으로 향하는 ‘이상기류’를 제대로 조율하지 못하면 약국가는 자칫 총체적 위기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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