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청이 약사법까지 주무르나
- 데일리팜
- 2004-06-17 07: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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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약사법(藥事法)을 의약품관리법과 약사법(藥師法)으로 분리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는 것은 다시 생각해야 할 문제다. 그것도 주무부처나 전문 연구기관이 아닌 외청에서 연구되고 있다고 하니 뭔가 어색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법을 집행하는 최일선 행정기관이다. 그래서 법의 정비 필요성을 가장 절감하고 정비해야 할 내용을 가장 잘 숙지하고 있을 수 있겠지만 현행 법을 재단하고 제정하는 수준의 ‘새판짜기’에 나서는 것은 모생새가 안 맞다.
식약청이 ‘약사법정비연구회’를 통해 약사법을 정비하려는 취지를 모르는 바는 아니다.
현행 약사법은 지난 1953년 법률 제300호로 제정·공포된 뒤 20여차례에 걸친 개정과정을 거치면서 매우 너저분한 법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임기응변식 땜질과 덧씌우기 등으로 개정된 부분이 있었기에 대규모 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하지만 법을 분리하고 제정하는 수준의 정비가 필요한지는 재고해야 한다. 법은 가급적 만들지 않는 것이 최선이고 불가피하게 만들어야 한다면 최소의 규정을 담는 것이 옳다. 법은 대부분 규제의 성격을 갖기 때문에 많으면 많을수록 피해나갈 구멍은 더 많이 생기는 맹점이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의약품관리법은 말 그대로 규제하고 감독하고 관리하는 내용이 주류를 이룰 것이 뻔하다는 점에서 규제를 풀어가는 정부의 기본정책과 맞지 않는다. 가급적 규제를 풀고 서비스 행정에 나서야 할 최일선 행정기관이 의약품관리법을 제정하는데 앞장서는 것은 오해를 받는다.
식품의약품의 안전망을 확보하기 위해 칼을 더욱 날카롭게 가는 것 까지는 좋지만 권한이 커질수록 부패지수도 같이 커지는 것은 상식이다. 식약청이 앞장서면 그런 오해를 받고 실제로 그런 오해가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의약품관리법에는 업체들이 가장 민감한 인·허가 관련규정이 담기게 될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의약품관리법에 업허가 및 품목승인의 ‘갱신제’ 도입이 검토되고 있다고 하니 식약청이 정말 오해를 받게도 생겼다.
민간업체들 입장에서는 업허가와 품목승인 등이 가장 힘겨운 일중의 하나다. 이 일을 주기적으로 반복토록 강제화 하는 것은 업체에게 가장 힘겨운 숙제를 안겨주는 일이다. 물론 한번 취득한 허가권나 승인권을 영원히 갖고 있는 것도 문제지만 식약청이 조금만 신경 쓰면 관리가 가능한 일을 업체에게 수시로 들락날락 하게 만드는 것은 과도한 처사다.
우리는 의약품관리법을 새롭게 제정하는 것 보다는 현행 약사법 시행규칙이나 시행령을 보완·개정하는 선에서 식약청이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인허가 업무를 새로운 법까지 만들어 강화시키고자 하는 것은 지나친 행위다.
식약청은 의약품관리법의 제정을 주요 선진국의 예를 들어 그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지만 생각 자체가 잘못됐다. 일본 등 선진국에서 의약품관리법을 별도로 두고 있다고 해서 우리가 꼭 따라하라는 법이 없다. 현행 약사법도 일본을 본떠서 만들었던 것이기에 우리와 맞지 않는 부분이 있는 마당에 또다시 일본 것을 모방할 필요가 있는지 재고해야 한다.
또한 약사법(藥師法)의 분리·제정도 마찬가지다. 약사법(藥事法)을 분리하면 불가피하게 약사법(藥師法)을 만들어야 하겠지만 과연 얼마만큼 생산적인 법이 될지는 의문이다. 단순히 현행 약사법의 약사(藥師)관련 조항만 옮겨 놓는 것이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약사법(藥師法) 제정은 특히 의료계를 자극할 우려까지 있다. 의료계가 형평성을 주장하고 나선다면 의료법을 이리저리 쪼개서 의사법, 한의사법, 간호사법, 치과의사법 등도 제정할 것인가.
식약청이 지난해 10월 구성한 약사법정비연구회의 경우도 보건복지부 주관으로 발족된 약사법연구회가 있는 상황에서는 불필요하다. 주무부처와 외청이 동일한 사안을 놓고 소위 ‘연구회’라는 조직을 따로따로 운영한다는 것은 대표적인 ‘엇박자’ 케이스다.
이들 연구회를 통합해 단일 기구에서 논의하는 것이 생산적이고 효율적이다.
복지부나 식약청이 법 조항을 늘리고 덧붙일 생각만 하면 약사법은 지금보다 더한 누더기가 될 수 있다. 구태를 깨뜨리고 제도를 업그레이드 할 조항을 과감히 수정하지는 못하고 오히려 정부권한만 커질 만한 법은 오히려 악법이 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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