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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죽었는데 고작 건의문인가

  • 데일리팜
  • 2004-01-08 00:39:10
  • 요약

업무정지 행정처분과 과징금 처분에 대한 중압감을 이기지 못해 온 개국약사가 끝내 자살했다는 소식은 너무나 충격적인 뉴스다. 차라리 믿어지지가 않는다. 목숨까지 끊어야 할 정도로 속사정이 그렇게 절박했는지 그 전후사정이 못내 궁금하다.

개국약사들은 자살한 심정에 대해 이해가 간다는 반응이지만 행정처분 때문에 목숨까지 끊을 이유가 있겠느냐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아직까지 사건의 정황이 명확히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정부의 과잉단속이 원인이었다면 절대 그냥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 설사 자살한 약사가 부당청구 등 범법행위를 했다고 해도 현지실사나 행정처분 수위가 자살에 이를 정도로 과했다면 문제가 있다고 본다.

따라서 이번 사건은 그 전후사정이나 사건정황이 명명백백히 밝혀져야 한다.

복지부는 자체실사를 통해 정황을 조사해야 하고 여의치 않으면 수사기관에 의뢰를 해서라도 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약국이 1년이라는 업무정지 처분을 맞는다고 하면 사형선고나 다름없다. 그것도 평범한 시골약국에서 말이다.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무려 8천만원이라는 거액의 과징금이 부과된다면 업무정지로 인한 수입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과징금을 낼 처지가 못돼 막다른 코너에 몰리는 상황과 같다. 이 정도면 그 누구도 자살이라는 막다른 유혹에 빠져들 수 있다는 이야기다.

자살한 약사는 3개월간의 업무정지 기간 중 관리약사를 고용해 약국 문을 열었다가 다시 적발됐다고 하는데, 이 또한 마음을 무겁게 하는 부분이다.

실제 정황이야 조사해 봐야 밝혀지겠지만 얼마나 다급했으면 행정처분 기간 중에 또 법범행위를 했을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정부는 실제 1년 이상의 업무정지와 8천만원의 과징금이라는 ‘중형’을 진짜 내리려고 했는지 아니면 실제로 내렸다면 꼭 그렇게까지 했어야 했는지 등의 전후사정을 세밀히 조사해 공개해야 한다.

실제로 이러한 처분이 결정됐다면 그 과정에 누가 개입했고 그 결정근거는 무엇인지 등의 전모가 면밀히 조사돼야 한다는 점이다. 만약 상식 이상의 과도한 실사를 한 것이 사실이고 법이 정한 기준 이상으로 과도한 처분이 내려졌다면 정부는 ‘간접 살인죄’에 대한 응분의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대한약사회도 보건복지부에 건의문 하나 달랑 올려놓고 일을 다했다고 뒷짐 지고 있어서는 안된다.

건의문 올리는 것을 누구는 못하는가. 전국 약사들의 종주단체인 대한약사회가 고작 한다는 것이 건의문 정도로 끝난다면 어느 약사가 대한약사회를 믿고 따를지 한심하다.

대한약사회는 사건인지와 동시에 중앙회 차원의 자체 진상조사단을 긴급 구성해 현지로 급파했어야 맞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정부에 의지하기 보다는 실사팀을 구성해서 현지에 파견하라.

실사팀은 정부가 해당약국에 대해 무려 10시간 이상을 조사해 약사에게 중압감을 준 것이 사실이었는지 등의 제기되는 문제점에 대해 조사해 주기를 바란다.

행정처분과 과징금 처분 수위가 과연 적정했는지가 물론 핵심 조사대상이다.

복지부는 올해도 약국 150곳 등 요양기관 700여곳의 현지실사를 할 계획임을 최근 발표했다. 부당·허위청구 등 의료기관이나 약국의 불법행위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강력한 단속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고압적이고 중압감을 주는 단속은 절대 안된다. 표적단속 등 단속을 위한 단속이나 실적을 올리기 위한 단속 등의 겉치레 단속 또는 과잉단속은 더더욱 금물이다.

개국약사들은 현지실사가 설사 잘못한 것이 없다고 해도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토로하고 있다. 그 중압감이 형사사건이나 세무조사 이상이라고 이야기 하는 약사들까지 많을 정도다.

부당·허위청구는 당연히 근절돼야 하고 범법을 행한 약사는 응분의 처분을 받는 것이 당연하지만 조사기관의 과잉단속이나 표적단속 등은 부당청구를 절대 근절시키지 못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망자가 혹시라도 억울하게 자살을 택하지나 않았는지 한번쯤 사실관계를 짚고 넘어가야 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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