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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투표용지가 서울로 오다니

  • 데일리팜
  • 2003-12-14 20:37:00
  • 요약

대한약사회장 및 지부장 직접선거가 큰 사건사고 없이 끝나는가 싶었지만 예기치 않게 대구에서 어처구니 없는 불상사가 터지고 말았다.

대구시 달성군 약사회원들의 지부장 투표용지가 서울지부로 잘못 배달된 사건이 터지자 전국 약사들은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느냐며 경악해 하고 있을 정도다.

중앙선관위가 사건의 경위를 면밀히 조사해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지만 사건의 파장이 일파만파로 번질 기세다. 상황에 따라서는 대구지역에서 선거 후유증이 가장 심각하게 폭발한 여지를 않게 됐다.

낙선후보는 이미 중앙선관위에 선거효력이의신청을 제기했다. 대구시약사회는 회장단·상임이사·분회장 긴급 연석회의를 열고 지부장 선거 자체를 무효라고 선언하고 재투표를 실시해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대구시약 지부장 당선자도 성명을 통해 선관위측에 법과 원칙에 따른 신속하고 명확한 결정을 조속히 취해줄 것을 요청하고 나섰다.

이번 사건이 만약 고의성이 있는 것으로 드러난다면 문제는 심각하다.

대구시약사회의 결정과 같이 재투표가 불가피한 상황에 이르는 것은 물론 고의성 여부를 둘러싼 양 진영의 공방이 극한까지 치달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 경우 선관위는 관련자를 색출해 그 명단을 공개하고 중징계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선관위는 결국 사법기관의 수사수준에 이르는 조사까지 하면서 부정선거의 증거를 확보해야 한다는 이야기인데,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반대로 고의성이 없는 중앙선관위의 행정착오라고 판명이 돼도 이를 조용히 잠재우 일이 그리 간단치 않다.

중앙선관위의 귀책사유로 드러난다면 선관위는 우선 전국 회원들에게 사죄 그 이상의 석고대죄를 해도 시원치 않다. 선관위가 돈수백배(頓首百拜) 사죄한다고 해도 사건이 마무리될 리 없기 때문이다.

선관위는 그 권위가 땅에 떨어져 재투표 여부를 결정하는 것 자체가 대단히 어려운 사면초가에 빠질 것이다.

설사 결정을 내린다고 해도 후보 중 어느 불리한 일방이 실추된 선관위의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을 공산이 크다.

선관위의 귀책사유로 판명된 상황에서 재투표를 실시할 경우 당선자가 선의의 피해자가 될 수 있고 반대로 재투표를 안한다면 낙선후보가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러한 상황에서는 선관위가 어떤 결정을 내려도 대구시약사회의 분열과 반목이 해소되기 어렵다.

우리는 선관위가 사건의 내막을 면밀히 조사할 것으로 믿지만 조사결과와 그 마무리 수순에 대해서는 그렇게 기대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재투표를 하던 하지 않던 그 여부를 늦추지 말고 조속히 결정해야 한다는 것임과 아울러 그 분명한 사유를 제시해 후보들로부터 확실한 이해를 구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어물쩍 넘기고 피해가려 한다면 후보 진영간에는 피할 수 없는 반목과 대립이 계속되고 끝내 대구시약사회 전체가 여론분열에 휘말려 파국을 맞을 수 있다.

이번 사건이 부정선거든 행정착오든 선관위가 후보진영의 눈치를 보느라 시간을 끌면서 모종의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상황이 가장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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