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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제약·도매 수사기관인가

  • 데일리팜
  • 2003-12-07 21:36:06
  • 요약

보건복지부가 요양기관 이외에 제약업체나 도매상, 수입자 등을 조사할 때 수사기관에 준한 권한을 법적으로 부여받는 것은 적잖이 불안한 문제다.

민주당 김성순의원이 제출할 것으로 알려진 건강보험법 개정법률안에는 제약·도매상들을 상대로 한 복지부의 현지조사 권한을 대폭 강화시키는 내용이 담겨질 것이라고 하기에 걱정이 앞선다.

난마처럼 얽힌 의약품이나 치료재료 등의 유통가격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조치라는 것을 인정하지만 그래도 아니다.

그 이유는 공급업체들의 출하가격이나 판매가격은 기업 고유의 비밀이자 마케팅 노하우의 범주에 속하기 때문이다. 출하가격은 특히 마케팅 포지셔닝의 중요한 수단이기에 대외적으로 알려질 경우 해당기업에게는 치명타를 줄 가능성이 없지 않다.

그럼에도 개정안에는 복지부장관이 보험급여에 소요되는 약제·치료재료 등을 공급한 자에게 공급내용에 관한 보고 또는 서류제출을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이 새로 담겼다. 또한 복지부 공무원은 해당업체 직원에게 질문을 하거나 관계서류를 검사할 수 있는 권한까지 가질 것이라고 하니 놀랍다.

이는 복지부가 업체들을 대상으로 기업비밀에 준한 내용까지 강제로 서류제출을 요구하거나 필요할 경우에는 검·경처럼 강제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개정안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업체가 현지조사를 거부하거나 허위보고를 할 경우 1천만원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기까지 하다.

의약품 공급업체들을 강력히 단속할 수 있는 근거법령을 만드는 배경에는 실구입가상환제를 제대로 지키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안다. 실구입가제는 업체들의 이전투구식 경쟁으로 인해 있으나마나한 제도로 전락한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실구입가제가 유명무실하다는 것은 국민의 혈세나 다름없는 보험재정이 새 나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에 결코 방관하거나 좌시할 수 없는 사안임에는 틀림이 없다.

따라서 상한가격(고시가격) 보다 낮게 요양기관에 들어가는 의약품이나 치료재료들의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정부는 이를 통해 거품마진이 존재하는 품목들의 가격을 단호하게 내려야 할 책임이 주어져 있음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취지가 현장에서 제대로 적용될지 심히 의문이 갈 뿐만 아니라 오히려 심각한 부작용만 나타날 것임을 경고하지 않을 수 없다.

인·허가나 조사를 맡는 공무원들은 그렇치 않아도 업체들에게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어 비리의 유혹에 빠져들기 쉽다. 이들 공무원들에게 한술 더 떠 수사기관과 같은 더욱더 막강한 권한을 쥐어 주고 현지조사할 권한까지 줬을 때 업체와 공무원간의 검은 유착을 확산시킬 개연성이 크다.

제약업체나 의약품도매상 및 수입자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일정 ‘거품가격’을 확보해야만 생존할 수 있는 환경에 처해 있는 이유다.

보험약이 아무리 노마진이라고 하지만 업체들은 요양기관들에게 불가피하게 일정 마진을 얹어주어야 하는 현실이다. 정부가 아무리 강력한 단속을 해도 업체들의 불법마진 경쟁은 계속된다는 점이다.

업체들은 가진 로비와 마진경쟁을 다해도 생존하기 어려운 것이 작금의 상황이다.

보험약에 마진이 붙어 다니는 ‘원죄’는 놔두고 속된말로 업체들만 ‘때려잡겠다’는 발상으로는 절대 실구입가제를 바로 세우지 못한다.

공급자라는 약자를 잡는 방식은 공무원 입지는 강화될지 몰라도 실구입가제는 개선되기 어렵고 오히려 썩은 살을 더 썩게 만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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