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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라미'만 잡힐 그물 또 치나

  • 데일리팜
  • 2003-02-02 22:28:01
  • 요약

의약분업의 최대 장애물인 의료기관과 약국간의 담합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새로운 카드를 들고 나서 관심이 쏠린다.

보건복지부가 현재 1,400여곳에 달하는 제약사와 도매상 등의 의약품 공급내역을 갖고 요양기관들의 보험청구내역과 교착확인 실사를 하고 있다는 소식은 자못 주목거리다.

이번 실사가 제대로만 진행된다면 의약품 유통과정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탈·불법사례들을 들추어 낼 것으로 기대가 모아진다.

우리는 정부의 교차확인 실사가 궁극적으로는 의약분업의 안정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교차실사가 알맹이 없는 요란한 잔치로 끝날 가능성이 있기에 몇가지 당부의 말을 건네고자 한다.

첫째, 교차확인 실사에서 보험약이 아닌 일반의약품은 보험청구와 관련이 없기 때문에 여전히 각지대로 남는다는 점이다.

제약사와 약국간에는 아직도 할·증인이라는 관행이 굳어져 있어 소위 무자료 거래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

무자료로 거래되는 저급한 일반약들이나 이른바 오더메이드 약들로 인해 노마진이어야 할 보험약들이 할·증인 관행의 소용돌이에 덩달아 휘말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기회에 일반약의 무자료 유통을 근절하기 위한 전방위 실사도 병행돼야 한다.

둘째, 교차실사가 자칫 지금보다 더 끈끈한 의료기관과 약국간의 담합관계를 촉발할 개연성이다.

담합 의료기관과 약국이 교차실사에 대비해 처방내역과 투약량 자체를 아예 '짜깁기' 할 우려이다.

사전에 정확히 짜여진 '이중각본'에 의해 실제 처방과 투약이 드러나지 않는다면 지금보다 더한 과잉처방 내지 과잉투약은 물론 불법 대체조제 등의 문제가 촉발된다.

셋째, 제약사와 도매상 등이 요양기관들의 요구에 의해 불법 유통관행을 더욱 고착화시킬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의약품 공급업체들이 정부에 제출하는 공급확인서 자체를 허위로 제출하고 이를 요양기관 공급물량에 짜 맞춘다면 아무리 교차실사라고 해도 적발해 낼 도리가 없다.

공급업체들은 자신들이 제출하는 공급확인서로 인해 거래처 요양기관이 처벌을 받는 것에 가장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넷째, 교차실사를 피하기 위한 이중계약 또는 이면계약이 더욱 난립해 이른바 '가짜 실거래가격'이 지금보다 더 양산될 가능성이다.

지금도 소위 '장끼'(장부) 공급가격과 실제 공급가격간에 차이를 드러내는 사례가 적쟎이 감지되고 있다.

이러한 판국에 교차실사가 들어가면 이를 감추기 위한 허위 계약들이 더더욱 활개칠 수 있음은 예견되고도 남는다.

우리는 이상의 우려를 감안해 교차실사가 반드시 실효를 거둘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정부가 의약분업 탈·불법 사례를 보다 확실하게 적발해 내는 근본적인 대안은 의약분업의 대원칙을 반듯하게 세우는 일임을 다시한번 분명하게 적시하고자 한다.

의약분업 원칙이 자꾸만 무너져 내리는 가운데 의약분업의 장애물을 제거하겠다는 심산 자체가 솔직히 이해가 안간다.

누차 재론하지만 실구입가제를 지탱할 의약품유통정보센터와 물류조합이 이미 유명무실화 된 마당에 의약품 공급주체와 요양기관간의 '이윤거래'와 '이윤동기'를 막을 도리가 없다.

이로인해 분업후 의약품 공급업체와 요양기관간에는 물론 의료기관과 약국간에 보이지 않게 형성된 이윤동기는 더 커졌다.

정부가 이윤거래 동기를 근본적으로 차단하지 못하고 이를 막기위한 칼날만 번뜩일 수록 미지의 탈·불법 사례는 무한증식이 돼 간다.

교차확인 실사가 또다시 '피라미'만 잡아들이는 이상한 그물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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