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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혈병 환자 두번 죽이는 정부

  • 데일리팜
  • 2003-01-29 19:47:54
  • 요약

죽음의 문턱에서 사투하는 백혈병 환자들에게 구세주로 나타난 기적의 신약 '글리벡'이 환자들의 절규에도 불구하고 환자곁에서 멀어져만 가고 있다.

지난 21일 만성골수성 백혈병치료제인 '글리벡'의 보험약값이 환자들의 소망과는 달리 1정당 2만3,045원으로 결정난 이후 백혈병 환자들은 그야말로 백척간두 낭떠러지에서 떨어지는 참담함에 빠졌다.

곧바로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농성을 시작한 이들은 때마침 시작된 강추위와 싸우며 제2의 죽음과 사투하는 눈물겨운 투쟁을 하고 있는 중이다.

농성 6일째 되던 날 농성단장이 끝내 탈진으로 쓰러졌다는 것은 더 이상 이번 문제가 환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인식을 갖게된다.

우리는 환자들의 처절한 외침에도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가 '글리벡 문제 해결을 위한 협상회의'에 장소변경 문제로 자리를 같이하지 못한데 대해 안타깝다.

글리벡 농성단이 제안한 토론회는 죽음과 싸우고 있는 환자들 입장에서 보면 백보 양보한 '자그마한' 실력행사다.

죽음을 눈 앞에 둔 환자들은 일거에 복지부 청사를 점거 농성하고 장관의 멱살을 잡을 수도 있는 일이다.

정부는 더 이상 선진국 보다 약값이 싸다느니 하는 원론적인 답변만을 늘어놓을 것이 아니라 환자들이 처한 냉엄한 현실을 바로 살펴보는 '사랑의 손길'을 건네야 한다.

백혈병 환자들 중 70% 이상이 보험적용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한달에 약값으로 300~500만원을 낼 경제적 여유가 있는 환자가 얼마나 있다고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

사형선고를 언도받고 투병생활에만도 지친 환자들의 경제적 자립능력은 거의 전무함을 정녕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인가.

보험적용을 받는 환자라고 해도 하루 4~10알을 복용하는 것과 본임부담금 20%를 감안하면 한달 50만원에서 130여만원의 약값이 지출되지 않으면 안된다.

경제적 무능력자들에게는 단돈 1만원도 큰 돈인 상황에서 이 정도의 약값을 지불하기란 어렵다.

복지부는 차제에 글리벡 보험약값이 당초 1만7,862원에서 2만3,045원으로 인상된 구체적인 증거들을 다시 명확하게 제시해야 할 의무가 있다.

아니면 환자들을 위한 임시대안으로 보험적용을 100% 확대하는 방안이나 본인부담금을 없애는 방안에 대한 언급이 있어야 한다.

노바티스가 배수진을 쳐온 2만5천원선 보다 낮게 책정됐다거나 선진국의 83%에 불과하다는 등의 앵무새 같은 답변은 사형선고를 받은 환자들에게는 정말 '먼 나라' 내지는 '꿈 나라' 이야기다.

한두푼이 아쉬운 환자들에게는 당장 들어갈 약값이 문제이지 가격이 싸고 비싸고 하는 논리들이 귀에 들릴리 만무하다.

복지부는 지난 1년여동안 노바티스와의 지리한 힘겨루기에 밀린 것이 아니냐는 항간의 의혹을 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환자들을 위한 대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안된다.

만약 복지부가 외자사 또는 통상압력에 굴복한 것을 사실로 가정한다고 해도 환자들에게 약값 부담을 덜어준다면 환자들은 어느정도 이해할 것으로 본다.

이는 복지부가 굴복했다는 뜻이 아니라 환자들이 그렇게 울분을 토하고 있다는 것 자체에 귀를 기울이는 아량이 있어야 함을 지적하고자 함이다.

그렇다고 이번 약가결정에 수긍이 가는 것은 아니지만 환자들을 위한 임시방안은 분명히 내놔야 한다는 것이다.

보험적용 범위를 대폭 확대하거나 궁극적으로 적용범위를 100% 확대하고 본인부담금의 경우는 극소화하거나 아예 없애는 방안이 그것이다.

이같은 정책을 시행하면 보험재정 문제가 촉발된다고 하지만 죽음과 싸우는 환자들을 생각한다면 보험료를 내는 주체인 국민들이 이해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다.

설사 글리벡 보험약값으로 나가는 보험재정이 '약값'과 '외자사'라는 이유때문에 달갑지 않은 국민들이 있다고 해도 일단 환자를 생각하는 마음이 우선일 것이라고 믿는다.

죽음과 투병하고 있는 환자들에게 지리한 투쟁의 숙제를 또다시 안겨주는 행위는 환자를 두 번 죽이는 것과 다르지 않다.

노바티스사도 눈앞의 이익을 & 51922;지 말고 정성스럽게 씨앗을 뿌리는 심정으로 우리 국민들을 대한다면 향후 더 큰 수확을 거둘 수 있음을 새김질 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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