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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는 세(勢) 대결장 아니다.

  • 데일리팜
  • 2002-06-16 20:28:00
  • 요약

조선후기의 대실학자 다산 정약용은 19년간의 유배동안 조선 전 시대의 정치, 경제, 문화, 역사, 지리, 과학 등을 통찰하고 꿰뚫을 수 있는 저서 500여권을 남겼다.

이중 우리에게 익숙한 저서중 하나는 지방 목민관(수령)이 지켜야 할 지침을 제시하고 관리들의 폭정을 신랄하게 비판한 '목민심서'이다.

목민심서를 새삼 거론하는 이유는 30여명의 의·약사 후보들이 지난 6·13 지방선거를 통해 풀뿌리 민주주의의 중심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들 의·약사 당선자들은 비록 조선시대의 목민관과 성격이 다르지만 백성을 위해 일해야 한다는 소임을 놓고 보면 크게 다르지 않다.

단순히 숫자상으로만 보면 이번 지자체 선거에서는 의사 보다 약사 당선자수가 훨씬 많다.

기초단체장만 해도 약사는 서울·부산 등 대도시를 포함해 3명인 반면 의사는 군수 1명에 그친다.

광역의회도 약사가 12명에 달하지만 의사는 3명에 불과하고 기초의회의 경우는 약사가 13명이나 당선됐지만 의사는 1명이 고작이다.

우리는 의·약사중 어느쪽이 지자체에 더 많이 진출한 문제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최근 다시 불거지는 의·약 양단체의 정치적 파워게임을 거론하기 위함이다.

지자체는 국민들과 가장 가까이에서 함께 웃고 고민하며 봉사해야 할 최일선 목민관들이 모인 곳이다.

그런데 지자체를 의-약사 제2의 세(勢) 대결장으로 오인하고 있는 경우가 적지않게 눈에 띠고 있어 한마디 경계의 말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목민심서는 제1강(綱) '부임'(赴任)에서 부터 제12강 '해관'(解官)에 이르기까지 전문을 통해 '오로지 국민을 사랑하고 관속들의 횡포와 부정을 막아야 한다'고 역설하면서 그 방법론까지 제시하고 있다.

이번 선거를 통해 지자체에 입성한 의·약사 당선자들은 이같은 다산의 보편적이고 당연한 훈계들을 가슴에 새기지 않으면 안된다.

특히 의약분업 이후 다툼이 계속돼온 의-약간의 대립속에서 어느 일방의 '편들기'를 하는 행위들은 각별히 자제돼야 마땅하다.

의사가 의사회 편을, 약사가 약사회 편을 일방적으로 잘못 손들어 주는 일이 있다면 그것은 역으로 자신이 속한 단체의 대국민 신뢰도를 추락시킨다.

의약분업이 지금까지 혼돈을 겪어온 가장 주된 요인은 바로 이같은 정치적 입김이 직·간접적으로 작용한데 있음을 자각해야 한다.

지자체에 진출한 의·약사들마져 연말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풍랑에 흔들린다면 의약분업은 더 큰 혼란을 자초할 수 있다.

구청장이나 군수로 당선된 기초자치단체장은 일선 보건소에서 해결할 수 있는 분업의 최대 병폐인 담합문제를 척결하는데만도 힘이 모자를 것이다.

그럼에도 정치적 세대결에 빠져들어 허우적거린다면 의약분업은 더욱 꼬인다는 것을 의·약 양쪽은 모두 경계해 주길 바란다.

의·약사의 위상을 더욱 제고하고 직역을 확대하는 일이 '내 편'이나 '내 것'만을 챙기는 것이라면 오히려 정 반대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것임을 새김질 해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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