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가인하 보상 핑퐁게임...제약 몫에 무게
- 정웅종
- 2006-02-27 06:5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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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업계 냉기류 형성...핵심은 '개봉약', 해법은 제각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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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진단|약가인하 파장과 전망
지난 19일 복지부발 약가재평가로 인한 약가인하 조치로 약업계에 냉랭한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높은 인하율, 다빈도품목 집중으로 약국 피해가 늘면서 차액보상 목소리가 터져나왔지만 제약은 '선별보상' 원칙을 재확인하고 도매는 "보상은 제약사 몫"이라며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약사회는 "단 1원의 약국피해도 좌시하지 않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표명하기까지 이르렀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면 "정부를 상대로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에도 칼끝을 겨냥한 셈이다. 복지부는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은채 혹시 모를 반발에 촉각을 곧두 세우고 있다. 약가정책에 관심을 가져온 유시민 장관의 취임 이후 첫 고시라는 점 때문이다. 약가인하 사태의 결말에 어느 때보다 높은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사태경과|=지난 19일 복지부의 약가인하 공식 발표 이전부터 인하폭과 품목에 대한 대략의 윤곽은 이미 잡혀 있었다.
심사평가원은 지난 1월25일 재평가 결과를 각 제약사에게 열람하도록 통보했다. 당시 평균 인하폭은 10% 이내, 해당 품목수의 윤곽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이후 지난 19일 복지부는 213개 제약사 5,320개 품목을 대상으로 지난해 약가재평가를 실시한 결과 187개사 1,477개 품목의 상한가를 평균 10.8% 인하키로 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약가인하 후폭풍을 알리는 순간이었다.
다음날인 20일 약사회는 제약협회측과 긴급면담을 갖고 약국 피해가 없도록 협조를 당부하고 나선데 이어, 시도지부에 공문을 보내 "조만간 세부지침을 마련하겠다"고 밝혀 약국 피해보상에 공식 착수했다.
이날 약사회 관계자는 복지부를 방문, 고시전 15일 발표를 지키지 않은 점을 강력 항의했다. 21일부터는 약가인하에 해당하는 187개 제약사에 일일이 공문을 보내 협조여부를 직접 확인해 나갔다.
그 사이 제약사와 도매간의 입장이 흘러나왔다. 제약사는 "개봉약을 제외한 선별보상" 원칙을, 도매는 "제약사가 보상해야 한다"며 핑퐁게임에 나섰다.
약사회는 23일 '보험약가 인하품목 차액보상 방법'이란 일종의 약국행동지침을 마련, 비협조사에 대해 약사회에 신고해달라고 당부하고 나섰다.
|제약-도매 책임 '핑퐁게임'|=제약업체들은 인하분 전액을 보상하기보다 선별적인 보상기준을 마련해 대응해나갈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약사도 약가인하로 피해를 보는 만큼 모든 걸 다 보상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확히 표현하면 '개봉약 보상은 안된다'로 정리할 수 있다. 그외 보상은 도매와 약국간 거래 당사자끼리 풀어야 한다는 논리다.
국내사와 다국적사간 입장도 차이가 난다. 국내사의 경우 약국의 규모나 품목 등을 기준으로 한 선별적 대응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은 반면 다국적사는 보상자체가 어려울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반면 도매쪽은 약가인하 문제는 생산자 책임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도매협회는 "보험의약품의 약가산정은 보험 등재시 결정된 사항이므로 기본적으로 약가변경에 따른 제반문제는 생산자인 제약사의 책임"이라고 공식입장을 밝혔다.
따라서 도매협회는 "현재 도매유통가에 재고로 남아있는 약가인하 품목에 대한 해결은 반품수용이든, 아니면 다른 방법을 취하든 인하차액에 따른 보상은 제약사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제약사이든 도매이든 전적인 책임에서 거리를 두고 있다. 늘 있어 왔던 재고약 반품에서 보여준 '핑퐁게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약사회, 제약-도매에 강경...복지부엔 서운|=약사회는 이같은 제약, 도매의 입장에 대해 "단 1원의 약국피해가 없도록 좌시하지 않겠다"며 강경입장을 보이고 있다. 서로 벌이는 '핑퐁게임'을 비협조로 간주하겠다는 것이다.
약사회는 제약협회쪽에 "보험약가 인하는 그동안 보험약가에 거품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약국으로는 대부분 상한가로 공급돼 왔음을 놓고 볼 때, 차액에 따른 이익은 결국 제약회사로 돌아간 것"이라며 제약사 책임론을 강조했다.
제약사와 도매가 서로 핑퐁게임을 할 경우 이를 비협조로 간주하겠다며 양측을 압박하고 있다. 각 제약사로부터 협조의견을 직접 청취하는 '각개격파' 방식을 채택, 우월적 위치에서 문제를 풀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23일에는 공식적으로 "분회, 지부에서 비협조사에 대한 자료를 취합해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겠다고 한다면 약가정책을 세운 정부를 상대로 민사소송도 면밀히 검토하겠다"며 복지부에 칼끝을 겨누기도 했다.
통상 약가인하 고시 직전 15일간의 홍보기간을 두던 것을 이번에는 10일로 단축한데 따른 서운한 감정도 숨기지 않았다. 약가인하 발표 다음날인 20일 약사회 관계자가 복지부를 찾아가 이를 강력히 항의했다는 후문이다.
|고시유예 요구 못하는 속내|=복지부는 이번 파장에 대해 공식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약가재평가가 약가정책의 큰 맥락으로 불가피하다는 점을 들어 약사회를 설득하고 있다.
그러나 평균 인하율이 과거 7%를 훨씬 웃도는 10.8%에 이르고 다빈도품목이 많다는 점 때문에 사태 추이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약가정책 때문에 약국만이 희생양이 돼서는 안된다'는 약사회 주장에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복지부가 제약협회쪽에 약가인하로 인한 파장이 크지 않도록 협조를 요청한 것에 당국의 입장을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약사회도 항의 이외에는 더 이상 복지부를 압박하지는 못하고 있다. 각급 약사회에서 강력히 건의한 '고시유예' 요구를 수용하지 못하는 속내가 있는 탓이다.
첫째 새장관 취임 후 첫 고시를 보류시킨다는 것은 실무적으로 불가능하고, 보류하더라도 개봉약이 또 발생하기 때문에 유예의 의미가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유시민 장관이 앞으로 약사회의 정책과 공유할 수 있는 여지가 많은 점에서 초장부터 정치적인 갈등을 빚는 '소탐대실'을 범하지 않으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제약-도매 "선례 남기지 않겠다"-약사회 "모범사례 삼는다"|=이번 약가인하 사태를 푸는데도 각자의 입장이 상반된다.
제약과 도매는 앞으로 약가재평가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자칫 선례를 남겨 끌려갈 수 있다"며 경계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반면 약사회는 "모범사례로 삼겠다"고 벼르고 있다. 복지부는 약가 거품을 잡고 국민체감을 높이기 위해 이번 사태를 잘 풀어 정책지속성을 높인다는 심산이다.
약사회 하영환 약국이사는 "회원서비스를 위해 존재하는 약사회로서는 회원피해를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현 집행부가 강조한 민생회무의 첫 모범사례로 삼겠다"고 밝힌 대목에서 약사회의 입장을 읽을 수 있다.
민생회무는 원희목 집행부가 밝힌 올해 회무 핵심이다. 이번 일로 회원들 불만이 분출될 경우 회무추진 등 앞으로 남은 임기수행에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약사회 집행부는 이미 책임론에서 벗어나기 힘들어 보인다. 지난 1월 재평가에 대한 윤곽이 잡혔을 때부터 약국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노력을 보이지 못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개봉약 보상까지 이루어 지더라도 시일이 얼마나 걸릴지가 관건이다. 과거 대웅제약의 '베아제'에서 보듯 한 품목 보상이 무려 6개월 이상 지연됐던 선례도 이를 잘 설명해 준다.
|전망 및 문제점|=약사회가 제약사와 도매를 압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이번 사태가 보상쪽으로 풀리지 않겠느냐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최근 경제계에서는 이번 약가인하로 인한 제약사 피해가 미미할 것으로 전망해 제약사가 보상에 소극적으로 보이던 피해논리에 일정부분 영향을 줄 전망이다.
업체별 실질적인 손실 규모는 약 20~30억원 정도에 그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또 최근 환율 하락에 따른 원료비 절감 효과가 이번 약가인하에 완충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복지부는 기존 관행처럼 굳어졌던 고시 전 15일 홍보기한 준수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평달보다 적은 2월에 발표해 불거진 이번 같은 사태를 또 빚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약가재평가에 따른 약가인하를 정책적으로 재론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그 방법적인 부분에 대한 문제점은 짚어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품목을 대폭 줄이고 발표시점을 연말로 하자는 의견들이 제시되고 있다. 선별적 등재방식인 포지티브제로 전환해 품목을 줄이는 노력과 함께 제약 및 약국가가 미리 준비할 수 있는 연말발표를 고려하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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