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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터디

"외자사, 담당 PM보다 리서치사 더 존중"

  • 박찬하
  • 2006-02-14 06:24:10
  • 보령 김광호 사장 자서전서 "한국적 외자기업만 성공"

보령제약 김광호 사장.
"다국적사들은 제품담당 PM보다 리서치 회사 의견을 더 존중한다."30년간 다국적사에서 근무했던 김광호 보령제약 사장은 최근 출간한 자서전 '사람보다 중요한 게 어디 있겠습니까?'에서 다국적사들이 보여주는 경영방식의 문제점을 이같이 꼬집었다.해열진통제 시장에서 독주체제를 구가했던 아스피린(바이엘)의 경우 리서치 회사의 용역결과를 근거로 마케팅 역량을 몸살감기로 전환하는 통에 대량광고전을 벌인 게보린(삼진제약)에 시장을 내주게됐다는 것.당시 아스피린 담당PM으로 마케팅 포인트 전환에 반대했다는 김 사장은 "다국적기업의 의사결정 과정에서는 담당PM의 의견보다 제3자의 시장조사 결과에 따른 제안이 더 선호되는 경우가 있다"며 "(리서치 회사의)제안에 따른 전략수립과 집행이 면책사유를 좀 더 많아지게 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다국적사, 사람의 중요성 간과한다.

제품력에 대한 지나친 과신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김 사장은 "탁월한 개발력을 가진 다국적 제약회사일수록 성공적인 마케팅을 하게되면 그 원인을 '제품이 좋아서'라고 간주해버린다"며 "이는 '사람'의 중요도를 간과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내임상 없이 리스팅(병원의 처방품목으로 지정받는 것)하기로 결정한 ARB 계열 고혈압치료제 아프로벨(사노피)의 경우 경쟁품목인 아타칸(아스트라제네카)의 임상시험 준비 소식을 미리 알려준 한 임상의의 도움으로 마케팅 전략을 수정해 성공했다고 김 사장은 거론했다.

그는 책에서 "객관적인 제품력에서 차별화가 어렵다고 할 때 결국 시장에서 승패를 가른 것은 '사람'이었다"고 회고했다.

또 항혈전치료제인 플라빅스가 발매됐을 당시 이전 제품인 티클로돈의 판매중단을 사노피 본사에서 지시했지만 "의사의 의학적 판단과 환자의 경제적 사정"을 고려한 자연스러운 스위칭이어야 한다는 논리로 이를 거부했다고 김 사장은 밝혔다.

그는 "제품력에 대한 불필요한 자신감으로 함부로 그런 결정을 내리면 악덕기업의 이미지가 굳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경고했다.

한국적인 감성코드에 익숙치 못하다

한국적인 외자기업만이 성공할 수 있다는 지론도 폈다.

종합병원에서의 성공에 고무된 사노피 본사가 의원급까지 아프로벨 영업을 확산하라는 지시를 했지만 종병과 의원 담당직원간 상대적 박탈감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반대했다고 김 사장은 밝혔다.

결국 의원영업을 아웃소싱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했는데 이는 다국적사들이 "감성적인 코드에 익숙치 못"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또 "내가 주인이라면 어떻게 하겠다"는 식의 이야기를 하면 외국인 지사장은 "당신이 주인도 아닌데 주인이라고 가정을 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는 반응을 보였다며 "우리의 정서상 약간의 주인의식도 없는 회사생활이 가능하기나 한 것일까"라고 반문했다.

이와함께 "최단기간 연매출 1000억 돌파" 기록을 세운 사노피도 "절반의 성공"이라고 김사장은 평가했다. 그는 "한국시장에 친화력을 가지고 한국식의 인간관계의 토대 위에, 궁극적으로 한국사회에 기여하는 기업으로 거듭났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고 단언했다.

특히 사노피가 한독을 인수하는 형식이었지만 한독아벤티스가 주축을 이룬 2004년 합병과정은 기업이라는 생명체에 "난데없는 어지럼증과 피로감을 유발했다"고 당시 기억을 털어놨다.

국내제약 열등감은 버려야 할 고정관념

김 사장은 "외국 제약기업은 1970년대 국내 상륙시점부터 치밀한 마스터플랜 하에 지분과 인적구성 측면에서의 영향력을 강화해왔다"며 "한국인 경영자를 고용해 성장의 기반이 마련되면 본사인력이 조직을 장악하게 된다"고 기록했다.

또 30년간의 다국적사 생활이 "이 거대한 시나리오에 출연해 감독의 의도에 따라 훌륭하게 배역을 소화해 낸 하나의 배우에 지나지 않았나 하는 의구심에 가슴 한쪽이 무거워지기도 한다"고 고백했다.

김 사장은 "제약산업이 다국적기업 간 격전장으로 변해간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며 "그 밑바탕에는 국내기업은 다국적 기업의 경쟁상대가 되지 못한다는 일종의 고정관념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외국기업에서 30년을 근무해 온 내 시각에 의하자면 노력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극복 가능한 것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김광호 사장 주요 약력

|현| 보령제약 사장 및 건국대 수의과대학 겸임교수

|전| 사노피

-신데라보코리아 부사장 바이엘 USA 극동담당 매니저 한국바이엘약품 전무이사

|출생지| 충남 보령(1947년)

|학력| 건국대학교 수의과대학·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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