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청 개편두고 의-약대 교수 '장외설전'
- 정시욱
- 2005-10-17 06:3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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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형기 "무늬만 개혁, 의사중심 재편"-강건일 "의사와 기업유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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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청이 전격 단행한 본부팀제 조직개편을 두고 의대교수와 약대교수가 각자 다른 입장의 '장외 설전'을 벌이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FDA vs 식약청'을 펴낸바 있는 피츠버그 의대 이형기 교수는 최근 인터넷신문 '프레시안' 기고를 통해 "지금 식약청에 필요한 것은 조직 개편이 아니라 약 또는 제품 중심에서 환자 중심에서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기존 패러다임을 고수한 채 조직만 개편하는 것은 '무늬만 개혁'일 가능성이 높다며 식약청 혁신을 가로막는 중요한 요인으로 " 약대 출신이 식약청의 주도하고 있는 현실"이라고 언급했다.
의대교수 "약대출신이 식약청 주도"...의사 중용해야
이 교수는 "약학은 유일하게 환자나 사람이 아닌 약, 즉 제품 중심적 학문"이라며 "문제는 좋든 싫든 현재 식약청에서 중요한 의사 결정자의 위치에 있는 공직자들이 대부분 약 또는 제품 중심적으로 사고하도록 훈련받았다는 데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식약청 조직 개편보다 시급한 과제는 약 중심의 조직, 업무, 문화를 철저히 환자 중심으로 바꾸기 위해 의약품 허가와 안전성 관리에 제일 중요한 의학 및 임상 자료를 제대로 검토하고 평가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을 리더십 차원에서 확보하는 것이 골자가 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형기 교수는 또 "환자 중심으로 의약품 행정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이를 주도할 리더십을 확보해야 한다"며 환자중심적 사고를 훈련받은 의사들의 중용을 강조했다. 이형기 교수가 이같은 주장을 제기하자 강건일 전 숙명여대 약학대학 교수는 식약청과 기업의 유착이 국민건강에 더 큰 문제라는 점을 강조하며 정면 반박하고 나섰다. 약대교수, "의사와 기업 유착 우려"
강 교수는 "여전이 우리 식약청은 의약품 안전 관리의 기본적인 시스템에 대한 이해도 결여돼 있는 게 사실이지만 그것이 이형기 교수가 강조한 의사 중심의 리더십을 강조한다고 해서 해결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반론했다.
특히 강 교수는 "오히려 환자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기업의 이해관계에 휘둘릴 가능성에 대해서 좀더 경각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며 의사중심 식약청 조직개편 주장에 대해 정면 반박했다.
반론을 통해 강 교수는 "식약청에서 에이즈 오염 원료로 제조된 혈액제제를 그대로 유통시킨 것도 수혈학회와 국립보건원 의사가 참여한 혈액매개전염인자관리위원회에서 결정된 지침을 따른 것"이라며 "이 경우 거꾸로 약의 제조 공정과 제조 안전성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의사가 기업체에게 설득 당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 식약청의 문제는 조직이나 구성보다는 의식이 문제이며 이 구시대적 의식의 틀을 깨는 것이 개혁의 과제"라고 강조해 이왕기 교수와는 다른 관점을 보였다.
이형기 교수 기고문 식약청 조직 개편이 놓치고 있는 것들 식약청이 최근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의약품 허가 및 안전성 관리의 행정을 맡던 의약품안전국과 심의를 담당하던 평가부가 통합돼 의약품본부로 바뀌는 등, 식약청 전반에 걸쳐 6개의 본부로 체제가 일신됐다. 이는 물론 FDA를 본 뜬 시도이며 식약청의 주장대로 조직의 근간을 바꾸는 조치라 할 만하다. 특히 2004년 뇌졸중을 유발할 위험이 있는 페닐프로판올아민(PPA) 성분이 든 감기약이 시중에 유통된 이른바 'PPA 감기약 파동'으로부터 최근 발생한 에이즈에 감염된 혈액제제 유통사건에 이르기까지 별로 믿음이 가지않는 의약품 안전성 관리 때문에 질타를 받아 온 식약청이니만큼 이번 조직 개편에 거는 청 내부와 국민들의 기대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식약청이 조직을 개편함으로써 의약품의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면 누가 이를 반대할까? 그러나 정작 식약청은 자신들이 직면한 문제의 본질이 운영이 아니라 '철학' 또는 '패러다임'의 전환에 관한 것임을 놓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다시 말해 식약청이 지금과 같은 약 또는 제품 중심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하루 속히 환자 중심으로 생각과 조직, 그리고 업무 시스템을 전환해야만 제대로 된 의약품 허가와 안전성 관리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이들은 잊고 있다. 여기에서 환자 중심의 패러다임이라 함은 약이 존재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가 약 자체가 아니라 환자에게 유익을 가져오기 위함이라는 아주 평범한 원칙을 잊지 않는 것을 뜻한다. 환자 중심의 사고가 가능하려면 의약품 허가나 안전성 조치와 같은 대(對)집단적 규제 행위가 개개인의 환자에게 미칠 영향을 예상하고 검토할 수 있는 능력이 필수적이다. 예를 들어 '만일 이 약을 허가하면(허가하지 않으면) 또는 시장에서 퇴출시키면(그대로 존속시키면) 지금 내 앞에 앉아 있는 가상의 환자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임상적, 의학적으로 면밀히 따져 볼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환자 중심적 사고는 하루아침에 그냥 얻어지지 않는다. 오랜 시간을 들여 끊임없이 반복하고, 일정한 기간 동안 훈련을 받는 것이 환자 중심적 사고를 배양하는 방법이다. 여기에 다른 지름길은 없다. 의료인들이 짧게는 몇 달에서 길게는 몇 년간에 걸쳐 직업 훈련을 받는 것은 모두 환자 중심적 사고를 배양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보건의료를 담당하는 여러 전문 분야 중 약학은 유일하게 환자나 사람이 아닌 약, 즉 제품 중심적 학문이다. 다시 말해 약학은 환자에게 제공된 서비스 대신 약이라는 '제품'을 판매한 수익을 통해 대가를 보상 받는 유일한 보건 분야다. 문제는 좋든 싫든 현재 식약청에서 중요한 의사 결정자의 위치에 있는 공직자들이 대부분 약 또는 제품 중심적으로 사고하도록 훈련 받았다는 데 있다. 이러한 식약청의 약 또는 제품 중심적 사고는 '불활화 공정을 거쳤기 때문에 에이즈에 감염된 혈액을 사용한 혈액제제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강변하는 데서 그대로 드러난다. 혈액제제에 대한 제조ㆍ품질관리기준(GMP)이 제도로 정립돼 있지 않았고, 식약청이 실사를 통해 실제로 GMP가 해당 생산업체에서 엄격히 준수되고 있는지 2001년 이후로는 한번도 확인하지 못했던 것을 염두에 두면 '비록 불활화 공정을 거쳤다고 해도 해당 혈액제제를 유통시키지 못하도록 조치하는 것'이 환자 중심적 의약품 안전 관리의 패러다임이다. 이는 마치 FDA가 의약품의 임상시험관리기준이 정립돼 있지 않은 국가나 병원에서 실시한 임상시험의 결과를 허가 자료로 인정하지 않는 것과 같다. 다시 말해 비록 결과에 문제가 없을 수도 있지만, 제도와 시스템이 정착되지 않은 환경에서 얻어진 자료를 이용해 환자의 건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중대한 결정을 내리지 않는 신중함이 바로 환자 중심적 의약품 안전관리의 요체라는 것이다. 따라서 식약청에서 조직 개편보다 더 시급한 과제는 지금처럼 약 중심으로 돼 있는 조직, 업무, 문화를 철저히 환자 중심으로 바꾸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를 팀으로 바꾸고, 나누어 하던 일들을 한 곳에서 처리하고, A라는 과정을 거쳐 하던 일을 B 또는 C라는 과정으로 바꾸는 것처럼 식약청은 아직도 운영 측면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결국 이대로는 식약청이 의약품의 안전성을 확보해 국민의 건강을 보호한다는 사명을 달성하기 어렵다. 더 나아가 약 중심에서 환자 중심으로 철학과 패러다임의 변화를 주도하고 구현할 수 있는 리더십의 확보가 문제해결의 관건이다. 사실 이것이 1990년대 초 유사한 위기에 직면했던 FDA가 문제를 풀어 나갔던 방법이기도 하다. 구체적으로 의약품 허가와 안전성 관리에 제일 중요한 의학 및 임상 자료를 제대로 검토하고 평가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을 리더십 차원에서 확보하는 것이 식약청이 추진하는 조직 개편의 골자가 돼야 한다. 일전에 국내 모 병원에서 개최된 심포지엄에 연자로 참석한 필자에게 식약청의 한 중견 관리자가 "왜 모두 식약청이 FDA처럼 돼야 한다고 주장하는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번 조직 개편에서도 드러난 것처럼 FDA를 모델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은 항상 식약청 내부에서 나왔다. 물론 FDA를 모델로 하는 것 자체가 문제일 수는 없다. 진짜 문제는 FDA가 지금의 명성을 얻기까지 부단히 환자 중심으로 의약품 허가와 안전성 관리의 패러다임을 변화시켜 온 배경과 이를 주도한 의사 및 의학 단체들의 리더십을 식약청이 애써 외면한 채 여전히 무늬와 겉모습만의 모방에 그칠 조직 개편에 열중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결론을 내리자. 조직 개편을 통해서라도 전문기관의 위상을 확립하겠다는 식약청의 심중은 이해가 간다. 그러나 환자 중심으로 의약품 행정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이를 주도할 리더십을 확보하는 데 게을리 한다면 국민건강을 담보로 한 줄타기는 언제까지나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식약청도 이제 좀 심각하게 받아들였으면 한다. 강건일 교수 반론문 지난 10월 6일 피츠버그 의과대학 이형기 교수는 에이즈 오염 원료로 제조된 혈액제제를 판매토록 식품의약품안전청이 허용한 문제 등이 약 중심의 안전 관리에서 비롯됐으며 식약청에 약학이 아닌 환자 중심의 의학 전문인의 리더십이 요구된다는 취지의 기고를 <프레시안>에 했다. 그 중 환자 중심적 패러다임 전환으로 표현한 1990년대 초 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청(FDA)의 변화는 실은 환자 중심 안전 관리의 부정적 측면을 내포한 사례라는 점에서 다른 각도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1980년대 말부터 FDA는 신약 허가 기간을 단축하라는 압력을 받았다. 죽음에 직면한 에이즈 환자에게는 실험적 약이라도 사용해 보는 것이 절실한 희망이었다. 1992년 FDA는 에이즈 등 치명적인 질병에 듣는 약의 허가를 촉진하는 조처를 마련했다. 일단 신약을 허가한 다음에 판매 후 모니터링에 의해 안전성 문제를 보완하겠다는 발상이었다. 또한 신약 심사 인력을 대폭 증원하여 그 경비를 조기 발매의 수혜자인 제약기업이 부담하도록 했다. FDA가 제약기업을 파트너로 삼아 환자 지향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라는 정치적 결정이었다. 이것이 이 교수가 주장한 환자 중심의 패러다임인지는 알지 못하나 이 FDA의 정책 변화가 초래한 문제는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데이비드 윌먼 기자의 2001년 퓰리처상 추적 보도에 나타나 있다. 환자가 접하는 신약의 수는 증가했으나 안전성이 제대로 검증 되지 않아 부작용으로 인한 수많은 사망자를 남기고서야 판매가 철회되는 약의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 문제는 최근 FDA 청장의 경질과도 관련되었으며 비(非)스테로이드성 진통 소염제 '바이옥스'의 문제도 포함돼 보도되고 있다. 1999년 발매된 바이옥스는 2004년 9월 제조사가 자진 철회하기까지 연간 매출액 25억 달러로 성장한 거대 제품이었다. 그런데 이 약의 심장발작과 뇌졸중 부작용으로 인해 미국에서만 3만 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추정이 나왔다. 이런 약이 어떻게 허가돼 방치될 수 있었는지 의회와 언론은 FDA의 책임을 추궁했다. 과연 기업의 돈에 의존하는 신약 심사가 어떻게 이뤄졌겠느냐는 문제도 제기됐으며 FDA도 판매 후 안전성 모니터링이 부실했던 문제를 시인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지난 2월 FDA의 관련 자문위원회는 바이옥스에 대해 부작용 경고를 보강해 시장에 복귀시키는 결정을 내렸다. 32명의 의사와 과학자로 구성된 위원회의 표결 결과는 찬성 17, 반대 15였다. 이 문제를 조사한 상원 위원회는 자문 위원 중에 10명이 제약기업과 이해관계가 있다는 문제를 들어 FDA 약 심사의 투명성과 안전 관리의 취약성을 지적했다. 언론에서도 FDA가 환자와 국민을 위한 목적보다는 기업의 이해를 우선한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했음은 물론이다. 이런 불신의 와중에 FDA 청장이 경질되었으나, 이 사건은 의약품의 안전성 결정은 전(前)임상과 임상 자료 그리고 발매 후 임상 자료의 투명하고 엄격한 판단이 최선이며 전부라는 것을 말해준다. 더구나 약의 안전성 결정은 관련 위원회가 제대로 기능하는지에 전적으로 의존하며, 위원회의 구성은 FDA가 그렇듯이 우리 식약청도 의사 중심으로 돼 있다. 이번에 식약청에서 에이즈 오염 원료로 제조된 혈액제제를 그대로 유통시킨 것도 대한수혈학회와 국립보건원의 의사가 참여한 혈액매개전염인자관리위원회에서 결정된 지침을 따른 것이다. 이 경우 거꾸로 약의 제조 공정과 제조 안전성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의사가 기업체에게 설득 당했을 가능성도 있다. FDA에서 혈액 및 혈액제제의 안전 지침과 관련된 위원회의 논의가 공개되고 외부 의견이 수렴돼 최선의 안이 마련되는 과정을 유심히 볼 필요가 있다. 식약청이 이런 지침을 정한 과정은 공개되지 않았다. 지침을 정하기 전에 혈액 관리와 제조 관리 보완의 필요성이 논의되었는지 누가 어떤 판단 근거로 현재 상태로 안전성이 보장된다고 보았는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이러한 정책 결정의 과정적 합리성과 투명성을 기대할 수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그 이전에 최근 보도되고 있는 혈액 관리와 제조 관리의 문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지극히 상식적인 이해의 범위에 속한다. 이형기 교수도 보고서로 지적했듯이 우리의 식약청은 FDA와 같이 각 관리 단계를 세밀하게 규정하고 엄격한 처벌로 이행을 감독하지 못하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의약품 안전 관리의 기본적인 시스템에 대한 이해조차 없다고밖에 볼 수 없다. 그러면서 식약청은 바이러스 불활성화 공정에 의해 제품의 안전성이 보장된다고 기업체와 연대하여 환자와 국민을 설득하고 있다. 식약청은 환자를 위해 기업체를 감시할 위치에 있어야 하는데, 이 양상에는 식약청의 책임 회피, 기업체와의 유착, 전문성과 행정 능력의 결여 등 의심받을 제반 문제가 들어 있다. 우리 식약청의 문제는 조직이나 구성보다는 의식이 문제이며 이 구시대적 의식의 틀을 깨는 것이 개혁의 과제일 것이다.
이형기, 강건일 교수 기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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