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소비자, '침구사 부활' 놓고 설전
- 홍대업
- 2005-08-30 06:3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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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비자 "저비용 고효율"↔의료계 "비과학적"...당정간 '시각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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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구사 합법화가 보건의료계의 또 다른 쟁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지난 1962년 침구사제도가 폐지된 이후 줄곧 국회 청원과 입법 작업을 추진해왔던 침구사협회와 당시 폐지에 앞장섰던 양한방 의료계와의 마찰이 예상되기 때문.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된 ‘세계 침구제도 현황과 한국의 미래에 관한 심포지엄’에서도 이 문제를 놓고 의료계와 소비자단체, 침구사단체, 복지부 관계자간 첨예한 대립각을 세웠다.
소비자단체 “침구사제, 저비용 고효율”...“이제는 도입할 때”
이날 심포지엄에서 토론자로 나선 한국소비자연맹 이연숙 이사와 경실련 이형모 상임집행위원장, 녹색소비자연맹 조윤미 상임위원 등은 침구사제도의 합법화를 통해 저소득층의 의료접근권을 제고하자고 주장했다.
이 이사는 “침구는 저비용 고효율의 강점이 있다”면서 “사회가 고령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노인인구가 손쉽게 치료할 수 있는 대안으로 침구사제도를 적극 활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수가가 높은 의사나 한의사가 치료할 것이 아니라, 농민이나 어민, 주부노동자가 앓고 있는 근골격계 질환을 침구사가 침으로 치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했다.
조 위원은 “일각에서는 침뜸이 제도권 내로 진입할 경우 고비용이 들 것이라고 주장한다”면서 “그러나 침구사 양성 등으로 자리를 잡을 경우 적정 서비스에 대한 적정가격이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의료체계는 의사와 한의사에 치료의 전권을 부여해주고 있어 경직화되고 배타적”이라고 비판한 뒤 “전문가 중심주의를 탈피, 치료의 주체로서 환자에게도 권리가 인정돼야 한다”며 침구사 부활쪽에 손을 들었다.
이 위원장은 “항생제의 발견이 위대하지만, 모든 질병의 치료를 보장하지는 않는다”면서 “과학을 숭상하고 첨단과학이 앞선 미국에서도 양의를 침술에 동원, 치료목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의사와 한의사가 치료의 전권을 부여받았지만, 치료의 20%정도 밖에 담당하고 있지 못하다”면서 “이들이 책임지지 못하는 나머지 70∼80%의 대안으로 침구를 살려야 한다”고 역설했다.
특히 그는 “치료권을 달라는 것이 아니라 환자로서 좀더 나은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요구하는 것일뿐”이라며 “이제는 법과 제도를 개선, 침구사제도를 도입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의료계 “비과학적·신비주의적 요소 내재”...“이권 문제 발생 가능성”
의료계 대표로 이날 심포지엄에 참석한 미래아동병원 유용상 원장은 침구제 부활에 표면적으로는 신중론을 폈으나, 한편으로는 강한 거부감을 내비쳤다.
유 원장은 “침구사가 한의계와 대립적 갈등관계에 있는 만큼 어떤 의견제시도 태생적인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전제한 뒤 침술의 부작용 등을 언급하며 침구사제도 합법화에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그는 침술의 부작용과 관련 △초기 고정이 중요한 골절환자의 문제 △불가능한 경락체계에 대한 증명 △침습적인 시술을 통한 병원체의 전파 △결정적 진단시기를 놓치는 일시적 통증완화의 문제 등을 꼽았다.
유 원장은 이어 침구사제도 부활과 관련된 이권문제도 꼬집었다.
그는 “침구사제도 부활 논리와 맞물려 민중 건강에 대한 권리를 거창하게 내세우더라도 이권문제는 항상 내재돼 있다”면서 “침구사제도가 신설된다면 또 다른 이권의 권력화가 진행될 것은 자명하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그는 “침구사 신설을 주창하는 사람들의 기대치는 상당히 높겠지만, 침술자체가 침습하고 위해한 요소가 상존하는 이상 제도권에 진입하더라도 엄격한 관리감독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춘진 의원 “제도부활 적극 추진”...복지부 “정책 검토 곤란”
이날 심포지엄을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보건복지위)과 공동주최한 열린우리당 김춘진 의원(보건복지위)은 침구사제도 부활에 적극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김 의원은 심포지엄 직후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대한민국의 침구가 세계적으로 발전하고 리드할 수 있도록 중장기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현재 법 개정을 위한 검토단계에 돌입한 것은 아니지만, 충분한 내부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측 관계자도 "당장 법 개정에 나설 것은 아니지만, 일단 이번 정기국회에서 환자의 치료권과 침구교육의 허가 문제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의계와 의료계, 침구사협회, 시민단체 등이 관련된 문제인만큼 서로 머리를 맞대면 좋은 해결책이 나올 수 있다”면서 “오늘 심포지엄에 한의계도 참여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복지부 관계자는 김 의원과는 상반된 입장을 취했다.
복지부 한방정책관 유영학 국장은 “40년전에 폐지된 제도를 다시 되살리는 것은 정책적으로 고려하기 어렵다”고 못박았다.
최근 침구사협회가 복지부 김근태 장관에게 건의한 법 개정 등에 대한 답변과 같은 논리다.
이미 한의사제도를 통해 침술을 발전, 육성하고 있는 만큼 별도의 침구사제도가 필요치 않다고 유 국장은 강조했다.
또 다른 복지부 관계자는 “오늘 이 자리는 침구사 부활을 위한 심포지엄”이라며 내심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한편 이날 심포지엄 장소에 입장하지 못하고 외부에서 심포지엄을 지켜본 방청객도 100여명에 달해, 침구사 부활을 둘러싼 관심이 적지 않다는 것을 반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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