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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社說]"날 없는 무딘 칼 휘두르는 쇼?"

  • 데일리팜
  • 2002-06-02 17:43:00
  • 요약

한국의 의약품 유통시장은 현재 불명예스럽게도 상거래 질서가 가장 문란한 분야중의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수십년간 공정경쟁을 위한 각종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왔고 자정결의 등이 잇따랐지만 이전투구식 불공정경쟁은 근절되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제약협회가 6개 회원사로 구성된 '공정경쟁협의회 실무위원회'를 가동해 주목을 끌고 있다.

공정경쟁 실무위는 세부 공정경쟁규약안을 만들어 회원사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갖고 불공정거래를 뿌리뽑는 실무기구가 될 것임을 선언하고 나섰다.

우리는 실무위원회가 예전과는 다른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부분에 관심이 가기는 간다.

아울러 제약협회 이사회도 공정경쟁을 위한 결의문을 채택하는 한편 주요 제약업체 90개사의 대표자들은 공정경쟁 서약서에 서명·날인하기까지 했다.

공정경쟁 서약서에 서명할 제약사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여 기대되고 있는 부분이 없지않다.

우리는 최근 제약업계에서 불고 있는 일련의 불공정거래 척결 분위기에 박수를 보내지만 왠지 찜찜한 구석이 있음을 토로하지 않을 수 없다.

제약업체들은 이제까지 수없는 자정의지와 공정경쟁을 위한 약속들을 해왔지만 되돌아서면 '언제 그랬나' 하는 식의 모습을 보여줬다.

이번 공정경쟁 실무위 가동, 제약협회 이사회 결의, 제약업체 대표이사 집단서명 등도 모두 이같은 재판이 되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의약계에는 여전해 관행이라는 명목의 수없이 많은 불공정거래행위들이 판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잘못된 관행에서 무턱대고 발을 뺀 업체는 '망할 수 밖에 없다'는 인식이 제약업계에 CEO들의 고뇌속 저변에 깔려 있다.

약속을 하고도 뒤돌아서면 약속을 깰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제약업계 CEO들은 너나없이 모두 알고 있다.

이는 누구든 약속을 깨도 왠만하면 인정하는 관행이 제약업계의 '묵계'로 통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정경쟁 실무위원회가 제역할을 한다고 누가 장담할 것이며, 주요 제약업체 CEO들이 아무리 강력한 서약서를 쓴들 누가 믿어주겠는가.

과당경쟁 제한을 위한 아무리 강력한 장치도 위력을 발휘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지금 외부에서는 "제약사나 협회가 날 없는 칼을 휘두르는 쇼를 하고 있다"는 비아냥이 거세다.

외자 제약사들은 또 "KRPIA를 흡수하거나 외자사들을 견제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국내 제약사들이 이처럼 뻔히 들여다 보이는 쇼를 하는 것이 사실이라면 통탄할 노릇이다.

제약업체들이 잘못된 관행을 타파하지 못하고 이전투구식 출혈경쟁을 계속한다면 국내 제약사들의 경쟁력은 날이 갈수록 약화될 수 밖에 없다.

한 마디로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고 쓰디 쓴 말을 내뱉지 않을 수 없다.

국내사들이 과거의 구태에 매달릴 동안 우수한 제품력을 가진 외자사들의 국내시장 공략은 더욱 용이해지는 환경이 조성된다.

잘못된 관행은 지금 당장 작은 생존의 수단이 될 수 있지만 조만간 늪 속에 빠져 전신이 허우적 대는 모습을 보게된다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

제약업체들이 공정경쟁 약속을 이행하는 가장 중요한 선결조건은 먼저 한발 양보하고 '룰'을 정확히 지켜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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