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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클래스

"매출 증발 보상도 없는데"…실리마린 급여재평가 재추진 반발

  • 천승현 기자
  • 2026-04-08 06:00:59
  • 복지부, 실리마린 급여 삭제 소송 패소 이후 재평가 재추진
  • 재판부 “임상적 불분명”으로 판단했어야...위법한 절차 지적
  • 행정소송 불참 업체들 처방액 전액 증발...소송 참여 제품도 손실 현실화
  • 제약업계 “손실 보상도 없는데 재평가 재추진은 불합리” 비판

[데일리팜=천승현 기자] 제약업계가 정부의 실리마린 급여 재평가 재추진 방침에 강한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장기 소송전 끝에 급여 삭제 결정의 부당함을 확인헸는데도 정부가 또다시 재평가를 강행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비판이 거세다. 

제약사들은 급여 삭제 결정으로 인한 처방 축소 손실 보상도 없는 상황에서 또 다시 재평가를 준비해야 한다며 억울함을 호소한. 급여 삭제를 수용한 업체들은 행정소송에 불참했다는 이유로 시장 퇴출로 인한 매출 손실을 고스란히 감수해야 하는 처지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실리마린(밀크시슬 추출물)의 급여재평가 재추진 방침을 결정했다. 실리마린은 독성간질환, 간세포보호, 만성간염, 간경변 등에 사용되는 일반의약품이다. 건강보험목록에 등재돼 급여 처방이 가능하다.  

AI 생성 이미지

복지부는 지난 2021년 12월부터 실리마린의 급여 삭제를 결정했다. 당시 급여재평가 결과 급여 적정성이 없다는 판단에 급여 퇴출 결정이 내려졌다. 부광약품, 삼일제약, 서흥, 영일제약, 한국파마, 한국휴텍스제약, 한올바이오파마 등 7개 업체가 2개 그룹으로 나눠 급여 삭제 취소 소송을 제기했는데 1심 패소 이후 항소심에서 승소했다. 복지부가 상고를 제기하지 않으면서 실리마린은 급여 잔류가 확정됐다. 

실리마린 행정소송 결과 “임상적 유용성이 있다”는 판단이 나오지 않았다는 게 급여재평가 재추진의 명분이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실리마린의 독성 간질환 효능 인정 여부다. 

복지부는 교과서와 임상진료지침 등을 근거로 한 1차 평가에서 실리마린의 독성 간질환 치료 효과가 '불인정‘ 된다고 판단했다. 복지부는 SCIE-RCT 임상문헌으로 따져보는 2차 평가에서도 실리마린의 유용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복지부는 검증된 우수한 학술지(SCIE)에 게재된 무작위 대조 시험(RCT) 방식을 사용한 연구 논헌 12편 중 효과를 인정한 문헌이 50% 이하(6편)라는 점을 들어 최종적으로 '임상적 유용성 없음' 결론을 내렸다.  

제약사들은 실리마린 급여 재평가에서 배제된 'SR 1-7'이라는 문헌이 SCIE 등재 학술지에 게재된 공신력 있는 자료라고 반박했고 재판부에서 이를 받아들였다. 이 경우 임상적 유용성을 ‘불분명’으로 평가한 이후 비용효과성, 사회적 요구 등을 추가로 고려해 판단해야 하는데 임상적 유용성을 ‘불인정’으로 판단하고 급여 삭제를 결정한 것은 위법한 절차라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재판부가 지적한 절차에 따라 급여재평가를 추진한다는 게 복지부의 논리다. 

제약사들은 “정부의 급여재평가 결정이 위법하다는 재판부의 판단이 나왔는데도 판결 직후 또 다시 급여재평가를 추진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반박을 제기한다.  

정부의 급여 삭제 결정 이후 이미 적잖은 손실이 현실화했다는 점이 제약사들의 불만을 증폭시키는 요인이다. 

의약품 조사기관 유비스트에 따르면 지난해 실리마린 성분 의약품의 외래 처방시장 규모는 234억원으로 집계됐다. 실리마린은 지난 2021년 341억원의 처방시장을 형성한 이후 4년 연속 감소했다. 작년 처방시장은 4년 전과 비교하면 31.3% 축소됐다.  

실리마린제제의 급여 삭제가 적용되자 지난 2022년 처방액은 268억원으로 전년대비 21.5% 감소했다. 실리마린은 2021년 처방액 304억원에서 이듬해 341억원으로 12.1% 늘었는데 급여 삭제 결정 이후 처방시장이 급감했다.  

건강보험 급여 삭제 결정 이후 약물의 효능에 대한 불신으로 처방 기피 현상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급여 삭제를 수용한 제약사들이 처방 시장을 포기하고 일반의약품 시장을 두드리면서 처방 규모 축소를 부추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복지부의 급여 삭제 결정에도 제약사들이 청구한 집행정지가 인용되면서 실리마린은 건강보험이 적용 중이다. 

보건당국의 급여 삭제 결정에 부광약품, 삼일제약, 서흥, 영일제약, 한국파마, 한국휴텍스제약, 한올바이오파마 등 7개 업체가 취소 소송과 집행정지를 청구했다. 7개 업체가 청구한 집행정지가 인용되면서 해당 업체의 7개 제품의 급여가 적용된 상황에서 행정소송이 진행됐다. 소송을 진행하지 않은 업체의 제품들은 2022년 6월부터 급여가 삭제됐다. 

실리마린의 급여 삭제를 수용하고 급여 시장에서 퇴출된 업체들은 처방액 손실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다.   

한미약품은 지난 2020년 실리마린 처방 시장에서 40억원의 처방액을 기록했는데 소송을 청구하지 않으면서 급여 삭제로 처방액 전액이 증발했다. 만약 행정소송에 참여했다면 산술적으로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간 거둘 수 있는 200억원의 수익이 소멸된 것이란 추정이 가능하다. 대원제약은 실리마린 처방 시장에서 2020년 각각 17억원의 처방액을 기록했는데 급여 삭제로 처방액이 모두 사라졌다. 

유니온제약, 경동제약, 일동제약, 동광제약, 동국제약, 신일제약 등도 실리마린 급여 삭제로 인해 처방액이 증발하는 타격을 입었다. 업계에서는 이들 업체가 행정소송에 동참했다면 처방 시장을 방어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급여가 적용 중인 제품들도 사정이 좋은 편은 아니다.   

부광약품의 레가론은 작년 처방액이 146억원으로 전년대비 8.5% 줄었다. 2021년 156억원과 비교하면 4년새 6.9% 줄었다.   

서흥의 리버큐와 삼일제약의 시슬린이 지난해 각각 처방액 13억원, 8억원으로 예년과 유사한 수준을 형성했다. 한국휴텍스제약, 한국파마, 영일제약 등은 행정소송 참여로 급여 목록에 잔류했지만 처방실적이 거의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올바이오파마의 하노마린은 작년 처방액이 68억원으로 전년대비 8.6% 증가했다. 하노마린은 지난 2021년 33억원의 처방액을 기록했는데 4년 만에 2배 이상 확대됐다. 급여 삭제로 시장에서 철수된 제품의 처방액을 승계하면서 반사이익을 본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 처분에 불복해 소송에서 승소하더라도, 급여 중단이나 약가 인하 기간 동안 입은 금전적 손실에 대해서는 별도의 보상 기전이 없다는 점이 업계의 가장 큰 불만이다. 

이에 반해 지난 2023년 11월 20일부터 시행된 개정 국민건강보험법 시행규칙에 따라 제약사들이 약가인하 처분 집행정지를 이끌어낸 이후 본안소송에서 패소하면 그동안의 건강보험재정 손실금액을 물어야 하는 근거가 마련됐다. 기업들의 소송권 침해 등의 반대의견이 제기됐지만 소송 기간동안 입은 건보재정 손실을 보상받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의 급여 삭제 결정 이후 시장 철수와 처방 위축으로 제약사들의 손실은 이미 현실화된 상태”라면서 “소송 기간 발생한 막대한 손실에 대한 보상도 없이 또다시 재평가를 강행하는 것은 지극히 행정 편의적인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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