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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규제 취지와 제약현장 사이의 간극

  • 황병우 기자
  • 2026-07-22 06:00:40
  • 요약

[데일리팜=황병우 기자]제약공장 살균제 이슈를 취재하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규제의 필요성과 현장 적용 사이의 거리였다.

가습기살균제 사태 이후 화학물질과 살생물제품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데 이견을 달기는 어렵다. 위해 가능성이 있는 물질을 사전에 관리하고, 사용 기준을 명확히 하자는 제도 취지는 필요하다.

다만 제도가 옳은 방향으로 만들어졌다고 해서 현장에서 곧바로 매끄럽게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의약품 제조현장처럼 이미 강한 품질관리 체계가 작동하는 공간에서는 작은 기준 변화도 여러 절차와 검증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겉으로 보면 단순하다. 살생물제품 관리 제도가 시행됐고, 제약공장도 기준에 맞는 소독제와 살균제를 쓰면 된다. 하지만 의약품 제조현장에서는 소독제 하나를 바꾸는 일도 단순한 구매 품목 변경으로 끝나지 않는다.

이번 사안은 백신 제품 자체의 성분이나 안전성과는 무관하다. 살생물제가 백신 원액에 들어가거나 완제품에 섞이는 문제가 아니다. 쟁점은 제약공장의 작업실, 클린룸, 청정구역 등 제조환경을 소독하는 제품이다.

제약공장에서는 작업실과 클린룸의 무균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쓰는 소독제가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GMP) 안에서 관리된다. 특히 백신과 주사제처럼 무균 관리가 중요한 품목에서는 제조환경 자체가 품질관리의 일부다.

소독제 하나도 사용 구역, 사용 방법, 사용량, 교체 주기, 품질문서 안에서 관리된다. 새 제품으로 바꾸려면 기존 제품과 같은 살균 효과를 내는지 확인해야 하고, 설비나 자재에 부식성·반응성 문제가 없는지도 검토해야 한다. 필요하면 청소·소독 절차, 환경모니터링 기준, 작업표준서까지 손봐야 한다.

제도상 승인된 제품이라고 해서 곧바로 GMP 제조현장에 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환경 안전성 기준을 통과한 제품과 제약공장의 무균환경 유지에 적합한 제품은 같은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기서 부처별 관리체계의 빈틈이 드러난다. 인체에 직접 사용하는 제품은 식약처가 관리하지만, 제조환경에서 쓰는 살균제는 환경부 규제와 맞물린다. 역할 구분은 타당해 보이지만, 의약품 제조소라는 공간에서는 두 영역이 깔끔하게 나뉘지 않는다.

환경부 입장에서는 사업장 내 살생물제품일 수 있지만, 식약처 관점에서는 의약품 제조환경을 유지하기 위한 GMP 관리 요소다. 같은 제품을 두고 규제의 시선이 달라지는 셈이다.

그렇다고 안전규제를 느슨하게 하자는 뜻은 아니다. 가습기살균제 사태의 교훈은 분명하다. 문제는 안전을 위한 규제가 또 다른 공급 리스크를 만들지 않도록 현장 적용 방식을 정교하게 다듬어야 한다는 점이다.

독감백신처럼 특정 시기에 공급돼야 하는 품목은 작은 변경도 부담이 된다. 소독제 교체와 검증에 시간이 걸리면 생산·출하 일정 관리에도 리스크가 생길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책임 공방이 아니다. 정부는 제도 취지를 지키면서도 제약 제조현장의 GMP 특수성을 반영한 적용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산업계 역시 유예만 요구할 것이 아니라 사용 제품을 점검하고 제도 대응 체계를 갖춰야 한다.

규제는 촘촘해지고 있지만, 부처 간 경계에 걸친 현장은 종종 사각지대에 놓인다. 제약공장의 소독제 이슈는 그 단면이다.

소독제 하나를 바꾸는 일이 왜 수개월의 검증과 문서 개정으로 이어지는지, 제도도 이제는 그 현장의 무게를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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