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LB, 5년 7600억 조달…FDA 불발에 '시장 피로감'
- 차지현 기자
- 2026-08-06 12:04:35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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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0억원 규모 CB 발행 결정… "임상 및 상업화 자금 확보"
- 신약 허가 지연에 주가 1년 새 47%↓…메자닌 리스크 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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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팜=차지현 기자] HLB가 300억원 규모 전환사채(CB) 발행에 나섰다. 미국 규제당국으로부터 간암 신약에 대해 세 번째 최종보완요구서(CRL)를 수령한 지 약 한 달 만이다. 회사는 이번에 조달한 자금을 신약 미국 허가와 상업화 기반 마련에 투입할 계획이다.
이번 CB 발행을 포함해 회사가 최근 5년간 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유상증자 등을 통해 조달한 금액은 총 7611억원에 달한다. 반복된 메자닌 발행과 주가 약세가 맞물리며 향후 대규모 물량 부담(오버행)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300억원 CB 발행…"신약 연구개발비 및 상업화 비용"
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HLB는 지난 5일 이사회를 열고 제44회 무기명식 무보증 사모 CB 발행을 의결했다. CB는 주식과 채권의 성격을 모두 지닌 주식연계채권이다. 채권자는 회사에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다가 일정 조건이 되면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다.
이번 CB 발행 규모는 300억원이다. BNK투자증권이 245억원, 캑터스오아시스 제3호 투자조합이 40억원, 진양곤 HLB그룹 회장이 15억원을 각각 인수한다.
표면이자율은 0.00%, 만기이자율은 2.00%다. 만기일은 2031년 8월 19일이며 만기 시 원금의 110.41%를 일시 상환한다.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에 따라 투자자는 발행 후 18개월이 되는 2028년 2월 19일부터 3개월마다 조기상환을 요구할 수 있다.
전환가액은 3만3361원이다. 이는 발행을 결정한 5일 종가 3만4900원보다 4.41% 낮은 수준이다. 전환청구기간은 2027년 8월 19일부터 2029년 7월 19일까지다. 전환이 이뤄지면 보통주 89만9253주가 새로 발행된다. 이는 전체 발행주식의 0.68%에 해당한다.
세 번째 FDA 승인 실패…허가 재도전 자금 확보
HLB는 간암 신약 '리보세라닙'의 미국 허가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리보세라닙은 VEGFR2를 표적으로 하는 경구용 표적항암제다. HLB는 항서제약의 면역항암제 '캄렐리주맙'과 병용요법으로 간암 1차 치료제 개발을 진행해왔다.
그러나 리보세라닙·캄렐리주맙 병용요법은 지난 7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세 번째 최종보완요구서(CRL)를 받았다. CRL은 지적 사항을 보완해 다시 신약허가신청서(NDA)를 제출하라는 통지서다. 사실상 현재 상태로는 품목허가를 내릴 수 없다는 의미다.

이 회사의 CRL 수령은 2024년 5월과 2025년 3월에 이어 세 번째다. 이번에도 파트너사 항서제약의 제조·품질관리(CMC)와 제조·품질관리기준(cGMP) 시설 관련 문제가 허가를 가로막았다.
HLB는 이번 CRL이 신약 승인 관련 사전승인실사(PAI) 결과가 아니라 항서제약의 일반 cGMP 정기실사(Form 483)와 관련된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이후 리보세라닙 원료의약품 제조시설은 FDA로부터 자발적 시정조치 권고(VAI) 등급을 받았으며 회사는 FDA와 허가 절차 재개를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다.
최근 5년간 7611억원 조달…CB·BW 발행 이어져
HLB는 이번 CB 발행을 포함해 최근 5년 동안 유상증자와 CB, BW를 통해 총 7611억원을 조달했다.
회사는 2021년 에프에이 인수 과정에서 제34회 BW 570억원을 발행했고 2022년 제35회 BW(252억원)와 제36회 CB(230억원), 제37회 BW(170억원)를 잇달아 발행했다. 같은 해 말에는 2411억원 규모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유상증자도 실시했다.
2024년에는 제38회 CB(600억원)와 제39회 CB(330억원)를 통해 930억원을 조달했다. 지난해에도 제40회 CB(300억원), 제41회 CB(200억원), 해외 BW(1998억원)을 발행했다. 이어 올해 4월 250억원 규모 제43회 CB를 발행한 데 이어 이번 제44회 CB까지 메자닌 조달이 이어졌다.

신약 개발 기업 입장에서 대규모 자금 조달 자체는 불가피하다. 특히 상업화 직전 단계에서는 임상과 허가, 생산 준비 등에 상당한 자금이 필요하다. 기관투자자가 CB를 인수했다는 점 역시 일정 수준의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다만 기존 투자자 입장에서 반복된 메자닌 발행은 잠재적인 오버행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CB와 BW가 주식으로 전환·행사되면 신규 주식이 시장에 대거 풀리면서 기존 주주의 지분가치가 희석되고 주가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발행을 포함한 HLB의 미상환 CB와 BW 잔액은 총 3156억원이다. 이들 메자닌이 모두 주식으로 전환되거나 행사되면 최대 690만151주가 새로 발행된다. 이는 현재 발행주식 총수의 약 5.18%에 해당하는 규모다.
연이은 악재에 주가 약세…지분 희석·현금 상환 압박 우려
향후 주가가 더 하락하면 부담은 더욱 커질 수 있다. 대부분의 CB에는 전환가액 조정(리픽싱) 조건이 붙어 있다. 리픽싱은 메자닌 채권의 전환가액을 시장 상황에 따라 다시 조정하는 장치다. 일반적으로 주가 하락 시 투자자 보호를 위해 전환가를 낮춰주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전환가격이 하향 조정되면 채권자 입장에서는 주가가 떨어져도 손해 없이 주식을 전환할 수 있어 유리하다. 반면 기존 HLB 주주 입장에서는 낮은 가격에 대규모 신주가 발행되며 지분이 희석되는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전환가액이 낮아지는 만큼 채권자가 전환할 수 있는 주식 수가 늘어나서다.

HLB 주가는 리보세라닙·캄렐리주맙 병용요법의 세 번째 FDA 승인 불발 이후 약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8월 초 4만원대 중반에서 움직이던 주가는 리보세라닙 허가 기대감이 커지며 올 4월 15일 종가 기준 6만8200원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세 번째 CRL 수령 소식이 전해진 지난 7월 10일 이 회사 주가는 가격제한폭까지 하락하면서 3만66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후에도 약세가 이어지며 8월 6일 오전 3만4050원을 기록 중이다. 이는 4월 고점 대비 50.07% 하락한 수준이다.
이로 인해 앞서 발행한 메자닌 채권의 하락 리픽싱도 여러 차례 이뤄졌다. 제43회 CB 전환가액은 지난달 15일 5만1237원에서 3만5866원으로 30.00% 낮아졌다. 같은 날 전환 가능 주식은 48만7928주에서 69만7038주로 20만9110주 늘었다. 제39회 CB 역시 하루 뒤 전환가액이 6만5831원에서 4만6167원으로 29.87% 하향 조정됐다.
주가 부진이 장기화할 경우 현금 상환 부담도 커질 수 있다. 투자자가 주식 전환보다 풋옵션을 선택하면 회사는 현금으로 상환하거나 추가 차입 또는 신규 메자닌 발행으로 상환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실제 HLB는 지난해 제40회 CB를 발행하면서 제38회 CB 조기상환 재원을 마련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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