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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방문약료 거점약국 사례로 본 약배송 논란

  • 데일리팜
  • 2021-12-02 23:43:12
  • 윤영미 전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 원장

지난 2019년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에서 시작했던 거점약국을 통한 방문약료는 뇌전증 등의 치료제 에피디올렉스로부터 기안되었다.

마약류로 분류되는 해외 의약품 에피디올렉스의 안전한 유통체계를 구축하고 환자들의 복약순응도를 높이는 것이 그 목적이었다. 장시간이 소요되는 공급기간과 협소한 적용범위, 보험등재 여부 등 에페디올렉스에 대한 사회적인 주목도가 높은 터였고 대체로 중증환자분들이 그 적용대상인 데다가 국내에 처음으로 도입되는 해외 대마의약품이라는 점에서 센터로서는 특히 안전하고 효율적인 대마의약품 전주기 관리체계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를 두고 고심을 거듭하였었다.

이에 해당 의약품의 보험등재에 관한 기본업무에 돌입하는 한편 신속공급체계로 기존 시스템을 재개편하여 공급기간을 기존의 3개월에서 2주 안에 처리하도록 단축하였고, 각 단계마다 전문인력들을 배치하는 한편 마약류 취급에 적정한 물류 인프라를 구축하였다. 그 다음 단계의 핵심은 ‘센터에서 환자까지의 의약품 전달체계를 어떻게 수립해야 하는가’였다. 당시 센터의 의약품 공급은 환자들의 직접방문이 기본원칙이었다. 그러나 대다수 대상 환자분들이 거동이 불편한 중증환자이거나 소아환자가 많았던 탓에 직접방문의 기본칙은 환자들로서는 무리수일 수 밖에 없었다. 이에 유권해석을 거쳐 일정한 증명서를 제출하면 환자 가족들이나 간병인이 대리수령할 수 있도록 수령방식을 확대하였다.

그럼에도 센터는 서울의 한 곳에만 자리하고 있었고 지리적인 접근성의 불편함은 특히 지방의 환자들에게 경제적으로나 소요시간 등에 있어 큰 부담이었다. 그에 따라 환자들의 선택지를 넓히고자 대안으로 제시하였던 것이 거점약국을 통한 의약품 전달이었다.

대마의약품은 그 취급과 복약 형태에 있어 많은 주의를 요하는 의약품이다. 그와 같은 특성상 해당약국을 선정함에 있어서도 일정한 기준을 정하여 전국의 각 권역에서 해당조건에 충족되는 약국들을 선정하였고, 담당약사 분들에게 직간접적인 교육과 복약지도 시연 등 여러 단계의 파트너 교육을 거치도록 하였다. 센터의 담당약사들과 지역의 거점약국 약사들의 복약지도와 취급 행태를 표준화 함으로써 지역에 상관없이 안전하게 설계된 표준화된 경로로 의약품이 환자들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렇게, 보건의료체계에서 지역의 건강을 책임지는 중심축의 하나인 약사들의 전문성이 공적기관과 연대하여 효율적으로 기능했던 대표적인 사례가 되었다. 공급기간은 더 단축되었고 동시에 환자들의 만족도도 높아졌다. 거점약국을 통해 의약품이 전달된 이후에도 센터에서 환자들을 직접 모니터링 하며 복약순응도 또한 더욱 높혀 나갔다.

그럼에도 거점약국에서조차 환자본인이나 가족들, 간병인의 수령이 여의치 않은 경우가 적지 않았다. 예산과 인력이 현격히 부족한 상황 속에서 악전고투 하듯 방문약료를 시행했던 것은 그와 같은 상황을 지나칠 수 없을 뿐 아니라 의약품으로 생명을 살리고 보다 건강한 삶의 질을 도모할 수 있어야 한다는 센터의 기본 이념을 지키고자 함이었다.

약사와 관리직원을 2인1조로 배치하여 전국의 어느 곳이든 방문하도록 하였고 이해도가 떨어지기 쉬운 중증 환자분들이 적확하게 의약품 복용을 할 수 있도록 전담약사가 철저한 복약지도를 실시하였다. 언어조차 원할치 않은 환자분들이 약사의 손을 잡고 흘리는 눈물 한 방울에 약사들도 직원들도 힘겨운 상황을 보람으로 소명으로 지켜냈다. 의약품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약사가 사회적으로 어떤 기능을 할 수 있는지 현장에서 비로소 알게 되었다고 말하는 신참내기 약사들의 사후 보고는 그것이 방문약료의 본질이라고 말하는 것과 같았다. 추후 진행된 평가 및 환자만족도 조사결과는 방문약료에 대한 만족도가 단연코 높았고 거점 약국이 그 다음의 순이었다.

위의 사례를 본다면 현재 불거지고 있는 재택치료 환자의 코로나치료제 전달방식에 대한 논란은 크게 세 가지의 관점에서 고민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환자투약단계에서 누가 의약품을 직접적으로 취급해야 하는가? 어떤 경로로 의약품을 환자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적정한가? 특히 코로나와 같은 재난적 사태에서. 그리고 각각의 경로에서 어떤 형태로 의약품의 안전성을 확보할 것인가? 의 담론이 그것이다.

의약품은 특히 환자투약단계에서 약사들을 통한 복약지도와 의약품을 취급함에 따른 정밀함이 필수적이다. 센터 직접방문이외에 거점약국을 대안의 하나로 제시했던 것은 지역사회에 기반한 거점약국 약사들의 전문성과 소명의식에 기대어 적확한 의약품 공급과 복약지도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 배경이었다. 취급이 까다로운 대마의약품이었고 열악한 예산에 충분한 지원도 쉽지 않았으나 거점약국 약사들 전체가 직능의 전문성과 사회적인 기능을 유감 없이 발휘해 주었다. 거점약국이 성공적인 대안으로 평가 받았던 주된 요인 중 하나였다.

이렇듯 직접적인 방문, 대리수령, 거점약국, 그리고 방문약료까지 수령방식의 선택지를 늘렸음에도 불가피한 경우가 있었다. 대구에서 코로나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사회적으로 경계가 강화됨과 동시에 환자들도 대면을 꺼리는 경향이 생겨난 것이다. 센터의 약사들이나 직원들도 우려스럽기는 매한가지였다. 거듭되어 논의가 이어졌고 결국 관련부처의 해석을 거쳐 그에 대비하기로 하였다. 의약품 전용의 특수용기를 따로 준비하여 경로를 재설계하기로 하고 사전 준비를 세밀하게 진행하였다. 사후 모니터링 또한 더욱 정밀하게 실시하도록 하고 복약순응도가 저하되지 않도록 일정한 간격으로 반복하여 복약지도 및 확인작업을 시행하였다.

이는 지역사회의 약국들과 전문인력들이 포진한 공공보건의료의 체계에서 감당되지 않는 말 그대로 불가피한 경우에 한해서, 의약품 안전성을 해치지 않도록 고도로 정밀한 설계를 거쳐 제한적으로 시행되었다. 의약품 안전성과 의약품의 사회적 기능을 해치지 않도록 최대한의 주의를 기울여 진행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작금의 코로나와 같은 감염병 및 재난 시 환자들에게 어떻게 의약품을 전달할 것인가의 문제는 피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공적 보건의료체계의 한계를 넘는 경우 대안 없이 원칙만 주장하는 것도 무책임한 일일 수 있다. 그렇다고 편의성에 기대어 단순하게 풀려고 해서도 안될 일이다. 향후 닥쳐올 수 있는 재난상황에 적용될 매뉴얼로서 지속적으로 기능하게 될 뿐 아니라 보건의료의 왜곡된 산업화를 조장하는 잘못된 시그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도된 바처럼 처음부터 ‘일정한 비용으로 도매상 직원들이 환자들에게 약 배송을 할 수 있다’라는 전제는 환자 투약단계에서 확보되어야 하는 의약품의 사회적 기능과 안전성을 해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몹시 우려스럽다.

급속도로 발달하는 산업기술에 힘입어 드론으로 약을 전달하는 청사진까지 제시되곤 하는 시대이다. 보건의료 서비스 시장은 각 직능의 전문성에 산업기술과 정보기술이 융합되어 앞으로도 급속한 발전을 거듭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의약품 유통체계 및 전달방식에 있어서도 그러할 것이다. 그러나 그와 같은 방향성에 있어서도 핵심은, 단순한 의약품 전달의 편의성이어서는 안될 것이다. 발전하는 기술문명에 기대어 더욱 안전하고 전문적인 의약품 전달체계를 확립하고 나아가 국민들의 건강권과 환자들의 생명권을 더욱 보장하기 위한 것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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