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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단·심평원 원주 이전 10년…약사 등 전문직 채용 난제

  • 의약정책팀
  • 2025-06-13 10:51:26
  • 지방으로 간 공무원 잘 살고 있나요②
  • 제약사 민원인, 교통비 부담·대면 소통 어려움
  • 원주혁신도시 인프라 잘 갖춰져 대체로 생활 만족

[데일리팜=이탁순·이혜경·이정환 기자] 국내 굴지 제약사에서 근무하는 강신약(가명, 40대·남) 씨는 급하게 자료 제출을 위해 오늘 하루 원주 출장에 나섰다. 서울 마포에 사는 그는 자가용보다는 KTX를 이용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판단해 서울역에서 원주역으로 가는 KTX 표를 예매하려 했지만, 모두 매진이었다.

오전 시간 서울역에서 원주역으로 향하는 기차는 단 2개. 원주역에 서는 KTX 안동선은 평소 등산객이 많아 일찍 예매를 하지 않으면 금새 매진된다. 하는 수 없이 서울역에서 만종역으로 가는 강릉선을 예매하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 향했다. 원주역이 심평원에 더 가깝지만, 미팅시간을 맞추려면 이거라도 타야한다. 서울역에서 만종역까지 기차로 1시간 남짓.

만종역에 도착한 강씨. 미팅시간이 30분 밖에 남지 않았다. 택시를 잡은 강 씨는 택시기사에게 가장 빠른 길로 가 달라고 했다. 다행히 전용도로를 타니 심평원까지 20여분만에 도착했다. 그러나 미터기를 보는 순간 표정이 일그러질 수 밖에 없었다. "20분 달렸는데, 요금이 2만3000원 나왔다고" 강 씨가 원주 심평원으로 오면서 낸 교통비만 KTX 요금 1만1400원과 택시비 2만3000원을 합쳐 3만4400원에 달한다.

KTX 요금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버스를 탔다면 택시비는 아꼈을 것이다.

원주역에 늘어선 택시 줄. 공단-심평원이 위치한 혁신도시로 가는 버스노선 111번이 있지만, 차량이 적고, 시간도 오래 걸려 이용률이 높지 않다.
제약사 직원들이 KTX 기차를 이용해 심평원이나 건보공단이 있는 원주강원혁신도시를 가기 위해서는 원주역(안동선), 만종역(강릉선), 서원주역(강릉선) 등 세 군데 역에 내리면 된다. 선택지가 많은 거 같지만, 문제는 세 역 모두 거리가 멀어 도보로 이용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택시요금을 아끼려면 버스를 이용하면 되는데, 차량이 많지 않고, 택시보다 시간도 더 걸린다.

원주시는 이런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작년 5월부터 원주역과 만종역에서 혁신도시와 기업도시를 갈 수 있는 혁신기업버스 111번 노선을 신설했다. 하지만 111번 버스는 오후 12시까지 혁신도시로 가는 차량이 5개 밖에 없다. 바쁜 제약사 직원들은 버스를 기다리기보다 그냥 택시를 탄다.

원주 혁신도시를 방문하는 외지인들은 이렇듯 불편한 대중교통을 토로한다.

원주 심평원에서 본 혁신도시. 저 멀리 건강보험공단 건물도 보인다.

이주 직원들은 혁신도시 생활에 만족…인프라 잘 형성돼 있고 서울보다 조용

반면, 심평원·공단 직원들은 최소한 원주 시내를 이동하기 위해 대중교통을 타는 데 크게 불편은 없다고 말한다. 심평원 직원 최 모(40대, 남)씨는 "원주 시내에 돌아다니는 버스가 꽤 많다"며 "서울에서 방문하는 외지인들은 불편하겠지만, 원주 사람들은 솔직히 대중교통 불편은 못 느낀다"고 말했다.

원주에 정착한 직원들도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혁신도시가 원주버스터미널이 위치한 원주 중심가에서 가까워 학교, 학원, 병원 등 시설을 이용하는데 크게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신축 아파트 분양에 인구가 불어나면서 혁신도시 내 인프라도 모자라진 않다. 원주여고는 2013년 혁신도시로 이전했다.

최 씨는 "2015년 심평원이 이전하고 2년 뒤 아내랑 원주로 이전했다"며 "당시 혁신도시 내 아파트 분양이 모두 완료돼 기업도시로 갔는데, 혁신도시나 기업도시 모두 초·중·고가 인접해 아이 키우고 사는데 문제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건보공단에서 바라본 혁신도시 수변공원. 혁신도시에는 공원만 13개나 있을 정도로 자연 친화적이다. 도시 거주민들의 만족도가 높다. (사진출처 : 원주시 블로그)
가족없이 홀로 이주한 젊은 세대도 만족감을 보인다. 2년전 심평원에 입사하고 혁신도시 아파트 전세로 입주한 장 모(20대, 여)씨는 "일단 출·퇴근이 편하고, 조용한데다 도심이랑 자연을 둘 다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만족한다"며 "인프라가 부족하지 않아 서울에서 생활했을 때랑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굳이 불편함을 꼽자면 백화점이 없고, 중심가 쪽에 학원가가 형성돼 있다는 정도라고.

"굳이 먼데 뭣하러 오냐"…줄어든 제약 민원 대면 상담

하지만 가끔 원주를 오고 가는 제약사 직원이나 이직이 잦은 약사 등 전문직 직원들은 지방 이전에 불편을 호소한다.

국내 제약사 직원 강 모씨(50대, 남)는 "버스 터미널이나 KTX 정차역에서 따로 택시를 타고 가는데, 셔틀버스 같은 게 운행했으면 좋을 것 같다"면서 "원거리다 보니 소통 기회가 전보다 줄어든 것도 제약사 직원 입장에서는 아쉽다"고 말했다.

식약처 오송 이전 초창기, 서울식약청에서 민원인이 오송에 위치한 공무원과 화상 상담을 하는 모습.
다른 제약사 직원 강 모씨(40대, 남)도 "원거리다보니 기관에서 '굳이 먼데 뭣하러 내려오려고 하냐'며 대면 기회가 줄어든 건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막상 내려가면 미안해 하면서 이야기를 더 잘 들어주는 느낌도 있다"고 전했다.

보건 부처·공공기관 이전 10년이 지나다보니 제약사 직원들도 이제는 원거리 출장이 익숙해진 모습이다.

국내 제약사 직원 김 모씨(40대, 여) "식약처가 오송으로 이전하면서 비대면 상담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며 "대면 상담이 거의 없어 식약처 방문이 많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달에 2~3번 식약처를 방문하게 되더라도 별 생각이 안 든다"며 "젊은 직원들의 경우에는 식약처 불광동 시절을 모르기 때문에 오송을 방문하는 걸 당연하게 여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방에 오지 않는 약사 등 전문직종 인력…기존 인력 업무 과부하로 연결

가장 큰 문제는 전문직 인력 채용 문제이다. 약사나 변호사 등 전문 직종들은 지방 근무를 꺼리다 보니 항상 인력 수급에 애를 먹는다.

건보공단 약제관리실은 작년말 직원들이 사용했던 관사 계약이 만료되면서 상당수 약무직 직원들이 이탈했다. 공단 관계자는 "상반기 약무직 인원을 채용했는데도 여전히 정원에 10여명 남짓 모자란 상태"라고 토로했다. 인력 부족은 기존 직원의 업무 과부하로 이어진다.

공단은 이에 약무직이나 변호사직을 위한 서울 사무소를 몇 년 전부터 운영하고 있다. 관사 계약이 만료된 작년에는 서울 근무 인원을 대폭 늘렸다.

약무직 비중이 높은 식약처 역시 중도 퇴사자가 많아 심사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정부에서 일하는 익명의 약무직 공무원은 "전문직종 근무자를 위해 서울에서 근무하도록 배려도 하지만, 필수 인력은 본사 근무가 불가피해 신규 직원이 많이 필요한 상황"이라면서 "하지만 지방 근무를 꺼려 전문 직종 채용이 잘 안 되다보니 기존 직원들이 업무 과부화로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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