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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산업 진출과 탈출...그들은 왜 빅딜을 성사시켰나

  • 천승현
  • 2020-09-25 06:20:17
  • 비보존·에이치엘비 등 제약사 인수...제조시설·수익원 확보
  • 제네릭 시장 환경 악화...제약사 오너, 지분 매각으로 사업 정리

[데일리팜=천승현 기자] 연구개발(R&D) 중심의 바이오기업이 제약사를 인수하는 사례가 확산하는 추세다. 바이오기업은 자금 동원 능력을 앞세워 의약품 제조시설과 안정적인 수익원(캐시카우)을 확보하기 위해 제약사 인수를 적극 나서고 있다.

제네릭 시장 환경이 열악해지는 상황에서 중소·중견제약사 오너들 입장에선 지분 매각으로 거액을 챙기면서 사업을 접는 것이 매력적이란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는 분석이다.

◆바이오기업 비보존, 계열사 활용 이니스트바이오 인수

24일 업계에 따르면 루미마이크로는 이니스트바이오제약의 지분 89.57%를 609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김국현 이니스트바이오제약 회장 외 52인이 보유 중인 주식 22만2838주를 사들이며 이니스트바이오제약의 경영권을 넘겨받는 방식이다. 지난 2015년 출범한 이니스트바이오제약은 원료의약품과 제네릭을 주력으로 하는 업체다. 경성약품, 조선신약, 진로종합유통, 제이알피 등이 이니스트바이오제약의 전신이다.

향후 루미마이크로와 이니스트바이오제약은 합병 수순을 밟을 전망이다. 루미마이크로는 오는 10월22일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사명을 ‘비보존 헬스케어’로 변경하는 안건 등을 의결할 계획이다. 이니스트바이오제약이 루미마이크로에 인수되면서 사실상 우회상장하는 모습이다.

루미마이크로는 화합물 반도체를 제조·판매하는 업체다. 루미마이크로의 최대주주는 볼티아(11.86%)와 비보존(9.16%)이다. 볼티아와 비보존 모두 이두현씨가 최대주주다.

루미마이크로의 이니스트바이오제약 인수는 비보존이 계열사를 활용해 이니스트바이오제약을 인수하는 방식이다. 인수 계약 완료 후 이니스트바이오제약은 29일 임시주총을 열고 비보존 측 이사 3인과 감사를 신규 선임할 계획이다. 비보존이 이니스트바이오제약의 경영을 맡는 셈이다.

2008년 설립된 비보존은 신약을 개발 중인 바이오기업이다. 비마약성 진통제 ‘VVZ-149’를 수술 후 통증, 신경병증성 통증 용도로 개발하기 위한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비보존은 지난해 12월 107억원을 들여 루미마이크로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지분 9.16%를 취득했다. 이때 볼티아도 143억원을 투입해 루미마이크로의 지분 11.86% 확보했다.

◆바이오기업, 제약사 인수 확산...제조시설 확충·안정적 수익원 확보

비보존의 사례처럼 바이오기업이 제약사를 인수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

최근에는 에이치엘비그룹이 메디포럼제약(옛 씨트리)을 인수했다. 에이치엘비, 에이치엘비생명과학, 에이치엘비의 최대주주 등이 총 166억원을 투자했다.

지난 1일 메디포럼제약은 에이치엘비생명과학 등을 대상으로 186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에이치엘비생명과학(312만8871주), 진양곤 에이치엘비 대표(57만9710주), 조용준 동구바이오제약 대표(44만5930주) 등을 대상으로 신주 415만4511주를 발행하는 내용이다. 140억원을 투자한 에이치엘비생명과학은 17.2%의 지분을 확보하며 메디포럼제약의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에이치엘비생명과학의 최대주주 에이치엘비도 100억원을 투입해 메디포럼제약의 무기명식 무보증 사모 전환사채를 사들였다. 향후 에이치엘비가 CB를 주식으로 전환할 경우 지분율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최근 바이오기업 다이오나는 화일약품의 주식 159만9889주(9.25%)를 취득했다. 박필준 화일약품 대표가 보유한 주식 전량을 308억원에 사들였다. 화일약품은 지난 7월 다이노나를 대상으로 20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도 결정했다. 유상증자가 완료되면 다이노나의 화일약품 지분율은 20%에 육박하게 된다. 추후 화일약품의 인수 가능성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지난해에는 바이오제네틱스(현 경남바이오파마)가 경남제약을 420억원에 인수했다. 지난 2013년 크리스탈지노믹스가 468억원을 들여 화일약품을 인수했고, 2014년에는 젬백스가 삼성제약을 120억원에 사들였다. 2016년에는 프로톡스가 메디카코리아를 인수했다.

바이오기업 제약사 인수 사례(자료: 각사, 금융감독원)
바이오기업의 제약사 인수 의도는 안정적인 캐시카우와 의약품 제조시설 확보다. 대다수 바이오기업들은 R&D를 주력으로 하는 탓에 뚜렷한 수익원이 없다. 제약사 인수로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고, 의약품 생산·판매로 거둔 수익을 신약개발 재원으로 사용할 수 있다. 향후 신약개발에 성공할 경우 제약사 인수로 확보한 의약품 공장에서 생산하는 시스템도 구축할 수 있다. 일부 바이오기업들은 주식 시장 등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바탕으로 현금 동원력도 뛰어나다.

비보존은 아직 제조시설을 보유하지 않고 있다. 향후 개발 중인 신약이 상업화 단계에 도달하면 이니스트바이오제약 인수로 확보한 제조시설에서 생산하는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비보존의 지난해 매출은 3억원에 불과하다. 현재 뚜렷한 수익 구조가 없지만 이니스트바이오제약 인수로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하게 된다. 지난해 이니스트바이오제약의 매출액은 626억원이다. 지난 2016년 277억원에서 3년 만에 2배 이상 증가할 정도로 최근 성장세가 가파르다. 비보존 입장에선 이니스트바이오제약의 안정적인 수익을 토대로 신약 개발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

연도별 이니스트바이오제약 매출 영업이익 추이(단위: 백만원, 자료: 금융감독원)
비보존이 이니스트바이오제약의 인수 배경 중 하나는 탁월한 자금 조달 능력이다. 이니스트바이오제약을 인수한 루미마이크로는 상반기 매출이 199억원에 불과하지만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1504억원에 달한다. 루미마이크로의 탄탄한 현금 동원력이 이니스트바이오제약의 인수를 가능하게 했다. 루미마이크로는 이니스트바이오제약의 인수 자금을 차입금 없이 보유현금만으로 조달했고, 오는 29일까지 지급을 완료하기로 했다.

비보존은 지난 6월 루미마이크로를 대상으로 50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지난해 107억원을 투입해 루미마이크로의 2대주주로 올라선지 6개월만에 투자금보다 4배 이상 많은 자금을 회수한 셈이다.

◆정부 규제 강화로 제네릭 환경 악화...약가인하 등 악재로 사업 철수 가능성

이니스트바이오제약이나 씨트리 등의 오너가 제약산업을 접는 배경으로 열악한 제네릭 환경이 지목된다. 이미 제네릭 시장이 과열 경쟁을 펼치는 상황에서 정부의 규제도 더욱 강화되는 추세다.

지난 7월부터 시행된 개편 약가제도에 따르면 제네릭 제품은 생물학적동등성시험 직접 수행과 등록 원료의약품 사용을 모두 충족해야만 현행 특허만료 전 오리지널 의약품 대비 53.55% 상한가를 유지할 수 있다. 1가지 요건이 충족되지 않을 때마다 상한가는 15%씩 내려간다. 2가지 요건 중 1개를 만족하면 45.53%, 만족요건이 없으면 38.69%로 상한가가 낮아진다.

급여등재 시기가 늦을 수록 상한가가 낮아지는 계단형 약가제도도 도입됐다. 특정 성분 시장에 20개 이상 제네릭이 등재될 경우 신규 등재 품목의 상한가는 기존 최저가의 85%까지 받게 된다.

중소·중견제약사들은 최근 위탁제네릭을 중심으로 외형 확대를 견인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제네릭 약가가 낮아지면서 예전과 같은 수익을 기대할 수 없게 됐다.

이미 판매 중인 제네릭 제품도 약가가 떨어질 처지에 놓였다. 보건복지부는 약제 상한금액 재평가 계획 공고를 통해 최고가 요건을 갖추지 못한 제네릭은 오는 2023년 2월28일까지 ‘생동성시험 수행’과 ‘등록 원료의약품 사용’ 자료를 제출하면 종전 약가를 유지해주기로 했다.

일부 업체들은 제조소 변경을 위한 생동성시험에 착수하며 제네릭 약가 유지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제약사 입장에선 생동성시험 수행 비용 등에 부담이 큰 상황이다. 기존에 판매 중인 제네릭의 약가가 떨어지면 이는 매출과 영업이익 하락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이미 국내 의약품 시장은 현재 유례없는 제네릭 난립 현상이 펼쳐지고 있다.

연도별 생동 허여 제네릭 허가 건수(단위: 개, 자료: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 2012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허가받은 위탁 제네릭은 총 9931개에 달한다. 정부 규제 강화 움직임에 지난해부터 1년 반 동안 4774개의 위탁 제네릭이 등장했다.

이미 국내 의약품 시장도 영세 제약사들이 난립하는 형국이다. 2018년 기준 완제의약품 생산업체 329곳 중 생산실적 10억원 미만이 107곳으로 32.5%에 달했다. 3곳 중 1곳은 완제의약품 생산금액이 10억원에도 못 미치는 영세업체라는 얘기다.

생산실적 100억원 미만 업체는 총 166곳으로 전체 업체의 절반이 넘었다. 완제의약품 생산액 1000억원 이상 업체는 총 48곳으로 집계됐다. 5000억원 이상은 6곳에 그쳤다.

2018년 생산실적 규모별 제약사 수(단위: 개, 자료: 식품의약품안전처)
이니스트바이오제약은 최근 가파른 성장세를 나타냈지만 수익성은 좋지 않았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24억원으로 매출 대비 3.8%에 그쳤다.

이니스트바이오제약의 오너 입장에선 향후 제네릭 사업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자금력을 동반한 바이오기업의 인수 제안에 지분 정리를 결정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최근 이니스트바이오제약은 불법 리베이트 제공 의혹이 불거지며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 이니스트바이오제약의 최대주주는 김국현 회장으로 지분 34.4%를 보유 중이다. 김 회장의 주식 매각 대금은 230억원 가량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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