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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터디

[기고]라니티딘 퇴출 1년, OTC 위장약의 변화

  • 임성용 약사
  • 2020-09-01 06:00:18
  • 임성용 약사(탑 미래약국 약국장)

임성용 약사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은 큰 즐거움 중 하나다. 고된 하루 끝에 늦은 저녁 시간, 따뜻한 저녁 한끼는 하루의 피로를 녹여준다. 그런데 그 즐거움도 잠시, 복부에서 느껴지는 쓰라린 느낌은 먹는 즐거움마저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2018년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다빈도 질병 통계에 따르면 위염 및 십이지장염 환자 수는 대략 530만명에 육박할 정도이고 약국에서 속쓰림을 주증으로 약을 찾는 경우도 굉장히 많다.

사람의 위장 점막은 매우 강력한 보호막이다. 그래서 젊고 건강한 사람들이 매운 것을 먹어도, 위장장애가 있다고 알려진 약을 공복에 복용해도, 지나치게 과식을 해도 큰 불편함 없이 견뎌낸다. 속쓰림은 정말 내 위장에 큰 문제가 생긴 경우가 아니라면 그렇게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손님은 아니다. 속쓰림이 발생하는 것은 물론 다양한 원인이 있지만 일상에서 찾아본다면, 일례로 늙어감에 따라 위장벽을 보수하는 능력이 점점 떨어지거나 위장 점막의 생성을 억제하는 약을 주기적 또는 장기적으로 먹었을 때 비로소 무장해제가 된다. 젊었을 때는 매운 고추도 그냥 씹어 먹었는데 이제는 함부로 먹는 것이 겁이 나는 것은 나의 위가 많이 약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고 한번 쓰린 속이 계속 가는 것은 아니다. 주인이 어떤 잘못을 하였던 간에 위는 꾸준히 보수공사를 진행한다. 당신은 그 보수과정을 도와야 하고 그 과정에서 생기는 고통 정도는 감내해야 한다. 그 고통을 감내하는 과정에서 조력자라는 이름으로 사용할 수 있는 약들이 바로 넓게 ‘위장약’이라고 표현되는 약들이다.

작년 여름, ‘위장약’ 시장에는 큰 충격이 들이닥쳤다. H2-Blocker의 대표주자로서 군림했던 라니티딘이 시장에서 하루 아침에 퇴출된 것이다. 발암 가능성이 있는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이 검출되면서 2600억원에 달하는 시장이 한순간에 날아갔다.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을 포함하여 소화성궤양치료제 시장에서 대략 25%(H₂수용체길항제 시장의 대략 77%)를 차지하던 라니티딘이 퇴출된 것은 약국에서 애용되던 OTC 위장약 무기 중 하나가 사라진 것이었다.

1년이 지난 지금, 다양한 위장약들이 그 빈자리를 채우고 있고 치열하게 경쟁중이다.

전문의약품 시장에서는 단연 PPI의 성장이 두드러졌고, P-CAB(칼륨경쟁적 위산분비억제제) 신약인 케이캡정도 괄목할만한 성장을 보이고 있다. H2 Blocker에서는 라니티딘을 대체하여 라푸티딘이나 파모티딘, 지나티딘 등이 역시 주목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OTC 시장은 어떨까? OTC시장의 약물 사용 추세와 각 약물의 특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현재 H2-Blocker 카테고리에서 라니티딘의 공백은 파모티딘 10mg가 대체를 하였다. 라니티딘보다 상대적으로 더 강력한 H2-Blocker로 알려진 파모티딘은 기존 라니티딘이나 시메티딘에 비해 다른 약물과의 상호작용도 적은 편이고 주된 속쓰림의 원인 중 하나로 알려진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에 의한 궤양에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H2-Blocker자체가 시메티딘을 제외한다면 큰 부작용이 없고 비교적 부작용 빈도가 낮은 편에 해당하는 약물이기 때문에 약국에서도 활용하기에 좋은 옵션이 될 수 있다. 올해 초반부터 많은 제약사에서 허가 신청을 하였고 현재는 더 큰 성장이 예상되는 성분이다. 새로운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한 파모티딘의 성장세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H2-Blocker를 제외한다면 어떤 옵션이 있을까? 사실 ETC까지 본다면 PPIs, 프로스타글란딘 유도체, 위점막 관여 약물(점막 혈류 촉진제, 점막 보호제, 점막 피복제) 같이 종류가 다양하지만 OTC에서는 한계가 많다. H2-Blocker를 이어 많이 사용되는 약물은 제산제일 것이다. 물론 제산제와 점막 피복제가 복합된 약물도 많지만 제산제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은 편이다. 제산제는 직접 위산을 중화하고 펩신의 단백질 분해력을 소실시켜 미란, 또는 염증, 궤양의 증상을 개선시켜주는 효과가 있다. 제산제에는 알루미늄(수산화알루미늄, 규산알루미늄, 인산알루미늄), 마그네슘(산화마그네슘, 탄산마그네슘, 수산화마그네슘), 칼슘(탄산칼슘), 탄산수소나트륨, 시말드레이드, 알마게이트(알루미늄+마그네슘 복합체) 정도로 종류가 다양하다. 다만 성분에 따라 설사나 변비, 고 미네랄 혈증, 기타 약물의 흡수를 방해가 나타날 수 있고 산 반동(acid rebound)에 의해 다시 속쓰림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일시적인 증상을 개선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권장된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를 더 소개하자면 최근에 사용빈도가 늘어나고 있는 제산제 성분과 복합제로 많이 사용되는 옥세타자인이라는 성분이 있다. 옥세타자인은 가스트린의 분비를 억제하여 위산 분비를 감소시키고 위 점막에 대한 국소마취 작용이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위 통증에 빠르게 효과를 나타낸다는 장점이 있다. 통증으로 당장 괴로운 사람이라면 빠른 효과가 나타나는 옥세타자인이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흔히 비만약으로 사용되는 펜터민(Phentermine)의 전구체이나 펜터민 같은 약물과는 다르게 남용우려는 없다고 알려져 있고 H2-Blocker에 비해 장기간 사용에 대한 부담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대부분의 국소마취제가 강산성 조건에서 이온화되지만 옥세타자인은 분해되지 않기 때문에 위 점막 통증에 사용 가능한 효과적인 국소마취제이다. 옥세타자인은 치료과정에서 제산제의 용량을 줄여줄 수 있고 제산제 단독으로 치료했을 때보다 십이지장궤양 관련한 증상 완화 효과가 더 우수한 효과를 보여주었다. 다만 상대적으로 경미한 증상에 사용이 권장되며 아직까지는 제품군이 다양하지는 않다. 시판 중인 제품으로 액제로는 트리겔 현탁액, 정제로는 영진약품 노시드 정이 있다. 트리겔은 액상형태로 조금 더 빠르다는 장점이, 영진약품 노시드 정은 30정으로 총 10일 간의 기간 동안 꾸준한 관리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일반적인 위장관 질환들이 단기간에 증상이 호전되기는 어렵기 때문에 30정 대용량 포장이 OTC 제품으로 나온 것은 주목할 만하다.

라니티딘이 판매 중지가 이뤄진지 벌써 1년이 지났지만 간간히 약국에 라니티딘 약 상자를 들고 와서 약을 찾는 분들이 꽤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 라니티딘의 공백은 아쉬울 수 있지만 새로이 등장한 성분들의 경쟁은 약사에게는 좋은 변화일 수 있다. 새로운 시장의 변화와 다양한 제품의 등장이 위장약 시장에서 더욱 기대되는 부분이다.

임성용 약사 프로필

-조선대학교 약학대학

-탑미래약국 약국장

-네이버 약짓는 오빠들 블로그 운영

-'약짓는 오빠들이 들려주는 알쓸신약' 도서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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