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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터디

[기자의눈]신약 코리아패싱, 식약처가 못해서라고?

  • 이탁순
  • 2020-01-20 15:53:53

[데일리팜=이탁순 기자] '코리아 패싱', 한국과는 대화 혹은 논의하지 않는다는 '코리아 패싱'이 요즘 부쩍 언론으로부터 자주 쓰인다. 어떤 상황에 쓰든 코리아 패싱은 어느 한 쪽의 잘못을 지적할 때 가장 큰 압박 수단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반대로 다른 한 쪽을 옹호할 때는 이만한 '단어'가 없다. 2017년 북핵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 미국이 한국을 건너뛰고 일본과 논의한다는 점을 지적하기 위해 나온 '코리아 패싱'은 보수 진영이 진보 정권을 공격하기 위해 사용된 것처럼 정치적 수사가 강한 단어다.

그래서 '코리아 패싱'이라고 지적이 나왔을 때는 일방적이면서, 균형잡히지 않은 주장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최근 국내 업체들이 한국을 건너뛰고 외국에서 신약개발을 한다는 주장의 '코리아 패싱'도 등장했다. 코리아 패싱의 원인은 한국 식약처가 혁신적인 의약품에 대한 심사를 할 수 없어서란다.

일부 현상만 보면 맞는 얘기일지 모른다. 지난해 11월 SK바이오팜이 독자 개발해 미국FDA 승인을 받은 뇌전증 치료 신약 '세노바메이트'는 국내에서는 개발하지 않았다. 또한 다수의 바이오벤처들도 한국을 건너뛰고, 미국이나 유럽 등을 대상으로 신약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코리아패싱'의 주된 근거가 되는 예다. 하지만 반대 쪽 예가 훨씬 많다. 국산 신약이 해외를 건너뛰고 한국에서 먼저 허가받는 사례 말이다. 먼저 현재까지 30개가 나온 국산신약은 거의 대부분이 국내에서 먼저 허가를 받는 약물이다.

최근 해외시장 공략의 선봉장 역할을 맡고 있는 항체 바이오시밀러도 국내에서 먼저 나왔다. 또한 2000년 초반 면역세포치료제, 심지어 작년 주성분 세포가 바뀌어 허가취소된 세포유전자치료제 '인보사'도 한국에서만 허가를 받았다. 이런 걸 볼 때 식약처가 신약 심사를 제대로 못해서 해외에서 개발한다는 논리는 불공정한 주장이다.

물론 식약처가 미국 FDA나 유럽 EMA보다 조직도 작은 데다 신약 심사 경험도 일천한 것은 맞다. 또한 글로벌 제약사의 신약이 식약처에서 먼저 심사를 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당연히 큰 무대를 공략하기 위해서는 미국 FDA나 유럽 EMA 승인을 받는 게 훨씬 유리하다.

일부 국내 제약사들과 벤처들이 한국을 건너뛰고 신약개발을 하는 데는 해외 글로벌 제약사의 눈에 뛰기 위한 전략이 아닐까? 그들이 익숙한 무대에서 신약을 개발해 비싼 가격에 사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전략 말이다. 물론 SK바이오팜의 '세노바메이트'처럼 직접 FDA 승인을 받는 희귀 사례도 있지만, 대부분은 해외 시장 영업·유통망을 갖추고 있지 않아 개발 중간 신약을 파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이들 중 대부분은 한국에서도 영업·유통망을 갖추고 있지 않다.

반대로 한국 영업·유통망을 갖춘 회사들은 한국 시장 출시에도 적극적이다. 30개가 나온 국산신약과 셀트리온의 바이오시밀러가 그 반증이다.

한국을 건너뛴 신약개발 전략은 기업과 자본에 의해 판단되는 것 뿐이지, 국가 심사 시스템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이에 신약개발의 코리아 패싱 주장은 일부 기업의 하소연 정도 일 뿐이다. 그 기업이 과연 해외에서도 신약개발에 성공했는지는 알 수 없다.

어느 주장이 정당화되기 위해서는 요즘 나오는 공기청정기처럼 확실한 '필터링'이 필요하다. 언론이나 단체 등이 이런 필터링 역할에 소홀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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