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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시설비 필요해"…의사 아내, 약국에 지원금 '갑질'

  • 정흥준
  • 2019-08-04 10:17:36
  • 의원 인수 직후 약국장에 요구 "병원 덕보며 왜 가만히 있나"
  • "의·약사 쌍벌제로 근절해야...리베이트와 다를 것 없어"

신규로 개설되는 약국뿐만 아니라 운영중인 약국들도 불법 병원지원금으로 고충을 겪고 있다.

새롭게 병의원을 인수받은 의사들은 시설비와 홍보비 등의 목적으로 약국에 지원금을 요구하고 있었다. 약사들은 리베이트 개념의 지원금이 근절될 수 있도록 처벌과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서울 소재의 A약국장은 같은 건물에 위치한 내과가 인수인계되는 과정에서 의사의 아내로부터 병원지원금을 요구받았다.

기존 병원장은 올해 초 개인적인 사정으로 내과를 내놨고, 30대 젊은 의사가 새롭게 병원을 인수받은 상황이었다.

A약국장은 기존 병원장과 환자 컴플레인을 공유하며 서비스 개선을 하는 등 사이가 돈독했기 때문에 새로운 병원장과도 활발한 소통을 원했다.

하지만 새로운 병원장은 전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A약국장이 마련한 저녁자리에서 의사와 그의 아내는 병원 규모를 키워나갈 계획을 설명하고는 추가 시설비와 홍보비 등이 필요하다고 노골적인 속내를 내비쳤다.

A약국장은 "구체적으로 액수를 말하진 않았다. 병원지원금에 대해선 주변에서 전해들은 얘기가 전부였기 때문에 당혹스러웠다. 약국을 15년 동안 운영하면서 실제로 겪은 건 처음이었다"며 "내과는 의사를 보고 다른 지역에서도 찾아오는 환자들이 많다. 때문에 의사가 바뀌면서 환자들이 줄어들 것이 우려돼 같이 잘 해보자는 생각으로 자리를 마련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녁자리 이후 약사가 따로 지원금을 제공하지 않자, 의사의 아내는 약국을 직접 찾아와 지원금을 재차 요구했다.

A약국장은 "의사 아내가 찾아와 '병원 덕에 약국이 되는 건데 왜 가만히 있냐'고 했다. 병원이 나가면 약국 손해가 아니냐는 식의 태도였다. 정말 기분이 나빴다. 단호하게 줄 수 없다고 거절했다"고 말했다.

약국장의 완강한 태도에 이후 지원금에 대한 요구가 거듭되지 않았지만, 의사는 처방약의 개수를 늘리는 등 약국의 의약품 관리에 부담을 주고 있었다.

A약국장은 "기존 의사는 사용하던 약을 주로 사용하고 잘 바꾸지 않았었다. 그런데 의사가 바뀌고는 같은 약의 개수가 급격하게 늘어났다. 약이 또다시 달라질 수 있어 ATC에 약을 쏟아부을 수도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A약국장은 "병원지원금은 리베이트나 다름없다. 의사뿐만 아니라 약사의 인식도 개선해야 한다. 지원금을 주는 약사와 받는 의사를 모두 처벌하도록 규정을 강화해 불법 지원금이 오가는 것을 근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병원지원금은 특히 약국을 개설하려는 약사들에게는 큰 고민거리였다. 최근 충남 천안에서 약국을 개설하려던 B약사는 "대출을 받아 그대로 병원한테 주는 셈이다. 그런데 다들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며 우려했다.

B약사는 병원지원금과 더불어 수천만원의 브로커비까지 제공해야 하는 것이 부담돼 당시 개국의 꿈을 접었다.

B약사는 "브로커비용 3000만원에 병원지원금은 따로 줘야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층약국에 신규 내과자리여서 위험했고, 결국 계약을 파기했다"며 "브로커들이 약사를 조급하게 만드는 경우가 있고, 그때 옆에서 잡아주는 사람이 없으면 많이 흔들리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약국 개설전문 부동산 관계자에 따르면 좋은 약국 자리가 줄어들며 권리금 상승이 이뤄지고, 이에 따라 신규 약국 자리를 찾는 약사들이 많아지면서 병원지원금의 액수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었다.

이 관계자는 "모든 건 자리가 없어서 발생하는 문제들이다. 권리금이 점점 더 올라가면서 신규로 눈을 돌리는 경우들이 많아졌다. 신규 개설 수요가 높아지면 경쟁이 붙고, 이에 맞춰 병원지원금도 서서히 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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