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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바이오 투자 한파, 돌파구 찾을수 있나[데일리팜=황병우 기자] 글로벌 경기가 둔화한 지난 2022년부터 국내 바이오기업들의 고민은 투자유치다. 2024년의 끝자락에 다다랐지만, 바이오업계의 고민은 현재 진행형으로 남아있는 상태다. 매년 한 해가 끝날쯤이면 다음 해는 상황이 나아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존재했지만 벌써 같은 상황이 3년째 반복되면서 2025년의 투자 환경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투자 금액이 줄어들면서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바이오사의 경쟁도 더 치열해지고 있다. 최근 3년간 바이오 투자 시장을 관통한 키워드는 옥석가리기다. 투자업계 역시 한정된 재원 안에서 적절한 투자처를 찾기 위해 더 세밀한 분석과 접근을 하고 있다. 당분간은 바이오 분야 투자 한파는 상수가 될 것으로 보이는 상황. 결국 언제 다시 돌아올지 모르는 투자 활성화의 계기를 잡기보다 생존전략의 다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문제는 여전히 많은 바이오벤처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접근이 정형화되어 있다는 점이다. 다양한 시도도 늘고 있지만 국내 및 국제 행사에 참석하거나, 정부기관과 연계된 파트너링 방식에 갇혀 있는 경우가 많다는 평가다. 특히 이 과정에서 더 효율적인 BD(business deal)를 위한 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가령 여러 기관에서 기업에 도움을 주기 위해 워크숍 등 여러 시도가 이뤄지고 있지만 실제 투자자와의 논의에서 발현되지 못한다는 의미다. 여기에는 연구와 기술을 강조하는 데이터 중심의 접근 등 여러 이유가 반영되고 있지만 단순하게 투자자들이 구미가 당기는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는 데 따른 한계도 작용하고 있다. 국내에서 항암제와 관련해 여러 임상에 참여 중인 A 교수는 최근 기자와의 대화에서 국내기업과 비교해 중국기업의 신약개발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국내에서 '중국 기업이 개발한 치료제'에 대한 시각이 엇갈리고 있지만, 이미 다양한 실적을 내며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기 어렵다는 입장. 새로운 기전 등을 앞세워 장기적으로 중국기업의 이름이 아닌 글로벌 제약사로 이름표를 바꿔 치료제들이 계속 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A 교수가 바라볼 때 현시점에서 차이를 가르는 요인은 '안정'과 '도전'이다. 퍼스트 인 클래스(First-in-class)를 노리는 국내기업이 존재하지만, 중국과 비교했을 때 베스트 인 클래스(Best-in-class)를 노리는 기업이 상대적으로 더 많다는 분석이다. 시장 및 산업 환경 등을 고려해야 하지만 이러한 접근이 장기적 관점에서 더 큰 격차로 돌아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한 해외 VC 담당자는 국내기업의 투자 활동에 대해 '정답은 없다'고 평가하면서도 국내기업이 경직된 접근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술 개발 측면에서도, 일부 대규모 기술이전에만 주목하는 환경에서는 투자 다변화를 이루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바이오 기업의 투자 한파는 단순히 자금 부족이 아니라, 적절한 '기업'을 찾기 위한 옥석가리기도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실제 가치를 인정받은 기업의 경우 투자 한파라는 시각이 무색하게 투자 확보에 어려움을 겪지 않은 경우도 존재한다. 투자 호황의 낙수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면 다변화를 위한 더욱 적극적인 행보가 필요하지 않을까?2024-12-03 06:00:41황병우 -
[기자의 눈] 플랫폼 과욕이 혁신의 발목을 잡는다[데일리팜=정흥준 기자] 비대면 진료 플랫폼들은 소규모 스타트업이 고민 끝에 내놓은 서비스를 왜 이렇게 막아서냐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직능단체가 혁신을 가로막고 있다는 불만, 청년 사업가들의 도전에 기득권이 재를 뿌리고 있다는 억울함도 느끼고 있지 않을까. 완고하게 자리 잡은 시장에서 새로운 서비스 제공자로 참여하려면 이해관계자들과의 충돌은 불가피하다. 그들에게 요구되는 혁신성에는 기술적 진보뿐만 아니라 기존의 관성을 뒤집어야 한다는 과제도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이해관계자들과의 논의 테이블을 마련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대다수가 납득할 만한 서비스 개선과 선택으로 더 많은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지난 4년 플랫폼에게는 커다란 위기와 기회가 번갈아가며 찾아왔다. 코로나 사태로 인한 한시적 허용, 응급의료취약지 초진 허용과 대상 확대, 전공의 파업과 의료대란에 따른 수혜 등의 기회가 찾아왔을 때 플랫폼은 어떤 선택을 했을까. 가장 최근의 일만 놓고 보자. 국정감사에서 플랫폼들은 위고비 오남용과 유통업체 설립에 따른 부작용을 지적 받았다. 하지만 국정감사가 끝나기도 전에 플랫폼은 보란 듯이 유명 배우를 내세운 광고 활동을 시작했다. 위고비 오남용은 처방과 복약지도 과정에서 비롯된다며 의약사들의 책임으로 돌렸다. 플랫폼은 실제 위고비 열풍에 아무런 책임이 없었을까. 익명을 요구한 한 인플루언서는 닥터나우로부터 광고 표기가 없는 위고비 진료 후기글을 요구받았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위고비 열풍에서 플랫폼이 선택한 건 오히려 뒷광고를 통한 이익 극대화였다는 것이다. 만약 플랫폼이 물들어올 때 노 젓기 위한 광고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오남용 논란을 낳고 있는 비만치료 주사제에 한해서는 화상진료 원칙으로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했으면 어땠을까. 결국 위고비 등 비만치료제는 이번 달부터 비대면 진료로 처방받을 수 없게 됐다. 욕심 어린 선택이 스스로의 발목을 잡게 된 셈이다. 비대면 진료가 시대적 흐름이라는 데에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것이다. 이 흐름을 가로막는 건 어쩌면 플랫폼 자신일지도 모른다는 얘기다. 당장의 시장 점유율을 더 키워보겠다는 욕심, 각종 영업과 제휴 서비스를 만들어보겠다는 시도는 순간의 이용자를 늘어나게 할지는 모르겠지만 비대면 진료의 큰 흐름에는 악영향을 미칠 뿐이다. 복지부 용역 사업으로 개발되고 있는 ‘감염병 대응을 위한 비대면 진료 플랫폼’에는 본인 인증과 안면인식 기술이 탑재된다. 또 12월부터는 의료 마이데이터를 비대면 진료에 활용하는 실증 서비스도 시작한다. 당장은 플랫폼 이용률이 정체되더라도 광고 모델의 유명세와 마케팅을 선택하기보다, ‘약 자판기’로 악용되고 있다는 오명을 벗을 서비스 개선에 투자해야 한다. 그게 공론화와 제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영세한 플랫폼들 중 이 선택을 할 수 있는 곳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것도 더 늦기 않게 깨닫기를 바란다.2024-12-01 10:49:30정흥준 -
[기자의 눈] 일본과 GMP 상호인정협정 기대감[데일리팜=이혜경 기자] 일본이 우리나라와 의약품 GMP 상호인정협정(MRA, Mutual Recognition Agreement) 체결을 위한 논의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MRA는 협정 국가의 GMP 시스템이 서로 동등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으로, 의약품을 허가할 때 상대국에 위치한 제조소에 대한 GMP 적합성 검사를 면제받을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PIC/S 가입, EU화이트리스트 및 WLA 등재 등으로 해외 규제기관들과 동등한 위치의 국제적 위상을 확보했지만, 국내 제약기업들의 의약품 수출 활성화를 위한 강력한 한 방은 MRA라는 이야기도 있다. 우리나라와 GMP MRA를 맺은 나라는 스위스, 싱가포르뿐이다. 단 2개국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MRA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상대국에도 국내 의약품 진입의 창구를 간소화시켜주는 효과도 있어 쉽사리 개방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올해 5월부터 협정이 발효된 싱가포르의 경우, MRA 체결까지 5년이 넘는 시간이 소요됐다. 지난 2019년부터 양국의 GMP 규제시스템의 동등성을 확인하며 신뢰를 쌓아서 가능한 일이었다. 식약처는 최근 PIS/C 재인정을 계기로 일본 , 싱가포르, 대만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아시아 협정기구를 만들어 MRA를 논의하겠다고 했다. 즉시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을 테지만, 시작했다는 것 자체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일본은 인구의 고령화와 정부의 지속적인 약가인하 정책으로 의약품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나라다. 제네릭 의약품 시장 활성화를 위해 해외 제조소 및 GMO를 지속적으로 찾고 있어 우리나라와 MRA를 맺는다면 국내 제약기업의 일본 시장 진입이 더 빨라질 수도 있다. 우리나라의 PIC/S 재평가는 식약처의 GMP 규제 시스템이 세계적 수준에 도달했다는 걸 방증한다. 하지만 여기서 그치지 않고 아시아 국가를 시작으로 EU, FDA 등 선진 국가와 MRA를 체결해 국내 제약바이오헬스 분야의 글로벌 진출을 가속화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2024-11-28 16:47:47이혜경 -
[기자의 눈] 비용 절감 제약사에 대한 우려[데일리팜=이석준 기자] 제약사들이 내년도 사업계획 준비에 한창이다. 3분기 분기보고서 마감 이후 사업계획서까지 이어지는 일정에 관련 담당자들은 몸이 두개라도 모자르다는 소리를 입에 달고 산다. 이들은 사업계획서 작성을 위해서는 난제를 풀어야한다고 입을 모은다. 바로 윗선에서 떨어진 '비용절감' 지시 때문이다. 비용절감은 모든 부서가 직간접적 영향을 받는다. 국내 A사는 최근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수년간 실적이 주춤하면서 특단의 카드를 꺼낸 것으로 풀이된다. A사는 올초에 이어 내년초에도 오너가 직접 나서 비용 통제를 지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B사는 광고비 규모를 일괄 30% 줄일 계획이다. 국내 C사는 영업직 임원 법인카드 한도를 축소했다. 연간 골프 횟수도 제한을 뒀다. 국내 D사는 CSO(영업대행) 수수료를 인하했다. 모두 비용절감과 연동된 현상들이다. 제약사들의 비용절감은 표면적으로 '경영효율성 극대화'를 위해서다. 다만 경영효율화가 아닌 비용절감이 최우선 목표가 됐을 때는 부작용도 우려된다. 희망퇴직이 대표적이다. 희망퇴직은 인력 감원 방법 중 현재 가장 광범위하게 활용된다. 통상적으로 다수 근로자를 일시에 감축하기 위해 시행하는데 사실상 경영상 해고(정리해고)와 동일하다. 다만 근로기준법 상 경영상 해고의 요건이 까다롭고 노사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많은 기업이 경영상 해고 대신 희망퇴직을 활용하고 있다. 말은 희망퇴직이지만 구체적인 보상 기준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 일부는 별다른 보상 없이 희망퇴직을 추진하고 있다. 말그대로 인원축소로 인한 비용절감이 목표인 셈이다. 보상도 비용발생으로 보고 이마저도 아끼려한다. 최근 다국적제약사 암젠이 ERP 패키지에서 위로금 2억원 이상 지급하기로 한 것과 비교하면 상반된 움직임이다. 영업 비용 통제도 일시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지만 판매 위축을 불러올 수 있다. 일례로 삼성제약은 12년 연속 영업적자 위기다. 올해 판관비를 줄이며 비용통제에 나섰지만 매출이 줄며 영업이익을 내지 못했다. 3분기 누계 영업손실은 100억원을 넘는다. 판관비 절감은 CSO 항목에서 두드러졌다. 실제 회사의 3분기 누계 판관비는 269억원으로 전년동기(320억원)과 견줘 16% 가량 줄었다. 특히 CSO(영업대행)에 건네는 지급수수료는 같은기간 250억원에서 178억원으로 약 29% 감소했다. 다만 지급수수료가 줄며 CSO 활동이 위축되면서 매출도 줄어드는 역효과가 났다. 경영효율화 극대화를 위한 비용 통제는 기업 입장에서 당연하다. 경영효율성이 아닌 비용절감이 최우선 목표가 돼서는 안된다. 앞선 언급한대로 여러 부작용이 우려되고 또 현실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비용절감이 이뤄졌을 때 모두가 웃을 수 있다.2024-11-28 06:00:08이석준 -
[기자의 눈] 바이오기업의 이유있는 '신약개발' 외면[데일리팜=차지현 기자] A사는 최근 IPO를 앞두고 사업 방향성에 큰 변화를 줬다. 인공지능(AI) 기반 자체 신약개발보다 AI 신약개발 플랫폼 사업에 우선순위를 두기로 전략을 변경했다. 신약개발은 리스크가 큰 사업인 만큼 단기적으로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안정적인 사업에 더욱 집중하겠다는 의도다. 올 8월 코스닥에 입성한 B사는 금융당국으로부터 기업설명회(IR)를 할 때 신약개발 사업의 비중은 줄이고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을 중심으로 설명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B사의 주요 사업모델은 ▲첨단바이오의약품 CDMO와 ▲세포유전차 치료제 신약개발이다. 이 가운데 CDMO 사업에 초점을 맞추라는 게 당국의 요청이었다. 국내 기업들이 앞다퉈 신약개발 사업에 뛰어들었던 3~4년 전과 상반된 분위기다. 2010~2021년은 바이오 투자 시장 호황기였다.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신약개발에 대한 관심이 급속도로 증가했다. 신약개발이라는 청사진만 제시해도 투자자가 몰리고 주가가 올랐다. 당시 진단·헬스케어 업체는 물론 바이오 업종과 전혀 상관없는 기업까지 주가를 띄우기 위해 정관상 사업 목적에 신약개발을 추가했다. IPO를 추진 중인 바이오 기업이라면 신약개발을 사업 포트폴리오에 추가하는 게 당연시됐다. 신약개발을 통해 높은 실적 추정치를 제시해야 더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성공 확률이 높지 않은 신약개발을 불필요하게 언급했다가 투자 유치에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파두 사태 이후 금융당국이 예비 상장 기업에 대해 이전보다 엄격한 기준을 요구하는 데 따라 신약사업을 축소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코로나19 시기 과열된 국내 바이오 투자 시장이 정상화되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동안 수많은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블록버스터급 신약을 탄생시킬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을 제시했지만 실제 성과를 낸 곳은 거의 없다. 최근 기업들이 실제 달성 가능한 목표를 내놓음으로써 자정 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국내 바이오 업계에서 '신약개발'이 사라지는 건 경계해야 한다. 올해 기술특례 제도로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제약바이오 기업 총 15곳 중 순수하게 신약개발 사업을 영위하는 곳은 단 1곳에 불과했다. 올해 기술특례 상장 신약개발사 수는 2021년과 비교했을 때 7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신약개발의 의미는 우리나라의 미래 먹거리 그 이상이다. 인간의 생명과 건강을 지킨다는 생명 존중의 가치가 담긴 일이다. 국내 바이오 업계가 시행착오를 겪고 있지만 한 가지 기억해야 할 점은 리스크가 크다는 이유로 신약개발을 멈춰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최근 업계에서 일고 있는 일련의 변화들이 K-바이오가 성숙하기 위한 성장통으로 남길 바란다.2024-11-27 06:15:26차지현 -
[기자의 눈] AI 신약개발, 제약사 참여 동력 필요하다[데일리팜=김진구 기자] 올해 노벨화학상은 데이비드 베이커 미국 워싱턴대 교수,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 존 점퍼 딥마인드 디렉터가 공동 수상했다. 베이커 교수는 단백질 설계 모델을 만든 공로로, 딥마인드 팀은 AI로 수년이 걸리던 단백질 구조 예측을 몇 시간으로 단축시킨 ‘알파폴드’를 개발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이번 노벨화학상 수상으로 AI를 활용한 신약개발은 다시 한 번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동시에 AI 신약개발이 신기루와 같다는 일각의 비판도 잠재웠다. 국내에서도 다양한 AI 신약개발 프로젝트가 가동되고 있다. 대표적인 프로젝트가 ‘K-멜로디(MELLODDY, Machine Learning Ledger Orchestration for Drug Discovery)’ 사업이다. 지난 2020년 암젠을 비롯한 글로벌 10개 제약사와 유럽 주요 대학, 바이오 스타트업이 참가한 멜로디 사업의 한국 버전이다. 이 사업의 핵심은 ‘연합 학습’이다. 연합학습은 개별 제약사·연구기관의 데이터를 한 곳에 모아 AI를 학습시키는 방식이다. 단,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모이는 데이터는 암호화한다. 이를 통해 길고 긴 신약개발 기간을 단축시키는 게 목적이다. 국내에선 대웅제약·동화약품·삼진제약·유한양행·제일약품·한미약품·휴온스·JW중외제약 등 제약사 8곳을 비롯해 서울대병원 등 대학·병원 5곳,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등 연구소 4곳이 참여한다. AI 신약개발 기업으로 심플렉스와 에이페이스도 참여한다. AI 신약개발 분야 전문가들은 AI를 학습시키기 위해 ‘고품질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데이터의 양만으로는 AI를 학습시키는 데 한계가 분명하다. 제약사 혹은 연구기관에서 생산되는 세세한 임상·비임상 데이터가 입력돼야 AI 신약개발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설명이다. 문제는 개별 제약사의 임상·비임상 데이터를 한 곳에 모으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해당 데이터는 각 기업의 자산인 동시에 지적재산권이며, 수많은 연구개발 인력의 노고가 누적된 결과물이다. 연합학습을 위해 강력한 암호화 과정을 거친다고 하지만, 기업 입장에선 핵심 기밀의 외부 유출에 거부감과 불안감이 드는 게 사실이다. 임상 실패 데이터도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은 임상 성공 데이터만큼이나 실패 데이터 확보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오히려 실패 데이터가 AI를 학습시키는 데 더욱 효과적이라는 설명도 있다. 그러나 일선 제약사 입장에선 임상 실패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기록·관리하는 게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다. K-멜로디 사업에 참여하는 제약사들은 이러한 불안감과 번거로움을 감수하고 AI 신약개발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뜻을 모은 셈이다. 박수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더 많은 기업이 참여해야 한다. 그래야 전 세계에서 훨씬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AI를 학습시키는 글로벌제약사들과의 경쟁이 가능하다. 더 많은 국내기업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선 정부 역할이 중요하다. 보건복지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8년까지 K-멜로디 사업에 348억원을 지원키로 했다. 적지 않은 예산인 것은 분명하지만, 더 많은 제약사의 참여를 이끌어내기엔 아쉽다는 평가다. 연합학습 플랫폼 구축뿐 아니라 참여 제약사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 신약개발에 들어가는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비전만으로는 유인 동기가 부족하다. 정부가 더욱 적극적으로 마중물을 부어야 신약개발 AI 모델 개발이라는 결과 달성에 한 발 더 가까워질 것이다.2024-11-26 06:17:31김진구 -
[기자의 눈] 풍족한 신약과 교차투여 숙제[데일리팜=손형민 기자] 신약들이 풍족하게 등장하고 있지만 선택지는 오히려 제한적이다. 교차 투여가 혀용되지 않는 일부 염증성 질환 치료환경의 이야기다. 아토피피부염, 건선, 류마티스관절염, 궤양성대장염, 크론병 등은 대표적인 염증성 질환이다. 이 영역에 생물학적제제를 비롯해 야누스키나제(JAK) 억제제, TYK2 억제제 등 다양한 치료제들이 등장한 상황이다. 특히 최근에는 빔젤릭스, 엡글리스 등 신규 기전을 타깃하는 제제들도 등장했으며, 해외 규제기관의 허가를 받은 글로벌제약사의 신약들도 앞으로 국내 선보이게 될 예정이다. 문제는 질환마다 다른 교차 투여 허용으로 치료제 선택권이 제한됨에 있다. 신약이 늘었음에도 아이러니하게 선택지가 넓어졌다고 이야기하는 의료진은 없다. 아토피의 경우 한 치료제로 시작했을 경우 교차 투여 시 급여가 적용되지 않는다. 생물학적제제와 JAK 억제제 간 교차 투여가 허용되지 않는 국가는 전세계에서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환자에겐 처음 선택한 약제의 부작용이 심하거나 치료 효과가 부족해도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궤양성대장염에서는 JAK 억제제 간 교차 투여가 불가능하다. 국내 보험 기준은 스테로이드나 면역억제제를 사용하고 효과가 없을 때 다른 치료제들을 사용할 수 있게 돼 있다. 이후 생물학적제제나 JAK 억제제들을 사용할 수 있지만 한 치료제를 사용하고 약제를 변경하게 되면 이전 약제를 사용할 수 없다. JAK 억제제의 경우에는 교차 투여가 불가능하다. 치료옵션은 다양하지만, 선택권은 오히려 제한적이다. 건선이나 강직성척추염 등 일부 염증성 질환에는 교차 투여가 허용되지만 다른 질환에서는 사용이 불가한 상황이다. 개발사들은 약제 간 교차 투여 시 효능, 안전성에 대해 다양한 임상 결과와 해외 사례, 리얼월드 데이터를 축적 중인 것을 설명했지만 규제당국에서는 임상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점을 들어 일부 질환에서 교차 투여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환자들은 증상이 좋아지지 않고 있음에도 해당 치료제로 고집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정부 입장에서는 교차 투약을 허용하게 되면 건보재정에 대한 과중한 부담으로 투여 허용을 망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증상이 악화되고 있음에도 이전 치료제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투여 제한’은 오히려 비효율적으로 보인다. 환자에게 남은 옵션은 수술뿐인데 그렇게 되면 장기적으로 더 큰 사회 경제적 비용이 소모될 것으로 보인다. 급여 조건에 있어서도 현장 상황과 동떨어지지 않는 고민 역시 필요해 보인다. 급여 이후에도 환자가 효과적인 신약을 알맞은 가격으로 투여받을 수 있도록 사후조치가 진행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보건당국은 내달 류마티스관절염에서 JAK 억제제 간 교차 투약을 허용하는 개정안 고시를 예고했다. 다른 염증성 질환에서도 조금 더 진전된 논의가 나오길 기대해 본다.2024-11-25 06:11:13손형민 -
[기자의 눈] 약사회 선거 빌공자(空) 공약 아니길[데일리팜=김지은 기자] 대한약사회장, 시도지부장 선거가 중반부에 접어들었다. 앞으로 20일 후면 3년간 회원 약사들의 권익보호에 앞장설 중앙 회장과 16개 시도지부장이 최종 선출된다. 선거전에 불이 붙으면서 경선인 대한약사회장을 비롯해 일부 지부장 선거 후보자들은 오프라인 선거 운동과 더불어 각종 공약이 담긴 언론 보도자료를 통해 온라인 선거전을 치르고 있다. 대한약사회만 해도 이번 선거에서 3명의 후보가 출마했으며, 후보 한명당 하루 평균 2건에서 4건의 보도자료를 언론에 배포하고 있다. 후보 3명이 발송하는 보도자료만 적게는 하루 6건에서 많게는 12건이 넘는다는 것이다. 각 후보 선거캠프가 발송하는 보도자료를 보고 있자면 3년 후 약사사회 미래는 그야말로 장밋빛이다. 수많은 법 개정에서부터 수가 신설, 수십 년 간 풀지 못한 약사사회 난제 해결까지 그야말로 약사들의 구미를 당기는 공약의 향연이다. 문제는 이런 공약이 공약(空約)이 될까 우려된다는 점이다. 매일같이 쏟아지는 후보들의 공약이 만약 허무맹랑한 약속에 불과하다면 언론사로서는 지면 낭비이고, 3만6000여명 약사 유권자들에게는 실망을 넘어 분노를 남길 뿐이다. 어느 순간 약사사회에서 후보의 공약을 비교해 자신의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한다는 문화는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그만큼 선거가 거듭 될 때마다 수많은 후보들이 내건 공허한 약속에 약사들이 지칠 대로 지쳐왔다는 것이다. 후보는 공약을 통해 유권자의 표심을 자극하고, 유권자는 후보의 공약을 믿고 표를 행사한다. 공약은 지키라고 내 건 후보와 유권자들 간 약속이다. 그만큼 각 후보는 공약 발표에 신중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올해 선거에 소중한 한표를 쥐고 있는 3만6641명 약사 유권자들에도 당부하고 싶다. 나의 직능을 위해 3년 간 맞서 싸우고 지켜낼 리더를 뽑는 이 시기를 소중하고 또 중대하게 여기기를 말이다. 공약을 밥 먹듯 어길 후보라면 투표를 통해 심판해야 한다. 3만 약사 유권자는 약사회를, 약사회장을 탓하기 나의 한표가 과연 현명했었는 지부터 따져봐야 한다. 더불어 나의 소중한 한표로 당선된 후보가 선거 당시 내걸었던 공약을 얼마나 이행했는 지도 꼭 따져볼 일이다. 올해 선거 만큼은 후보들이 신중하게 내건 공약들이 잘 지켜져 약사사회 발전에 밑거름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2024-11-21 20:07:12김지은 -
[기자의 눈] 개선·보완 기회 없었다는 닥터나우의 변명[데일리팜=강혜경 기자] 묵은 풍속·관습·조직·방법 따위를 완전히 바꾸어 새롭게 하다는 '혁신'은 우리 삶을 보다 편리하고 윤택하게 한다. 하지만 혁신이라는 이름의 플랫폼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 또한 커지고 있다. 닥터나우, 로톡, 삼쩜삼, 강남언니, 직방 등이 대표적이다. 코로나로 인해 한시적으로 허용된 비대면 진료는 이제는 바쁜 직장인, 육아맘을 타깃으로 '없어서는 안될 앱'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아예 비대면 진료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겠다면서 유명 배우까지 동원해 TV, 버스·지하철 광고까지 시작했다. 비대면 진료가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의료 접근성이 뛰어나다고 해도 늦은 밤이나 주말 시간대 진료를 보지 못하는 경우는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해 봤을 법하다. 문제는 법을 회피하는 방식의 우회적 편법이 끊임없이 생겨나고 있다는 점이다. 비대면 진료를 받고도 열린 약국을 알 수 없어 약을 받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 혹은 처방약이나 대체약이 없어 약을 받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 정공법이 아닌 편법을 동원해 어떻게든 플랫폼을 이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겉으로는 환자들의 조제 불편을 해소해 비대면 진료의 완성도를 높인다는 의중이지만 내면에는 플랫폼과 도매상, 제약회사, 약국을 꽁꽁 묶으려는 속내가 숨어있다. 겉으로는 환자를 위하는 듯 하지만 내면에는 비진약품의 셀트리온 패키지를 구입한 약국에 조제확실을 붙여주고 비대면 처방을 몰아주는 일종의 담합인 셈이다.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닥터나우 방지법은 비대면 진료 현장이 플랫폼사의 사익을 추구하는 무대가 되는 것을 방지한다는 데서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사실상 비대면 진료 플랫폼이 사익을 추구할 수 있는 수단을 조밀하게 묶었기 때문이다. 당사자인 닥터나우는 반발에 나섰다. 닥터나우는 국민 누구나 비대면 진료를 받고 처방 약을 수령할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이자, 환자가 진료부터 약 수령까지 비대면으로 이뤄지는 모든 과정에서 완성된 의료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역량을 집중할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지속적인 보완과 우려점에 대한 수용 의지를 표했으나, 개선과 보완의 기회 없이 닥터나우 방지법이 발의돼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불공정 거래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정책 당국의 판단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려를 해소하고자 적극 소통했으나 개선과 보완의 기회가 전무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정말 그럴까? 닥터나우가 서비스를 선보인 이후 비대면 진료 관련 제도와 세부안 등에 따라 일부 개선과 보완이 이뤄진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제도가 만들어질 때마다 이를 우회하는 방식을 선보였다는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는 부분이다. 비만치료제 위고비를 처방하는 병의원에 대해 가이드 준수를 요청했다고 하지만, 비대면 진료로 손쉽게 위고비 처방을 받을 수 있도록 홍보하는가 하면 유상제공 블로그 관리에 열을 올린 것도 사실이다. 위고비 21초 처방은 비대면 진료의 맹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단면인 셈이다. 자칫 본인에게 필요한 약을 본인 스스로 처방하는 의료쇼핑이 불가능하리라는 법도 없어 보인다. 닥터나우 등이 회원사로 속해 있는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성명에서 밝힌 것처럼 비대면 진료 플랫폼은 국민 건강과 의약품 접근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국민 건강과 의약품 접근성을 굳이 따지자면, 전자에 방점이 찍혀야 한다. 비대면 진료 자체는 혁신일 수 있다. 하지만 증상을 몇 줄 입력하고, 고작 30초 안팎의 짧은 음성 전화로 처방을 하고, 조제확실이 붙은 약국에 처방전을 보내 약을 찾는 일은 혁신이라고 말하기 매우 어렵다. 새롭고 낯설다는 이유로 새로운 혁신을 악으로 간주하고 기득권을 보호하는 방식은 중단돼야 하지만, 모든 새롭고 낯선 것들이 혁신이 될 수 없다는 것 역시 인정해야 한다. 무엇보다 건강과 직결되는 의료는 돈벌이의 수단이 되어서는 안된다. 정부가 상급종합병원에 대한 체질 개선에 돌입한 것처럼, 비대면 진료 의료기관에 대한 최소한의 캡, 혹은 관리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이제라도 정부 조차 손놓은 비대면 진료에 대한 가이드가 법제화되길 기대해 본다.2024-11-20 15:41:17강혜경 -
[기자의 눈] 설익은 맞춤건기식, 국민 눈높이 못 맞춰[데일리팜=정흥준 기자] 개인 맞춤 건강기능식품 시장이 용두사미가 될 위기에 빠졌다. 지난 2020년 시범사업 시작 이후 4년이라는 시간이 짧았던 걸까. 제도화로 차별화된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는 당초 기대와 달리 각종 기형적인 영업들만 우려되는 상황이다. 내년 1월부터는 식약처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 시행령 및 시행규칙 일부개정령’ 시행에 따라 자격을 갖춘 자라면 누구라도 소분 건기식 사업에 뛰어들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던 관계자들은 정부 개정안을 확인하고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무엇보다 국민들의 눈높이를 충족시키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지배적이다. 각종 부작용이 새로운 시장에 대한 신뢰도를 갉아먹을 것이라는 우려가 앞서고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영양사 등 상담을 해줄 ‘맞춤형건기식관리사’ 1인만 고용한다면 집에서도 판매가 가능해진다. 상담은 채팅과 통화 등으로 가능하고, 재고 확보 없이도 소분 제조업체에 위탁만 하면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 이를 기회로 포착한 소형 업체들이 범람할 것이고, 개인맞춤이라는 이름으로 각종 영양제 혼합 추천들이 남발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구독 서비스를 늘려가기 위해 SNS로 소분 건기식 마케팅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나고, 때로는 아슬아슬 선을 넘는 광고들도 논란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완제품 건기식도 당뇨약을 대체할 수 있다는 터무니없는 광고가 남용되는데, 마치 약 봉투에 담긴 듯한 건기식들은 앞으로 위태로운 광고를 이어가지 않을까. 정부가 과연 이걸 통제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식약처가 질적 성장이 아니라 양적 팽창만을 목표로 한 것이라면 그 성과는 달성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셀프메디케이션 시대의 건기식 오남용을 막고, 개인에게 딱 맞는 영양제로 국민들이 건강관리를 하라는 취지였다면 지금의 개정안은 고칠 점으로 가득하다. 지금의 계획대로라면 건기식 소분 위탁사업을 하는 업체들만 덕을 보게 될 것으로 보인다. 건기식을 소분혼합 제조할 수 있는 시설이 없는 곳들은 모두 위탁업체들과 계약을 맺어야 하기 때문이다. 4년 동안 묵혀놨던 소분건기식 시장의 뚜껑을 열어보니 아직 무르익지 않은 계획이 담겨있다. 식약처는 입법예고 기간인 오는 25일까지 의견을 받고 있다. 국민들에게 내놓기 전 손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새로움의 탈을 쓴 건기식 시장의 팽창만을 고려한 것이 아니라면 지적받는 우려점들을 다시 한 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2024-11-19 17:01:04정흥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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