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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선] 이 시대 제약홍보에 대한 단상장군을 일컫는 칭호에는 용맹무쌍한 맹장(猛將), 전술과 지략에 능통한 지장(智將)과 덕장(德將) 그리고 하늘이 내린 백전백승의 복장(福將)을 들 수 있다. 그런데 손자병법 군형편에서 말하는 최고의 지휘관은 '무지명(無智名) 무용공(無勇功)'이라고 표현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는 소리 소문 없이 아무도 모르게 승리를 이끌어 이름을 널리 떨치지 않는 경지를 말함이다. 다시 말해 전쟁과 난세가 영웅을 만드는 법인데, 무지명 무용공의 장군은 치열한 전투와 싸움이 벌어지기 전에 조용히 사태를 마무리한다. 웬만한 원력과 내공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기에 더욱 빛을 발한다. 제약바이오산업계에는 대략 200여명의 인하우스 홍보인이 활동하고 있다. 모두들 나름의 경력과 노하우 그리고 철학과 이념으로 자신이 속한 기업 홍보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업무 특성상 홍보팀은 기자 등 대외협력 활동에 많은 공력을 투입하고 있는데, 역할론 측면에서 보면 병법서에서 말하는 무지명 무용공과 닮은 면이 많다. 진실과 사실보도를 차단하거나 가리는 것이 아니라 네거티브 탐사보도 기사가 발행되기 전에 취재기자와 충분한 사전교감과 이해작업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바꾸어 말하면 리스크관리에 정통해야 한다는 뜻이다. 무지명 무용공을 현대적 전문용어로 표현하면 CPR과 MPR로 대별되는데, 전자는 기업 위기관리와 오너리스크 관리로 후자는 제품 브랜딩과 간접적 마케팅 지원으로 세분화할 수 있다. 언론이 아닌 기업 입장에서 리스크를 유발할 수 있는 폭로기사는 사전에 차단하는 게 원칙이다. 사안의 파급력에 따라 오너가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거나 제품 매출과 기업 이미지 형성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홍보성 보도자료가 100개 매체에 반영되는 것보다 1번의 리스크 관리 성공이 더욱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홍보업무는 사람과의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감정노동 분야 중 하나다. 그만큼 중압감과 스트레스 강도가 높다. 그렇지만 업무 특성상 영업·마케팅·연구개발과 달리 매출과 연결된 성과지표(KPI)를 만들어 내기란 쉽지 않다. 때문에 홍보 업무의 중요성을 이해 못하는 비전문가가 봤을 때 '돈만 쓰는 팀' '놀고 먹는 팀'으로 오해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무형의 업무인 커뮤니케이션을 즉각적인 실물경제로 환산할 수 있는 영업을 포함한 기타 부서와 비교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지만 오너를 비롯한 협력부서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지 못하는 점은 아쉬움이 따른다. 제약바이오기업에 몸담고 있는 많은 홍보인들의 사기와 능률을 저하시키는 경우 중 하나는 바로 인정받지 못할 때다. "홍보실은 도대체 뭐하고 있는데?" "기자들 만나서 돈만 쓰지 왜 안티기사가 나오는데?" "이슈도 없는데 왜 자꾸 기자들 만나고 다니는데?" 등등의 말을 들을 때면 자괴감에 빠질 때가 많다고 한다. 심지어 500억대 제약기업의 한 오너는 사석에서 이런 말을 한 경우도 있다. "홍보팀 있어도 기사로 얻어맞고, 없어도 얻어맞는 건 마찬가지다. 그래서 나는 홍보팀의 존재가치를 느끼지 못한다"라고. 언뜻 보면 일면 맞는 말이다. 그렇지만 이는 홍보의 특수성을 정확히 간파하지 못한 무지에서 나온 해석이다. 홍보실의 업무는 크게 대외홍보와 사내홍보로 나눌 수 있다. 대외는 기자관리와 보도자료 작성·배포, 사회공헌활동, CF 제작 등을 들 수 있다. 사내홍보는 최고경영자와 임직원 간 커뮤니케이션, 사보제작과 웹진 관리 등이 있다. 이는 기업과 제품의 브랜딩 이미지와 직결돼 있다. 현대사회에서 이미지 메이킹은 소비자로 하여금 제품 구매 욕구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미친다. 브랜딩 전략의 실패는 곧 불매운동으로 확산돼 도산 위기까지 내몰릴 수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홍보팀이 없다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을 수 없는 상황까지 번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역할론 못지않게 자질론 즉 홍보인이 갖춰야할 덕목도 중요하다. 가장 기본이 되는 점은 소통능력을 들 수 있다. 사안과 제품, 기업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과 정보를 기반으로 한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유머러스하지만 가볍지 않고, 진중하고 무게감이 있지만 지루하지 않은 고도의 숙련된 언변도 요구된다. 사태에 직면해 조급해 하지 않고, 여유와 기다림의 미학을 창출하는 심리게임에도 능통해야 올곧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정갈한 복장과 글쓰기 능력은 기본 중에 기본으로 평가된다. 큰 입을 가지기 보다는 큰 귀를 가져야 한다. 이는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되 확인되지 않은 소문의 확산 경계와 비밀유지의 원칙을 초계와 같이 지켜야 함을 뜻한다.2019-05-10 12:19:10노병철 -
[데스크시선] 이번에는 달라질(?) 수가협상바야흐로 봄이다. 올해도 계절처럼 어김없이 수가협상이 돌아왔다. 새 정부 출범 후 건강보험의 혁신적인 보장성강화 정책과 함께 행위료에 대한 적정보상 기조는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 정부의 이런 정책 경향과 흐름에 공급자를 대표하는 의약단체들은 또 다시 기대를 품고 있을 것이다. 수가협상과 합의, 계약을 관통하는 일련의 과정을 살펴보면 어김 없이 희망과 기대, 좌절과 원망, 반박과 재반박이 돌림노래처럼 이어진다. 이번 협상에서도 재정 적자를 관리하기 위한 공단과 적정 보상을 외치는 의약단체들 사이에서 똑같은 장면이 필연적으로 연출되리라 전망된다. 아젠다는 잠시 접고 수가협상의 뒷얘기를 해보려 한다. 수가협상을 10년에 걸쳐 지켜본 기자의 경우, 최근 몇년 새 격세지감을 느낀다.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공급자 뿐만 아니라 가입자조차 '깜깜이 협상'을 당연하게 여겼다. 재정운영위원회 위원인 한 시민사회단체가 회의 내용을 비판하기라도 하면 여지없이 차기 위원회 명단에서 배제되는 일이 공공연하게 이뤄지던 시절이다. 건보공단은 협상단 일정조차 마치 일급비밀인양 숨기기에 급급했고, 의약단체는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호도하면서 의약사 회원들의 환심을 구하기 바빴다. 수가자율계약제도가 시행된 지 20년이 다 돼가도록 제대로된 원칙이나 매뉴얼도 없이 어설픈 관성에 따라 '수' 싸움에만 힘을 쏟았다. 보험자는 최후 보루인 추가재정소요분(벤딩, bending) 정보를 사수하며 상대의 패를 살폈고, 처방권을 쥔 공급자, 그 사이에 전략을 짜는 공급자들 간 눈칫밥만 늘었다. 단체 협상에서 유형별 협상으로 전환된 이후 소위 말하는 '제로섬 게임'이 심화한 데 따른 폐해다. 협상이 끝나고 나면 어떤가. 보험자는 노련한 협상 경험자의 노하우 전수, 교육 기회나 여유를 주지 않고 원칙만 내세워 인사이동 하기 바빴고, 공급자들은 성과를 한껏 부풀려 암은 감추고 명만 드러내는 데 온 힘을 쏟았다. 보험자와 공급자의 어처구니 없는 협상 후일담, 또는 무용담을 듣고 절로 혀를 찼던 기억이 선명하다. 현재 건보공단이 제도발전협의체를 꾸리고 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한편, 공급자 측에서도 소모적이고 무의미한 협상 지연 전략을 청산한 것만 보더라도 수가협상은 한층 성숙해진 것만은 분명하다. 여기에 더 나아가 공단은 날을 세워 이어가는 소모적인 협상 관행을 없애기 위해 이달 중 열릴 재정운영위원회 소위원회에 벤딩 조기 공개 논의를 요청하겠다고 했다. 이는 공급자 측의 요구를 어느 정도 수렴한 결과다. 사실상 공단의 유일한 패라고 볼 수 있는 벤딩 정보를 공개한다는 것은 단순히 소모적인 협상 관행을 철폐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협상에서 논의되는 소위 의미 없는 '밀고 당기기'보다 그 밖의 다른 협력 논의가 이뤄질 수 있는, 수가 결정 이상의 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12년에 걸친 유형별 수가협상을 통해 우리는 보험자와 공급자 간 소모적인 수싸움과 의미 없는 논박을 무수히 지켜봤다. 그 사이 나라는 보건복지 선진국을 향해 도약하고 근거 중심의 제도를 확립하는 등 많은 변화가 이뤄졌다. 협상 결과를 논외로 치더라도, 적어도 그 과정만큼은 시대의 수준에 맞게 성숙하고 합리적인, 조금 더 욕심을 내어 질적인 개혁이 이뤄지는 '진짜 협상'을 기대해 본다. NEWSAD2019-05-07 19:22:50김정주 -
[데스크시선] 김승호 회장의 넘어지지 않는 자전거창립 62돌을 맞은 보령제약이 지난달 충남 예산에 국내 최대 규모의 스마트공장을 완공하고 글로벌 제약기업으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예산 신공장은 2017년 3월 착공해 2년 여만에 완공됐다. 14만5097㎡ 부지에 2100억원을 투자해 건립됐으며, 향후 보령제약 생산개발 클러스터 전진기지로의 성장이 기대된다. 예산 스마트공장의 탄생은 글로벌 NO.1 기업을 염원하는 김승호 보령제약 회장의 꿈과 희망의 집약체로 평가된다. 올해 미수(米壽, 88세)를 바라보는 김 회장의 열정과 노력은 제약바이오업계 선후배들에게 많은 귀감과 영감을 주고 있다. 외형 5000억원 보령제약의 전신은 종로5가 보령약국에서 시작됐다. 3남 1녀 중 차남인 김 회장이 제약업에 눈을 뜬 계기는 친형이 운영하는 대창약방에서 소일 거들었던 인연에서 시작됐다. 1957년 군생활을 마친 김 회장은 봄부터 가을까지 자신의 꿈을 펼칠 공간을 찾아다녔고, 돈암동 신혼집을 처분해 300환을 마련해 당시 3평 규모의 보령약국을 창업했다. 보령은 김 회장의 고향을 뜻하기도 하지만 '보령(保寧): 평안함을 지키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보령약국과 보령약품으로 이어진 성공가도는 또다른 혁신을 예고했다. '평안함을 지키겠다'는 창립이념은 '더 저렴한 가격에 더 효과 좋은 약품을 공급하겠다'는 의지로 이어졌고, 이는 다시 '스스로 약을 만들자'는 제약의 꿈으로 발전했다. 자본금 50만원으로 창립된 보령약품주식회사는 1963년 11월 동영제약을 인수함으로써 제약기업으로의 기틀을 닦았다. 지금의 보령제약을 있게 한 일등공신 품목은 용각산이다. 김 회장은 한약재를 신뢰하는 국내 분위기와 안정적으로 원료를 공급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생약제제를 이용한 선진 제약기술 도입 방안을 모색했고, 그때 눈에 들어 온 약이 바로 용각산이다. 이 제품은 일본 류카쿠산사가 개발한 150년 전통을 가진 약으로 일제강점기 국내에 들어와 널리 알려졌다. 용각산을 라이선스 인 하기 위해 일본과의 기술제휴를 제안했지만 쉬운 일이 아니었다. 류카쿠산사가 변변한 생산 공장 하나 없는 보령제약에 기술을 이전할 이유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끈질긴 의지로 1년여 동안 설득한 끝에 마침내 1966년 12월 기술제휴 계약을 체결했다. 이와 함께 1967년 성수동 공장을 완공하면서 용각산 제조를 시작했다. 그렇게 첫 출시한 용각산은 총 5만갑. 1967년 6월 26일, 보령제약그룹 60년 역사의 발판이 된 용각산은 난산 끝에 국민 일반의약품으로 자리메김하게 됐다. 용각산이 보령의 초석을 다졌다면 겔포스는 골격을 완성시킨 제품으로 평가된다. 1975년 출시된 겔포스는 액체 위장약이라는 생소한 제품으로 처음 등장해 현재까지 국민 위장약으로 널리 사랑받고 있다. 겔포스가 출시되기 전까지는 암포젤이라는 병에 든 제산제가 있었는데 이 제품은 병뚜껑을 여닫다 보니 세균이 침투할 가능성이 높았고, 부피도 커서 휴대하기에 불편했다. 이런 단점을 보완해서 겔포스는 포로 출시됐다. 일회용 정량을 포장해서 휴대가 간편했고, 제때 복용하기도 수월했다. 겔포스가 가장 먼저 진출한 국가는 대만으로 1980년 첫 수출 이후 대만 제산제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다. 대만에 이어 진출한 곳은 10억 인구의 거대 시장 중국이다. 1992년 국내 완제의약품 중 최초로 포스겔이라는 이름으로 중국에 론칭됐다. 2004년 100억원의 현지 매출을 기록한 이후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이뤄 현재 500억원 상당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제2의 창업을 이끌고 있는 국산 신약 고혈압치료제 카나브도 보령제약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제품이다. 1992년 개발을 시작해 18년 간 연구 끝에 2010년 탄생한 카나브는 글로벌 신약이라는 목표에 성큼 다가서고 있다. 2016년 기준 국내 신약 중 최고 누적 매출인 1000억원을 돌파했다. 카나브는 2011년 멕시코를 포함한 중남미 13개국과의 첫 라이센스 아웃계약을 체결했다. 2014년 중국, 2015년 동남아 13개국 등에 기술수출 계약을 맺음과 동시에 독일 AET사와 손잡고 유럽 진출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2017년에는 아프리카 10개국을 포함해 글로벌 51개 국가에 카나브를 론칭했다. 지금까지 총수출 규모는 4200억원에 이른다. 카나브는 이 기세를 몰아 선진 의약품 시장인 미국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창업 이후 보령제약은 크고 작은 위기도 많았다. 1977년 여름 집중호우로 안양천이 범람해 흙탕물이 보령제약 공장으로 쏟아져 들어오면서 공장은 올스톱됐다. 겔포스 라인을 비롯해 고가의 최신 설비, 완제/원료의약품 모두가 흙탕물에 잠겼다. 천상 업을 포기해야하는 절체절명의 순간, 회사를 구한 것은 직원들이었다. 새벽부터 자정까지 누구라 할 것 없이 모든 직원들은 수해복구에 땀방울을 흘렸고, 기적을 만들어 냈다. 피해조사단은 복구기간이 최소 1년은 걸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3개월 만에 공장을 정상 가동시켰다. 그때 김 회장은 결심했다. 사람만이 희망이고, 이 빚을 갚기 위해 여생을 헌신하겠노라고. 그리고 결코 혼자 빨리 가지 않고 이 세상 사람들과 함께 멀리 가기로. 최고가 아니면 만들지 않겠다는 김 회장의 신념과 의지는 다양한 의약품 개발에 큰 족적을 남겼다. 세계 최초 천연 인슐린 양산 기술 개발, 국내 최초 원료 개발 독소루비신, 국내 최초 먹는 장티푸스 백신 지로티브 출시, 국내 최초 2세대 유전자 재조합B형 간염 백신 헵티스-비 발매, 복막투석 의약품 페리플러스 국산화 성공 등이 그것이다. 어느 기업이든 설립정신이 있다. 그 철학/사상은 직원이 아닌 창업자의 이념에서 비롯된다. 누군가 김승호 회장에게 물었다. 회사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의 근간은 무엇이냐고. "자전거가 멈추지 않고, 계속 달리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페달을 밟아야 합니다. 그것이 넘어지지 않는 자전거의 비밀입니다." 미수의 나이에 접어든 관록의 사업가 김 회장. 하지만 62년 전 홍안의 청년 실업가 김승호의 도전과 꿈을 향한 자전거는 오늘도 달린다.2019-05-03 06:11:13노병철 -
[데스크 시선] 정부, '제네릭 대책' 발표만 하면 끝인가정부 제네릭 약가 개편방안이 발표된지 한달 지났다. 당초 개편안 발표 직후 제약사들은 제네릭 약가인하에 따른 손실 파악에 분주하는 모습이었다. 최근에는 약가인하 모면을 위한 생동성시험을 검토하면서 혼선이 가중되는 분위기다. 지난달 27일 보건복지부가 내놓은 제네릭 약가 개편안은 생동성시험 직접 수행과 원료의약품 등록(DMF)을 모두 충족해야만 현행 53.55% 상한가를 유지하는 내용이다. 1가지 요건이 충족되지 않을 때마다 상한가는 15%씩 내려간다. 기등재 제네릭의 약가인하는 관련 규정 개정 이후 3년 뒤에 시행된다. 제약사들은 위탁 제네릭에 대해 매출 규모가 큰 제네릭을 중심으로 약가인하를 모면하기 위한 생동성시험을 준비 중인데, 수탁 기관과 의료기관이 턱없이 부족할 것으로 우려한다. 제약사들은 생동성시험을 수행할 수탁기관과 의료기관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정부는 문제가 없을 것이란 입장만 고수한다. 복지부 측은 제도 개편안 발표 때부터 최근 데일리팜이 개최한 미래포럼에서도 “임상시험 기관 중 일부도 생동성시험 시행에 가담하면 생동시험 수행기관이 부족하지 않을 것”이라며 생동기관 부족 우려를 일축했다. 하지만 이러한 시각은 제약사들의 눈높이와 온도 차가 느껴진다. 정부 시각대로 제약사의 생동성시험 스케줄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지만 적어도 제약사들의 생동성시험 시도 건수와 소화가능한 임상기관 파악은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동성시험 승인현황을 보면 피험자의 채혈이 진행되는 의료기관은 특정 기관 편중 현상이 두드러졌다.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승인받은 생동성시험계획은 총 178건이다. 이중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이 116건을 담당했다. 베스티안 병원은 49건이다. 2개 의료기관에서 전체 생동성시험 90% 이상을 담당한 셈이다. 반대로 최근 생동성시험을 경험한 의료기관은 많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제약사들은 회사 수익과 직결된만큼 과거 생동성시험을 많이 수행한 기관을 선호할 수 밖에 없다. 기존에 생동성시험을 진행하지 않은 임상기관이 생동성시험에 뛰어들더라도 제약사가 신뢰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지난 몇 년간 생동성시험을 한 번도 수행하지 않은 임상기관이 제약사들의 수요가 폭증했다고 생동성시험에 가담할지도 미지수다. 대형병원의 경우 이미 임상시험에 집중하고 있어 생동성시험을 새롭게 진행할지 알 수 없는 실정이다.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의 경우 최근 생동성시험 소화 건수를 늘리기 위해 시험실을 증설키로 결정했다. 제약사들의 생동시험일정 선점을 방지하고 실제 시험이 필요한 제약사 및 관련 CRO들이 시험 진행을 못하는 피해를 줄이기 위해 생동시험 예약 가이드라인도 제시했다. 이미 현장에서는 제약사들의 생동성시험 진행 가능 여부에 대한 문의가 폭증하면서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방증이다. 제약사들이 단지 “임상기관이 충분하다”라는 수치만 제시하는 정부에 큰 불만을 제기하는 배경이다. 사실 정부 승인을 받고 잘 팔고 있는 제품을 약가를 이유로 생동성시험을 다시 진행하는 것 자체가 이상한 현상이다. 상당수 업체들은 판매 중인 제네릭의 생동성시험을 진행했는데 동등 판정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할까 걱정하는 눈치다. 제약사들은 허가받은지 오래된 제네릭의 경우 제조환경 변화 등의 요인으로 동등성을 장담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더욱이 오리지널 의약품도 제조시기나 공장 환경에 따라 약물의 특성이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생동성시험 결과 비동등 결과가 나오게 되면 판매 중인 제품의 신뢰도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점이 더욱 큰 고민이다. 오리지널 의약품과 동등성을 인정받지 못한 제품을 팔아왔다는 눈초리를 받게 된다. 해당 제품을 승인한 식품의약품안전처도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미 정부 정책 방향이 정해졌다면 이제와서 재고를 요구하는 것은 쉽지 않다. 다만 현장에서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면밀히 들어볼 필요는 있지 않을까. 비단 복지부에만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식약처도 머리를 맞대야 한다. 서류에 집계되는 수치와 현장에서 돌아가는 상황은 다를 수 있다.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한채 서류만 보고 상황을 예측하는 것을 흔히 탁상행정 또는 책상머리행정이라고 부른다.2019-04-29 06:15:51천승현 -
[데스크시선] 고삐 풀린 기술특례 상장제도바야흐로 바이오제약 전성시대다. 증권가에서는 우리나라 의약품시장의 깊은 근간을 이뤄왔던 전통 케미칼 의약품이 퇴물로 취급 받는 일도 왕왕 발생할 정도다. 반면 단발성 호재에 힘입은 몇몇 바이오제약주는 실적 펀더멘털과 무관하게 수직상승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기전과 임상은 모두 배제된 체, 묻지마 투자 경향이 팽배하게 자리잡고 있다. 관련주식의 롤러코스터 장세와 임기응변식 주가 대응 방식은 시세차익을 노리고 접근하는 일부 기관투자자와 큰손들의 놀이터가 된지 오래다.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됐을까. 근본 원인은 코스닥 상장 요건 완화에서 찾아 볼 수 있다. 바로 기술특례 상장제도를 말함인데, 이 제도는 기술력이 우수한 기업에 대해 외부 검증기관을 통해 심사한 뒤 수익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상장 기회를 주는 제도로 2005년 도입됐다. 기술특례로 상장하려면 거래소가 지정한 기술보증기금/나이스평가정보/한국기업데이터 등 전문평가기관 두 곳에 평가를 신청해 모두 BBB등급 이상을 받아야 하고, 이 중 적어도 한 곳에서는 A등급 이상을 받아야 한다. 이후 상장심의위원회를 통과하면 코스닥시장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 주로 연구개발에 투자를 많이 하는 바이오·헬스케어 업체 또는 IT기업 등이 대상이다. 일반적인 코스닥 상장 조건은 법인설립 3년 이상 유지/자기자본 30억원 이상 이지만 기술특례 상장은 설립기간 제한없이, 자기자본 10억원만 있으면 된다. 당기순이익 20억원, 자기자본이익률 10%, 매출 100억원 및 시가총액 300억원, 매출 50억원 및 매출증가율 20% 중 한 가지를 충족해야 하는 코스닥 시장 신규 상장 기업의 수익성 기준도 적용받지 않는 특혜가 있다. 다시 말해 기술력 또는 개발 물질의 가치 평가만 인정받으면 땅 짚고 헤엄치기로 상장이라는 별을 딸 수 있다. 지금까지 이 제도를 활용해 코스닥에 입성한 바이오/헬스케어기업은 51개 정도로 파악된다. '상장=돈벼락'이라는 등식과 함께 이른바 돈 냄새를 맡은 일부 벤처캐피탈의 바이오제약 사냥도 횡횡하다. 투자한 기업이 상장할 경우, 투자자는 원금의 수십에서 수백 배에 이르는 이익을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0년 벤처캐피탈의 바이오제약 투자 규모는 840억원에서 지난해 7016억원으로 7배 가량 증가했다. 바이오벤처 창업도 꾸준히 증가 추세다. 연도별 바이오벤처 창업 수를 살펴보면, 2000년-291개, 2005년-140개, 2010년-479개, 2017년-306개로 현재 약 1830개 업체가 활동 중이다. 매출액 대비 순이익률은 지난 10년 새 0.4%에서 1.7%로 소폭 오름세를 기록하고 있지만 여전히 내실 경영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극히 제한적인 사례지만 이처럼 손쉬운 코스닥 상장은 경영진의 모럴 헤저드(도덕적 헤이)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최소 수천억원에서 최대 수조원에 이르는 주식가치에 따른 부정적 반대급부 행위도 도마에 오른다. A사는 창업이래 실적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지만 이 회사의 최고경영자는 해외 출장 시, 비지니스석 이용은 물론 최고급 외제 승용차와 팬트하우스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B사 임원은 수백억대 거액의 차익 실현 후 회사를 떠나는 일도 있었다. 몇몇 기업은 아예 임상을 조작하거나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어 주식시장을 교란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엔브렐/레미케이트/허셉틴 등 통상적 개념인 바이오의약품이 아닌 케미칼 제네릭을 개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바이오라는 가짜 탈을 쓰고 있는 곳도 있다. 누군가 대한민국 제약바이오산업의 미래를 묻는다면 자신있게 'We Can Do It!'이라고 말할 수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나라 바이오텍의 메카로 불리는 판교바이오밸리에서 불철주야 R&D에 매진하는 연구자들의 숭고한 노력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리고 많은 바이오제약사들의 국위선양에 머리숙여 감사를 전한다. 다만 건실한 기업의 탄생과 올곧은 투자문화 정립을 위해서는 대수술이 불가피하다. 검증되지 않은 물질과 누구나 손쉽게 개발할 수 있는 일반적 의약품을 미래 신성장 동력이라는 미명 아래 지금처럼 증권시장 진입장벽을 낮추는 것은 바이오 버블을 조장하는 것과 다름없다. 진정한 신약 후보 물질은 시장이 먼저 알아본다. 이는 빅파마들의 바이오텍 인수합병 사례와 다양한 라이선스 계약 선례가 방증하고 있다. 제약강국의 첩경은 느슨한 기업 상장 특례가 아닌 현실성 있는 지원 제도와 정책에 있음을 뼈저리게 느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제약바이오산업 발전을 위한 대규모 투자기금 조성이 급선무다. 항암신약개발사업단과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 등이 그 좋은 예지만 지금의 예산보다 2~3배 이상 증액이 필요한 실정이다. 정부는 상장 후 연구개발 투자금 확보라는 지금의 잘못된 인식을 서서히 계도해 나가야 한다. 아울러 실적 없는 기 상장 바이오제약에 대한 옥석가리기 즉 과감한 퇴출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물질 개발은 명목이고, 오직 돈방석만 바라고 상장을 준비하는 가짜 바이오제약에 대한 기술특례 상장제도는 이제 과감히 철폐할 때다.2019-04-19 06:25:16노병철 -
[데스크 시선] 아산병원 문전약국 조사와 공권력하루 외래환자 1만 2000명의 서울아산병원. 키오스크에 등록된 약국만 20여곳이나 될 정도로 서울의 대표적인 약국 밀집지역이다. 상황이 이러니 아산병원 문전약국에서는 크고 작은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승합차를 이용한 약국간 호객행위 경쟁은 일간지 단골 보도내용이 됐고 면대약국 수사는 말할 것도 없다. 여기에 마약류 처방조제와 관련해 경찰과 보건소가 아산병원 문전약국 14곳을 기습 조사한 사건도 발생했다. 약국 14곳을 조사한 만큼 특정약국에 대한 인지조사는 아니라는 이야기다. 그러나 위법여부를 떠나 강압적인 수사가 진행됐다는 약사들의 볼멘소리가 터져나왔다. 영장도 없이 무려 조사가 진행된 1시간여 동안 범죄자 취급을 당했다는 것이다. 약국들의 위법여부를 따져봐야 겠지만 조사과정에서 있었던 강압수사 논란은 쉽게 가라않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한약사회 등 약사단체들은 송파지역 국회의원에게 해당 조사의 문제점을 지적했고 구청이나 보건소에 항의 메시지를 보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찰의 과잉수사인지 아니면 불법사례를 인지하고 확인을 한 것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약사단체에서는 마약류 처방조제와 연관된 사건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의 푸로포폴 투약사건, 연예인들의 마약 사건이 잇달아 터지면서 경찰도 약국의 마약류 사건에 더 큰심을 가지면서 과잉수사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예상도 이래서 나온다. 일각에서는 약국직원의 제보로 시작된 수사라 실제 약국들의 불법행위를 인지하고 전체 약국으로 조사를 확대했을 가능성도 크다는 분석이다. 보건소 관계자는 "실제 약사들이 예상하는 것 보다 더 심각한 사건"이라는 언급도 곱씰어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 대한 경찰, 보건소 조사는 문제가 많았다. 갑자기 들어닥쳐 1시간 동안 약국장과 직원을 압박하고, 환자들을 어리둥절하게 기다려야 했기 때문이다. 경찰과 보건소가 이렇게 무리하게 조사를 해야할 사안이었는지에 대한 논란을 종식시키려면, 사건개요 등을 공개하고 왜 긴급조사를 진행했는지 밝혀야 한다. 그래서 불필요한 논쟁도 없을 것이다.2019-04-14 21:17:43강신국 -
[데스크시선] 약가협상 면제에 대한 재사(再思)지난 3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대면 심의에서 약가협상 생략으로 급여목록 등재에 오를 예정이었던 약제 3개가 '조건부 급여' 판정이 나왔다. 예상 밖의 일이었다. 협상 면제 트랙을 밟은 약제 중 막판 고시개정 확정 발표를 앞두고 등재 일정이 건정심에 의해 일시적으로 틀어진 첫 사례여서 관련 업계의 당혹감은 더했다. 이번 판정은 약가협상 면제 트랙에 대한 가치를 다시 돌아보게 해준다. 이 트랙은 제약기업이 해당 약제 가격을 대체약제 가중평균가 이하로 낮춘 수준을 수용하면, 정부가 건보공단과의 약가협상을 면제해주는 제도다. 업체는 빠른 시장진입을, 보험자는 추가 소요재정 절감을, 정부와 환자는 빠른 접근성을 꾀할 수 있는 '윈-윈' 기전이다. 우리나라는 재정 보호를 위해 가격 위주의 급여화 정책을 오랫동안 유지해오고 있다. 약제 포지티브리스트 제도 도입 이후 모든 신약은 급여 등재를 위해 보험자와 가격 협상을 거쳐야만 한다. 이후 가격은 모든 이해관계자가 주목하는 주요 등재 이슈로 여겨지고 있다. 때문에 협상 면제의 핵심은 보험자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가격, 즉 대체약제 가중평균가가 기준이 된다. 이 트랙이 보편화 되면서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으로 등재되는 부분에 관심도는 다른 트랙에 비해 떨어진 게 사실이다. 신약임에도 대체약제 수준 또는 그 이하로 등재되기 때문에 건정심에서도 서면 심의로 갈음해왔다. 가격을 낮추고 도전하니 단 한 번도 급여 문턱에서 가로막힌 적 없었고, 3자 모두 등재와 그 이후를 예측할 수 있었다. 혹자는 이를 두고 극과 극인 이해관계자들의 양보와 협력으로 빛을 발하는 제도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이번 건정심 대면 심의에서 요구한 것은 간명하다. 약제급여목록에 등재하려면 환자안전과 관련한 부속합의서와 예상사용량 협상 결과까지 모두 심의 전 완료해야 한다는 거다. 가격 위주의 정책으로 무게가 쏠려 있던 기존 협상 면제 패턴이 이제는 환자 안전 즉, 안정적인 공급 등에도 안배가 이뤄지는 것이다. 환자들은 접근성에 일부 제약을 받더라도 국가를 통해 안정적인 공급을 확약 받을 수 있다는 의미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점은 정부와 건정심 모두 미숙했다는 점이다. 심의 테이블에 올랐던 3개 약제(아고틴·파슬로덱스·알룬브릭)에 닥친 급여 일정 불확실성(혹은 가능성)이 사전 예고되지 않아 공급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사실 이 부분은 정부와 보험자가 제도 사장을 막기 위한 조치를 하지 않는다면 다음 후발 약제들에게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간 예측가능성으로 3자가 만족했던 협상 면제 트랙의 큰 장점이 일정 부분 반감될 수 있다는 의미다. 정부는 갑작스러운 건정심 결정으로 비롯된 3개 약제 급여 스케줄을 최대한 빠르게 하기 위해 후속조치를 진행 중이다. 그러나 협상 면제 트랙이 갖는 고유의 특장점인 등재 예측가능성에 대한 별도의 담보장치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면제'가 갖는 이점, 즉 3자 모두 만족할만 한 효과를 거두기 쉽지 않을 것이다. "더 이상 협상 면제 트랙에 대한 메리트가 없다"고 말하는 업계의 말을 그저 '투정'으로 치부하고 말기엔 이 기전이 갖는 업계 유인책과 실효성이 크기 때문이다.2019-04-08 06:14:52김정주 -
[데스크 시선] 제네릭 약가 개편, 품질과 무슨 상관인가정부 제네릭 약가제도 개편안이 베일을 벗었다. 보건복지부는 생동성시험 직접 수행과 원료의약품 등록(DMF)을 모두 충족해야만 현행 53.55% 상한가를 유지해주기로 했다. 1가지 요건이 충족되지 않을 때마다 상한가는 15%씩 내려간다. 신규 제네릭은 규정 개정과 일정 기간 경과 후 건강보험 급여를 신청하는 제품부터 개편안이 적용된다. 기등재 제네릭은 3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소급 적용된다. “품질이 좋은 품목에 약가를 더 주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품질이 확보된 약을 적정한 건강보험 가격에 공급하는 게 목표다” “약가개선의 방점은 의약품 품질 확보다” 복지부가 약가제도 개편안을 설명하면서 내놓은 일부 문장을 발췌했다. 제네릭 품질에 따라 약가를 차등 부여하겠다는 큰 줄기가 이번 개편안에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제약사가 직접 제네릭 생물학적동등성시험을 수행했을 때 높은 품질을 담보할 수 있다는 뉘앙스로 들린다. 이번 개편안의 타당성과 적절성은 논외로 치더라도 복지부가 제네릭 품질 문제를 언급한 것은 다소 당황스럽다. 약가 등재 단계까지 도달한 제네릭 제품은 이미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품질을 인정한 제품이기 때문이다. 식약처는 제네릭 의약품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면밀히 평가해 허가를 내준다. 적정한 원료의약품의 사용, 규격 기준에 제시된 유해물질 점검 결과, 생동성시험에서 검증된 오리지널 의약품과의 동등성 등 다양한 요건을 합격한 제품만 승인받을 수 있다. 중국이나 인도산 원료의약품을 사용했더라도 엄격한 허가 절차를 통과하면 다국적제약사가 만든 제네릭과 품질은 동등하다는 게 식약처의 판단이다. 제네릭 판매 업체가 생동성시험을 직접 진행하는 것이 품질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뜻이다. 제네릭 의약품 개발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인 제품에 높은 약가를 주겠다는 의도는 공감하지만 더 많은 노력이 품질과 직결된다는 인식은 위험하다. 마치 식약처 허가를 받는 제품들 사이에도 품질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시각으로 보인다. 식약처 허가 시스템을 믿지 못하겠다는 의미로도 비춰지기도 한다. 오히려 업계에서는 수탁업체가 특정 제품을 집중적으로 생산하면 품질 관리 수준이 높아질 것이라는 인식이 많다. 지난 몇 년간 허가와 약가제도 변화로 제네릭이 범람했지만, 제네릭 난립으로 품질에 심각한 문제를 노출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복지부는 이번 개편안의 기폭제가 된 발사르탄 사태에 대해 “공동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 제도와 높은 제네릭 약가 수준으로 인한 제네릭의 난립 및 원료 품질관리 미비가 주요 원인으로 지적됐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설명했다. 하지만 불순물 발사르탄 사태는 우리 정부와 제약사들의 품질관리 미비가 아니라 사전에 예측하지 못한 불운에서 발생했다. 문제의 발사르탄 원료에서 검출된 발암가능물질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은 제약사가 의도적으로 넣은 불순물이 아니다. NDMA는 발사르탄 원료에서 규격기준이 없는 유해물질이다. 제조업체와 보건당국 누구도 발사르탄의 품질관리 과정에서 NDMA 검출 여부를 들여다보지 않았다. 복지부 표현대로라면 식약처와 제약사가 제네릭 품질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뜻으로 들리기도 한다. 복지부가 제네릭 난립 해결을 위해 7년만에 약가제도 대변화를 만드는 과정에서 겪었던 고심의 흔적은 여기저기서 보인다. 계단형 약가제도의 부활은 후발 제네릭의 진입을 억제할 수 있는 강력한 장치가 될 수 있다. 약가제도 개편안의 실효성도 다소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식약처가 이미 4년 뒤 위탁 제네릭의 허가를 전면금지했는데, 생동성시험 수행 여부에 따라 제네릭 상한가를 차등 부여하는 제도는 사실상 무용지물이 된다. 지난해 발사르탄 사태 이후 복지부와 식약처는 협의체를 꾸려 장기간 대책을 논의했다고 한다. 과연 복지부가 식약처의 허가 시스템과 정책방향을 모두 이해하고 대책을 마련한건지 강한 의구심이 든다.2019-04-01 06:15:05천승현 -
[데스크시선] 3.27 약가인하와 곤마(困馬) 버리기보건복지부의 약가개편 설계도가 공개됐다. 핵심 골자는 '자체 생동·DMF 등록' 요건 충족에 따른 약가 연동이다. 2가지 조건을 만족하면 현행 제네릭 약가 53.55%를 유지시키고, 1개·미충족 시, 각각 45.52·38.69%로 삭감된다. 여기에 더해 특정 성분 시장에서 20개 이상 제네릭이 등재돼 있을 경우, 신규 21번째로 진입하는 제품의 상한가는 기존 최저가의 85%의 약가를 받게 된다. 그간 한 달 새 제약업계는 약가인하 세부안 추정을 놓고, 상당한 진통과 내홍을 겪어 왔다. 이른바 '보이지 않는 위협'에 대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전전긍긍' '절치부심' 상황과 커뮤니케이션 부재 속에서 대응책 마련보다는 한국제약바이오협회를 정조준한 질타와 항변이 난무했던 것도 사실이다. 비선에 따르면 복지부의 당초 약가개편 방침은 8% 상당의 일괄약가인하에서 제약바이오협회의 대관협상 노력으로 지금의 차선안을 이끌어냈다. 특히 '직접 생산' 요건을 약가연동에서 삭제한 부분은 업계 충격파를 최소화한 제약바이오협회의 성과로 평가된다. 이번 약가제도 개편은 대형·중견·중소제약사를 막론하고 단기 매출 손실이 불가피하다. 10대 대형제약사의 경우, 시뮬레이션 결과 작게는 30억원에서 많게는 80억원 상당의 피해가 예상된다. 위탁생동 비율이 높은 일부 중소제약사는 이 보다 더 큰 폭의 외형 축소도 감지된다. '직접 생산' 요건이 약가에 적용될 수 있을 것이란 정보가 제약업계에 확산되면서 대부분의 중견·중소제약사들은 당혹감과 불만을 쏟아 냈지만 항목 삭제 후 대체로 정부 시책에 수긍하는 분위기로 반전됐다. 이변이 없는 한 정부는 조만간 의견수렴 과정을 거친 후 연말 경, 약가개편안을 고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카드는 던져진 셈이다. 좋든 싫든 현실을 직시하고 받아 들여야 할 상황이다. 이제 남은 일은 위기 속에서 또 다른 기회를 만드는 것이다. 100년 역사의 빛나는 얼을 자랑하는 제약산업 특유의 '도전과 응전'의 저력을 다시한번 발휘할 때다. 1000개가 넘는 모든 완제·원료의약품기업의 구미에 맞는 정책과 제도 시행은 불가능하다. 불만과 저항은 상존하기 마련이다. 불합리했던 기득권을 당연한 권리로 착각하고, 핑계로 일관하는 기업에 준엄한 법의 잣대가 휘둘려서는 안된다. 푸념과 항변으로 변혁의 큰 물결을 거스를 수는 없다. 이번 약가인하는 제네릭 난립 정리와 품질 향상, 건보재정 건전화, 리베이트 척결 등을 통해 브랜드 제네릭 양성과 신약개발 기반 마련이라는 패러다임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특히 제네릭 난립은 바둑판에서의 곤마(困馬, 온전한 집을 만들지 못해 살리기 어려운 돌)와 닮아 있다. 그동안 자신이 둔 수가 아깝거나 미련으로 곤마에 집착하면 패배의 자충수로 빨려 들기 쉽다는 것은 바둑의 모범 교범이다. 곤마가 된 돌은 그대로 죽게 놔둬야 한다. 돌이 외로워지거나 곤마에 빠졌다는 것은 근거가 부족하거나 수읽기에 실패했다는 뜻이다. 그 돌을 살리기에 집중하지 않고, 그것을 활용하면서 또 다른 이익을 도모해야 비로소 반집의 승리를 도모할 수 있다. 몇몇 중소제약사 CEO들은 아직도 하소연과 불만에 가득 차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런데 이들 C-라인 선상에 있는 기업의 공통점은 최근 10년 사이, 위탁 공동생동의 테두리 안에서 무분별한 제네릭 생산과 CSO 등을 활용해 급성장한 곳이 대부분이다. 자체 제제연구소 설립을 통한 의약품 연구개발에는 관심조차 없다. 오직 돈 되는 제네릭이 지상 최대의 목표다. 시대가 바뀌고 있는데도 과거의 영광만을 좇고 있다. 자신들이 그동안 펼쳐온 경영전략이 이제는 곤마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길이 정도인 것처럼 오판하고 있다. 곤마에 집착함은 곧 패망임을 뼈저리게 깨달아야 한다. 기업의 외형 확장에만 치중된 이른바 제네릭을 위한 제네릭 개발은 더 이상 환영 받지 못한다. 종근당, 한미약품, 동아제약에서 내놓은 오리지널을 능가하는 특화 브랜드 제네릭 개발 전략이 20년이 지난 오늘에서야 빛을 발하고, 신약개발 밑거름으로 작용한 사례가 이를 방증한다. 기업의 제1 존재 목적은 이윤과 영리 추구다.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여타의 기업과 제약기업의 가장 큰 차이점은 존립 철학에 있다. 제약산업은 단순히 생활의 편리와 사회 발전이라는 1차원적 개념을 넘어 생명존중과 신약개발 그리고 인류공영이라는 대명제와 이념을 근간으로 한다. 뿌리가 튼튼하고 바로 설 때 비로소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을 수 있다. 이제 그 기본 제약정신의 원점에서 새로운 희망을 싹 틔울 때다.2019-03-29 06:28:59노병철 -
[데스크시선] 합리적 약가제도와 변혁의 물결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결재를 마친 약가제도 개편안이 조만간 발표를 앞두고 있다. 이번에 도입될 제네릭 약가산정 요건은 '자체 생동·DMF 등록'을 모두 충족해야 현행 53.55%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요건 미충족 시, 이른바 계단식 약가(40%대→30%대)를 적용할 방침이다. 당초 계획된 '직접 생산'이라는 메가톤급 충격파는 제외된 것으로 보인다. 적용시점은 2023년으로 점쳐 진다. 지난 20여일 동안 제약업계는 약가인하 광풍에 휘말리며 산업의 근간과 존폐 위협을 느낄 정도로 심각한 상황에 직면했다. 불과 3~4일전, '약가제도 개편안이 수정될 것'이라는 비선 정보가 확산되면서 그나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는 단순히 '역치보정현상'이지 사안 자체를 온전히 받아들이고 종결됐음을 뜻하진 않는다. 역치보정이란 최초 자극보다 작은 자극과 충격에 둔감한 반응을 나타내는 현상을 뜻한다. 예를 들어 '사형·무기징역' 구형 후 벌금 1000만원 판결을 받으면 상대적으로 낮은 형벌로 착각하는 것과 비슷하다. 결과론적으로 이번 약가제도 개편안 설계와 협상도 '역치보정'을 염두에 둔 '고도의 게임논리'를 배제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보건당국의 약가인하 방침에 제약업계가 크게 저항한 이유는 두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기등재목록 약가에 또 다시 칼을 들이댔기 때문이다. 지난 2012년 일괄약가인하 여파로 오리지널 의약품 대비 68%에 달한 약가는 14.45% 인하된 53.55%로 떨어졌다. 이번 약가제도 개편안이 확정 시행된다면 10년 상간에 제네릭 약가는 오리지널 대비 최저 30% 수준까지 하락할 소지가 다분하다. '직접 생산·자체 생동·DMF' 요건과 약가인하를 결부시키는 논리는 그야말로 난센스다. 요건 미충족에 따른 약가인하 구간과 수치 산출은 '전횡과 폭정'에 가깝다. 목적 달성을 위한 명분과 구실만 있지 보건당국이 지금까지 그토록 침이 마르게 제시했던 일명 '경제성평가'라는 과학적이고도 합리적 근거가 이번 약가제도 개편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정부가 표방하는 큰 틀에서의 제약산업 고도화 정책은 환영한다. 그리고 이번 약가인하 정책과 제도가 어떤 의미와 방향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지도 충분히 공감하고 이해한다. 언론으로서 사사건건 정부 시책에 반기를 들고 딴지를 걸거나 산업의 입장을 옹호하는 게 아니다. 올곧은 정책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방법론과 절차 그리고 무엇보다 합목적성이 최우선이다. 분재나 가지치기를 할 때, 욕심과 무지로 잔가지를 모두 쳐내면 순간 마음에 드는 작품이 나왔다고 생각할지 모르나 그 나무는 얼마 못가 죽고 만다. 제네릭 난립과 품질 향상 그리고 CSO와 리베이트 문제를 접근하는 방식도 이와 다르지 않다. 적재적소의 처방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말이다. 제약업계도 이번 약가인하 사태를 통해 오리지널을 능가하는 '브랜드 제네릭'을 만들어 보겠다는 각오와 신념 그리고 사고의 전환으로 새로운 패러다임과 체질개선에 노력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생동조작 파문 후 생동시험에 대한 규제와 기준이 요동쳐 왔던 게 사실이지만 글로벌 스탠다드는 정부와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제시한 자체 생동이 대세다. 몇몇 일부 중소제약사 CEO들은 '제네릭 생동시험은 의약품 혈중 농도와 조직 도달 체크' 쯤으로 치부하기도 한다. 때문에 '1+무한대' 생동 컨소시엄 4년 후 폐지에 대한 반감도 팽배하다. 자체 생동이 제도화되면 그동안 1000만원~3000만원 정도의 개별제약사 분담비용이 2억원 가량으로 올라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자체 생동'이 불합리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기득권을 놓기 싫다'는 구차한 변명과 핑계에 불과하다. 온갖 조작과 적폐가 난립했던 중국의 경우를 살펴보자. 2015년 중국 식약청(CFDA)은 임상·생동조작 제약기업과의 전쟁을 선포, 실제로 2년 만에 제네릭 품질 향상에 괄목할 성과를 거뒀다. 이 같은 CFDA의 정책·제도가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원인은 정확한 진단과 처방 그리고 강력한 실행력에 기인한다. 중국 보건당국은 2년 유예 후 임상·생동조작 적발 시,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시행했다. 자체생동 요건이 정책 성공의 키포인트로 평가되는 대목이다. 일본은 생동시험 컨소시엄과 관련한 규제와 가이드라인을 명시하고 있지는 않지만 자체 생동 또는 1+3을 권고하는 분위기다. 1+5 이상일 경우, 일본 식약당국(PMDA)으로부터 허가 자체가 나지 않을 공산이 크다는 게 일본 제약업계 정설이다. 자체 생동이 제도적으로 안착되기 까지는 성장통이 예상되지만 미래 제약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할 관문이다. '너도 나도식-일단 싸니까 만들고 보자'는 지금의 생동 컨소시엄은 제네릭 난립과 품질 경쟁력 저하에 일조한 것은 사실이다. 어느 정도 영업력이 있는 제약기업이라면 제네릭 출시 후 CSO·리베이트 등 음성적 수단을 동원해서 속칭 '짭짤한 재미'도 봤다. 비아그라·시알리스 제네릭을 예로 살펴보자. 특허 만료 후 30여개의 제품이 허가를 획득했지만 종근당 센돔과 한미약품 구구·팔팔, 대웅제약 타오르, SK케미칼 엠빅스, 동아제약 자이데나 정도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듯, 사회적 제비용 낭비도 심각하다. 제네릭 출시 역시 면밀한 시장 진입 전략과 자사의 강점 분석 등을 통한 선택과 집중이 제약산업 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정부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이다. 자체 생동의 핵심은 개별 제약사에 대한 생동시험 비용 부담 증가로 해석하는 것은 1차원적 시각이다. 제네릭 난립을 막을 수 있고, 단순히 품질이 향상된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는 평가 또한 2차원적 평면에 그쳐 있다. 자체 생동이 추구하는 궁극의 목표점은 제제연구 활성화를 통한 브랜드 제네릭의 탄생과 이를 기반한 신약개발로 이어진 입체적 생태 환경 구축이라는 제약산업 백년지대계와 직결돼 있다. 이와 관련된 실례는 종근당 이장한 회장의 20년 뚝심과 신념의 결정체인 면역억제제 '브랜드 제네릭(타크로벨)'을 들 수 있다. 종근당 제제연구소는 1990년대 다국적 제약사들의 전유물이었던 면역억제제 시장에 도전장을 내고 특허소송 등의 장벽을 극복했다. 타크로벨 등의 면역억제 제네릭은 750억대 매출을 올리고 있다. 종근당은 그동안 쌓은 면역조절제 R&D 역량과 경험·자금력을 바탕으로 류머티즘관절염 신약 'CKD-506'를 개발 중이다. 천만다행인 점은 약가산정 항목 중 '직접 생산' 삭제에 대한 복지부의 이해와 수긍이다. 향후 한국제약바이오협회와 수직적 통보가 아닌 원탁테이블에서 협상할 수 있다는 긍정적 제스처로 해석되는 부분이다. 지금의 7부 능선을 넘기까지 복지부-제약바이오협회-회원사 간 불신과 갈등 그리고 온갖 억측이 난무했다. 터질 것 같았던 중소제약사들의 불만도 대체로 잠잠해지고 있다. 이번 사태를 겪으며, 우리 제약인들은 또한번 성장했다. 다툼이 있었지만 빠르게 봉합될 것이다. 제약바이오협회는 '회원의' '회원에 의한 ''회원을 위한' 본연의 목적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된다. 밀실이 아닌 광장에서 사람냄새 나는 소통의 필요성도 깨달았다. 국가라는 시스템이 만들어진 유사 이래 정책과 제도를 포함한 산업의 성장과 쇠퇴는 싫든 좋든 정반합적 변증법 논리로 발전해 왔다. 변혁과 진화의 소용돌이에 성역은 없었다. 제약산업에 특혜를 달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근간을 흔드는 더 이상의 약가인하는 안된다. 그러기에는 지금의 약가가 바닥이다.2019-03-25 06:27:07노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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