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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라니티딘 퇴출 1년, OTC 위장약의 변화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은 큰 즐거움 중 하나다. 고된 하루 끝에 늦은 저녁 시간, 따뜻한 저녁 한끼는 하루의 피로를 녹여준다. 그런데 그 즐거움도 잠시, 복부에서 느껴지는 쓰라린 느낌은 먹는 즐거움마저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2018년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다빈도 질병 통계에 따르면 위염 및 십이지장염 환자 수는 대략 530만명에 육박할 정도이고 약국에서 속쓰림을 주증으로 약을 찾는 경우도 굉장히 많다. 사람의 위장 점막은 매우 강력한 보호막이다. 그래서 젊고 건강한 사람들이 매운 것을 먹어도, 위장장애가 있다고 알려진 약을 공복에 복용해도, 지나치게 과식을 해도 큰 불편함 없이 견뎌낸다. 속쓰림은 정말 내 위장에 큰 문제가 생긴 경우가 아니라면 그렇게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손님은 아니다. 속쓰림이 발생하는 것은 물론 다양한 원인이 있지만 일상에서 찾아본다면, 일례로 늙어감에 따라 위장벽을 보수하는 능력이 점점 떨어지거나 위장 점막의 생성을 억제하는 약을 주기적 또는 장기적으로 먹었을 때 비로소 무장해제가 된다. 젊었을 때는 매운 고추도 그냥 씹어 먹었는데 이제는 함부로 먹는 것이 겁이 나는 것은 나의 위가 많이 약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고 한번 쓰린 속이 계속 가는 것은 아니다. 주인이 어떤 잘못을 하였던 간에 위는 꾸준히 보수공사를 진행한다. 당신은 그 보수과정을 도와야 하고 그 과정에서 생기는 고통 정도는 감내해야 한다. 그 고통을 감내하는 과정에서 조력자라는 이름으로 사용할 수 있는 약들이 바로 넓게 ‘위장약’이라고 표현되는 약들이다. 작년 여름, ‘위장약’ 시장에는 큰 충격이 들이닥쳤다. H2-Blocker의 대표주자로서 군림했던 라니티딘이 시장에서 하루 아침에 퇴출된 것이다. 발암 가능성이 있는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이 검출되면서 2600억원에 달하는 시장이 한순간에 날아갔다.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을 포함하여 소화성궤양치료제 시장에서 대략 25%(H₂수용체길항제 시장의 대략 77%)를 차지하던 라니티딘이 퇴출된 것은 약국에서 애용되던 OTC 위장약 무기 중 하나가 사라진 것이었다. 1년이 지난 지금, 다양한 위장약들이 그 빈자리를 채우고 있고 치열하게 경쟁중이다. 전문의약품 시장에서는 단연 PPI의 성장이 두드러졌고, P-CAB(칼륨경쟁적 위산분비억제제) 신약인 케이캡정도 괄목할만한 성장을 보이고 있다. H2 Blocker에서는 라니티딘을 대체하여 라푸티딘이나 파모티딘, 지나티딘 등이 역시 주목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OTC 시장은 어떨까? OTC시장의 약물 사용 추세와 각 약물의 특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현재 H2-Blocker 카테고리에서 라니티딘의 공백은 파모티딘 10mg가 대체를 하였다. 라니티딘보다 상대적으로 더 강력한 H2-Blocker로 알려진 파모티딘은 기존 라니티딘이나 시메티딘에 비해 다른 약물과의 상호작용도 적은 편이고 주된 속쓰림의 원인 중 하나로 알려진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에 의한 궤양에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H2-Blocker자체가 시메티딘을 제외한다면 큰 부작용이 없고 비교적 부작용 빈도가 낮은 편에 해당하는 약물이기 때문에 약국에서도 활용하기에 좋은 옵션이 될 수 있다. 올해 초반부터 많은 제약사에서 허가 신청을 하였고 현재는 더 큰 성장이 예상되는 성분이다. 새로운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한 파모티딘의 성장세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H2-Blocker를 제외한다면 어떤 옵션이 있을까? 사실 ETC까지 본다면 PPIs, 프로스타글란딘 유도체, 위점막 관여 약물(점막 혈류 촉진제, 점막 보호제, 점막 피복제) 같이 종류가 다양하지만 OTC에서는 한계가 많다. H2-Blocker를 이어 많이 사용되는 약물은 제산제일 것이다. 물론 제산제와 점막 피복제가 복합된 약물도 많지만 제산제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은 편이다. 제산제는 직접 위산을 중화하고 펩신의 단백질 분해력을 소실시켜 미란, 또는 염증, 궤양의 증상을 개선시켜주는 효과가 있다. 제산제에는 알루미늄(수산화알루미늄, 규산알루미늄, 인산알루미늄), 마그네슘(산화마그네슘, 탄산마그네슘, 수산화마그네슘), 칼슘(탄산칼슘), 탄산수소나트륨, 시말드레이드, 알마게이트(알루미늄+마그네슘 복합체) 정도로 종류가 다양하다. 다만 성분에 따라 설사나 변비, 고 미네랄 혈증, 기타 약물의 흡수를 방해가 나타날 수 있고 산 반동(acid rebound)에 의해 다시 속쓰림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일시적인 증상을 개선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권장된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를 더 소개하자면 최근에 사용빈도가 늘어나고 있는 제산제 성분과 복합제로 많이 사용되는 옥세타자인이라는 성분이 있다. 옥세타자인은 가스트린의 분비를 억제하여 위산 분비를 감소시키고 위 점막에 대한 국소마취 작용이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위 통증에 빠르게 효과를 나타낸다는 장점이 있다. 통증으로 당장 괴로운 사람이라면 빠른 효과가 나타나는 옥세타자인이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흔히 비만약으로 사용되는 펜터민(Phentermine)의 전구체이나 펜터민 같은 약물과는 다르게 남용우려는 없다고 알려져 있고 H2-Blocker에 비해 장기간 사용에 대한 부담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대부분의 국소마취제가 강산성 조건에서 이온화되지만 옥세타자인은 분해되지 않기 때문에 위 점막 통증에 사용 가능한 효과적인 국소마취제이다. 옥세타자인은 치료과정에서 제산제의 용량을 줄여줄 수 있고 제산제 단독으로 치료했을 때보다 십이지장궤양 관련한 증상 완화 효과가 더 우수한 효과를 보여주었다. 다만 상대적으로 경미한 증상에 사용이 권장되며 아직까지는 제품군이 다양하지는 않다. 시판 중인 제품으로 액제로는 트리겔 현탁액, 정제로는 영진약품 노시드 정이 있다. 트리겔은 액상형태로 조금 더 빠르다는 장점이, 영진약품 노시드 정은 30정으로 총 10일 간의 기간 동안 꾸준한 관리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일반적인 위장관 질환들이 단기간에 증상이 호전되기는 어렵기 때문에 30정 대용량 포장이 OTC 제품으로 나온 것은 주목할 만하다. 라니티딘이 판매 중지가 이뤄진지 벌써 1년이 지났지만 간간히 약국에 라니티딘 약 상자를 들고 와서 약을 찾는 분들이 꽤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 라니티딘의 공백은 아쉬울 수 있지만 새로이 등장한 성분들의 경쟁은 약사에게는 좋은 변화일 수 있다. 새로운 시장의 변화와 다양한 제품의 등장이 위장약 시장에서 더욱 기대되는 부분이다.2020-09-01 06:00:18임성용 약사 -
[칼럼] 바이오의약 산업 발전을 위한 4가지 생태계지난해 5월 정부가 바이오헬스 국가비전을 선포한 후, 어느 때 보다 바이오의약품이 제약 시장을 견인할 성장동력으로 집중을 받고 있는 시기다. 정부의 바이오헬스 분야 정부의 R&D 예산은 2019년 대비하여 2020년 약 18% 증가됐으며, 올해 7월에도 향후 10년간 바이오의약품 분야에 약 2조8000억원을 투입해 기초연구부터 치료제 개발까지 전주기에 걸친 연구개발 지원 정책을 발표했다. 이러한 정부의 정책 결정 배경 중 하나는 바이오의약품 그 중 바이오시밀러 사업의 성공적인 시장 진입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2019년도 국내 의약품 생산 20개 품목에 중 상위 3품목을 포함해 8개의 바이오의약품이 포함돼 있으며, 24조원의 국내 의약품 시장에서 약 10.7%의 시장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바이오의약품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을 고려하면, 향후 시장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기회로 해석된다. 바이오의약품 시장 성장의 기회는 정부의 투자 뿐 아니라, 국내·외 제약 바이오기업의 투자도 지속적으로 증가되고 있다. 특히,제품 개발 및 생산시설 구축에 대규모 자금을 투자하고 있으며, 파이프라인 확대, 공정기술 개선, GMP 인증 등 추가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바이오의약 산업은 산업 특성상 지속적인 혁신이 요구되는 분야이고 그에 따라 다양한 기술을 보유한 바이오의약 중소벤처 기업의 설립 및 활성화에 대한 중요성도 부각되고 있다. 이러한 바이오의약 산업의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4가지 분야의 산업적 생태계가 조성돼야 한다. 첫째, 바이오의약 산업의 연구분야는 지속적으로 혁신되고 있어 이에 발맞춰 산·학·연·병의 역량을 집중해 국내 시장 뿐 아니라 글로벌시장 진입을 위한 준비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둘째, 바이오의약 산업을 지탱해 줄 수 있는 전후방산업의 육성이 절실히 필요하다. 그러나 전세 계시장의 약 1% 정도 밖에 되지 않는 국내 시장 규모로는 전후방산업 발전의 한계성이 있을 수 밖에 없다.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글로벌기업과의 전략적 파트너링을 통한 기술제휴 등이 절실히 필요하다. 셋째, 중소벤처기업을 위한 위탁산업 발달을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 이는 중소벤처기업의 시설 및 설비에 투자할 수 있는 자금력의 한계성과 인적자원의 한계성을 해결해 줌으로써 효율적인 연구개발과 바이오의약품생산을 위해 필수적이다. 마지막으로 첨단바이오의약품(특히 세포치료제,유전자치료제 등)을 취급하는 전문적 유통망과 기술을 보유한 전문회사의 발굴이다. 2020년 8월 28일이면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다. 첨단바이오의약품은 그 유통기간이 수일에 해당되는 등 제한적 시간에 맞춰 환자치료를 위한 의료기관에 공급되어야 한다. 향후 이러한 의약품이 글로벌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전문적 유통기술을 확보한 회사가 필요하다. 이처럼 진화하는 산업 생태계 및 공급 인프라 조성을 위해서는 정부의 제도적 지원과 산학연병(産學硏病)간 혹은 기업 간의 전략적 협업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정부에서 바이오의약품에 대한 불필요한 규제등을 발굴, 제거하여 개발비용을 줄여주고 건강보험 적용 확대로 환자부담을 경감시켜 바이오의약품의 상용화를 촉진할 필요가 있다. 기업간에도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한, M&A 파트너링, 라이센스 In/Out, 파이프라인 확대 및 글로벌 진출 촉진 등의 체계적 전략이 이제는 필요하다. 바이오의약품은 제품개발, 제조과정의 특성상 고가일 수밖에 없는 특성으로 높은 원가 구조를 갖고 있다. 특히 첨단바이오의약품은 희귀성, 난치성 질환의 근원적 치료가 가능하지만 매우 높은 원가구조가 불가피하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합성의약품과 동일한 기준으로 임상적 유용성에 근거한 비용효과성에 가치가 부여되고 있어, 향후 개발 또는 도입될 첨단 바이오의약품의 약가 등재가 불가능한 경우가 다수 발생하여 환자 접근성 및 산업발전에 역행할 것이 우려된다. 따라서 바이오의약품이 허가 후 환자 접근성이 용이해지고 개발사들이 개발에 대한 의지가 꺾이지 않고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조속히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2019년의 바이오헬스전략에서 언급된 차세대 주력산업으로의 산업 성장을 위해서는 공통의 역량을 집중해 대응하는 것이 요구된다. 정부의 적극적 R&D 지원정책으로 향후 국내 바이오의약품 산업이 글로벌의약품 시장을 선도해나갈 수 있는 초석을 마련이되었다고 보여진다. 향후에는 바이오의약산업 발전 및 국민 건강 증진을 도모할 수 있는 실질적 제도적 지원을 희망하며 업계에서도 창출한 수익을 R&D에 재투자하여 신약 창출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2020-08-31 19:30:01데일리팜 -
[기자의 눈] 의·정갈등과 코로나 공포 파묻힌 민심[데일리팜=이정환 기자] 의대정원 확대 정책을 도화선으로 한 의료계와 정부 간 강대강 대치가 풀릴 기미 없이 악화일로다. 보건복지부가 업무개시명령에 불응한 전공의 10명을 경찰 고발하고 대한의사협회와 전공의협의회가 무기한 총파업을 확정하면서 의정이 "건너선 안 될 강을 건넜다"는 탄식이 나온다. 의정 갈등은 정치 쟁점화하며 여야 갈등과 국론 분열로까지 확산했다. 복지부를 중심으로 한 정부와 청와대, 여당이 한 편에 섰고 의협·전공의협을 선두로 야당이 맞은편에 서 상호 약점을 물어뜯는 형국이다. 의정이 네 탓 공방을 반복하며 치킨(겁쟁이) 게임을 벌이는 지금,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일평균 300명을 넘나드는 위기상황인 점은 아이러니다. 확진자 급증으로 사회 전반이 불안 속 휘청거리고 있지만 확진자 치료와 감염병 방역, 사회안정에 힘을 모아야 할 의정은 등을 돌리고 섰다. 정부는 이례적으로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를 발령했다. 식당과 커피숍, 체육시설 등 자영업자 경영주는 매출손해를 감수하며 정부 정책에 따라 문을 닫거나 울며 겨자먹기로 축소 운영에 돌입했다. 국민 모두는 코로나19 종식과 평범한 일상으로의 회귀를 꿈꾸며 늦더위 속 사회적 거리두기 핵심인 비말차단 마스크 착용을 실천에 옮기고 있다. 치킨(겁쟁이) 게임의 끝은 공멸이다. 어느 한 쪽이 물러서지 않으면 둘 다 죽는다. 지금으로선 정부와 의료계는 사실상 이성을 잃고 각자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죽기를 각오한 태도다. 애먼 국민과 환자는 이성의 끈을 놓친 의사와 정부를 번갈아 쳐다보며 끝이 보이지 않는 싸움이 끝나기만을 바라고 있다. 의료계와 정부는 치킨 게임을 멈추고 코로나 재확산과 의정갈등 이중고로 쩔쩔매고있는 국민 표정을 살피며 이성을 찾을 때다. 의대정원 확대, 공공의대 신설, 첩약급여 시범사업, 원격의료 도입을 둘러싼 의료계와 정부의 주장은 각자 논리가 단단해 지금 당장 합의점을 찾기 어렵다. 치킨 게임은 양쪽 모두 물러서지 않으면 둘 다 죽지만, 양쪽 모두가 물러서면 공생의 길을 찾을 수 있다. 지금은 의정이 파워게임을 벌일 때가 아니라 코로나 공포에 파묻힌 민생을 구하는데 손을 맞잡을 때다. 국가재난상황이다. 의료계와 정부 어느 누가 한 걸음 물러선들 물러선자를 겁쟁이라고 손가락질 할 국민은 없다. 양쪽 모두가 한 발씩 물러선 뒤 코로나 종식 후 공공의료 확대 정책을 함께 고민하는 장면을 보여준다면 더할나위 없을 테다. 코로나 팬더믹 장기화로 인파로 붐볐던 수도권 도심 곳곳이 유령도시가 됐다. 역병으로 살갗 깊숙히 경영피해를 입은 국민을 코로나 공포에서 구해내는 일, 이성을 잃은 의료계와 정부가 해야 할 최우선 과제다. 의사와 정부 스스로도 "의정 갈등 끝을 예단할 수 없다"며 싸움에 임하고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것은 코로나 위기로 충분하다.2020-08-31 16:15:02이정환 -
[칼럼] 의대증원 등 의료 문제해결은 틀 짜기부터보건의료정책의 난맥상 코로나19라는 전례없는 보건의료 위기 상황 극복을 위하여 협력하고 지원하여야 할 의사와 정부가 의대 정원 등의 문제로 갈등을 빚어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 등 위기 상황에 대처하고 국민의 의료이용 편의 등 공공의료 강화를 위하여 의사 수를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반하여 의사단체는 의대 정원 증원으로 의사 수를 늘린다고 공공영역에서 근무하는 의사가 늘어난다는 보장은 없고, 의사들의 수도권 집중으로 경쟁이 심해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양측의 주장에는 일리도 있으나 합리적 대안보다는 자기 주장만 내세우는 아전인수가 심각한 것 같다. 의사의 지역과 직역 편중에는 동의하면서 그에 대한 해법에는 아전인수이다. 늘어난 의사가 정부가 원하는 지역과 직역에서 지속적으로 근무할 것인가? 지역과 직역에 편중된 의사인력을 분산하는 현실적인 대안은 무엇이며, 이에 의사들은 동의할 것인가? 이러한 현상은 1990년대 문민정부 이후 보건의료 분야에서 지속되고 있다. 의대 정원과 더불어 의사단체가 제시한 공공의대설립, 첩약급여화와 원격의료 외에도 의사, 한의사, 약사와 간호사 등 관련 인력 간 그리고 의료기관 간 영역 다툼이 지속되고 있다. 그간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정책변화를 시도하였으나 동일 사항을 반복적으로 거론하면서 해결방안은 없고 갈등만 조장하였다. 왜 난맥상은 반복되고 지속되는가? 국민건강 보호라는 보건의료의 본질 보다는 당사자들의 이해를 우선하는 정책과 이에 대한 대응이 있었다. 이번에 정부가 의대 정원 증원을 제기하는 시점이 적절한 지도 문제이다. 의대 정원 증원에 대한 의사단체의 반응은 뻔한 데, 의사들의 헌신과 지원이 필요한 상황에서 의사들을 자극하는 정책을 제시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의대 정원 증원 효과가 내년 아니 현 정권 임기 내에도 나타나지 않을 것인데... 의대 정원 증원과 의과대학 신설 등은 이번 정권에서만 제시된 것은 아니다. 특정 지역에 의대를 유치하는 등 정치적 요인이 작동한 것이라는 의심을 받을 수 있다. 과거 정권도 그랬듯이. 의사단체는 의사인력의 지역과 직역 편중의 문제를 인정하면서도 이를 개선하려는 정책에는 부정적이다. 이성적으로는 수용 가능하나 감성적으로는 수용 불가이다. 보건의료체계 전반적으로는 바람직한 것이나 당장 자신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 결과 의사들 중에서 세대나 직역에 따라 의견이 다르다. 의사 등 면허인력의 면허에 대한 인식도 고려의 대상이다. 면허는 일반적으로 금지된 행위를 특정인에게 허용한 특허이다. 면허라는 권리의 향유에는 국민건강 보호라는 의무가 당연히 수반된다. 의사의 권익보호와 더불어 국민 건강을 위한 정책에 협조라는 의무가 강조되어야 할 이유이다. 보건의료 정책의 효과성과 지속성 담보보다는 근시안적 접근이 문제이다. 예를 들면 의대 정원 증원으로 늘어난 의사가 현장에서 활동하는 시점은 의대 입학 후 10년 후이다. 정원 증원만 관철하고 10년이라는 짧지 않은 기간에는 그대로 방치할 것인가? 10년 후에는 현 시점에서 의도한 대로 지속될 것인가? 현상을 개선하고 10년 후의 지속성을 담보할 방안은 소홀히 되고 있다. 장기적 안목으로 틀을 담을 보건의료특별법 활용을 아전인수를 방지하고 갈등과 반목을 해결하는 방안은 방향과 원칙을 포함한 기본 틀을 제시하여 예측성을 높이는 것이다. 1995년 의료개혁위원회 이후 정권이 바뀔 때마다 보건의료정책을 다루는 다양한 이름의 위원회가 운영되었다. 부분적인 성과도 있었으나 실행을 담보하지 못한 보고서 발간이 주요 성과이었다. 미래에 대한 방향과 원칙없이 당장의 문제 해결에 치중한 결과이었다. 보건의료 문제는 복합적이고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하다. 보건의료정책은 국민건강 보호를 위한 수요를 예측하고 그에 상응하는 질과 양의 자원을 적정하게 마련하여 활용하는 과정이 상호 연관성을 유지하여야 한다. 국민의 보건의료 요구는 질과 양 모두 지속적으로 증가하기 마련이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인력과 시설 등 자원과 이를 조달하고 운용할 재정이 필요하다.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국민의 요구를 충족하는 자원과 재정을 마련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자원 활용과 보건의료 제공의 효율성이 강조될 수 밖에 없다. 국민의 요구를 적절하게 수용하기 위하여 자원 활용과 보건의료 제공의 효율성을 담보할 수 있는 방향과 원칙이 있다면 현실에서 봉착하는 문제를 해결하고 보건의료의 지속성을 유지할 수 있는 기준이 될 것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가칭 보건의료특별법을 제안한다. 특별법의 내용은 보건의료 공급체계, 의료비 지불체계와 재원조달에 대한 방향과 원칙이 포함될 필요가 있다. 공급체계는 적정한 질과 양의 자원을 조달하고 활용하는 방안으로 의료기관과 의료 관련 인력 등 제공주체 간 역할 분담, 지역별 자원총량제를 비롯한 지역과 직역 간 자원 적정화 방안 등이 필요할 것이다. 지불체계는 공급체계를 고려하여 분야별로 행위별, 포괄, 인두제나 총액 등 다양한 방안을 상황에 따라 활용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재원조달은 공급체계와 지불제도 그리고 건강보험 보장성을 고려하여 전체규모와 부담자를 정하는 방안이 포함될 수 있다. 특별법의 마련 과정에는 관련 당사자들이 최대한 참여하여 많은 시간 동안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여야 시행의 일관성과 지속성을 유지할 수 있다. 이를 위하여 정치권에서 여당과 야당이 모두, 의료계에서는 관련 단체, 정부의 관련 부처 그리고 전문가들이 참여하여 토론하고 합의하는 방안이 활용되어야 할 것이다. 특별법의 마련에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지난한 과정이 없다면 보건의료의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어렵고 혼란만 가중될 것이다. 의정 간 쟁점인 사항을 특별법 활용 등 해결방안을 모색해 본다면, 의대 정원 증원 이전에 기존 의사를 공공영역에 유인하는 방안을 정부와 의사단체가 함께 마련하고, 그 방안이 미흡하다고 판단되면 의대 정원을 증원하되, 의대를 신설할 것인지 기존 대학의 정원을 증원할 것인지 등을 순차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인력의 지역 분포 적정화를 위한 규제 등에 의사들의 협조가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첩약급여화는 의료와 한방의료에 대한 의사와 한의사의 갈등이 내재해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따라서 의료와 한방의료 즉, 의사와 한의사의 기능과 역할 정립이 전제되어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이 나서서 일원화 등 근본적인 과제를 다루어야 한다. 원격의료는 필요한 수단이다. 문제는 어떤 상황에서 허용하고 활용하는 가이다. 대면의료가 가능한 상황을 원격의료로 대체하는 것은 의료의 질이나 의료제도 측면에서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대면의료가 어려운 상황과 의료의 질을 훼손하지 않는 상황에서 원격의료를 활용하는 원칙을 제시하고 구체적인 활용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2020-08-31 08:58:24데일리팜 -
[기자의 눈] 코로나와 비대면 그리고 약국[데일리팜=김민건 기자] 최근 서울지역 약국으로 의약품 택배배송 제휴를 권유하는 업체의 홍보 우편물이 전해졌다. '배달약국 없는 원격진료는 단팥없는 단팥빵!'이라니 비대면(언택트) 시대에 선 약국의 현 위치를 제대로 꼬집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한약사회가 약사법 위반 등으로 고발하겠다고 하면서 해당 업체가 한발 물러섰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약사사회에 새로운 서비스를 들이려는 기업들이 넘쳐나고 있다. 코로나19가 4차산업시대를 촉진하면서 약국도 '뉴노멀' 시대 한가운데 선 상황이다. 보수적인 약사사회지만 기술적 차원이 아닌 산업 측면에서 외면할 수 없을 만한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미국은 디지털치료제라는 신개념의 의료기기를 의약품 수준에 준해 취급하고 있다. 디지털치료제라는 생소하고 낯선 개념이 약국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아직은 잘 모를 수밖에 없다. 연구하고 고민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판 뉴딜 정책에서 원격의료와 비대면 처방, 의약품 배송, 전자처방전은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될 수 밖에 없다. 서울대병원은 대구 지역 약국으로 1200건의 원외처방전을 팩스 발송한 '데이터'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팩스 대신 모바일기기로 처방전을 보내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많은 약국이 전자처방전을 비난하지만 IT기업과 대학병원 입장에선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인 것도 분명하다. 사실은 약국도 4차산업시대 IOT 기술에 적지 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약사들은 "앞으로 약국에 도움이 될 수 있는 4차산업 기술이 무엇이 있고, 이를 활용해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를 공통적으로 했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6월 대한약사회가 농심데이터서비스(NDS)와 추진하던 전자처방전 시범사업 중단은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배달앱 등 불법적인 난립을 사전 차단하고 선제적으로 표준 기준을 만들어가자는 게 배경이었기 때문이다. 이미 약국 안에서부터 변화는 시작했다. 코로나19로 카드 매출이 증가하면서 POS시스템과 IOT기능을 접목할 수 있는 활용법을 찾기 시작했다. 화상투약기가 많은 반발을 불렀지만 다양한 IT기술을 적용한 '디지털약국'이 등장하는 건 시간 문제로 느껴진다.2020-08-27 19:41:20김민건 -
[기자의 눈] 한국 약제급여에서 '올커머'의 소외[데일리팜=어윤호 기자] '올커머(All-comer)', 제약업계에서는 어떤 질환의 특정 치료단계에서 환자의 거름없이 약을 처방할 수 있는 적응증을 일컫는다. 수용체나 유전자 변이와 무관하게 효능을 입증했다. 매력적이고 흥미로운 얘기다.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 정부는 이같은 올커머 적응증에 대해 보수적인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어찌보면 당연하다. 약물의 쓰임새가 넓다는 말은 사용량의 증가를 의미하고 이는 재정 고민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올커머 약물에 대한 신중함, 혹은 조심성에는 재정 이외의 장벽도 존재하는 느낌이다. 일각에서는 그것을 효능에 대한 의구심이라 말한다. 난소암에 쓰이는 PARP(Poly ADP-ribose Polymerase)저해제 '제줄라(니라파립)'라는 약이 있다. 이 약은 승인받은 모든 치료단계에서 표적하는 유전자 BRCA 변이와 무관하게 효능을 입증했다. 단, 입증과 함께 차이도 있다. 제줄라는 gBRCA 변이 환자에서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mPFS) 기준으로 4배, 변이가 없는 환자에서는 2배의 개선을 보였다. 또 gBRCA 변이가 있으면서 상동재조합결핍(HRd)까지 음성인 환자에서는 위약군과 격차가 더 줄었다. 분명 입증했고 식약처의 허가를 받았지만 효능에 차이는 있다. 약물의 기전상 분명 타깃하는 유전자가 있는데, 그와 무관하게 유효성이 도출된 이 약물에 대한 급여 적용을 놓고 현재까지 정부는 'BRCA 변이로 제한'을 고수하고 있다. 조심스러울 수 있고 시간을 두고 지켜볼 필요도 있다. 다만 앞선 사례를 봤을 때 시간은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면역항암제 최초로 비소세포폐암 영역에서 올커머 적응증을 들고 나왔던 PD-1저해제 '옵디보(니볼루맙)'는 당시 모든 전문의가 'PD-L1 발현율'이 마커가 아니라는 것에 동의했지만 시기상조라는 분위기를 넘지 못하고 급여기준에 제한이 걸린채 2017년 등재됐다. 이후 논의는 있었으나, 현재까지 급여기준은 동일하다. 신중함과 함께 절충안과 환자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상피성 난소암 환자의 약 15% 정도만이 BRCA 1/2 변이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는 85%에 해당하는 대다수의 환자들이 BRCA 변이 유전자가 없다는 의미다. 허가당국의 승인을 받고 나온 약의 급여 논의에서 의사들까지 재정 걱정을 이유로 반대의 목소리를 전하는 지금 우리나라에서, 제약사의 터무니 없는 요구가 있다면 단연 수용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분담안이 있다면, 입증된 데이터를 두고 선입견 없이 논의를 진행할 필요는 있지 않을까.2020-08-26 12:19:14어윤호 -
[데스크시선] 자원재활용법 별칙조항 마련 절실[데일리팜=노병철 기자] 자원재활용법 시행 계도기간 종료가 한 달여(내달 24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제약업계를 비롯한 주류·식음료·화장품업계가 깊은 고민에 빠졌다. 환경부는 2019년 12월 25일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을 전격 개정·시행, 9개월 간의 계도기간을 설정했다. 법 시행 이후 포장재 평가에 9개월, 평가 결과 표시에 6개월, 공정 변경에 9개월 총 2년의 계도 기간을 예고했지만 제품 개발, 제조 공정 등을 감안할 때 2년이란 시간은 그리 길지 않은 게 현실이다. 계도기간이 종료되는 내달 24일 이후 한국환경공단으로부터 포장재 재질과 구조 확인을 받지 않고 제품을 출시할 경우 과태료가 부과된다.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은 재활용 난이도에 따라 용기 재질을 '최우수·우수·보통·어려움' 4개 등급으로 나뉘고, '재활용 어려움' 등급을 받은 제품은 용기 겉면에 '재활용 어려움' 문구를 표시해야 한다. 최하등급인 '재활용 어려움'으로 분류된 제품은 환경부담금을 최대 30% 범위 내에서 물어야 한다. 지금까지는 재활용 용이성에 따른 분류 기준만 있었지만, 포장재 설계 단계부터 재활용성을 고려해 재활용이 쉽도록 생산해 재활용이 어려운 포장재를 시장에서 점진적으로 퇴출한다는 것이 개정 법률안의 취지다. 즉 개정 법률에 따르면 앞으로 재활용이 어려운 유색 유리병/PET병, 폴리염화비닐(PVC)로 만든 포장재의 사용이 제한된다. 아울러 라벨을 붙일 때도 일반 접착제 대신 쉽게 떨어지는 일명 리무벌 접착제 라벨을 사용해야 한다. 의약품과 외품은 30g·30ml 이하 제품의 경우 이 같은 평가의무화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이를 초과하는 대용량 제품은 모두 해당돼 타산업 대비 결코 적지 않은 충격파가 관측되는 대목이다. 건강기능식품은 용량과 규격에 상관없이 모두 평가의무화 대상이다. 사실상 소포장 단위 의약품을 제외하면 모든 유리병·PET병 제품이 포함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의 법 시행 목적은 이해·공감하지만 해당 산업계와의 면밀한 협의없이 밀어붙이기 방식은 유감이다. 권역별로 소재한 실무기관인 한국환경공단의 일목요연하지 못한 가이드라인과 법률 해석도 산업 관계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정부 시책에 적극 협조한 기업에 대한 명확한 인센티브도 반드시 필요하다. 소비재야 재활용 포장재 변경에 따른 원가상승을 가격인상 카드로 벌충이 가능하지만 공공재인 전문의약품은 약가가 정해져 있어 고스란히 피해는 기업의 몫이다. 일부 식음료·코스메틱 제품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의약품의 경우, 제품 포장·용기는 안전성·유효성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색상이 가미된 유리병과 직사광선 차폐 용기를 사용하는 이유는 약효와 성상 변질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포장재가 재활용이 되느냐 안되느냐의 문제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자칫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다. 지금이라도 별칙조항 마련과 긴급공청회를 열고 업계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2020-08-24 06:15:14노병철 -
[기자의 눈] 시행착오와 신약수출 전략의 진화[데일리팜=안경진 기자] 8월에는 제약·바이오업계 반가운 소식이 많았다. 국내 간판 제약사 한미약품과 유한양행이 연달아 신약파이프라인의 글로벌 기술이전 계약 체결 소식을 전하면서 연구개발(R&D) 저력을 드러냈다. 국내 기업들의 라이선스 계약에서 '진화' 현상이 포착됐다는 점은 흥미를 더하는 요소다. 한미약품은 이달초 비알콜성지방간염(NASH)을 치료하기 위한 바이오신약의 글로벌 판권을 미국 MSD에 이전했다. 기술이전 규모는 한화로 약 1조원(8억7000만달러) 규모다. 반환의무가 없는 계약금으로 1000만달러를 챙겼다. 상업화 이후 매출액에 따른 로열티는 별도 수취하는 조건이다. 업계에서 이번 기술이전 계약에 남다른 의미를 부여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에피노페그듀타이드'로 명명된 GLP-1 기반 이중작용제가 불과 1년 전 얀센으로부터 돌려받은 파이프라인(HM12525A)이라는 점에서다. '에피노페그듀타이드'는 개발 과정에서 우여곡절이 많았다. 지난 2015년 11월 얀센과 당뇨/비만 적응증으로 총 9억1500만달러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이듬해 11월 환자모집이 일시 유예됐다. 이듬해 6월 임상시험이 재가동됐지만 작년 7월 권리가 최종 반환되고 말았다. 얀센은 판권반환 당시 "중증 비만을 동반한 제2형 당뇨병 환자 대상의 2상임상 2건을 분석한 결과, 체중감소 목표는 충족했지만 혈당조절 효과가 내부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라고 언급했다. 이를 긍정적으로 해석하면 비만 치료효과만큼은 충분히 입증했다고 받아들일 수 있다. 이후 공개된 2건의 임상데이터는 비만치료제로서 잠재력을 나타냈다. 시험약을 투여받은 피험자들은 12주 후 유의한 체중감소를 나타냈고, 블록버스터 비만치료제 '삭센다'와 비교 연구에서도 뒤지지 않는 유효성과 안전성 프로파일을 확보했다. 권세창 한미약품 대표가 올해 초 JP모건헬스케어컨퍼런스에서 'HM12525A'를 핵심 과제로 지목하고, 세계 최초의 주1회 투여 비만치료제로 개발하겠다고 선언한 데는 이 같은 자신감이 깔려있었던 셈이다. 한미약품 경영진은 GLP-1 기반 이중작용제의 회생프로젝트를 가동한지 1년 여만에 새로운 기술이전 계약을 성사시키면서 랩스커버리 플랫폼기술에 대한 신뢰회복에 성공했다. 기술이 반환됐다고 해서 끝이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확번 확인시키는 한편, 4년 여만에 빅파마와 조 단위 계약을 체결하면서 R&D 내공을 입증했다는 평가다. 지난주 유한양행과 프로세사파마슈티컬즈의 계약에서도 시사점을 찾아볼 수 있다. 유한양행은 미국 바이오텍 프로세사파마수티컬에 기능성 위장관질환 치료후보물질 'YH12852'의 글로벌 판권을 이전했다. 총 계약규모는 한화 기준 약 4872억원(4억1050만달러), 반환의무가 없는 계약금은 200만달러다. 계약금은 전액 프로세사 주식으로 받고 총 기술수출금액 내에도 450만달러 상당의 주식이 포함돼 있다. 계약상대가 잘 알려지지 않은 소규모 바이오텍인 데다, 즉각적인 현금 유입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업계 주목도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하지만 'YH12852'의 개발 히스토리를 살펴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YH12852'는 유한양행이 자체 개발한 합성신약 후보물질이다. 유한양행은 2013년 건강한 성인 대상의 국내 1상임상에 착수해 우수한 장운동 개선 효과를 확인하고, 환자 대상의 2상임상을 진행했다. 하지만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하면서 2년가까이 계류 중인 상태다. 프로세사는 내년 초 미국식품의약국(FDA)과 미팅을 갖고 2상임상 진입 계획을 타진한다고 알려졌다. 2018년 이후 별다른 개발 진척이 없었던 신약 파이프라인을 위장관 분야에 특화된 바이오텍에 넘기면서 전환점을 마련했다는 점은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는 분석이다. R&D 전략을 구사할 때도 선택과 집중, 효율적인 '엑시트' 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몸소 보여줬다. 그동안 국내 제약기업들은 많은 기대와 쓴맛을 보며 적잖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수많은 시행착오는 신약 기술수출 전략의 진화로 이어졌다.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글로벌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할 때 '실리'에 눈뜨기 시작했다는 점이 반갑다.2020-08-24 06:11:55안경진 -
[기자의 눈] '좋은병원' 목록에 없으면 나쁜병원?[데일리팜=이혜경 기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11일부터 '우리 지역 좋은 병원 찾기'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심평원 홈페이지 의료정보 메뉴에서 지역과 분야를 선택하면 병원 평가결과가 우수한 병원 리스트가 나온다. 이 페이지에서는 의료질 평가결과 뿐 아니라 1인실 상급병실료, 의사수, 병상수 등을 함께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과연 심평원의 의료질 평가결과가 우수한 병원을 '좋은 병원'이라고 단정지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심평원 평가 결과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평가 결과는 없지만, 동네에서 지역 주민들에게 사랑 받는 병원도 있기 마련이다. 심평원은 자기들의 평가를 받고, 인정을 받은 병원만이 '좋은 병원'이라는 프레임을 씌웠다. 좋다의 반대말은 '나쁘다', '싫다'는 의미인데 심평원의 '우리 지역 좋은 병원 찾기' 서비스에 검색되지 않는 병원은 '나쁜 병원'이라는 의미일까. 최근 무릎 관절 진료를 위해 동네 정형외과를 자주 찾는다. 갓 개원한 동네의원이라 심평원으로부터 의료질 평가를 받은 적이 없는 곳이다. 대부분의 동네의원이 3분 진료가 기본이라지만, 이 병원 원장님은 그 이상의 진료를 보면서 환자의 상태를 팔로업 한다. 비급여가 적용되는 항목이 있다면, 사전에 환자에게 동의를 구한다. 이 곳에서 진료를 받고 나오면 기분이 좋다. 하지만 심평원의 '좋은 병원' 검색 서비스를 통해선 이 병원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그렇다면, 심평원이 이야기 하는 좋은 병원을 검색해 보자는 마음에 동네 지역을 선택하고 관절 항목을 눌러봤다. 나오는 병원이 없다. 조금 더 반경을 넓혀 서울 전역으로 검색했다. 관절 분야 좋은 병원은 강서구, 동대문구, 영등포구, 서초구 등에 한 곳씩 포진돼 있다. 단 4곳 만이 서울 지역 관절 치료에 있어 좋은 병원이다. 심평원의 프레임대로 라면, 나머지 정형외과는 모두 나쁜 병원이 되고 만다. 심평원은 좋은 병원 찾기 서비스를 홍보하면서 경증질환에도 수도권 대형병원을 선호하거나 우리 주변에 진료를 잘하는 병·의원이 있음에도 관련정보 접근성이 떨어지는 만큼, 필요한 병원정보를 찾아보기 쉽게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이 서비스는 좋은 병원과 나쁜 병원을 나누기 위해 만든게 아니다. 심평원의 평가 결과가 우수한 병원들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다시 한번 정리한 정보를 말한다. 그야말로 심평원이 서비스다.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국민들 뿐 아니라 공급자까지 생각했다면 '좋은 병원 찾기 서비스'가 아닌 '평가 결과 우수 병원' 등 주관적 의견을 빼고, 공공기관으로서 객관적인 네이밍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2020-08-21 19:23:01이혜경 -
[기자의 눈] 임상 정보공개 확대의 아쉬움[데일리팜=이탁순 기자] 식약처는 작년 10월 임상시험 승인현황에 대한 정보공개를 확대하기로 했다. 이후 의약품안전나라 홈페이지를 통해 기존에는 공개되지 않았던 정보들이 올라오고 있다. 이에 대해 식약처는 희귀·난치환자의 치료 기회를 넓히고 임상시험 참여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전했다. 실제 정보공개 확대 이후 그전에는 보지 못했던 임상 실시기관, 연락처, 피험자 선정기준, 제외기준 등 임상시험 참여에 필요한 정보들을 알 수 있었다. 임상시험에 참여하고자 하는 환자나 그 보호자가 해당 정보를 활용해 실시기관에 문의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 것이다. 하지만 임상시험 정보가 확대 공개되면서 오히려 업데이트는 늦어지고 있다. 그날 임상승인된 정보 가운데 자세한 사항을 볼 수 있는 경우는 소수에 그치고 있다. 심지어 며칠이 지나 업데이트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업데이트가 늦어지다보니 오히려 환자나 그 가족, 또한 기업의 임상정보에 관심을 갖고 있는 투자자들이 필요한 정보를 습득하기가 더 어려워졌다. 앞 페이지에 있는 최근 승인된 임상시험은 업데이트가 늦어 정보 확인이 어렵고, 뒷페이지를 가야 정보확인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데이트가 되도 기업의 기밀사유라는 이유로 정보가 제한적으로 공개되는 경우가 잦다. 예를 들면, 임상의약품의 성분명이 제대로 표시되지 않고, 그 기업이 부여한 개발명으로 기재되곤 한다. 이럴 경우 해당 의약품이 어떤 의약품인지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 환자나 보호자 입장에서는 있으나 마나한 정보인 것이다. 개발명으로 임상의약품이 기재돼 있는 경우 오히려 미국 국립보건원(NIH) 클리니컬트라이얼스 홈페이지에서 성분명이 확인되는 경우도 있다. 식약처는 애초 임상정보를 공개할 때 NIH 클리니컬트라이얼스 수준까지 확대하겠다고 예고했었다. 하지만 현재 의약품안전나라에는 정보를 확인할 수 없는 임상 예외사항이 너무 많다. 특히 국내 제약사가 개발하는 제품일 경우 정보가 훨씬 제한적이다. 물론 신약의 임상시험의 경우 예전보다 정보가 훨씬 확대된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일반 국민 알권리는 둘째치고, 피험자나 환자조차 정보습득이 쉬워졌다고 말하기엔 현재 시스템이 불완전하다. 업데이트 지연이 불가피하다면 공개된 정보와 비공개 정보를 구분하는 등의 방법으로 더 쉽게 볼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비공개 기준이 무엇인지도 국민이 알 수 있도록 제시해야 한다. 현재 시스템에서는 일반 국민이 정보를 얻으려 왔다 헛수고하고 발길을 돌릴 가능성이 너무 크다.2020-08-19 16:59:09이탁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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