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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제네릭에 패널티 아닌 인센티브를[데일리팜=이탁순 기자] 국산 제네릭약물의 '경쟁력 강화'라는 미명 하에 여러가지 방안들이 논의되고 있다. 이미 정부는 숫자 난립이 경쟁력을 약화시킨다는 명분하에 공동생동 제한, 위탁생동 약가인하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가 공동생동 제한 조치는 규제개혁위원회에 의해 철회된 상황이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식약처는 최근 민관협의체를 통해 다양한 제네릭 대책을 논의되고 있다. 지금까지 나온 방안을 보면 생동성시험 진행 제약사를 제품 포장에 표시하고, 생동성시험 품질평가 지표를 마련하며, 성분별 제네릭의약품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다는 내용들이다. 이런 방안들이 실제 제네릭 경쟁력 강화에 효과가 있을지는 일단 뚜껑을 열어봐야 알 것 같다. 아쉬운 점은 제네릭 경쟁력 강화 대책이란 것들이 대부분 '패널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직접 생동을 하지 않은 제네릭품목에 약가를 인하하는 정책이 대표적이다. 이번 민관협의체에서 나온 대책들도 어찌보면 제네릭들을 줄세워 선별하자는데 의미를 두고 있다. 뒷줄에 서 있는 업체들은 '불이익(패널티)'을 준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했다. 칭찬은 커녕 깎아내리는데 혈안이 돼 망신창이가 된 국산 제네릭이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지 미지수다. 오히려 오리지널보다 품질 안 좋은 제네릭이라는 인식만 부추기지 않을까 걱정된다. 따라서 잘 개발하고, 질 좋은 제네릭에는 인센티브를 주는 방향도 논의를 해야 한다. 예를 들어 특허를 회피한 우선판매품목허가 제품이라든지, 해외수출에 성공한 제네릭, 약가를 낮춰 건보재정에 일조한 제품들을 우대하는 정책도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정부가 제네릭에 좋은 이미지를 줘야 시장에서도 신뢰를 보낼 명분이 생긴다. 부디 제네릭 경쟁력 강화라는 정책 방향이 패널티에만 두지 말고 인센티브도 모색하기를 바란다.2020-06-05 09:17:52이탁순 -
[기고] 400년 전 이명의 흔적 "소 떼가 우는 소리"[데일리팜=이재근약사 기자] “처음에는 가을 벌레가 떼 지어 우는 것 같더니 지금은 소 떼가 싸우며 우는 소리 같습니다.” 광해 7년(1615년), 영의정 기자헌이 임금에게 사직을 청하며 그 이유로 자신의 고통스러운 ‘이명증(耳鳴症, 귀울림)’을 묘사한 내용이다. 하지만 광해군은 윤허하지 않았고, ‘몸조리하며 일하라’는 말로 기자헌을 돌려보냈다. 기자헌은 이후에도 꾸준히 사직서를 올렸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광해군일기에 따르면 무려 다섯 번이나 말이다. 이처럼 이명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수많은 사람을 괴롭혀온 증상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명은 여전히 약국은 물론 병원, 한의원에서도 치료가 까다로운 질환 중 하나로 꼽힌다. 원인이 불분명한 경우가 많고, 아직 완전한 치료법 또한 정립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고령층뿐 아니라 필자 또래의 젊은 층에서도 이명 환자가 증가하고 있어 더더욱 마음이 쓰인다. 이들 환자를 대하며 우선 고려하는 것은 곧바로 병원을 찾아야 하는 응급질환은 아닌지, 증상의 경중은 어떤지 등 전반적인 상태를 살피는 일이다. 내이를 손상할 수 있는 이독성(耳毒性) 약물의 부작용은 아닌지도 검토한다. 이독성 약물은 아미노글리코시드 계열 항생제, 고용량 아스피린, 진통소염제 등으로 제법 많은 편이다. 그간 어떤 약을 먹었는지도 중요한 요소다. 약국에서 처방전 없이 구매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 중에도 실비도, 은행잎제제처럼 이명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제품들이 있다. 하지만 각각의 주성분이 다르고 용량, 용법, 약물 상호작용, 부작용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해야 하므로 약사의 전문적인 상담이 동반돼야만 적절한 관리가 이뤄질 수 있다. 무엇보다 이명 환자의 괴로움에 공감하고, 정신적인 힘겨움을 함께 살피는 일이 중요하다고 본다. 필자가 이명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도 한 환자에게서 들었던 “당신은 내가 얼마나 힘든지 모른다”는 체념한 듯한 말이 여운으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타인은 듣지 못하고, 증상을 쉽사리 이해하기도 어려운 이명의 특성이 그 환자를 더 외롭고 힘들게 했던 것이다. 이후로는 약사로서뿐만 아니라 인간적으로도 언제나 환자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고 마음을 다잡곤 한다. 광해군에게는 기자헌이 그러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기자헌은 선조가 세자 광해군을 폐하고 영창대군을 후사로 삼으려 하자 적극 반대해 광해군이 즉위하는 데 공헌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왕세자 시절 광해군에게 맹자를 가르쳤던 것도 그였다고 한다. 기자헌의 다섯 번째 사직서를 본 광해군이 이를 반려하며 “나와 현재의 어려움을 구제하라”고 말한 것은 이러한 두터운 신뢰에서 나왔을 것이다. 상투적으로 보일지라도 필자는 때로는 어떤 약보다 공감에서 우러난 따뜻한 말 한마디가 환자에게 기운을 불어넣는데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믿는다. 이명을 겪는 지인이 있다면 살갑게 말을 건네며 잠깐이나마 이명의 불쾌한 소리를 잊도록 도와보는 건 어떨까? 적어도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 곁에 있다는 걸 알려주면서 말이다. 공교롭게도 선조 또한 이명증 때문에 치료를 받았다는 기록이 있는 걸 보며 이명 환자에게 어떤 말을 건네야 할 지 광해군은 알고 있었을까 궁금하기만 하다.2020-06-04 09:15:32이재근약사 -
[기자의 눈] 하나제약의 '일석이조' 투자법[데일리팜=이석준 기자] 하나제약이 지난 3월 삼진제약에 25억원 지분투자를 단행했다. 해당 소식은 지난달 15일 하나제약이 제출한 분기보고서를 통해 처음 공개됐다. 하나제약의 삼진제약 투자는 '일석이조' 효과를 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표면적으로는 시세차익이다. 현재까지는 성공적이다. 3월 18일 주당 1만8500원(13만8500주)에 취득한 삼진제약 주식은 이달 2일 종가 기준 2만8400원까지 뛰었다. 최초취득금액의 50%가 넘는 증가율이다.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하면 석달도 안돼 약 15억원(세금 제외)을 남길수 있다. 향후 지분투자를 늘릴 경우 경영 참여(5% 이상)는 물론 양사 사업 제휴도 가능하다. 현재 지분율은 1%다. 궁극적으로는 기업 가치 상승을 노릴 수 있다. 하나제약은 주주 가치 극대화에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상장 후 자사주 취득 신탁 계약만 3번을 체결했다. 지난해는 72억원의 배당금을 주주에 돌려줬다. 다만 주가는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올 3월 19일 종가는 1만4600원으로 상장 이후 가장 낮은 금액을 기록했다. 2018년 10월 2일 상장일 종가(3만3150원)과 비교하면 55.96% 빠진 수치다. 이런 상황에서 하나제약의 삼진제약 지분 취득은 단순 투자는 물론 기업 가치 제고까지 노렸을 가능성이 높다. 안전성이 뛰어난 삼진제약 투자로 하나제약 기업 가치 동반 상승을 계산했다는 의미다. 실제 삼진제약의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2419억원, 441억원이다. 전년보다 모두 역성장한 수치지만 영업이익률은 18.3%로 업계 평균(7% 내외)을 2배 이상 상회한다. 올 1분기 영업이익률(매출액 577억원, 104억원)도 18%를 넘어섰다. 이런 추세는 수년간 이어지고 있다. 이런 움직임 속에 하나제약 주가도 반응하고 있다. 6월 2일 종가 기준 2만2950원까지 회복했다. 주가 상승 원인을 삼진제약 투자로 단정지을 순 없지만 회사의 기업 가치 제고 노력이 반영됐다고는 해석할 수 있다. 시세차익과 함께 일석이조 투자 효과다.2020-06-03 06:10:29이석준 -
[기자의 눈] '불순물' 사태, 약국은 피곤하다[데일리팜=김지은 기자] 최근 약국에는 새로운 업무가 하나 추가됐다. 발사르탄을 시작으로 라니티딘, 메트포르민까지. 거듭되는 불순물 의약품 사태의 ‘뒤치다꺼리’는 결국 약국의 몫이기 때문이다. 메트포르민 사태는 일부 품목의 판매중지로 그치면서 이전 발사르탄, 라니티딘 때보단 혼란이 크지 않은 분위기다. 하지만 지난 2번의 학습 효과 때문인지 판매중지 발표 직후 대체 의약품은 순식간에 품귀 현상을 보이기도 했다. 특히 이번에 판매가 중지된 약 중 일부는 대체할 약의 수가 적어 판매중지 발표 1시간도 채 안 돼 대체 약은 주요 의약품 온라인몰에서 품절되기도 했다. 재빨리 약을 주문하지 못한 약국들은 품절된 약을 구하느라 진땀을 빼야했다. 이번에도 역시 언론으로 상황을 접한 약사들은 혼란에 빠진 모습이다. 오전부터 판매 중지된 약의 재고를 정리해야 했고, 대체할 약을 주문하느라 온라인몰을 드나들고 거래 도매상에 약을 수소문하느라 바빴다. 약국 조제실은 판매 중지 발표 직후 새로 주문한 대체 의약품들로 가득 찼다. 수요가 예측되지 않는데다 언제 품절될지 모르는 상황에서는 일단 쟁여놓고 보는 것이 상책일 수 밖에. 발사르탄, 라니티딘 사태 때에도 관련 처방 조제가 많은 약국들은 몇 개월 간 미리 주문한 약들에 약국 공간을 내어줘야 했었다. 이 뿐 만일까. 발표 직후 이어진 환자 문의도 결국 약국의 몫이 됐다. “잘못은 우리가 한것도 아닌데 매번 약국의 잘못인양 설명하고 설득해야 한다”는 어느 약사의 말처럼 이번 사태에도 약사들은 복용 중인 약의 판매 중지 이유와 대처 방안을 일일이 설명해야 했다. 이번에도 지나가면 그만일 일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의약품 불순물 사태가 너무 반복되고 있다. 불순물이 의약품 안전관리의 새로운 복병으로 떠오른 시대에 발사르탄과 라니티딘, 메트포르민으로만 끝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불순물 의약품의 원천적 책임과 관리는 결국 제약업계와 규제당국의 몫이라지만, 사태가 벌어질 때마다 약국이 사태의 수습 중심에 서야하는 지금의 상황은 불공정한 측면이 있다. 물론 명확한 기준과 철저한 규제로 지금과 같은 사태가 반복되지 않도록 막는 것이 최우선이다. 하지만 불순물이 의약품 안전관리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떠오른 이상 정부는 국제일반명 도입, 나아가 성분명 처방 도입을 오래된 과제로만 묵힐 수는 없어 보인다. 올해가 의약분업 20주년이란 점도 이들 제도에 대한 본격적 논의에 힘을 실어주는 부분일 것이다.2020-05-31 22:40:14김지은 -
[사설] 스물한 살 데일리팜은 여전히 목마릅니다국민건강(國民健康), 신약강국(新藥强國), 의약존중(醫藥尊重)을 사시로 내걸고 1999년 6월 첫발을 뗀 데일리팜이 이제 스물한 살 어엿한 청년으로 성장했습니다. 국내 첫 의약전문 인터넷뉴스 타이틀로 올곧게 걸어왔던 데일리팜은 독자들의 애정어린 관심과 때론 냉혹한 비판 속에서 느리지만 단단하게 한걸음 한걸음 전진해 왔습니다. 국내 의약품 산업은 2000년 8월 의약분업을 계기로 크게 변모했습니다. 데일리팜은 그동안 분업 시행 20년 변화의 흐름과 발맞춰 정책방향을 제시했고, 수많은 약가 허가제도 변화속에서 사안의 본질을 분석하고 대안제시를 통해 독자 여러분들과 함께 호흡해 왔다고 자평합니다. 무엇보다 독자가 가장 먼저 찾는 언론과 가장 오래 머무르는 뉴스매체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보건의약계의 새로운 의제를 설정하고 다양한 기획기사를 통한 문제제기를 통해 함께 고민했습니다. 의약계 유일의 ▲한국 ABC 협회 인증 ▲보건의약 사이트 중 첫 동영상 뉴스 제공 ▲국내 의약언론 중 첫 광고대상 시상식 개최 ▲40번에 걸친 미래포럼 개최와 CEO정책 포럼 ▲국내 최대 의약인 구인/구직 사이트인 팜리쿠르트 운영 등 책임있는 언론으로서 면모를 갖추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보도의 기능을 넘어 새로운 아젠다를 발굴하고 이를 건전한 여론으로 발전시키는 일에도 게을리하지 않았습니다. 이같은 노력속에서 데일리팜은 오랫동안 보건의약계 언론 중 1등의 자리에 서 있습니다. 그러나 갈길은 아직 멀고 우리는 목마릅니다. 감시기능 부재와 탐사보도의 아쉬움은 여전하고, 정부의 수많은 규제정책들이 보건의약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본질적인 접근을 했는지 우리는 되묻고 있습니다. 혹여 클릭수라는 달콤한 유혹에 함몰돼 자극적인 기사에만 매달리지 않았는지 자성하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습니다. 해서 창간 21주년을 맞아 데일리팜은 다시한번 도약과 비전을 선포합니다. 이슈를 선점하고 전문가들과 호흡하는 자리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소통하는 언론이 되겠습니다. 기획기사와 탐사보도 확대를 통해 제약산업계의 새로운 생태계를 조성하는 첨병이 되도록 계속 업그레이드시켜 나가겠습니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 로봇기술, 드론, 자율주행차, 가상현실(VR) 등이 주도하는 차세대 시대를 맞아 보건의약계의 패러다임 변화를 주도하는 길잡이가 되겠습니다. 4차 산업혁명 사회와 지능정보사회에 걸맞은 거버넌스를 갖출 수 있도록 데일리팜이 앞장서겠습니다. 그리하여 궁극적으로 국민건강이 향상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청년 데일리팜은 1등 언론이라는 시대적 사명감을 소중하게 생각하며 21년 전 초심을 잃지 않도록 스스로를 채찍질 하겠습니다. 기사 한 줄을 두려워하는 마음으로 작성하면서 보건의약계라는 커뮤니티의 일원이자 이를 감시하는 언론으로서 언제나 사명감을 잃지 않고 국민 보건복지 향상에 기여하는데 앞장서겠습니다. 독자 제위의 지도편달을 큰 귀로 듣는 데일리팜이 되겠습니다.2020-05-29 10:27:47데일리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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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전자처방전 추진을 위한 필요조건[데일리팜=이정환 기자] 대한약사회가 전자처방전 약국 전송 서비스 사업에 앞장선다는 소식이 대외 알려지자 약사사회는 찬반 격론이 벌어졌다. 의료기관과 약국 간 처방전 담합 논란을 촉발했던 사업에 약사회가 손을 대는 것은 문제란 시각과 정부 차원의 전자처방전 서비스 사업이 진척되지 않는다면 약사회가 선제적으로 앞장서는 게 해법이라는 주장이 부딪힌다. 전자처방전 약국 전송기능은 어떻게 보면 해묵은 논제다. 이미 전국 상급종합병원을 중심으로 원내 키오스크를 통한 문전약국 처방전 전송 시스템이 상용화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전화진료·처방 등 원격의료가 한시적 허용되면서 비대면 진료 활성화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한 전자처방전 약국 전송 시스템은 한층 입지가 커졌다. 환자 입장에서 손바닥 위 모바일에서 병원 진료 후 발급받은 처방전을 약국으로 즉각 전송하는 기능은 편리할 수 밖에 없다. 다만 과거 전자처방전 약국 전송기능이 일선 약사사회 혼선을 촉발하고 약국 간 갈등을 일으킨 것은 전국 약국을 대상으로 해당 기능이 작용하지 않은 게 배경이다. 애플리케이션에 전국 약국이 포함되지 않아 약국 매출과 직결되는 '병원 처방전을 전송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앱에 이름을 올린 약국에게만 부여된 게 처방전 담합이란 단어가 탄생하게 된 이유다. 이웃 약국 간 처방전 전송 여부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칠 수 밖에 없는 생태계에 놓인 게 문제 촉발에 영향을 미쳤다. 약사회는 전자처방전의 해묵은 담합 문제 해결을 위해 직접 개발이란 선택을 했고, 이 선택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충족해야 할 필요조건도 갖게 됐다. 전 약사회원에 약사회가 전자처방전 개발 사업에 선제적으로 나설 수 밖에 없는 타당성을 설득·설명하는 게 그것이다. 전자처방전이란 담론을 약사회가 약사사회를 위해 가장 앞에서 그리고 투명하게 이끌어 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내야 약사사회 내 찬반 격론을 해소하고 시범사업을 연착륙할 수 있다. 지금껏 전자처방전이 유발한 부작용을 빈틈없이 파악하고 부작용을 해결한 시스템을 구축해 약사 편익을 추구하는 일이 약사회가 먼저 완수해야 할 숙제인 셈이다. 시범사업 성과를 토대로 정부에 전자처방전 시스템의 운영 방향성을 제안하는 것은 약사들의 크고 작은 목소리를 시스템에 구현하고 나서 해야 할 일이다.2020-05-29 06:14:46이정환 -
[기고] 임상시험 실패의 원인은 무엇인가국내 모 바이오텍(biotech)사가 2019년 미국 3상의 실패원인을 임상시험수탁기관(Contract Research Organization, 이하 CRO)의 과실로 분석하고 세계 굴지의 CRO를 선정하여 후속 3상 임상시험을 계획하면서 CRO의 잘못으로 임상시험이 실패하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는 경제지 보도가 있었다. CRO의 잘못으로 실패를 하면서 CRO의 역할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되었다고 부연했다. 해외에서 임상시험에 실패를 경험한 스폰서(sponsor)들 가운데 CRO를 탓하는 경우가 더 있을 것 같다. "국내 제약사들은 글로벌 CRO를 통제하고 결과를 분석해 정확하게 요구할 만한 경험이 없기 때문에 임상 3상에서 번번이 좌절하는 사례가 나온다. 국내 제약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 CRO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최근 모 주요 언론지가 보도하였다. 국내 언론과 바이오 제약업계가 CRO에 관심을 갖는 것은 국내 선도 CRO의 하나인 LSK Global PS로서는 고마운 일이지만 해외 임상시험의 실패의 원인을 CRO에서 찾고 국내 제약산업 경쟁력을 위하여 CRO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주장은 다시 살펴 보아야 한다. LSK Global PS는 선진국 CRO들과 많은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예를 들자면 LSK Global PS 초창기에 PRA Health Science (당시에는 PRA International이라 하였다)를 통해 많은 글로벌 임상시험의 기회를 얻었다. PRA 한국 지사가 LSK Global PS 사무실에서 시작하였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지금은 분할되어 여타 CRO에 합병된 MDS Pharma Services도 LSK Global PS에게 다국적 임상시험의 기회를 열어주었고 코반스 코리아(Covance Korea)도 초창기에 LSK Global PS와 파트너 관계를 맺고 다수의 프로젝트들을 진행했다. 그 외에도 여러 선진국 CRO들, 제약사, 바이오텍사들의 임상시험 업무를 수행하였다. 많은 경우 실패로 끝났다. 수개월 전에도 미국 바이오텍사로부터 수주한 항암 임상시험이 중간에 중단되었다. 모 글로벌 제약사의 항암 임상시험을 LSK Global PS가 수주하여 진행한 다국적 임상시험의 안전성 유효성 결과를 면밀히 검토하고 유효성이 없는 것으로 결론짓고 개발을 중단했다. 위에 언급한 최근 중단된 미국 바이오텍 경우 임상시험도 마찬가지였다. 그 외에도 글로벌 임상시험이 중단되거나 결과가 부정적인 경우가 많았지만 LSK Global PS에서 원인을 찾는 일은 없었다. 임상시험은 10개 중 9개가 실패하고 항암제의 경우에는 20개 중 19개가 실패한다는 말은 우리에게 익숙한 사실(fact)이다. 그러나 국내 스폰서의 임상시험 결과가 부정적이면 수주를 받은 CRO는 전전긍긍한다. 임상시험의 실패는 다반사(茶飯事)임에도 불구하고 CRO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시각이 업계에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작년 한국 바이오 시장을 뜨겁게 달궜던 임상시험 실패사례를 보자.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Invossa), 신라젠의 펙사벡(Pexa-vec), 에이치엘비의 리보세라닙(Rivoceranib), 헬릭스미스의 VM202가 대표적일 것이다. 위의 네 '실패'는 모두 다르다. 임상시험의 실패인 경우도 있고 IP(Investigational Product)의 실패인 경우도 있어 보인다. 신약 임상시험의 실패는 끝이 아니다. 비딜(BiDil)이라는 심장질환 치료제는 실패하였지만 흑인에게서 특출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돌아왔다. 아마도 가장 극적인 예가 세툭시맙(Cetuximab)으로 판매되는 임클론(ImClone)의 얼비툭스(Erbitux)일 것이다. 임클론이 임상시험의 설계 잘못으로 실패했지만 우수한 약물이었기 때문에 결국 임상시험을 반복하여 화려하게 성공한 것이다. 반면 임상시험에 성공하고 신약허가까지 받았지만 부작용으로 퇴출되는 의약품도 부지기수다. 신약의 실패-성공과 임상시험의 실패-성공은 구분되어야 한다. 필자의 짧지 않은 경험에 의하면 임상시험은 다양한 이유로 실패한다. 가장 흔한 실패는 (1) 부적절한 임상시험 샘플 사이즈(sample size), (2) 잘못 선택된 가설, (3) 잘못 선택된 평가변수, (4) 잘못 선정된 타깃 환자군(target patient), (5) 의료환경의 변화, (6) IP 포장 문제, (7) 잘못된 데이터관리(data management), (8) 부적절한 데이터 분석, (9) 환자모집 실패, (10) 끝으로 IP 실패 등이다. 임상시험이 실패하면 원인을 분석해 보아야 한다. 임상시험 과정에서 문제를 찾을 수 없다면 이는 의약품의 실패라고 볼 수 있다. 의약품의 실패는 안전성 문제 또는 유효성 문제로 대부분 귀결된다. 흔치는 않지만 IP 제조과정에서 실패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LSK Global PS는 실패하는 임상시험을 십 수 차례 구제한 경험이 있다. 해외 임상시험도 있고 국내 임상시험도 있다. 총체적으로 실패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가장 흔한 실패는 데이터관리에서 발생한다. 국내 CRO 뿐만이 아니고 세계 굴지의 CRO도 실패한다. 모 일본 제약사의 다국적 임상시험의 데이터관리에 세계적인 CRO가 실패하면서 LSK Global PS가 구제한 임상시험과제(study)도 있다. 굴지의 글로벌 CRO도 실패한다면 LSK Global PS를 비롯한 어떤 CRO도 실패를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중요한 것은 실패의 징후를 조속히 찾아내고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CRO는 선택이지 필수가 아니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임상시험 원천기술을 갖추고 있으며 50% 가량의 임상시험은 자체적으로 진행한다고 한다. 나머지는 비용과 시간을 절약하기 위하여 CRO와 우선협상파트너십(preferred partnership)을 맺고 아웃소싱(outsourcing)한다. ICH(International Council for Harmonisation of Technical Requirements for Pharmaceuticals for Human Use) 가이드라인에 의하면 CRO는 스폰서와 명문화된 계약에 따라서 계약된 업무만을 진행하고 모든 책임은 스폰서가 진다. 미국 CRO 또는 스폰서와 수주하는 경우 업무범위와 내용이 정확하게 정해져 있다. 이 범위에 속하지 않는 업무는 반드시 스폰서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이런 이유로 선진국의 경우 임상시험의 실패 원인을 스폰서에서 찾지 CRO의 책임에서 찾는 경우를 보지 못하였다. 코로나19 대확산(Coronavirus pandemic) 이후의 임상시험에는 커다란 변화가 일어날 것이고 이미 많은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임상시험은 클리니컬 사이언스(clinical science)에서 데이터 사이언스(data science)로 변화 할 것이다. 데이터 사이언스의 발전은 비대면 임상시험 또는 가상임상시험이라는 형태로 나타난다. 임상시험모니터요원(Clinical Research Associate, CRA)이 임상시험 병원을 정기적으로 방문할 필요도 최소화될 것이고 환자가 임상시험 병원에 가는 일도 줄어들 것이다. 이런 변화를 제약사가 주도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데이터 사이언스 중심의 임상시험은 규제기관부터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 원격진료를 반대하는 의사들은 우리나라 임상시험 기술발전의 기회에 문을 닫는다. 가상 임상시험에서는 식약처가 실태조사(inspection)할 임상시험 병원도 없을 것이고 병원에는 데이터도 없을 것이다. 국내에서 가상 임상시험이 불가능해지면 더욱 많은 임상시험이 해외로 유출될 것이고 해외 CRO의 의존도는 더욱 높아지게 될 것이다. 국내 시장규모로는 제약산업의 발전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국내 제약사의 대부분은 규모 때문에 독자적으로 데이터 사이언스 중심의 임상시험 인프라를 갖추기 어려울 것이다. 미래를 위하여 또 해외 진출을 위하여 국내 CRO와 손을 잡고 데이터 사이언스 중심의 신약개발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동시에 스폰서는 '갑', CRO는 '을'이라는 시각을 버리고 스폰서와 CRO는 동반자라는 시각은 필수조건이다.2020-05-27 12:55:43이영작 대표 -
[기자의 눈] 제약 '포스트 불순물' 시대 준비해야[데일리팜=김진구 기자]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 라니티딘과 달리 모든 품목의 판매가 중지되는 상황까지 이어지진 않았다. 환자들의 혼란도, 제약사의 잠정적인 피해도 앞선 발사르탄·라니티딘 사태 때보다는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5일 국내 유통 중인 메트포르민 완제품 288개 가운데 31개의 판매를 중지하기로 결정했다. 이유는 앞선 사태 때와 같았다.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이 잠정관리기준 이상 검출됐다는 것이다. 이로써 발사르탄에서 시작해 라니티딘을 거쳐 메트포르민으로 이어지는 불순물 사태는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현재로선 불순물 우려가 제기되는 다른 성분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불순물은 의약품 안전관리의 새로운 복병이자 기준이 됐다. 예상치 못한 불순물을 사전에 관리해야 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모순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예상하지 못한 불순물을 미리 예상하고 관리하라니, 모순으로밖에 설명할 수 없다. 그러나 이 모순적인 상황이 제약바이오업계가 맞닥뜨린 현실이다. 받아들여야 한다. 의약품 안전관리의 패러다임은 완전히 바뀌었다. 식약처는 오는 9월부터 제약사가 의약품 허가를 신청할 때 발암불순물, 금속불순물 등에 대한 안전성 입증자료를 의무적으로 제출하도록 했다. 자체적으로 발생 가능한 유해물질을 선제적으로 점검하고 안전성을 입증해야만 허가를 받을 수 있게 된다. 그에 앞서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많다. 우선은 불순물마다의 관리기준이다. 현재 관리기준이 정해진 불순물은 NDMA와 NDEA 정도가 전부다. 그러나 NDMA·NDEA는 수많은 불순물 중 일부일 뿐이다. NMBA, DIPNA, EIPNA 등 니트로사민 계열 불순물의 발생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 니트로사민 계열이 아닌 불순물까지 범위를 확장하면 이론적으로는 사실상 무한대에 가까운 불순물 위협이 도사리고 있는 셈이다. 이런 불순물들을 목록화하고, 각 불순물마다 별도의 관리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식약처는 각국의 규제당국과 협업해 이 작업을 진행키로 예고한 바 있다. 그러나 갑작스레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유행하면서 이 작업은 뒤로 미뤄졌다. 여기서 파생되는 책임 소재는 또 다른 문제다. 사전에 예상하지 못했던 점은 규제당국과 제약업계가 마찬가지이지만, 그로 인한 피해는 제약업계가 더 많이 봐야 하는 상황이다. 합리적으로 책임을 분배하기 위한 규제당국과 제약업계의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 현재로선 메트포르민 사태는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그러나 의약품 안전관리의 새 시대는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이다. 매번 지금과 같은 혼란을 겪을 수는 없다. 새 시대에 맞는 새 기준이 하루속히 마련되길 기대한다.2020-05-27 06:10:14김진구 -
[데스크 시선] 한약사 문제 정부입법을 기대하며[데일리팜=강신국 기자] 약사는 약국을, 한약사는 한약국을 개설하도록 하는 약사법 개정안이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20대 국회에서 폐기됐다. 직능 간 갈등이 걸려있다는 이유로 쟁점법안이 돼 왔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법안심사소위에 상정조차 하지 못했다. 한약사의 일반약 판매에 처벌규정을 두는 법안이 아닌 약사는 약국, 한약사는 한약국을 개설하도록 해, 국민들의 혼란을 최소화하자는 취지의 법안인데도 의원들에게 '판도라의 상자'와 같은 법안이 됐다. 상황이 이러니 21대 국회가 개원하더라도 한약사 관련 입법은 쉽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법안 발의는 가능하지만 논의가 될지 미지수라는 것이다. 한약사 문제는 법령 정비 없이는 불가능하다. 즉 약사법 20조의 '약사 또는 한약사가 아니면 약국을 개설할 수 없다'는 조항에서 모든게 시작된다. 이어 약사법 44조 '약국 개설자 (해당 약국에 근무하는 약사 또는 한약사를 포함한다)가 아니면 의약품을 판매하거나 판매할 목적으로 취득할 수 없다'는 조항 때문에 한약사가 약사들이 말하는 한약제제가 아닌 일반약을 판매하다 적발돼 기소돼도 번번히 무혐의를 받았다. 그러나 약사들은 약사법 2조를 강조한다 .'약사(藥師)란 한약에 관한 사항 외의 약사(藥事)에 관한 업무 (한약제제에 관한 사항을 포함한다 )를 담당하며 한약사(韓藥師)란 한약과 한약제제에 관한 약사(藥事) 업무를 담당하는 자'라고 돼 있다. 한약사들은 "약국을 개설할 수 있는 만큼 약국 개설자는 일반약을 판매할 수 있기 때문에 한약 일반약 판매는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고, 약사들은 "한약사라면 한약과 한약제제에 관한 업무만 하라"는 입장이다. 법 조문만 놓고 보면 두 직능의 주장 모두 맞다. 결국 법령 정비 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다. 약사와 한약사의 직능 간 갈등이 수년째 계속되고 있는데 법령 정비에 나설 생각도 하지 않고 있다. 이는 정부의 책임방기이자 직무유기다. 한약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부 입법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한약사 문제를 정비할 수 있는 정부 입법 약사법 개정안이 21대 국회에서 발의돼야 한다. 그 이후 문제는 국회 책임이다. 의원 입법보다, 정부 입법의 무게감은 다르다. 국회도 직능간 갈등으로만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한약사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정부와 국회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다. 수 많은 약사들이 21대 국회를 지켜보고 있다.2020-05-24 22:41:33강신국 -
[칼럼] 코로나 이후의 세상과 약국의 미래코로나19 사태 이후 사람들의 생활방식은 많이 바뀌었다. 경제활동이 특히 그렇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결과 오프라인 소매 업종은 타격을 받은 반면 온라인 부문 매출은 오히려 늘어났다. 소매업에서 온라인의 약진과 오프라인의 퇴조는 이미 하나의 흐름이었지만, 코로나19는 이런 추세를 더욱 가속시킬 것으로 보는 사람이 많다. 오프라인으로만 운영되던 기존 산업이 온라인 방식으로 재편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대표적인 오프라인 업종인 약국에게는 중대한 도전이 아닐 수 없다. 사실 이미 첫 도전은 시작되었다. 정부가 연일 기사를 뿌리며 홍보하고 있는 원격의료가 그것이다. 코로나19와 같은 감염질환을 대비한다는 것이 명분이지만 그 이면에는 의료를 산업으로 육성해 한국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아야 한다는 자본의 논리가 있다. 병원에 직접 가지 않고 원격으로 진료를 받는 마당에 환자가 약은 꼭 약국을 방문해서 받을 리 없다. 조제약 택배의 시작이다. 또한 이러한 과정이 원활히 진행되려면 전송 및 저장의 용이를 위해 종이처방전이 아닌 전자처방전 도입이 필요하다. 원격의료가 시작되면 조제약 택배와 전자처방전이 필연적으로 시행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조제약 택배와 전자처방전은 약국가에 일대 지각변동을 가져올 것이다. 우선 원격 진료를 통해 발행된 처방전을 수용하고 조제약은 택배로 부쳐주는 새로운 개념의 약국들이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약국은 병의원 근처에 입지할 필요가 없다.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예스24 같은 인터넷 서점처럼 재고관리를 위한 대규모 물류창고를 갖추고 빠른 배송을 장점으로 내세우는 형태가 될 수도 있다. 약국들은 더 많은 처방을 흡수하기 위해 온라인 마케팅을 펼치면서 서로 경쟁할 것이고, 원격 진료가 아닌 직접 진료를 통해 발행된 전자처방전까지 흡수하면서 덩치를 키워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모두 동네약국의 타격으로 이어질 것이다. 단순 비교는 어렵겠지만, 온라인 서점들이 생겨난 후 수많은 동네서점이 몰락했고, 결국에는 온라인 서점들도 마케팅 경쟁 끝에 두세 곳만 남게 된 현상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처방 조제의 대면원칙 파기가 가져올 여파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조제약도 약국 방문 없이 택배로 받는데 일반약을 꼭 약국에 가서 살 이유가 있을까? 편의점약 확대, 더 나아가 일반약 온라인 판매 요구가 더욱 커질 것이 뻔하다. 지금도 약사가 해주는 게 없다며 역할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 국민 인식인데 조제약을 수령할 때마저 약사가 직접 설명하지 않는다면 약사가 불필요하다는 인식은 더욱 확산될 수 있다. 전자처방전이라는 새로운 온라인 플랫폼에 동네약국들이 예속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배달 앱 또는 마케팅 앱이 자신들에게 더 많은 수수료를 내는 식당을 우선적으로 노출되게 함으로써 갑질을 하는 사례를 봐도 그렇다. 상황이 이런 데도 약사사회는 어떠한 준비도 하고 있지 않다. 대한약사회는 원격의료에 반대하기는커녕 전자처방전 도입이 필요하다는 정책건의서를 내기도 했다. 지난 3월 복지부가 보도자료를 통해 전화 및 팩스 처방의 경우 조제약 수령 방법은 약국과 환자가 협의해 결정하라며 사실상 조제약 택배를 허용했음에도 대약은 회원들에게 “조제약 택배는 금지하기로 복지부와 협의됐다”며 사실을 호도하기도 했다. 원격의료에 반대하는 것도 아니고, 현실 상황을 회원들에게 알려 경각심을 일깨우는 것도 아니고, 닥쳐올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고민과 노력을 모으는 것도 아니다. 이러한 무책임과 책무 방기가 또 있는가? 코로나19를 내세워 추진되고 있는 원격의료 도입은 마땅히 폐기돼야 한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볼 때 경제활동의 중심이 온라인으로 옮겨가는 시대의 흐름에도 대비하지 않을 수 없다. 부족한 식견으로나마 필자는 몇 가지 이야기를 하고 싶다. 첫째, 지역주민과의 공고한 관계를 기반으로 한 약국 모델로 시급히 전환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영국식 인두제와 같은 지역기반 통합의료 체제를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일본에서 시행되고 있는 단골약국 제도도 좋은 대안이다. 이러한 제도를 통해 지역사회에 견고한 뿌리를 내리지 않을 경우, 오프라인에 기반할 수밖에 없는 동네약국은 쇠락의 길을 피하기 매우 어려울 수 있다. 둘째, 지금의 행위별 수가제를 벗어난 새로운 지불제도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문을 닫은 병의원 인근 약국들은 처방 감소로 상당한 피해를 감수해야 했다. 원격의료 도입으로 동네 병의원의 처방 발행이 감소할 경우에도 비슷한 일이 일어날 수 있다. 총액계약제나 인두제 같은 지불제도는 처방 조제 건수에 따라 행위료를 받는 행위별 수가제에 비해 약국간 수입 격차를 완화할 수 있고 처방이 감소하더라도 더욱 안정적인 측면이 있다. 이러한 지불제도에 방문약료나 약물검토(MTM) 같은 새로운 약국 서비스를 결합해 동네약국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온라인 약국이 도입될 경우 오프라인 약국 사이의 경쟁도 더욱 가열될 것이 우려된다. 현재의 틀 안에서 약국간 경쟁에 매몰될 것이 아니라 새로운 제도를 모색하고 정부에 적극적으로 제안할 필요가 있다. 셋째, 약국 약사의 전문성을 빠른 시일 안에 끌어올려야 한다. 지금은 소비자가 새로운 의약 정보를 인터넷을 통해 쉽게 얻을 수 있는 시대다. 단순한 정보를 알려주는 것만으로는 전문가로 인정받기 어렵다. 환자가 상담을 해올 경우 문제 상황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단순 복약지도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그러나 필자의 경험으로 이런 문제 해결 능력을 제대로 갖춘 약사는 그리 많지 않다. 근거중심의학에도 맞지 않고 시대에 뒤떨어진 지식을 고수하고 있거나 중요한 치료 가이드라인도 숙지하지 못한 약사들이 적지 않다. 이래서는 처방 중재나 약물검토(MTM)을 할 수 있을 리 없다. 하지만 약사사회에 약사 교육에 대한 문제의식은 찾아보기 힘들다. 코로나19 이후 세상의 모습은 그렇게 밝지만은 않다. 사람들은 마음대로 모이거나 만나지 못하고, 경제는 온라인 위주로 재편돼 소수의 플랫폼들이 산업을 지배하며, 전문 직능인의 전문성보다 자본이 우위에 서는 세상이 오게 될 지 모른다. 이렇게 된다면 약국가는 일찍이 겪어보지 못한 힘든 시기를 맞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어느때보다 약사들의 노력과 지혜가 필요한 때가 될 것이다.2020-05-24 18:51:39데일리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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