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스크시선] 유통가 일련번호 의무화 '카운트다운'의약품 유통 라인의 일련번호 의무화가 눈앞에 다가왔다. 그간 업계의 격렬한 반발과 개선되지 못한 난제가 정부의 발목을 잡았지만 우여곡절 끝에 도입의 목전까지 다다랐다. 정부와 산업 현장의 쉼 없는 노력이 궤도를 이탈하지 않게 한 동력이었다. 일련번호는 제약과 유통, 사용에 이르기까지 의약품 생애 전주기를 파악할 수 있는 일종의 '주민등록번호'다. 한 쪽에서 라인을 갖췄다고 하더라도 다른 한 쪽이 이를 연동하지 못하면 반쪽짜리 시스템이 되고 만다. 따라서 유통업계의 일련번호 의무화는 의약품 제조·생산과 유통의 완전 의무화라고 할 만하다. 물론 소매(사용) 단계인 약국 등 요양기관 미적용과 낱알·앰플당 부착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은 숙제이지만, 현재로선 99.9%에 달하는 전산청구로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다는 게 정부와 수행기관의 설명이다. 이 부분을 논외로 하더라도 문제의 약이 발견될 경우 로트번호를 추적해 시간을 들여 파악하는 일, 잊을만 하면 나타나는 가짜 약 사건, 전국에 걸쳐 있는 의약품 수급 문제 등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시스템은 현재 기술에서 일련번호만한 게 없다. 제도 의무화의 시작점을 돌이켜 보면 일련번호 의무화는 보건당국의 주도가 아닌 산업당국의 주도로 첫 발을 뗐다. 2010년 당시 지식경제부는 주류와 의류업계에 도입해 재미 본 RFID(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를 제약에 도입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하고 보건복지부와 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청등 범부처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제약+IT 융합' 발전전략안을 내놓고 제약·유통에 RFID 기반 일련번호 의무화 계획을 발표했었다. 산업당국의 주도인만큼 시범사업에서 신개념 전자거래 모델인 RFID를 채택한 업체들에만 일부 투자금 지원이 돌아갔고 나머지는 오롯이 제약과 유통업계 부담으로 돌아갔다. 업계 반발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정책 추진은 늘어질 수 밖에 없었고 그 사이 정부와 수행기관 담당자들은 수시로 바뀌었다. 당연히 일각에서는 실현 불가능한 제도로 여겨져 왔다. 실제로도 업계 반발에 제도 도입이 1년 이상 늦춰진 이유도 이런 부분이 상당수 작용했다. 이 사이 제약업계는 고전 끝에 생산 라인에 일련번호 탑재를 마무리 했고 마지막 남은 유통업계 의무화가 지리하게 이어져 오늘에 이르렀다. 정부가 일부 투자를 하면 업계는 따라올 것이라는 막연한 아이디어로 출발한 의약품 일련번호 의무화는, 사실 산업계가 감당하기 버거운 상태에서 시행도 전에 착오 수정(가이드라인, 시행일자 등)을 거듭해 10년 가깝게 시간을 들여 완성된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좋게 표현하면 이견 많은 제도를 도입하는 데 '여느 선진국 처럼' 장기간 소통하고 공을 들여 이룩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고, 부정적으로 보자면 '억지춘향'식으로 밀어붙이려다 겨우 궤도에 다다랐다고 할 수 있겠다. 때문에 정계 일각에서 시행에 부정적인 목소리도 내고 있지만 완성단계 앞에 두고 할 소린 아니다. 우여곡절 끝에 정부는 불과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도매·유통업계 의무화 시점에서 보고율을 50~60% 선으로 가닥 잡기로 하고 세부 기준을 마련 중이다. 정부가 업계를 다독여 제도를 점진적으로 시행하고, 기술적으로 충분히 업계를 조력하고 그 사이 발견되는 사각지대를 정부가 적극적으로 보완한다면, 제약이 그랬듯 유통 또한 충분히 정상궤도를 이탈하지 않고 시나브로 순항할 것으로 전망된다. 40여일 남은 현재 제약·유통의 완전 의무화 순항을 위한 정부와 업계의 막판 '스퍼트'와 파트너십을 기대한다.2018-11-19 06:14:37김정주 -
[기자의 눈]삼성바이오 회계논란, 한번이면 족하다금융당국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삼성바이오에피스 회계처리 기준 변경을 3년 여만에 고의 분식회계로 결론 내리면서 논란이 거세다. 지난 14일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대표이사 해임을 권고하고, 과징금 80억원 부과와 회계처리 기준 위반 내용을 검찰에 고발했다. 발표 즉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식 거래는 정지됐다. 한국거래소는 기업의 계속성과 경영 투명성, 공익 실현과 투자자 보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를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반면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은 "증선위의 판단이 매우 유감스럽다"며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이 회사는 "회계처리 적법성을 입증하기 위한 행정소송을 제기하겠다"며 치열한 법정 공방을 예고했다. 2016년 한국공인회계사회 위탁감리 뿐 아니라 금융감독원이 참석한 질의회신 연석회의 등으로부터 공식적으로 문제 없다는 판단을 받았고, 다수의 회계전문가로부터 회계처리 적법 의견을 받았다는 게 삼성 측이 적법성을 주장하는 근거다. 주식 시장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폐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다. 2009년 2월 상장적격성 실질심사제도 도입 이후 회계처리 위반으로 상장폐지된 사례가 없다는 점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식시장 잔류 가능성을 관측하는 시선이 많다. 하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분식회계가 상장 전 이뤄졌다는 점에서 상장폐지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회계처리가 정정될 경우 상장요건 자체가 미달이라는 점에서 상장폐지가 가능하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자주 회자되는 사례가 미국의 '엔론 사태'다. 2000년 기준 1008억달러(약 131조원)의 연매출을 형성하던 엔론은 2001년 말 15억달러(약 1조4000억원) 규모의 분식회계가 드러나면서 뉴욕남부지방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미국의 5대 회계법인 중 하나로 엔론의 회계감사를 담당했던 아서앤더슨은 해체됐고, 제프 스킬링 CEO는 24년 4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2002년 7월 미국 의회가 사베인즈옥슬리 법안(상장회사의 회계 개선 및 투자자 보호법)을 제정하는 데도 결정적 영향을 끼쳤다. 해당 법안은 회계감시를 강화하기 위해 5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회계감독위원회(PCAOB)를 설립하고, 회계 장부상 오류가 있을 경우 기업 경영진이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명시한다. 거의 모든 대기업의 재무제표를 감사할 수 있도록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권한도 확대했다. 미국 내 여러 기업의 회계 상태와 관련 활동들에 대한 감시와 시장의 투명성이 강화되는 계기가 된 셈이다. 이번 사태는 여러 가지 쟁점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표면상으론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 문제지만,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무효소송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존재한다. 실제 참여연대는 "이번 분식회계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불공정하게 진행된 제일모직-(구)삼성물산 합병을 합리화하기 위해 진행됐다"며 검찰에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금감원의 일관되지 못한 기준 적용도 비난의 소지가 있다. 회사 측의 주장대로 금감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가 문제 없다"고 판단한지 2년만에 공식입장을 바꿨지만, 과거 결정에 대해서는 명쾌한 해명을 내놓지 않았다. 당장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폐지 여부를 가늠하긴 힘들어 보인다. 단 금감원에는 고의 분식회계 판단과정에서 손실을 본 투자자들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남아있다. 시장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후속 조치를 마련하는 데도 힘써야 한다. 3년 전 5조원대 분식회계를 저지른 사실이 드러나면서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던 대우조선해양은 1년 3개월 만에 주식거래가 재개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한국판 사베인즈옥슬리 법안은 탄생하지 못했다. 또다른 대기업의 분식회계 사태가 불거지면서 한국 자본시장의 민낯을 드러냈을 뿐이다. 과거의 실수를 바로 잡겠다고 나선 금융당국이 제2, 제3의 삼바 사태가 일어나지 않기 위한 재발방지 대책을 세우고, 국내 자본시장이 성숙하게 발전해 나갈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하길 기대해본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논란과 같이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오는 사건은 한번이면 충분하다.2018-11-19 06:10:46안경진 -
[기고] "언제까지 매약노 프레임인가…건설적 대안을"약사 회장 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우리 모두는 약사 사회를 변화시킬 공약을 기대하는 데 반해, 여전히 상대 후보 비방을 주요 전략으로 삼는 후보들에게 보내는 실망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선거철이면 항상 의도치 않게 보게 되는 것이 바로 '매약노' 프레임이다. 이제는 ‘편의점 상비약’이 그 질타의 대상이 되어 편의점에 약을 내어준 매약노가 하나의 프레임이 된 듯하다. 그런데 편의점 상비약에 대한 논란을 보며, 왜 굳이 우리가 약을 '내어준 것'이란 논리로 접근할 수밖에 없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제는 약사가 편의점 주인과 밥그릇 싸움을 하는구나'라는 포탈의 댓글을 보면서 국민들이 보는 약사들의 위치가 이정도 수준인 데는 우리에게도 문제가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호주, 캐나다, 미국 등지에서도 편의점, 주유소 등에서 상비약을 판매한다. 하지만 정작 약을 복용하는 사람들은 급히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무턱대고 약을 사먹으려 하지 않는다는 점이 우리와 다르다. 환자들 스스로 약국에서 약사에게 물어보고 약을 먹는 것이 안전하다는 인식이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문제는 편의점에서 약을 '파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약사의 필요성, 약사의 역할에 대해 인식하고 안전한 약 복용에 대해 우려하는 습관이 없다는 것이 아닐까. 그 점에서는 과거 '***원 입니다.'라는 말로 환자를 응대한 우리의 잘못도 크다. 이제서라도 매약노 프레임을 벗어나 약사의 역할에 대해 적극 알리고 올바른 약 복용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좀 더 건설적인 계획을 세워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한 이번 선거에서 많은 약사들이 기대하는 공약 중 하나는 바로 '연수교육'에 대한 것이 아닐까 한다. 개개인의 약사가 직접 약에 대한 전문 지식을 업데이트하거나 약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변화가 어떠한지 스스로 알기란 쉽지 않다. 때문에 해외 약사회 사이트를 살펴보면 그러한 '교육 강의'나 제도 및 트렌드 변화에 대한 '뉴스 및 연수 프로그램'들이 주를 이룬다. 최근 각 약사회를 비교하는 과제를 수행하면서 한국 약사회에서 얻을 수 있는 자료가 거의 없다시피 해서 곤란했던 경험이 있다. 우리나라와 같은 IT강국에서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을 잘 활용하기란 식은 죽 먹기일 텐데 하는 아쉬움이 강하게 남았다. 금연치료 프로그램, 마약류 통합관리 프로그램 등 새로운 제도가 시행될 때 다급하게 우왕좌왕 개인적으로 적응하기가 바빴고, 제도에 대한 설명이나 대처에 대한 매뉴얼을 자세히 교육 받은 적이 없었다. 해외 약사회 사이트를 둘러보면 비단 전문 지식 뿐만 아니라 이러한 사소한 제도변화나 환자 상담 스탠다드에 대한 교육이 아주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반해 우리는 '4차 산업', '약사 역할 확대'라는 그럴싸한 제목 아래 그저 '약을 잘 파는 기술'만 강조해 온 것은 아닐까. 세계적으로 약사들이 처방약을 컨트롤하는 등 여러 방면으로 그 역할이 확대된 점을 생각해보면 국내 약사들에게는 좀 더 차원 높은 교육이 필요하다. 이런 배경에서 우리 모두가 약사회에 바라는 점은 스스로를 '신뢰받는 약사'로 만들어줄 논리, 자원 및 교육이 아닐까 한다. 이제 약사 개개인의 인식 수준이 상당히 높아졌다. 우리는 그 수준에 맞추어 '건설적인 변화'와 '다각화된 혜안'을 제시해줄 후보를 기다린다. 약사의 전문성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약사들의 퀄리티를 컨트롤 할 수 있는 미래지향적인 약사회가 되길 바란다.2018-11-19 06:00:18데일리팜 -
[기자의 눈]약평위 인력풀 확대, 정책 실효성 의문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약제급여평가위원회 인력풀을 현행 83명 내외에서 100명으로 확대한다고 사전예고 했다. 숫자만 놓고 보면 인력풀에 17명이 더 참여하게 되는데, 이 중 5명이 소비자단체(환자단체 포함)가 추천하는 전문가다. 오는 20일까지 별다른 의견이 없으면 그대로 확정되면서 소비자단체 인력풀이 현행 6%에서 10%까지 늘어난다. 결국 이번 약평위 운영규정 개정안은 가입자 측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도록 인력풀을 확대하는 데 있다. 개정사유 역시 비슷한 이유다. 심평원은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 지적사항 이행을 개정사유로 들었는데, 당시 더불어민주당 양승조 의원은 약평위 위원 가입자 비율을 지적하면서 '형식적으로는 전문가·공급자·가입자·공익대표가 함께 있지만 가입자 입장을 대변할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점'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인력풀 확대가 실효성 있는 정책인지 의문이다. 늘어난 숫자만큼 참여하는 소비자단체 추천 위원들이 가입자의 '대표성'을 지닐 수 있을지 확실하지 않기 때문이다. 약평위 내부 운영규정을 보면 '위촉 전문가가 1인일 경우 3인 이내까지 추천받아야 한다'는 게 있다. 소비자단체에서 10명의 인력풀을 구성하려면 심평원에 30명을 추천해야 한다. 사전 검증을 위해서 복수의 추천 후보가 필요하고, 이들을 대상으로 약사법 및 의료법 위반, 직무윤리 등 1, 2차 검증 이후 단체별 추천순위 선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공정하게 약평위 인력풀이 구성된다. 여기에서 '3연임 제한'이라는 운영규정까지 있어, 지난 5기와 현재 6기 약평위 위원을 연속해서 지냈다면, 추천을 받아도 내년 7기 인력풀에 참여할 수 없게 된다. 데일리팜이 약평위 5기와 6기 위원 명단을 분석한 결과, 연임률은 28.91%로 당연직인 정부 관계자를 제외하면 소비자단체 추천 연임률이 40%로 가장 높았다. 5명 중 2명이 연임됐다. 건강보험가입자포럼 추천으로 위촉된 김진현 서울대간호대 교수의 경우 지난 1기와 4기, 5기에 이어 6기에도 약평위 위원이 됐다. 3연임을 제한한 약평위 운영규정과 배치되지만, 이 분야 전문가 인력풀이 없다고 하는 바람에 예외적으로 다시 위촉되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소비자단체 인력풀 인원을 확대한다고 가입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뉴 페이스'의 위원이 참여할 기회가 늘어난다고 할 수 있을까. 오히려 심평원의 개정사유인 '추천단체별 위원의 부정청탁에 노출될 가능성을 줄여 위원회의 공정성을 담보한다'는 내용이 늘어난 인원으로 부정청탁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은 아닐지, 실효성 있는 운영규정 개정안인지 의문이 들 수 밖에 없다.2018-11-15 06:10:51이혜경 -
[칼럼]적이 아니고 사실은 친구라면 놀랄텐가올해로 심평원에서 근무한 지 7년이 되었다. 7년 전에는 새내기 변호사였는데, 어찌어찌한 사정으로 지금은 수석변호사가 되었고, 그 동안 어느 새 나도 모르게 꼰대 마인드가 생겨 난 것 같기도 하다. 오늘은 그 꼰대마인드를 조금 공유했으면 하는 생각으로 몇 자 적어보고자 한다. 이런 이야기를 늘어놓고자 결심하게 된 계기가 된 것은 바로 비급여대상의 범위와 관련하여서다. 건강보험의 급여체계는(행위에 대하여만 설명하겠다) 네거티브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비급여대상으로 지정되지 않은 것은 모두 요양급여대상에 해당한다. 그런데, 비급여대상에 속하는 것이라면 급여목록표에 열거된 행위·약제 및 치료재료에 해당하더라도 이는 요양급여대상이 아니라고 본다(대법원 2012. 10. 11. 선고 2008두19345 판결 참조). 가령, 시력교정술을 한다고 했을 때 시력교정술을 위해서 행해지는 진찰·검사 및 수술 후 행해지는 처치는 요양급여목록에 버젓이 올라와 있지만 비급여대상인 시력교정술을 위한 것이기에 그 비용 모두 비급여대상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즉, 환자에게 시력교정술을 시행하기로 하고 돈 200만원을 지급받기로 했다면 해당비용 안에 진찰·검사·처치의 비용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고 보고 그 외로 공단에 별도의 급여비용을 청구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위 사례는 비급여대상 범위를 확정하는데 커다란 어려움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고, 비급여대상 범위를 판가름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경우도 있다. 한의사가 비만에 관한 치료를 하면서 비만의 원인을 제거하기 위한 목적으로 식울, 식비 등 소화기 관련 질환을 동시에 치료한 경우가 그렇다. 한의사가 환자의 소화기 관련 질환이 비만의 원인이 아니라는 전제하에 단순 질환진료에 불과한 것으로 생각하며 치료를 했다면 소화기 관련 질환에 대한 비용은 당연히 급여로 청구가 가능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한의사는 '비만의 치료를 위해서' 소화기 질환의 치료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이를 행했기 때문에 위의 소화기 관련 치료 또한 비급여대상에 포함되는 것이다(대법원 2012. 8. 30. 선고 2012두133 판결). 법원도 비급여대상을 정함에 있어 '내원동기, 객관적인 상태 등을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판단한 진료의 목적, 진료의 내용,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의료행위의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2. 10. 11. 선고 2008두19345 판결 참조)'고 했다. 필자가 의료인들을 대상으로 이러한 판례 내용을 설명하면 보통 나오는 말이 '억울하지 않냐'는 소리다. 그냥 와서 소화기질환에 대하여만 치료를 받았으면 당연히 요양급여대상으로 인정받았을 텐데 비급여인 비만이 하나 끼어드는 바람에 해당 비용을 지급받지 못하니 억울하다는 것이다. 나아가 오히려 진료기록부를 꼼꼼하게 기재해서 소화기질환이 비만치료를 위한 것으로 드러났으니 오히려 진료기록부에 해당내용을 기재하지 않으면 되는 거 아니냐의 항의 아닌 항의까지 나오기도 한다. 급여목록에 있으니 당연히 지급받을 수 있다는 전제에서 접근하면 억울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비급여대상에 포함된 것은 비급여로 비용을 받음(급여일때보다 훨씬 더 많은 비용을 받기도 하니까)으로써 그와 관련된 진료비용을 전부 다 받았다고 보이고, 여기에 급여비용까지 더 받는 것은 오히려 이미 받은 것에 대하여 재차 받는 것이라는 개념으로 접근하면 현 수가체계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나아가 소위 그 몇 푼 위해 우리의 의료인들이 환자들의 진료기록부를 허술하게 작성할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필자가 대학을 진학할 때 우리나라 어느 지역의 어느 의대라 하더라도 수능점수 상위 1% 안에 들지 않으면 안되었다. 그런 사람들이 의사들이고 심지어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한 자들이기에 그렇게 행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건강보험재정은 요양급여비용을 받아가는 의료인들을 포함하여 전 국민이 내는 건강보험료로 이루어지고 있는 비용이다. 요양급여원칙에 반하는 비용을 받아갈수록 본인이 내야 하는 보험료도 올라가고 무엇보다 향후 본인의 자손들이 내야 하는 보험료가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할 수 있고 재정이 고갈되어 버리면 결국 받아갈 돈이 없어지게 되고 이는 다 같이 파탄으로 치닫게 된다. 우리의 의료인들도 너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그렇기에 재정의 건전성을 위해 우리와 그 어깨를 함께 할 거라고 믿는다. 처음 심평원으로 이직했다는 얘기를 치과의사 친구에게 했을 때 친구의 첫 마디가 '넌 우리의 적이다'였다. 그 때는 심평원이 삭감처분을 행하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며 웃어 넘겼는데, 이제는 그게 아니고 우리는 절친이라고 말하고 싶다. 건강보험재정의 건전성을 위해 함께 뛰는 친구라고.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냐며 수긍하지 못할 분들이 많을 거라 예상하지만, 심평원의 정확한 역할은 삭감이 아니고 심사다. 정해진 요건에 부합하는 의료행위에 대하여 건강보험재정을 지급하는 것이다. 그 요건이 임상에 부합하지 않는다거나 심사를 함에 있어 의학적 타당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분이 분명 있을 것이다. 득달같이 달려와 항의하고, 소송도 불사하기를 바란다. 건강보험재정의 건전성을 도모하는 것은 무조건적으로 돈을 아끼는 것이 아니다. 정당한 진료행위에 대하여 정해진 수가를 지급하되, 그렇지 않은 경우에 한하여 그 지급을 하지 말라는 의미이다. 진정한 친구는 친구가 잘못된 길로 가는 것을 막는 친구라고 하지 않았던가. 나는 심평원과 의료인들이 그런 관계였으면 좋겠다. 심평원이 심사를 함에 있어 잘못을 하고 있다거나 정책적으로 기준을 잘못 정하려 한다는 생각이 들면 주저하지 말고 꾸짖어 주길 바란다. 또, 심평원은 기준을 잘 몰라 비용청구를 잘못하는 경우에는 그 기준을 알려주고, 고의적으로 허위청구를 행하는 자는 따끔하게 혼내주길 바란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결코 서로를 적으로서 여기는 것이 아니고 친구가 잘못된 길을 가지 않게 하면서 궁극적으로는 우리의 소중한 자산인 건강보험재정을 지키는 것이고 그 길을 함께 걸어가는 친구라는 훈훈한 마무리가 되길 바란다. 딱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자의 이상적인 얘기라며 손가락질 한다해도 이러한 얘기가 현실화 된다면 그 손가락질을 흐뭇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2018-11-12 11:07:58데일리팜 -
[데스크시선] 신약성과 평가 '냉정과 열정 사이'얼마 전 유한양행이 모처럼 대형 기술수출을 성사시켰다. 얀센에 항암제 레이저티닙의 기술을 넘기면서 계약금 5000만달러를 받았다. 레이저티닙이 상업화 단계에 도달하면 총 12억5500만달러(약 1조4000억원)를 받는 조건이다. 국내 제약산업 120년 역사상 체결된 기술수출 중 계약 규모는 역대 2위, 계약금은 4위에 해당한다. 증권가에서는 '기다리던 대규모 기술수출', '국내 기업의 기술과 글로벌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등의 호평을 쏟아내면서 제약·바이오 분야의 투자심리를 개선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감을 내비쳤다. 각종 언론에서도 '1조4000억원'이라는 계약 규모를 부각시키며 모처럼 성사된 대형 기술수출을 집중 조명하고 있다. 물론 유한양행 뿐만 아니라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선 충분히 축배를 들 정도의 경사다. 2015년과 2016년 한미약품의 연이은 대형 기술수출 이후 오랜만에 등장한 호재는 충분히 축하받을만한 자격이 있다. 다만 이쯤에서 '조금은 냉정을 찾을 필요가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기술수출은 기술을 도입한 다국적제약사가 해당 신약의 개발을 맡기로 했다는 신호일 뿐 상업적 성공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한미약품의 올무티닙 권리반환 사례에서 많은 경험을 쌓은 바 있다. 한미약품은 2015년 베링거인겔하임과 올무티닙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면서 계약금 5000만달러를 받았다. 상업화 단계 도달시 총 7억3000만달러(약 8000억원)를 받는 조건의 대형 계약이었다. 그러나 이듬해 계약은 해지됐고 한미약품은 계약 해지로 계약금과 마일스톤 일부를 포함한 6500만달러(약 715억원)만 손에 쥐었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신약 개발 과정에서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변수"라며 과잉대응을 경계했지만 시장 반응은 싸늘했다. 국내 제약·바이오주의 종목 창은 연일 파란불이 켜졌다. 한미약품을 '한국 제조업의 구세주'라고 칭송하던 언론들은 신약의 거품론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한미약품을 향하던 환호가 1년만에 실망으로 둔갑했다. 한미약품 이후 많은 국내 제약기업들이 적잖은 규모의 기술수출을 따냈지만 아직 임상단계를 모두 마치고 본격적으로 글로벌 무대에 데뷔한 제품은 아직 없는 실정이다. 냉정하게 따지면 이제 조금씩 가능성을 보여주는 단계라는 얘기다. 모처럼 나온 경사에 찬물을 끼얹으려는 의도는 없다. 과연 우리들은 제약바이오기업들의 성과에 대해 얼마나 냉정한 시선으로 판단했는지를 되묻고 싶다. 예전에 비해 정보공개에 대한 제약바이오기업들의 인식은 많이 개선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기업들은 자사의 성과를 부풀리려고 하는 의도가 확연하게 엿보인다. 계약금은 한 푼도 받지 못했으면서도 마치 몇 년간의 예상 공급 규모를 마치 확정된 수출 금액으로 발표하는 사례도 눈에 띈다. 기술이전이 아닌 완제의약품 공급 계약에 불과한데도 마치 먼 훗날 유입될 수출 금액을 계약 규모로 발표하는 사례도 많다. 오래 전에 수조원 규모로 체결한 계약인데도 현지 보건당국의 허가조차 받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국내 기업과 해외 기업간의 법적 효력이 없는 양해각서(MOU)일 뿐인데도 마치 글로벌 진입을 확정한 것처럼 포장하려는 의도가 엿보이는 보도자료도 있다. 일부 기업은 막 임상시험을 시작했을 뿐인데도 낙관적인 결과를 미리 예단하는 내용을 홍보하기도 한다. 언론들의 보도 행태도 달라져야 할 것을 제안한다. 기술이전 계약 소식을 보도할 때 임상시험을 마치고 상업화 단계 진입시 받을 전체 계약 규모를 조명하는 것보다는 확정된 계약금 중심으로 독자들에게 알리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을까. 최근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의 기술이전 계약 건수가 많아지면서 과거에 비해 국내 기업들의 수준과 위상이 많이 올라간 것만큼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극히 일부 기업들의 성과일 뿐이며 아직 험난하고 긴 여정이 기다리고 있다. 지금은 냉정한 시선으로 묵묵히 응원할 때다.2018-11-12 06:10:38천승현 -
[기자의 눈] 웃는 약국에 고객이 많다약사회장 선거철이 되니, 회장 후보들을 하루에 몇 번씩 만나지만 민초 약사 만날 기회는 오히려 줄어들었다. 행사장을 가도 후보들 동선 쫓기에 바쁘고, 오늘 하루 후보들이 어디에 가는지, 어느 지역 유세를 하러 가는지 확인하기 바빠서다. 최근 한 예비후보의 약국 유세 현장을 동행했다. 평소에도 그렇게 많은 약국을 하루 만에 다 돌아본 경험은 없던 터다. 하루 동안 100개 넘는 약국을 비록 1~2분에 불과한 시간일 지라도 많이 돌아보았던 건 처음이다. 그런 만큼, 평소에 한 두 약국을 깊이 들여다볼 때와는 다른 점이 보였다. 특히 대형 병원 앞 문전약국을 보면 보면 내가 본 경향이 확실히 두드러졌다. 다수의 약국이 연달아 5~6곳 씩 붙어있을 수록 확연히 보이는 '약국 경영의 법칙'이 있었다. 같은 시간, 같은 위치의 약국인데 환자가 몰려 대기 환자가 많은 약국과 대기 환자가 없는 약국 간 차이다. 환자가 붐비는 약국은 환대와 웃음이 있었다. 직접 들어가 말을 건네면, 대기 환자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약사는 눈을 맞추고 인사를 받아주었다. 웃으며 반겨주는 약사도 적지 않았다. 선거 유세라는, 약국 매출과는 당장 무관한 방문객인데도, '아, 네~ 수고하십니다'라며 말을 받아주었다. 반면 환자가 없는 약국은 약사도 웃음이 없었다. 반기지 않는 불청객이라서인지몰라도 표정의 변화 없이 데면데면 명함을 받고 '얼른 나가 주었으면'하는 의사표시를 몸으로 내보였다. 별 말이 없었지만 방문객을 무안하게 하는 냉랭한 분위기에 선거 유세를 위해 나선 사람도, 동행한 나도 얼른 뒷걸음쳐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웃음이 있는 약국과 웃음이 없는 약국 간 차이를 객관적인 데이터로 수치화한 에비던스는 없을 지라도, 우리는 알고 있다. 단 1000원 짜리 상품을 하나 사더라도 환대 받는 곳에 가고 싶다는 건 인지상정이라는 것을. 우리 약국들이 힘들고, 진상 손님도 많고, 팍팍한 현실을 견디고 있다는 건 모두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웃는 약사가 있고 웃지 않고 눈마저 마주치지 않는 약사가 있다. 조금 더 활짝 웃을 수 없을까. 지지를 요청하는 후보자의 심정이 환자, 또는 소비자의 심정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2018-11-12 00:55:43정혜진 -
[기자의 눈] 민초약사에겐 엄격하고 후보에겐 관대이중잣대. 유사한 상황에 대해 각자 다른 지침이 불공평하게 적용되는 것을 말한다. 누가봐도 문제될만한데 한쪽에는 지나치게 박하고 또 다른 쪽에는 관대한 잣대를 들이대는 상황, 제3자의 눈에는 불편할 수 밖에 없는 모습이다. 약사회장 선거가 본격화되면서 경선이 확실해진 대한약사회를 비롯한 일부 지부 후보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특히 지난 선거와 달리 쟁쟁한 세명의 인사가 후보로 나선 서울시약사회는 불법 선거운동 여부를 두고 후보 간 치열한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시작은 양덕숙 예비후보의 사전선거운동 의혹이었다. 양 예비후보가 서울 지역 약국을 방문해 약학정보원이 발간한 도서 'PharmIT3000 매뉴얼'을 배포하는 게 사전 선거운동아니냐는 의혹이었다. 이에 대해 대한약사회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사전 선거운동에 해당한다고 판단을 내렸다. 하지만 결과는 ‘주의 조치’였다. 이후에는 양 예비후보가 소속된 기관들을 중심으로 문제가 불거졌다. 약학정보원, KPAI(한국약사학술경영연구소)가 선거중립의무를 위반했다며 상대 두 후보의 선관위 제소가 이어졌다. 사실상 양 후보를 겨냥한 제소였다. 이 역시 모두 ‘엄중 주의’ 조치로 일단락 됐다. 부정, 불법 선거 제소 건에 대한 중앙선관위와 서울시약사회 선관위의 주의 조치가 이어지면서 일각에선 허울뿐인 제제 아니냐는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사실상 ‘주의’는 약사회 선거관리규정상 별다른 제제를 가할 수 없는 명목상의 조치일 뿐이기 때문이다. 반면 민초약사에 대한 선관위의 태도는 달랐다. 서울시약사회 선관위는 공식 선거운동 기간 전 특정 대학 동문들에 양덕숙 예비후보 지지 호소 문자메시지를 발송한 한 약사에 대해 경고 처분을 통보했다. 선관위는 이 약사에 대해 '대한약사회장 및 지부장 선거관리 규정 제30조(선거운동기간) 선거운동은 당해 예비후보자의 등록이 끝난 때부터 선거 개표일 전일까지에 한하여 이를 할 수 있다(개정 04.3.5)를 위반했다. 동 규정 제54조의 2(선거운동의 방법 등 위반)②항에 의거 경고 처분한다'고 밝혔다. 경고 처분은 분명 강제성을 띈 제재다. 올해 선거에서는 경고가 세 번 누적될 경우 당사자의 선거권, 피선거권을 박탈된다. 후보자는 그 자격이 박탈되게 돼 있다. 처분을 받은 약사에게는 결코 가볍지 않은 조치다. 그런 의미에서 효력 없는 ‘주의’ 처분이 난무했던 후보자들과 바로 경고 처분이 내려진 민초약사에 대한 선관위의 제재는 분명 온도차가 존재한다. 이 가운데 중앙선관위는 점차 혼탁해지는 선거 분위기에 경종을 울리며 엄중 대응을 예고했다. 문재빈 선거관리위원장은 "이후 발생하는 어떤 불법적 선거운동에 대해서도 관련 규정을 엄격하게 적용해 공명선거가 되도록 조치할 것임을 분명하게 밝혀둔다"고 밝혔다. 과연 그 엄격하고 엄중한 조치가 후보들에게도 공명정대하게 적용될지, 지켜볼 일이다.2018-11-07 18:28:43김지은 -
[칼럼]이정희 사장의 체질개선, 뚝심으로 일궈낸 성과2015년 벤처정신으로 무장했던 한미약품의 첫 기술수출 계약 성사는 제약산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그해 상반기 제약주식 시장은 무섭게 달아올랐고, 한미 나비효과는 단숨에 전체 제약산업으로 전파되면서 장밋빛 전망을 기대케했다. 한미의 잇단 성공스토리는 국내 제약기업이 글로벌 신약을 만들수 있느냐는 '의문부호'에서 '느낌표'로 전환한 매우 중요한 터닝포인트였다. 그러나 처방약에서, 개량신약으로, 개량신약에서 혁신신약으로 늘 한단계 앞서 시작했던 한미약품 신화는 기술수출 이후 계약포기와 임상중단이라는 암초 등을 만나면서 어려움을 겪는다. 그리고 언제 그랬냐는 듯 또 다시 제약바이오산업계는 고개를 숙였다. 고독한 승부사였던 임성기 회장의 한결같은 혁신신약 R&D 전략이 잠시 정체기를 맞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임 회장의 끊임없는 열정과 노력은 오롯이 제약바이오산업계에 녹아 있었다는 것을 업계 리딩기업인 유한양행이 증명했다. '될까?' 라는 의구심도 있었던 유한양행의 항암신약 과제는 거짓말같이 대형 라이선스 아웃 계약으로 이어지며 바통을 터치했다. 유한양행은 5일 미국계 다국적제약사 얀센(J&J)과 개발중인 폐암 표적항암제 레이저티닙(YH25448)에 대한 1조4000억원 규모 기술수출 계약을 성사시켰다. 계약금도 550억에 달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이번 계약을 통해 얀센은 비소세포폐암(NSCLC, Non-Small Cell Lung Cancer) 치료제인 레이저티닙의 모든 적응증에 대한 독점적 권리를 갖고 임상개발, 허가, 생산, 상업화를 진행키로 했다. 개발이 중단됐지만 가치를 인정받았던 한미약품의 ‘올무티닙’과 현재 해당 시장을 리딩하고 있는 아스트라제네카의 ‘오시머티닙’과 같은 클래스인 약물이다. 무엇보다 이번 대형 라이선스 계약의 중심에는 이정희 유한양행 사장(67)이 있었다. 그는 20대에 회사에 입사해 60대 후반까지 유한에서 외길을 걷고 있는 정통 전문경영인이다. 3년전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고, 올해 재선임을 받아 향후 3년을 책임져야 한다. 이 사장은 입버릇처럼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의 성공신화를 말했다. 패러다임이 급변하는 제약바이오산업 시장에서 임성기 회장의 족적은 이 사장에게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그는 대표 취임후 곧바로 유한양행 체질개선에 주력했다. 유한=영업력이라는 인식을 탈피하고 '돈쓰는 회사'로 탈바꿈시키는 전략을 통해 서서히 이미지 개선에 성공한다. 그는 풍부한 현금보유를 기반으로 한 도입품목에 대한 경쟁력있는 영업 마케팅 능력보다 R&D와 신약개발 투자를 먼저 말하곤 했다. 실제로 그는 지난 3년간 약 1200억원을 들여 바이오벤처를 비롯해 15개 기업 등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했다. 그리고 2018년 11월 5일 글로벌신약으로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는 비소세포페암치료제에 대한 대형 기술수출 계약을 성공시키며 제약산업 역사의 한획을 그었다. 그는 “유한양행이 열심히 만들어 영업하고, 이익을 연구개발에 집중 투자하는 미래전략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며, “나에게 주어진 3년의 임기동안 1978년 입사당시 유한의 모습으로 환원시키는 것이 작은 소망”이라고 말했다. 유일한 박사 별세 이후 46년이 됐고 그동안 없어진 회사가 많았지만 아직도 유한이 건재하고 있다는 것은 유일한 박사 후광이기도 하지만, 거쳐간 선배들과 1800여명 전직원들이 유일한 정신을 계승했다고 그는 굳건히 믿고 있다. 유한양행의 이번 대형라이선스 계약은 신호탄에 불과하다. 돈쓰는 회사로 변신한 유한의 파이프라인 창고엔 다양한 신약 과제들이 자라나고 있기 때문이다. 혁신신약 연구분야에만 종양 및 대사의 2대 전략 질환군에 자원을 집중하고 있고, 종양 분야는 차세대 표적항암제 및 면역항암제 10개 연구과제 (YH25448 등)가 진행중이다. 대사질환 분야는 당뇨 및 비알콜성지방간염 치료제 4개 연구과제 (YH25724 등)가 제 2의 레이저티닙 신화를 만들기 위해 준비중이다. 이를 증명하듯 유한의 R&D투자규모는 2016년 878억, 2017년 약 1000억, 올해는 약 1100억원대를 예상하고 있다. 현재 혁신신약 파이프라인 19개를 가동중이다. YH25724 NASH 치료제, YH12852 수술후 장폐색증 치료제 등은 글로벌 기술수출을 적극 추진중이다. YH25724는 이중작용 단백질 바이오신약으로 제넥신의 체내지속형 기술(HyFc)을 유한 신약 후보물질과 결합한 품목이다. 비알콜성지방간을 1차 적응증으로 연구개발 중이며, 향후 당뇨 및 비만으로 적응증 확장 가능함. 간섬유화와 대사기능개선의 이중효능. 현재 대량생산을 위한 공정개발중에 있으며, 전임상시험 단계다. YH12852는 기능성소화기운동질환 치료제로 1상시험을 완료하고 수술후장폐색증 적응증으로 파트너사와 함께 글로벌 임상 개발 추진중이다. 경쟁약물대비 심장독성이 없고 강력한 장운동개선 효능아 장점이다. 미국 법인을 통한 현지 임상시험, 해외 기업과의 공동연구개발, 해외기업 투자 기회도 늘려나가고 있다. 해서 유한양행의 이번 대규모 라이선스 계약은 잠잠했던 국내 제약바이오산업계를 다시한번 자극할 수 있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미약품과 유한양행이 했다면 '우리도 할 수 있다'는 비욘드 코리아(Beyond Korea)에 대한 열망은 또 다른 대형 라이선스아웃 계약을 충분히 만들어 낼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성장할 것이다. 국내 많은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지금도 글로벌 시장 진출의 원대한 꿈을 꾸면서 연구개발 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한미약품과 유한양행의 성공스토리는 지금 비록 씨앗에 머물러 있지만 가을 추수기에 결실을 맺을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자라날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부에서는 한미약품과 유한양행의 신약물질이 정부 지원과제였다는 점을 다시한번 상기하면서 희망적인 제약바이오산업 미래를 그려나가기를 기대해본다.2018-11-05 11:17:26가인호
-
[데스크시선] 제약바이오협회장 선임과 전작권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은 주권 국가의 자주국방 능력을 가늠하는 바로미터다. 평상시에는 전작권의 중요성을 깨닫기 어렵다. 하지만 유사시에는 국운의 존폐와 수십만 군인 그리고 수백 수천만 국민의 생명이 여기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등한 외교 수행의 전제 조건임은 두말한 필요도 없다. 전작권이 국방 수행의 기본 골격과 몸통이라면 이에 대한 수행 조건은 국군 최고통수권자인 대통령을 기점으로 국방장관-합참의장-각군 참모총장-군사령관-군단장-사단장 순으로 일사불란한 지휘·명령체계 확립이 중요하다. 오직 승리할 수 있다는 하나된 마음으로 절대 명령 복종과 수행이 있을 때 비로소 그 작전은 성공을 점칠 수 있다. 장성급 고급지휘관 선에서부터 '우왕좌왕' '갑론을박'만 논하다 보면 패색만 짙어질 뿐이다. 10개월여 공석인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 후보자 추천을 놓고, 이사장단 14인의 의견과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전작권은 있지만 지휘체계를 잃은 모습이랄까. 전의(戰意: 싸울 의지)는 있지만 전열(戰列:부대의 대열)과 대오(隊伍: 편성 대열)를 갖추지 못한 것으로 비쳐진다. 오죽 답답했으면 업계 내부에서도 "회장 선임 없이 지금의 직무대행 비상체제로 계속 가자"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제약바이오협회장 추천 후보로는 원희목 전 국회의원과 노연홍 전 식약처장, 손건익 전 복지부 차관, 문창진 전 복지부 차관, 이희성 전 식약처장, 이영찬 한국보건산업진흥원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중 대세론은 원희목 전 의원과 노연홍 전 처장이다. 이 두 사람 중 누구를 추천하느냐를 놓고, 합일점과 중론이 모아지지 않고 있다. 바로 이 대목에서 오와 열이 무너진 것이다. 사실 원 의원과 노 처장 추천·선임문제는 일차방정식이다. 모두 엘리트 코스를 거치고, 흠잡을 곳 없는 경력과 네트워크를 자랑한다. 차변이 만족 됐으니 당연히 대변 역시 회원사를 위해 열심히 뛰어 줄 인물이라는 결과가 나온다. 다시 말해 이사장단은 만장일치가 아닌 다득표자를 추천하면 끝나는 문제다. 어려운 결정이 아니다. 그런데 이렇듯 간단한 추천과 선임을 굳이 고차함수로 연결해 풀어내려 하는 이유는 뭘까. 우선은 이사장단사들이 원하는 회장상 자체가 다름에 있다. 대형제약사와 중소형제약사 간 대정부 정책·제도에 대한 온도차에서 나온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다.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회장 선임 시기가 돌아 올 때 마다 불거져 나오는 '상왕정치' '수렴청정'이다. 모 제약사 회장의 입김이 작용된다는 소문이 횡횡할 정도다. 그러나 이사장단 역시 굴지의 제약사를 운영하고 있는 나름의 전작권을 가진 최고지휘관임을 감안할 때, 이는 과거 악습의 망령으로 치부하고 싶다. 그리고 호사가들이 허공에 분 휘파람 정도로 믿고 싶다. 내일(6일) 협회장 추천과 관련한 이사장단회의가 또다시 열린다. 이번에도 인선에 의견을 모으지 않으면 회장 선임은 해를 넘길 소지가 더욱 커질 수 있다. 내일 소집되는 이사장단 회의가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장기화된 회장 추천 문제를 마무리 하는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 유사시 똘똘 뭉쳐 난관을 돌파할 수 있는 단결·협동력이 있느냐 아니면 말 그대로 모래알 조직력이냐를 판가름하는 시험대이기 때문이다. 300일이면 충분히 논의할 만큼 논의가 됐다. 더욱이 거론 후보자 모두 수준급 인사들로 검증된 실력을 보유하고 있다. 14인의 대표단이 합일된 후보 추천 도출로 '당파싸움과 상왕정치' 논란과 오명을 스스로 혁파하길 기대해 본다.2018-11-05 06:17:00노병철
오늘의 TOP 10
- 1'준 혁신형' 제약 무더기 선정되나…약가우대 생색내기 우려
- 2졸피뎀 아성 노리는 불면증약 '데이비고' 국내 상용화 예고
- 3홍대·명동·성수 다음은?…레디영약국 부산으로 영역 확장
- 4지엘팜텍, 역대 최대 매출·흑자전환…5종 신제품 출격
- 5대화제약, 리포락셀 약가 협상 본격화…점유율 40% 목표
- 6'운전 주의' 복약지도 강화 이어 약물운전 단속기준 만든다
- 7갱신 앞둔 대치동 영양제 고려 '큐업액' 임상4상 승부수
- 8건보 효율 vs 산업 육성…약가제도 개편 이형훈 차관의 고심
- 9제일약품, 온코닉 누적 기술료 100억…똘똘한 자회사 효과
- 10[팜리쿠르트] 화이자·비아트리스·바이엘 등 외자사 채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