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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련번호 실시간 보고제, 서둘면 급체"지금, 의약품 도매유통업계는 내년 1월1일부터 의무화되는 '의약품 출고 실시간 일련번호 공급내역 보고' 문제로 부글부글 끓고 있다. 그야말로 멘붕(Mental붕괴) 상태다. 그래도 제약(수입)업계의 경우는, 4년7개월(2011.5.31.~2015.12.31.)이라는 꽤 긴 일련번호 부착 준비기간이 단계적으로 주어짐으로써, 그와 관련된 시스템 개발과 시설 확장 및 인력 보충 등에 여유를 가질 수 있었고, 제반 시행착오 등을 극복할 시간이 상당히 있었으며, 또한 시설 소요자금 및 인건비 등에 대한 추가부담도 기간배분(5년간)을 통해 경감시킬 기회를 가질 수 있었지만, 도매업계는 고작 7개월여(2015.5.14.~2015.12.31.)만에 매월보고를 실시간보고 체제로 바꿀 준비를 모두 다 마쳐야 하기 때문이다. 규모가 천차만별인 2,000여개처의 도매업계가 과연 이 짧은 기간(7개월) 내에 100% 준비를 끝낼 수 있을까? 도매업계에선 볼멘소리가 수없이 쏟아지고 있다. - 겪어보지 않아 두렵다. 설령 준비가 끝난다 해도 현장에서의 각종 오류 발생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베타 테스트(Beta test) 기간이 턱없이 부족할 것 같다. 또한 의약품에 일련번호가 부착된 제품과 부착되지 않은 제품이 복잡하게 혼재돼 있고 박스포장의 경우 대표코드(애그리게이션, Aggregation)가 의무화되어 있지 않아 제멋대로 일뿐만 아니라 제품 인식 시스템도 바코드와 RFID로 이원화되어 있어, 입출고 스캐닝(scanning) 건수 등이 폭증할 것이기 때문에, 발송 작업 지연이 불가피해져 약국과 병의원 등에 제때에 정상적인 출고가 거의 불가능할 것 같다. - 우리 회사는, 현재 전문의약품 입고시 평균 스캐닝 건수가 약 1만1997건이지만, 내년부터는 13만2588건이 필요해 1105% 증가한다. 따라서 지금의 작업속도에 맞추려면 입고인력 9명이 40명으로 증원돼야 한다. 또한 출고시 지금은 약 2만146건의 스캐닝이면 되지만 내년엔 4만 2598건이 예상돼 211% 증가한다. 이처럼 업무 증가와 이에 따른 인력 확충 그리고 이와 관련된 신 프로그램(Software) 개발 및 각종 장비와 시설(멀티리더기 및 입출고 시설 등)에 대한 추가 소요 예산이 매출액 대비 약 0.5%(인건비 0.4%, 기타 0.1%)나 된다. 매출액순이익률이 겨우 1% 내외인데 0.5%의 추가비용은 부담이 너무 크다. 도매업계가 장비를 제대로 갖춘다 해도, 아직도 제품의 바코드 등이 완벽하지 못해 오류가 상당히 나오는데, 하루에 수십만 개의 약이 출하되는 과정에서 오류나 실수가 발생되면 실시간 보고업무 차질이 불가피해 진다. 이로 인한 피해는 누가 책임을 질 거냐. - 안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물리적으로 준비하기에 벅찬 게 현실이다. 내년 1월부터 시행안하면 큰일 날 일도 아닌데, 왜 이리 무리하게 추진하는 건지 모르겠다. 또한 정부가 필요하다고 해서 준비하는 사업이고, 도매업계엔 아주 벅찬 상당한 비용이 투입되는 상황임에도, 당국이 단 한 푼의 정책 자금도 지원하지 않는다는 것은 지나치다. 그러나, 이러한 도매업계의 갖가지 심각한 고민과 걱정들은, 보건복지 당국에겐 마이동풍(馬耳東風)인 것 같다. 최근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앞에서는 업계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충분히 인식한다고 '립 서비스'를 하면서도, 뒤돌아서선 '계획대로 추진 안 할 이유가 없다. 따라서 내년 1월1일 일련번호 실시간 보고 의무화 시행 방침에는 아무런 변함이 없다'라고 단호하게 선을 긋고 있는 점을 생각해 보면 그렇다. 왜 그럴까? 보건복지 당국이 도매업계 대부분의 저 간곡한 읍소와 건의를 한 귀로 흘려버린 채, 촉박한 시간 내의 실시간 보고 의무화를 서둘러 밀어붙이고 있는 주된 이유는 무얼까? (1) 일련번호 규제가 의약품의 오남용과 위조를 방지하고 유통 투명성까지 확보할 수 있는 일석삼조의 좋은 명분을 가졌을 뿐만 아니라, 제약업계의 일련번호 부착 의무시점에 짝을 맞춰 도매업계의 실시간 보고도 함께 의무화하는 것이 소위 ‘정책의 완성도를 높이는 일’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때문일까? (2) 알만한 몇몇 소수의 인적, 물적, 재정적 여건 등이 충분히 갖춰진 초대형 도매업체들의 준비 실태를 조사하고 대화하면서, 나머지 절대다수 도매업체들의 다양한 하소연은 극복 가능한 한낱 엄살에 불과하다는 소신이 섰기 때문일까? (3) 일련번호 부착 기준이 출하일자가 아니라 생산일자이므로, 제약업체들이 이 기준을 이용하여 예컨대 내년 출하 예상분을 금년 연말까지 모두 미리 생산해 놓으면 그 제품들이 내년 이후에 유통될지라도 일련번호 보고 의무에서 제외 되는 것을 염두에 두면서, 이처럼 보고 의무화를 사실상 상당기간 유예해 줬는데 더 이상 무얼 바라느냐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일까? (4) 이미 지난 6월25일 서울 팔래스 호텔에서 개최된 'KRPIA-EFPIA, 의약품 일련번호 세미나'에서 수많은 선진국 관계자들이 높은 관심을 보임으로써, 혹시 보건복지 당국이‘우리는 일련번호 부착에서부터 세계 최초로 출하 실시간 보고까지 일련번호 관련제도의 세트 일원화를 완성시켰다’라는 국제적인 공명심을 탐하면서, 여러 선진국들이 이 초유의 제도에 대해 곧 자문해 올 경우, 선도자로서의 자긍심 높은 지위를 만끽하기 위해서 일까? 별별 궁리를 다해 보지만, 이러한 것들이 일련번호 실시간 보고제도를 그렇게 조급하게 서둘러 시행해야만 하는 타당한 이유로는 생각되어지지 않는다. 다만, 이중에서 (1)의 이유가 일견 타당한 것 같지만, 이것이 급히 서둘러야 하는 필연적인 이유는 될 수 없다. 왜냐하면, 일련번호 실시간보고 규제가 아무리 명분이 좋다 해도 이것이 실리로 이어지려면 제도 집행과정에서 하자나 비능률 등이 발생되지 않아야 하는데 급히 서둔다고 그렇게 될 리는 만무할 뿐만 아니라, '정책의 완성도'는 정책 간 짝 맞추기보다는 제도자체의 결함유무와 제도 적용대상의 수용도 등이 보다 더 중요한 요소이므로, 정책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제약업계의 일련번호 부착 의무시점에 맞춰 도매업계도 실시간 보고 의무제를 함께 실시해야 한다는 논리는 타당치 않기 때문이다. 그러면, 당국(정보센터)의 준비상황은 어떤가. 문제는 없는 걸까. 정보센터의 준비일정을 보면, 8월31일까지 에이전트솔루션(중앙통제서버에 접근하는 핵심프로그램)을 도매업체 PC 또는 상용SW전용 PC에 탑제시키고, 9월15일까지 중앙 서버를 구축한 다음, 9월30일까지 실무위 소속 업체들(15개사)의 베타테스트를 완료하며, 10월부터는 소프트웨어를 자체 개발한 대형 도매업체들을 방문하여 테스트하는 것으로 짜여 있다. 이를 보면, 일정이 한 치의 여유도 없이 빡빡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오류나 실수 또는 개선사항 등이 약간만 있어도 정보센터와 ‘제약업계 및 도매업계 그리고 상용SW개발업계’(관련업계)의 준비일정 전체가 도미노처럼 같이 무너지면서 차질을 빚게 돼있다. 또한, 관련업계의 프로그래머(programmer)와 오퍼레이터(operator) 그리고 입력자료 제공자 들이 신(神)이 아닌 이상 오류와 실수는 있게 마련인데, 이 여부(與否)에 따라 정보센터의 제반 준비도 금년 말까지 완료되지 못할 상황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아주 중요한 반품(낱알포함)처리 프로그램 문제는 9월초 제시하겠다는 예기만 나왔지 공식 일정계획에서는 빠진 상태이고, 출하 전에 거래명세표를 먼저 발행하는 관행으로 출고와 시점 차이가 나는 의약품 유통 데이터가 나올 수 있는데 이에 대한 처리 방안도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다. 이런 것들에 대한 방침이 결정되면 모든 일정이 또 순연될 수밖에 없다. 요행히도 금년 말까지 계획대로 별 탈 없이 ‘오픈 베타테스트(Open beta test)’까지 끝마쳐 스탠바이(Stand by) 상태가 된다하더라도, 내년 제도 시행이후 현장에서 예컨대 발송지연 사태가 일어난다든가 또는 뒷일은 어떻게 되든 눈앞의 처분만 면하기 위해 실제와 보고내용이 틀린 변칙처리가 발생한다는 등과 같은, 어떤 돌발사태가 일어날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보건복지 당국은 어떤 문제도 발생되지 않을 거라 장담할 수 있을까? 이처럼, 불안한 건 당국(정보센터)이나 도매유통업계 모두가 매한가지다. 의약품 일련번호 출하 실시간 보고제도에 관한 선례는 외국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 볼 수 없다.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을 우리가 맨 앞에서 개척하며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다 근세말기에 선진화 기회를 놓쳐버린 우리에겐, 이 제도가 건강 100세를 열고 있는 국제사회에서 자부심을 가질만한 선진 아이템(item)인 건 분명하지만, 그러나 급히 서둘수록 그 좋은 기대효과를 상쇄시켜버릴 시행착오의 그늘도 더더욱 짙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예컨대, 촉박한 일정과 자금여력 부족 등으로 인한 불가피한 준비미비로 이 제도에 대한 실질적인 업계의 수용도 저하, 애그리게이션의 비의무화와 바코드 RFID 등 제품 인식시스템의 이원화 등으로 인한 출고준비 능률저하와 발송지연, 업무의 복잡성 심화와 제품 인식시스템의 불안정 등으로 인한 오류발생 급증과 지각 배송 등이, 예견되는 시행착오의 지뢰밭이다. 시행착오가 무서운 건 손해와 책임이 동반되기 때문이다. 도매업계가 심히 불안해하고 두려워하는 이유다. 이런 연유로 도매업계가 예견되는 문제점들을 수없이 지적하면서 시행착오를 가능한 줄일 수 있는 시간을 더 달라고 아우성치고 있는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하면 좋을까. 정리해 보면 결국, 제일 큰 문제는 시간이다. 그 다음은 돈과 방법이다. 해야 한다는 명분과 당위성에는 이의를 제기할 여지가 없다. 도매업계나 정보센터의 상황을 볼 때, 실시간 보고 의무제를 서둘면 그 훌륭한 제도가 정착되기도 전에 감당하기 힘든 시행착오로 급체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게다가 그 제도를 조급히 시행해야만 하는 타당한 필연적 이유도 없다. 따라서, 일련번호 실시간 보고 의무화는 2년 정도 유예돼야 한다. 내년부터 제도시행을 하되 일련번호와 관련된 각종 프로그램과 현장의 제반 문제점 등을 2년 동안 충분히 확인 조사 검토 보완한 후 2018년부터 의무화로 가면, 도매업계도 제약업계처럼 두렵고 우려되는 시행착오를 최소화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애그리게이션은 반드시 의무화돼야 한다. 의약품 물류는 능률 확보와 빠른 배송이 중요한데, 그것이 안 돼 있으면 대포장 박스를 뜯어 소포장 바코드를 일일이 스캔해야 하므로 능률저하로 발송 준비가 늦어져 배송시간이 지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 당국이 애그리게이션은 중복규제이고, 필수라고 생각하지 않아 의무로 하지 않았다고 하면, 잘 못이다. 애그리게이션 문제는 일련번호 실시간 보고 규제 때문에 발생된 것이므로 그 규제 속의 일개 항목으로 봐야하지 제2의 독립된 또 다른 규제라 볼 수 없으므로 중복규제라 할 수 없고, 또한 필수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은 생산자 측면만 고려한 것이지 유통자 측면은 안중에도 두지 않은 편파적 판단이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바로 잡아야 한다. 그리고, 자금지원책을 필히 마련해 주어야 한다. 지금 도매업계는 일부 대형업체를 제외하고는 매우 어렵다. 대부분 운영자금 고갈로 월말이면 어음 막기조차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프로그램 마련과 시설보완 및 인력보충 등 제도준비를 철저히 하고 싶어도 돈이 없으니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2015-08-25 06:14:49데일리팜 -
[기자의 눈] '어렵다'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메르스가 할퀴고 간 약업계에 최근 의약품 도매를 중심으로 잇단 부도설이 나오고 있다. 추석 시즌인 9월말 이전에 자금경색이 심해진 중견 도매업체들이 연쇄적으로 사업을 접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예측이 제기된다. 메르스 직격탄으로 인해 병원 처방은 예년보다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고, 이로 인해 도매와 제약사들은 심각한 위기에 봉착했다. 실제 업계 관계자들은 500~1000억 원대 도매업체들이 '사느냐 죽느냐' 갈림길에 서 있다고 입을 모은다. 매출구조가 큰 대형도매와 이른바 품목 도매들은 어떻게든 살아남겠지만, 마진구조가 취약한 상황에서 자금 압박이 심해진 중견 도매업체들은 풍전등화에 놓여있다는 것이다. 이는 의약품 도매업체만의 문제는 아니다. 메르스로 매출 타격을 입은 제약업계는 유통가 부도에 따른 후폭풍까지 감당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됐다. 그야말로 올 상반기는 가시밭길의 연속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어렵다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라고 단언한다. 산업계 종사자들이 결코 볼멘소리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실제 6월과 7월 매출이 예년에 비해 20% 이상 감소했고, 수금실적 역시 크게 줄어들었다. 특히 업체들은 의료기관 임상시험 중단, 영업활동 위축, 요양기관 대금결제 지연 등이 이어지면서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고 한 목소리를 낸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실거래가 약가인하라는 규제장치를 가동하며 산업계를 옥죄고 있는 것은 진지하게 고민해 볼 문제다. 실제로 실거래가 조정제도를 적용받는 5000여 품목의 보험약에 대한 약가인하 절차는 현재 진행중이다. 업계는 실거래가 약가인하 규모를 약 2000억 원대 이상으로 파악하고 있다. 메르스로 상처받았던 산업계가 이번 실거래가 약가조정으로 이중고를 겪게 될 것이 분명하다. 특히 불법거래에 해당하는 의약품 도매업체 구입가 미만 판매행위가 약가인하 금액 산출대상에 포함돼 제약기업은 속수무책으로 무차별 가격인하에 노출되고 있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그만큼 이번 실거래가 약가규제는 허점이 많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산업계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정부의 '규제를 위한 규제'는 이런 의미에서 전면 재검토돼야 한다. 생존의 갈림길에 서있는 산업계에 정부의 실거래가 약가인하는 너무 가혹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예기치 못한 메르스 피해를 극복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 정부에서 다각적인 지원에 나서야 할 때다. 무엇보다 현 실거래가 사후관리제도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최소한 1년 이상의 제도시행 유예를 제안한 양 제약단체 건의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국내제약사와 다국적제약사를 대변하고 있는 KPMA와 KRPIA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2015-08-24 06:14:51가인호 -
[기자의 눈] 대만 드럭스토어에서 만난 약사얼마전 대만에 갔을 때 일이다. 편두통이 참을 수 없을 만큼 심해져 가방을 뒤졌으나 진통제 한 알을 찾을 수 없어 약국을 찾았다. 여느 나라처럼 대만의 약국도 녹색 십자가, 녹색 글씨로 표시를 해놔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일본 문화가 일반화된 대만은 약국도 똑 일본을 닮아있었다. 밝고 깔끔한 매장의 드럭스토어가 길거리 곳곳에 경쟁하듯 즐비했다. 가장 가까운 드럭스토어에는 화장품과 위생용품이 화려하게 진열돼, 눈길을 끌었다. 의약품이 어디있냐 물으니 카운터 점원이 2층을 가리켰다. OTC도 종류가 수십가지였다. 포장과 모양은 익숙한데, 한자에 자신없어 당최 무엇이 진통제인지, 무엇이 소화제이지 알 수 없었다. '아세트아미노펜'이 어떤것인지 묻자 점원은 약사를 불러다주었다. 약사라고 2층에 올라온 이는 1층 카운터에서 물건을 계산하던 직원이었다. 약사냐고 묻자 자신이 약사라며, 아세트아미노펜을 찾아주었다. 어떤증상에, 언제 먹을 것인지 물어보더니 익숙한 영어로 복약설명을 해주었다. 설명을 마친 약사는 바로 카운터로 돌아갔다. 핸드크림을 하나 더 골라 카운터에 갔더니 익숙하게 포스로 계산을 해주었다. 앳된 얼굴에 짧은 머리를 한, 우리나라 편의점 아르바이트생과 큰 차이점이 없는, 젊은 약사의 익숙한 근무 상황이었다. 유명한 청춘영화의 배경이 된 단수이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배경의 모델이 된 지우펀, 별별 음식이 다 있는 야시장만큼 대만에서 인상 깊었던 건 이 약국, 드럭스토어의 약사였다. 직업이 그래서인지 여행을 가도, 출장을 가도 해외에서 이 나라 약국은 어떤 분위기인가를 유심히 살피게 된다. 유독 약국 표시가 더 잘 보이고, 보이면 즉시 사진을 찍고. 함께 간 일행이 내가 왜 유독 약국에 집착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곤 한다. 대만에서 만난 약사가 인상적이었던 것은 약사답지 않아서였다. 약보다 뷰티상품의 비중이 큰 드럭스토어에 '고용된 약사'라서였을까. 우리나라 약국 약사에서 느낄 수 있는 존재감은 없었다. 대신 부담없이 접근해 필요한 걸 물어볼 수 있는 편안함이 있었다. 드럭스토어 역시 구경만 한참 하고서 껌 하나 사지 않고 나올 수 있을 만큼 부담이 없었다. 문턱이 낮았고 그래서 젊은 여성 고객들로 그 많은 약국들이 거의 다 문전성시였다. 어떤 화장품이든 발라볼 수 있고 다양하게 많은 제품이 구비돼있었다. 약을 사면서도 옆에 진열된 작고 귀여운 바세린, 우리나라보다 저렴한 가격의 립밤 하나를 생각 없이 더 계산할 만큼 '사고싶은' 제품이 눈에 많이 띄었다. 여름휴가철이 끝났다. 피서객들, 특히 해외 여행을 다녀온 약사라면 낯선 곳에서 새로운 약국, 약사를 만났을 것이다. 다른 나라의 약국은, 약사는 어떤 모습일까. 우리나라 약사들이 참고할 만한 팁은 없었을까.2015-08-20 06:14:50정혜진 -
[사설] 정부, 즉각 대응 강박증 벗는 날 언제인가정부의 '즉각 대응 강박증'이 대응으로부터 얻으려는 목표를 달성하기는 커녕 오히려 혼선을 부르고, 이도 모자라 정책 신뢰성만 낮추는 결과를 부르고 있다. 결과적으로 정책은 문제를 해결하고, 또다른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는데 그 목표가 있음에도 얼마나 빠르게 대응하느냐에 초점이 맞춰진듯 서둘러 나오다보니 게도, 구럭도 잃는 결과만 초래하고 있다. 개인정보범죄 정부합동수사단이 7월23일 '환자 진료·처방정보 불법 수집판매 업체 및 관련자를 기소한다는 발표를 하자 복지부는 리얼타임으로 1만명이 쓰는 약국관리프로그램(PM2000)의 사용중단을 검토하겠다는 대책을 바로 내놓았다. 29일 약학정보원을 특별점검하고 5일만에 이 프로그램의 적정결정을 취소하는 사전통지서를 발송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여부가 법원에서 가려지는 상황에서, 그것도 프로그램에서 정보가 유출되고 있는 정황 증거도 없는 상황에서 사용중단 이야기를 밝혀 프로그램 사용자들을 필요이상 불안하게 만들었다. 정부가 약정원과 IMS간 빅데이터 사업에 의구심을 가졌다면, 일단 이를 중단시키면 될일을 과민하고 과도하게 대응한 꼴이다. 복지부가 개인정보 관리 실태를 파악하겠다면서 의료기관과 약국 8만4275곳에게 자율이라는 이름으로 관리실태 일제 점검을 지시한 것도 즉각 대응의 강박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자율점검을 하지 않으면 불이익이 예상됨에 따라 약국 등이 심사평가원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했지만, 심평원이 배포한 안내 공문을 봐도 무슨 내용인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약사들의 불만만 속출했다.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한 당국은 급기야 자율점검 기간을 종전 9월말에서 10월말까지 연기하는 한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교육을 진행해 이해하기 쉽도록 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이같은 혼란에서 정부를 향한 불만이 없을리 없다. 정부합동수사반이 문제를 발표했을 때 복지부가 이에 부응하는 정책을 마련하는 것은 당연하다. 정책의 목표도 분명했다. 합동수사반이 환자 개인정보 유출의 위험성을 말했으니 당연히 보건의료계 주무부서로서 환자 개인정보가 안전하게 유지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하면 되는 것이었다.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동원하는 정책 수단은 그 특성에 따라 당장 작동시켜야 할 것이 있고, 시간을 가지고 점진적으로 적용해야 하는 것도 있을 것이다. 수단을 언제, 어떻게 작동시킬 것인지는 정책의 효율성이 기준이지 이를 지켜보는 일반국민이나 언론의 속이 얼마나 시원한지가 기준일 수 없다. 궁극적으로 일이 되게 끔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정부는 앞으로 내놓을 정책이 현장에서 제대로 수용돼 소기하는 목표를 달성하는데 더 집중하기를 바란다.2015-08-19 06:14:50데일리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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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신기술과 가치의 충돌정보기술(IT)과 디지털 세상으로의 진화는 PC·인터넷·스마트폰 등을 거쳐 드론이나 3D프린터, 로봇 등 SF 영화에서나 가능했던 일들을 현실로 대면하는 세상을 열고 있다. 수많은 신기술들이 세상을 풍요롭게 하지만 그에 따른 가치 충돌이나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다. 최근 보건의료계에서는 의약품 정보 및 통계 사업으로 유명한 약학정보원과 IMS간의 데이터 사업과 관련한 개인정보 처리의 적절성 문제가 언론에 보도되었다. 검찰은 '개인정보인 환자의 조제정보를 팔았다'고 기소를 한 것이고, 약학정보원의 전·현직 원장은 이것이 제약 산업 분야에서의 통계 처리를 통한 빅데이터 사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빅데이터 산업은 '21세기의 원유'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창조 경제를 이야기하며 빠뜨리지 않는 주제가 '빅데이터 산업'이다. 박 대통령은 창조경제혁신센터 출범식에서 "전 세계 빅데이터 시장은 연평균 35%를 넘는 고도성장이 예상되고, 선진국들도 저성장 시대를 극복하는 전략으로 빅데이터 산업 육성에 주력하고 있다"며 "'21세기의 원유'로 비유되는 빅데이터는 물적 자원 없이도 창의성과 아이디어로 고부가가치와 일자리를 창출하는 창조경제의 신자본"이라고 중요성을 강조했다. 최근에는 빅데이터 전문가라는 직업도 생겼고 정부 주도에서 민간 영역으로도 빅데이터 활용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두 개의 정책 가운데 하나를 달성하려면 다른 목표의 달성이 늦어지거나 희생되는 경우의 양자 관계를 트레이드오프(Trade-Off)관계라고 한다. 즉 어느 것을 얻으려면 반드시 다른 것을 일정 부분 희생해야 하는 경제관계로 빅데이터와 개인정보 보호는 그러한 관계에 있다 할 것이다.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의료기관 및 제약회사, 식품의약품안전처,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다양한 경로에서 수집한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을 가동, 2007년부터 누적된 약 3258억 건에 달하는 7개 분야 18개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보건의료분야 정책 마련 및 일자리 창출 기여가 예상된다. 반면, 보건의료 개인정보는 일반적이 개인정보 외에 환자의 병력정보까지 포함돼있어 이것이 유출될 경우 악용할 수 있는 방법은 무한하고 피해정도도 예상하기 어렵다. 징벌적 조치가 가치 충돌의 해법인가? 약학정보원과 IMS의 데이터 사업은 법원에서 다양한 법리 논쟁이 있을 것이고 그에 따라 판단돼야 할 사안이라 조심스럽지만, 주요 논점 중 하나가 제약 산업에서의 빅데이터 활용이라는 가치와 개인정보 보호라는 가치가 민감한 시기에 충돌했다는 것이다. '드론'이 서울 하늘을 날면 남북 대치 상황에서 안보의 문제가 제기되고 개인 사생활 침해의 문제가 따라 오지만, 이러한 신기술이 만들어갈 새로운 세상을 포기할 수는 없는 것이다. 가치 충돌은 조정돼야 하고 제도적 장치들이 빠르게 정비돼야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새로운 흐름에 뒤쳐지지 않을 것이다. PM2000 활용은 합리적 시각으로 접근해야… 이에 더해 과도하고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들이 발생하는 사태는 막아야 한다. 대한약사회가 저작권을 가진 약국관리프로그램 PM2000(국내 약국의 약 50% 사용)의 인증취소 여부가 논란에 올랐다. 가치의 충돌과 조정이 필요할 때는 논란의 소지가 있을 수 있는 부분을 제거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 감정적이거나 징벌적 조치로 접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할 것이다. PM2000 프로그램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의약분업 이후 영세한 약국관리프로그램이 잦은 프로그램 오류와 부실한 사후관리 문제로 퇴출되는 과정과 새로운 제도를 안착시키는 역할을 했다. 많은 약국들이 PM2000을 안정적으로 사용하게 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됐다. 이 오랜 기간 동안 경험 했던 시행착오를 다시 반복하게 해야 될 필요가 있는지 한번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2015-08-17 12:14:50데일리팜 -
[기자의 눈] 왜 PM2000 데이터 제공을 계속했을까왜 약학정보원은 2013년 12월 서울중앙지검 압수수색을 받고도 IMS에 데이터 제공을 중단하지 않았을까? 약정원 기소 이후 기자가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다. 만약 중단했다면 개인정보법죄 정부 합동수사단에서 약정원 현직 임직원들은 기소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았는데도 말이다. 약정원과 대한약사회에 따르면 약정원이 1차 검찰 조사 이후 IMS에 데이터 계속 제공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보인다. 먼저 1차 검찰 조사 결과, 약정원 현직 임직원은 기소되지 않았고, 정보를 제공받은 IMS도 무죄 판결을 받았다. PM2000에서 수집된 데이터 제공은 검찰도 문제를 삼지 않았다는 것이다. 두번째는 계약기간의 잔존이다. 2014년 12월 경 약정원은 2016년부터 2018년까지 IMS와 계약을 갱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2015년에 IMS로 데이터가 전송된 것은 이전 계약에 근거해 제공된 것이다. 약정원과 IMS과의 계약은 2010~2015년까지 지속되며 이후 쌍방간 문제제기가 없으면 동일한 조건으로 매 3년씩 자동 연장된다고 돼 있다. 즉 계약을 파기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IMS와 위약분쟁도 염두해 둔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연간 수억원의 데이터 제공수입이 약정원과 PM2000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자원이라는 점도 쉽게 데이터 제공사업을 포기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결국 계약갱신이 이뤄졌다는 것인데 조찬휘 회장이 PM2000에 공지한 회원 담화문을 보면 재계약을 한적은 없지만 계약승계는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고 했다. 조 회장은 "확인되지도 않은 루머가 만연돼 있다. 약정원은 일체 IMS와 부정한 거래가 없으며 재계약을 한 적도 없다"며 "계약승계는 위약의 후폭풍을 염두에 둔 어쩔 수 없는 조치였음을 밝히며 현 집행부는 향후에도 계약의 투명성을 최우선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1차 검찰조사의 IMS의 무혐의 결정과 계약기간 연장이 맞물리면서 데이터 제공을 계속했고 예상치 못한 합수단의 재조사로 사태가 일파만파 커져 버린 셈이 됐다. 1차 검찰조사 이후 데이터를 제공한 약정원의 행보는 두고두고 아쉬운 대목이다.2015-08-17 06:14:50강신국 -
[칼럼] 제약산업에 교훈주는 종근당의 '징비록'얼마전 KBS 주말 사극 '징비록((懲毖錄)'이 막을 내렸다. 알려진 대로 징비록은 영의정이던 류성룡이 임진왜란 당시 잘못 대응했던 곳곳의 맥점을 고스란히 들춰 내일의 경계로 삼기위해 쓴 전란사다. 사람들은 너나없이 자랑을 떠벌리고, 자신과 관련된 잘못에는 입을 꽉 다무는 경향이 짙다. 통상 법인격인 주식회사들도 '깨알자랑'에 좀처럼 입을 다물줄 모른다. 기업들의 창간 00년사를 보자, 금세 확인된다. 기업史라기보다 그건 신화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개별 욕망이 거미줄처럼 얽혀 돌아가는 조직이 극소수의 과거를 미화시키는데 천재성을 발휘하며 앞장서기 때문일 것이다. 광복 70년 때문에 '70'이란 숫자에 눈길이 갔다. 자료를 찾아보다 종근당 70년사(2011년 발간)에 꽂혔다. 소설책 같은 판형이 우선 새로웠다. 통상 기업사는 딱딱한 양장본에 A4 크기 이상되는 게 대부분이다. 붉은 계열 혹은 검은 계열의 두꺼운 표지를 넘기고 나면, 참기름을 발라놓은 송편처럼 반질거리는 지질을 만나게 된다. 영락없는 창간 기념품이다. "돈 좀 썼겠는데" 하는 것으로 품평은 끝나고 별 의미없는 곳에 방치됐다 사라진다. 그러고도 별 아쉬움이 없다. 한데 '종근당 스케치'라는 제목이 붙은 종근당 70년사는 독특했다. 특히 177 페이지에 이르렀을 때 말이다. 이 부분은 '2000 의약분업 현상'을 잘못 예측하고 스스로 비판하는 대목인데, 압권이다. 자기 종아리를 매섭게 회초리로 칠 수 있는 기업이 얼마나 될까. 종근당의 힘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종근당은 의약분업 준비 단계에서 일반적 예측을 후회한다. 당시 일반적 예측은 ▶(분업이 되면) 의약품 사용량이 줄고 제약시장이 30% 축소된다 ▶약효동등성이 입증된 제품만 대체조제가 허용되면 오리지널과 인기 브랜드만 살아 남는다 ▶제네릭에 의존해 온 중소 제약회사들은 존재기반을 잃어 결국 다국적제약과 대기업 제약사만 생존한다 ▶400여 제약사 중 50개 정도 기업만 살아남는다는 것들이다. 오리지널 의약품에 유리하다는 예측만 빼고는 실상 모두 빗나갔다. 종근당 스케치는 이렇게 기록한다. "한미약품은 1990년대 20위권 밖이었는데 분업 시행과 함께 단번에 선두권에 끼었다. 약국 영업 위주던 한미약품은 분업 직전 영업인력을 대폭 확충해 의원시장에 대한 마케팅을 강화했다. 타이밍이 맞물려 의원시장을 가장 먼저 선점했다. 전문의약품과 의원시장에 대한 전략 부재했던 제약회사들은 모두 순위가 밀렸다." 당시 사장이었던 김정우 현 종근당홀딩스 대표도 "종근당의 기초는 정말 튼튼했는데...처방전이 제약업계 운명을 가르는 간단한 상황을 놓친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며 회사의 착각을 크게 후회했다. "자신감과 자만의 차이였다"며 "아무리 강한 장수도 나쁜 전략에 버티지 못한 다는 것을 경험했다"고 회사는 돌아보았다. 의원시장 선점한 한미약품의 성공도 적극 언급 또다른 원인 분석은 더 대담하다. "의약분업이 종근당에게 지독하게 불리하게 작용한데는 창업 1세대의 경영철학과도 관계가 있었다"고 언급한다. 웬만한 기업에선 터브시되는 비판이다. 종근당은 유통은 도매상 등 유통 전문업체게 맡기고, 제약사는 좋은 약만 만들면 된다는 고촌(창업자인 고 이종근 회장) 경영철학이 기업구조로 내면화돼 병의원과 직거래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영업조직을 재정비해 병의원 시장에 드라이브를 건건 2004년부터였다. 잃어버린 3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근당은 일반의약품 수용 감소, 다국적사의 자사 품목 회수 등으로 인한 전문의약품 경쟁력 약화, 대규모 영업사원 이탈 등의 악재 때문에 한동안 고전해야 했다. 통렬한 반성의 결과일까? 요즘 종근당은 과거 위용을 빠르게 되찾아가고 있다. 시청자들의 귓전을 때렸던 징징한 종소리를 곧 다시 울릴 태세다. 매출 규모로 어느 새 국내 5대기업의 자리로 다시 올라섰다. 신약개발 R&D를 대폭 끌어올리며 당뇨치료제 듀비에 등 국산 신약 2종을 냈으며, 지속적으로 연구력을 강화하고 있다. 사실 종근당 문화엔 고촌 이종근 회장부터 형성된 '도전적 DNA'가 자리잡고 있다. 겨우 의약품 흉내를 내던 1965년 대규모 합성공장을 짓고, 그것도 모자라 지금도 만만치 않다는 FDA 실사를 신청하고 1968년 승인 받았다. 필부필부의 개인사처럼 종근당은 잘나가던 시절도 향유했고 심각한 자금난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그때마다 반성과 과감한 결단으로 조직정비해 반전의 계기를 만들었다. 종근당이 자가비판했던 '의약분업 당시'는 국내 제약산업계에 있어 바로 지금일지 모른다. 오리지널 의약품이 대세가 되고, 해서 자기 품목을 갖고 있는 기업이 행세하며, 제네릭 약값이 뚝뚝떨어지는 현실 말이다. 입 달린 전문가들은 모두 총론적으로 제약회사는 연구개발이 미래라며 인하스 연구력이든, 오픈 이노베이션이든 다양한 형태의 신약개발을 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아득했던 바이오의약품 시대가 차근차근 더 현실로 다가오고 세계 곳곳에서 연구 아이디어로 무장한 바이오 스타트업들이 출현하고 있다. 국내 제약 발전사를 개별기업이 아닌 70년 통으로 보면 지금은 분명 의약분업처럼 드라마틱한 변곡점이 아닐 수 없다. 기업들의 용맹한 자기반성과 그로부터 냉철하고도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 광복 70년 대한민국의 과제엔 제약산업이 풀어야할 내용도 분명히 들어있다.2015-08-13 12:15:00조광연 -
[기자의 눈] 성희롱을 바라보는 제약업계 시선최근 중견 한 제약회사가 성희롱 사건으로 도마에 올랐다. 신문 사회면 단신에 불과했던 이 사건은 가해 남성에게 소송을 제기한 여성피해자를 향해 회사가 조직적으로 퇴사압박을 줬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공중파 TV에도 소개됐다. 상부 지시에 의해 어쩔수 없이 피해자에게 모진말을 던졌다는 회사원들의 이야기가 전파를 타자 많은 시청자들로부터 공분을 샀다. 성희롱 문제가 비단 제약업계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글로벌을 향하는 국내 제약업체 입장에서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일년에 한두번 성희롱 교육으로 만족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여성 인재들이 창의성과 능력을 발휘하기 위한 환경조성에 우리 제약업체들은 더 노력해야 한다.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국내 제약업체처럼 여성이 발붙이기 어려운 기업문화를 가진 곳도 드물다. 최근 사석에서 만난 제약업체 홍보실 직원은 "남자들은 그냥 술로서 풀면 되는데, 여자들 문제는 복잡해서 경영진들도 여성 인력을 쓰기 꺼려한다"고 말했다. 홍보업무를 대부분 여성인력이 보는 외국계 제약사와 달리 국내 제약회사 홍보실에는 남성이 우세하다. 앞서 홍보실 직원의 이야기처럼 경영진부터 여성을 꺼린다. 오랫동안 이어진 남성 중심의 수직적 위계 문화가 여성의 참여를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여성은 부하직원이며, 지시의 대상이라는 인식이 경영진 머릿속에 있는 것이다. 양성평등 시대와 동떨어진 이러한 인식은 성희롱 문제에 취약할 수 밖에 없다. 또 문제가 불거지면 덮고 쉬쉬하는데만 급급한 이유도 저런 위계 문화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CEO들의 인식변화가 일단 시급하다. 여성 임원들을 적극 채용해 합리적이고 섬세한 능력이 회사경영에 녹아들수록 해야 한다. 그리고 나서 임직원의 인식변화를 위한 교육과 계도에 힘을 써야 한다. 또 여성이 편하고 오랫다닐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동등한 입장에서 남성과 경쟁을 하도록 해야한다. 제약업계에 성희롱 문제가 터져나온게 이번만은 아니다. 개별 업체들의 변화도 요구되지만, 협회 차원에서 강력하게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 협회 내 여성분과를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이런 문제가 터질때마다 쉬쉬하고 넘어간다면 여성들과 국내 제약업체는 점점 멀어질 것이다.2015-08-13 06:14:50이탁순 -
[기자의 눈] 정진엽 내정자, 청문회서 따져봐야국민들은 이번 메르스 사태가 국내 방역체계를 획기적으로 '업그레이드'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또 서울 대형병원 중심의 의료이용 '쏠림현상'이나 간병문화 등을 바꾸는 보건의료체계 개혁의 단초이기를 희망한다. 이 것이 정부가 이번 사태로 고통받은 국민들에게 화답해야 할 메시지이다. 시민사회단체, 소비자단체, 환자단체, 노동조합, 의료단체 등은 최근 이런 열망을 담아 '메르스 극복 국민연대 준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이들은 국내 보건의료체계의 취약점을 보완하고, 감염병 예방과 관리를 위한 방역망을 제대로 구축하는데 혼신의 힘을 쏟아야 한다고 정부에 주문했다. 또 대통령 직속 보건의료개선 특위를 즉각 구성해 보건의료개혁을 위한 중장기 종합계획을 수립하라고도 했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는 분당서울대병원 정형외과 교수인 정진엽 씨를 차기 복지부장관 후보자로 내정했다. 메르스 사태로 보건복지부의 보건의료 전문성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된 점을 감안하면 17년만의 의사출신 후보자 내정은 놀랄 일은 아니었다. 다소 의외의 인물이긴했지만 의료계나 시민사회단체 등도 큰 거부감없이 받아들이는 듯 했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는 채 며칠을 가지 못했다.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정 내정자에 대한 우려와 반대 목소리가 터져나오더니 급기야 의료계 내부에서조차 '지지유보'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정 내정자의 의료산업화 친화적인 행적들이 속속 알려지기 시작하면서부터다. 더구나 원격의료 관련 특허를 여럿 건 보유하고 있다는 언론보도까지 나오면서 의구심은 더 커졌고, 급기야 현 정부가 원격의료를 위시한 주요 의료산업화 정책에 강공 '드라이브'를 걸기 위해 의사출신 인사를 차기 장관으로 기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이달 마지막 주로 예상되는 정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는 아마도 이런 우려와 의구심에 대한 질문이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정 내정자 지목이 우려처럼 의료산업화 기치를 한층 강화하기 위한 것인 지 현재로썬 알 수 없다. 중요한 건 메르스 사태로 인한 국민들의 고통이 아직 끝나지 않았고, 무엇보다 국민들은 메르스의 교훈이 한국의 의료체계 개혁으로 이어지길 희망한다는 데 있다. 국회는 국민과 함께 정 내정자 지목이 이런 열망에 대한 화답인 지, 아니면 교훈으로부터 배우지 못한 '불통'인 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국내 의료체계의 미래를 위해 이번 인사청문회가 중요한 이유다.2015-08-10 06:14:49최은택 -
연명치료 중단과 호스피스법 필요성대법원은 2009년 이른바 김할머니 사건에서 연명치료 중단을 허용하는 최초의 판결을 선고한바 있다. 그 이전까지는 환자의 사망을 돕는 의사들마저 형사처벌해 왔던 선례들을 감안하면 크나 큰 반향이라 아니 할 수 없고, 이제는 연명치료 중단에 대한 국민적인 공감대가 형성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죽음을 앞둔 환자가 자신에 대한 치료를 중단해 줄 것을 요구할 권리는 헌법상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및 자기결정권에서 도출되는 것으로 헌법상 기본권이라 하겠다.. 대법원은 김할머니 사건에서 연명치료 중단을 위한 두가지 요건을 제시하였다. 첫째, 회복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이르렀을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는 의사들의 소견, 진료기록 감정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도록 하고 있다. 둘째, 환자의 치료중단 의사를 요구하고 있는데, 이와 관련하여 환자 자신의 명시적인 치료중단의사 뿐만 아니라, 나아가 환자 자신의 명시적인 의사가 없더라도 여러 정황들을 참작하여 환자의사를 추정하여 치료를 중단할 수 있다고까지 판시하였다. 이에 대하여는 대법원에서 조차도 타인에 의한 악용을 우려하여 반대하는 의견이 존재한다. 누구나 자신에게 있어 가장 소중하고도 중요한 것이 바로 자신의 생명일 것이다. 그런데도 환자 자신의 생명에 대한 치료중단 의사를 타인의 입장에서 바라보아 추정한다는 것은 위험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더군다나, 각박한 오늘날의 현실에 비추어 보면 비록 가족이라 하더라도 자신의 물질적 이해관계에 따라 환자의 추정적 의사를 조작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짐작하고도 남는다. 뿐만 아니라, 이처럼 환자의 연명치료 중단 의사를 추정하는 것조차도 허용되어서는 아니 될 것인데, 최근 논의들을 살펴보면, 추정적 의사를 넘어 연명치료 중단에 대한 대리의사, 즉 환자 자신이 아닌 타인이 대리하여 치료중단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을 허용하는 내용들이 논의되고 있어 매우 우려스럽다. 사망과 관련하여, 환자 본인의 재산 처분에 대해서는 명문의 규정으로 엄격한 요식행위인 유언제도를 마련해 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무엇보다 중요한 환자 자신의 생명과 직결되는 연명치료 중단에 대한 입법이 없다는 것은 모순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연명치료 중단과 연계해서 호스피스 내지 완화의료 제도를 함께 살펴보아야 한다. 호스피스란 죽음을 앞둔 환자에게 연명치료 대신 평안한 임종을 맞도록 위안과 안락을 배려하고 베푸는 활동을 의미하며 다른 말로 완화의료라고도 한다. 죽음의 과정에 있어, 회복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접어들고 환자의 연명치료가 중단되면 필연적으로 연계되어야 할 제도가 호스피스라 하겠다. 호스피스라는 용어가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으나, 우리나라에는 이미 1963년 기독교를 중심으로 소개되어 그 무렵부터 최초의 호스피스 활동이 이루어져 왔다. 호스피스에 관한 외국의 입법례를 살펴보면, 미국의 경우 1981년 호스피스법이 제정되었고, 대만의 경우 2000년 호스피스 완화법이 제정되어 올해로 벌써 15년이 지났다. 이에 비하여, 우리나라의 경우는 2010년 암관리법 개정으로 말기암환자의 호스피스 내지 완화의료제도를 마련하였는데, 최초로 완화의료제도의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으나, 그 대상이 말기암환자에 한정되어 있다는 점에서 많이 미흡하다 하겠다. 하지만 이와 관련하여 지난 7월(2015. 7.)부터 건강보험 적용이 시작되었는바, 보다 쉽사리 접근할 수 있고 이용을 확대할 수 있는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누구나 한 번은 죽음을 맞이한다. 그동안 우리는 생명유지를 위해 끝까지 노력을 다하는 것만이 최선이라 생각해 왔고, 미덕이라 여겨왔다. 그러나 정작 환자 자신의 입장에서는 오랜 세월을 지나와 생의 마지막 순간에 이르렀을 때 남겨진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품위있게 죽음을 맞이하고 싶고, 신체적으로 뿐만 아니라 정서적으로 행복하게 죽음을 맞이하고 싶다는 것이 진정한 의사이고, 이에 대하여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가고 있으며, 대법원도 이러한 배경하에 판결을 선고한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 판결이 중요하다고는 하나, 연명치료 중단에 대하여 모든 요건과 자료를 제시할 수는 없는 것이며, 이를 큰 기준으로 삼아 국민으로부터 민주적 정당성을 직접 부여받은 입법자의 입법을 통해서 체계적이고 세부적인 기준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외국의 입법례를 거론 할 것도 없이, 연명치료 중단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선고된 때로 부터도 벌써 6년이 지났으나, 아직도 입법 공백상태에 있다. 대법원 판결에만 의지하여 연명치료 중단제도를 시행할 것이 아니라, 하루빨리 모법인 단일 호스피스법 내지 완화의료법을 제정하여 연명치료 중단의 요건들을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아울러 동 법령에는 호스피스 제도에 대한 내용들, 즉 호스피스 요양기관, 인력구성, 건강보험 수가 적용의 규정들을 통일적으로 마련하는 것이 절실하다 하겠다.2015-08-10 06:14:48데일리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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