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특허도전 안하면 약가 '뚝'…새 약가제도가 부른 양극화
기사입력 : 21.01.14 06:20:55
0
플친추가

극복 시 ‘우판권’+‘최고가’ 획득…허가선점 경쟁이 특허도전 경쟁으로

'자디앙'에 60여곳 몰려 50곳 회피…대부분 제도 개편안 공개 후 도전

대형품목 특허도전 경쟁 과열 예고…"반강제로 도전해야 하나" 우려도
[데일리팜=김진구 기자] 지난해 7월 부활한 계단형 약가제도가 제약업계의 특허전략에도 일부 영향을 주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 가지 특허에 동시다발로 20개 이상 업체가 도전, 성공할 경우 다른 후발주자들은 자연스럽게 '가격 경쟁력'이 하락하는 구조가 성립되기 때문이다.

기존 특허전략이 '우선판매품목허가'를 얻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면, 약가제도 개편 이후론 우판권에 더해 제네릭 가격까지 가져올 수 있어 더욱 치열한 특허도전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선 제네릭 경쟁력을 위해 불가피하게 특허에 도전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며 불만을 제기한다.

◆대형품목 제네릭 약가 선점하려면 특허도전 불가피

14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계단형 약가제도 시행 이후 제약사들의 제네릭 허가를 먼저 따내기 위한 경쟁은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제도의 핵심은 20번째 급여등재 품목을 기준으로 가격에 차등을 두는 것이다. 등재 순서로 20번째 품목까지는 오리지널의 53.55%를 반영한고, 이후론 순서에 따라 15%씩 약가가 인하된다. 오리지널사를 제외하면 19번째 제네릭까지만 '최고가'를 받을 수 있는 셈이다.

급여등재가 매달 한 번 꼴로 결정된다는 점에서 계단형 약가제도는 사실상 허가선점 경쟁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2020년 7월 시행된 계단형 약가제도 개요.


사정이 이렇다보니, 제네릭사가 최고가를 얻어내기 위해선 반드시 특허에 도전해야 하는 상황도 펼쳐질 것이란 예상이다. 허가선점 경쟁이 특허도전 경쟁으로 옮겨오는 것이다.

특히 대형품목일수록 제네릭사들의 특허도전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20개 이상 업체가 동시에 오리지널 특허에 도전했다고 가정하면, 최고가를 받을 수 있는 '20번째 등재' 품목은 이들만으로 채워지게 된다. 특허도전 자체가 제네릭 약가를 확보하기 위한 필수조건이 되는 것이다.

제약사 입장에선 특허도전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더 커졌다고 볼 수 있다. 기존에는 우판권만 획득할 수 있었다면, 새 약가제도 시행 이후론 최고가까지 얻을 수 있다. 반대로 말하면, 특허에 도전하지 않은 업체는 '더 늦게, 더 싸게' 제네릭을 판매해야 하는 셈이다.

◆새 약가제도 구체화 후 제네릭사 49곳 '자디앙' 특허도전

새 약가제도로 인한 특허도전 과열 양상은 이미 시작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포시가 제품사진.

베링거인겔하임의 SGLT-2억제제 계열 당뇨병치료제 '자디앙(성분명 엠파글리플로진)'을 예로 들면, 2015년 종근당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60곳 이상이 결정형특허에 도전했다. 50여곳이 특허극복에 성공했다.

이들의 특허도전 시기가 흥미롭다. 대부분이 계단형 약가제도가 구체화된 2019년 4월 이후로 도전장을 냈다.

2015년 3월 종근당을 필두로 12개 업체가 이 특허의 무효소송을 제기했으나, 패배했다. 3년여가 지난 2018년 1월 종근당이 소극적 권리범위확인 심판을 통해 재도전했다. 이땐 종근당 단독이었다. 이듬해 5월 종근당이 승리했다. 이때까지 자디앙 특허를 회피한 업체는 종근당이 유일했다.

2019년 6월부터 다른 후발업체의 특허도전이 잇따랐다. 지난해 8월까지 49개 업체가 같은 특허에 도전장을 냈다. 제약업계에선 계단형 약가제도가 구체화된 이후 특허도전이 잇따른 데 주목한다. 대부분 목적이 '좋은 약가'를 받기 위한 데 있다는 해석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보통 특허도전은 우판권 획득을 위해 최초 청구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이뤄진다. 자디앙 특허의 경우 종근당이 청구한 지 1년 반이 지난 시점에서 도전이 잇따랐다"고 설명했다.

그는 "종근당의 승리를 보고 특허에 도전했을 수 있고, 다른 한 편으로는 약가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도전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만료 전 제네릭 개발 못하면 특허극복 물거품 가능성

특허도전으로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커지면서 일각에선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특허에 도전하지 않는 것만으로 우판권 경쟁은 물론, 약가 경쟁에서도 불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특허에 도전할 여력이 크지 않은 중소형사들을 중심으로 제기되는 비판이다.

올해 말 특허가 만료되는 아스트라제네카의 항혈소판제 '브릴린타(성분명 티카그렐러)'의 특허를 극복하고 우판권을 받은 제약사는 25곳이다. 우판기간은 올해 11월부터 내년 8월까지다. 25개 업체가 모두 제품을 출시한다는 가정 하에, 내년 8월 이후로 허가받는 제네릭은 '낮은 약가'가 불가피하다.

어렵게 특허를 극복하고서도 최고가를 받지 못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자디앙 제품사진.

아스트라제네카의 SGLT-2억제제 '포시가(성분명 다파글리플로진)'의 경우 2024년 1월 만료되는 물질특허를 19개 업체가 극복한 상태다. 이들은 2023년 4월 이후 제네릭을 출시할 수 있다.

마침 특허극복에 성공한 업체가 19곳으로 맞아떨어진다. 문제는 이들이 2023년 4월까지 제네릭 개발에 성공하지 못했을 경우다. 당장 9개월여 후인 2024년 1월에 포시가 제제특허를 극복한 25개 업체도 제네릭을 출시할 수 있다.

아직 물질특허 만료까지 시간이 길게 남아 여유롭지만, 3년 후 특허만료 시점에서 제네릭 개발이 조금이라도 뒤처질 경우 제값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펼쳐진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기존에도 특허도전 경쟁이 치열했다. 목적은 우판권 확보였다. 그러나 9개월간 시장을 선점하지 못하는 것과 약가를 낮게 받는 것은 차이가 매우 크다. 향후 제네릭사들의 특허도전과 이를 둘러싼 눈치싸움이 더욱 치열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진구 기자(kjg@dailypharm.com)
글자크기 설정
가나다라마바사
가나다라마바사
가나다라마바사
0/300
 
메일보내기
기사제목 : 특허도전 안하면 약가 뚝…새 약가제도가 부른 양극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