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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시선] 누구를 위한 환수협상인가
기사입력 : 21.08.09 06: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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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팜=천승현 기자] 뇌기능개선제 ‘콜린알포세레이트’(콜린제제)의 환수협상을 두고 보건당국과 제약사들간 줄다리기가 8개월째 결판나지 않고 있다.

지난해 12월 보건복지부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올해 2월 10일까지 콜린제제 보유 업체에 ‘임상시험에 실패할 경우 식약처에 임상계획서를 제출한 날부터 삭제일까지 건강보험 처방액 전액을 건강보험공단에 반환한다'라는 내용의 사실상 환수협상을 명령했다. 환수협상 명령이 떨어진지 8개월이 소요됐고, 첫 계약 마감시한 6개월이 지났는데도 환수시점이 ‘임상계획서 제출’에서 ‘임상계획서 승인’으로 변경됐을 뿐 협상 결렬과 기한 연장이 무한 반복되고 있다.

건보공단과 일부 제약사는 포괄적으로 환수율 20%에 합의한 상태다. 만약 콜린제제의 재평가 임상 실패로 최종적으로 적응증이 삭제될 경우 식약처로부터 임상시험 계획서를 승인받은 날부터 삭제일까지 처방액의 20%를 건보공단에 되돌려준다는 내용이다.

콜린제제의 매출이 가장 큰 업체들을 비롯해 많은 제약사들이 몇 차례 주어진 추가 협상 기간에도 합의에 이르지 못한 상태다. 환수율 20%로 합의하더라도 리스크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재평가 임상시험은 최대 6년 6개월 이내에 종료된다. 환수비율 20%에 합의하고 6년 6개월간 진행한 임상시험이 실패했을 때 업체당 1000억원 이상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이런 리스크에 대한 부담으로 상당수 업체들은 환수율을 조금 더 낮추는 방안을 제시하면서 환수협상 합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일부 업체들은 20%보다 낮은 환수율을 요구하면서도 약가 사전인하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임상 실패시 거액을 물어주는 것보다는 사전이 리스크를 분담하는 것이 효율적일 수 있다는 견해도 제기된다.

환수협상이 기약없이 길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협상의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재평가 임상시험을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임상실패를 가정하고 처방금액을 되돌려주겠다고 미리 약속한 전례가 없다. 적법한 절차를 거쳐 허가받고 판매 중인데도 임상재평가 실패에 대한 대가로 처방액 환수를 요구하는 것이 합당한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없었다.

임상재평가는 판매 중인 의약품의 안전성과 효능을 임상시험을 통해 다시 점검하기 위해 진행하는 절차다. 임상재평가를 진행하는 기간에도 식약처의 허가가 유지되기 때문에 판매 자체가 불법은 아니다. 식약처는 지난 2018년 콜린제제의 품목 허가 갱신을 허용했다. 불과 3년 전에 의약품 허가를 담당하는 정부 부처에서 콜린제제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인정했다는 의미다.

추후 임상실패 이후 환수가 시도되더라도 환수가 타당한지에 대한 법적 공방은 불가피해보인다. 보건당국은 그동안 단 한번도 재평가 임상실패 의약품에 대해 기존 처방액을 되돌려달라고 요구한 적이 없다.

보건당국도 장기간 지속된 환수협상 줄다리기에서 더 이상 퇴로가 없어 보인다. 이미 일부 업체가 환수협상에 타결한 터라 협상 거부 제약사들에 급여삭제와 같은 제재를 내려야 하는 상황이다. 만약 급여삭제 조치가 내려지더라도 제약사들의 법적 대응은 당연한 수순이다.

콜린제제 환수협상을 시작하면서 제약업계 전반에 걸쳐 혼선이 커져만 가는 형국이다.

보건당국은 콜린제제 환수협상을 시작했을 때 이처럼 격렬한 저항은 예상하지 못했는지 의문이다. 환수협상 취소소송, 집행정지, 헌법소원, 행정심판 등 제약사들이 전방위로 법적 대응이 나설지도 예상하지 못했을까.

최근 변경된 환수시점도 예상하지 못한 변수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콜린제제는 ▲뇌혈관 결손에 의한 2차 증상 및 변성 또는 퇴행성 뇌기질성 정신증후군 ▲감정 및 행동변화 ▲노인성 가성우울증 등 3개의 적응증을 보유 중인 약물이다. 이중 ‘뇌혈관결손에 의한 2차 증상 및 변성 또는 퇴행성 뇌기질성 정신증후군’만 재평가 대상에 해당하고, 나머지 적응증 2개는 임상시험 성패와 상관없이 삭제될 예정이다.

환수 시작 시점을 ‘임상계획서 승인’으로 설정하면 제약사들은 임상시험을 시작하기도 전에 삭제된 적응증 2개에 대한 환수 사유가 발생하게 된다. 애초부터 임상시험 환수시점도 정교하게 설정되지 않았다는 얘기가 된다.

만약 제약사들의 임상실패로 몇 년간의 처방금액을 환수하는 상황이 펼쳐졌을 경우 그동안 이 약물을 복용한 환자들도 약값을 돌려달라는 요구를 제기할 수 있다. 오히려 그동안 정부가 문제가 있는 의약품의 판매를 허용했다는 비판을 받을지도 모른다. 이처럼 혼란만 야기하는 환수협상을 왜 시도하는지, 지금이라도 속시원하게 설명해주면 좋겠다.
천승현 기자(1000@dailyphar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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