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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터디

얼굴보는영업 위기…외자 온라인, 국내 CSO로

  • 이탁순·안경진
  • 2017-01-05 06:15:00
  • 출입금지 당하는 영업사원...비상걸린 회사, 새 창구 개발

시작은 2010년 4월이었다. 경남 김해시의사회는 회원들에게 공문을 보내 영업사원의 진료실 출입 금지령을 내렸다. 이 조치는 곧장 전국으로 확대돼 많은 병원들이 진료실 출입문에 '영업사원 출입금지'라는 팻말을 걸어놓는 발단이 됐다.

2013년도 똑같은 일이 벌어졌다. 그해 2월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의학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리베이트 근절 선언과 함께 제약회사 영업사원들의 의료기관 출입금지 운동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2016년 11월 '영업사원 출입금지' 팻말이 다시 나타났다. 이번에도 의사협회는 공문을 보내고 제약회사 영업사원들의 출입을 금지하고, 처방통계 자료도 제공하지 말라고 일선 병의원에 당부했다.

2010년에는 리베이트를 준 제약사뿐만 아니라 받은 의사들도 처벌할 수 있는 '쌍벌제' 시행이, 2013년에는 당시 유력 제약사의 불법 리베이트 적발, 그리고 작년은 공무원 등과 업무 관련자들의 접대를 엄격히 제한하는 이른바 '김영란법'이 시행된 해다.

의료인을 옥죄는 일이 있을때마다 화살은 '제약회사 영업사원들'에게 돌아갔다. 그때마다 의사를 만나 약품을 홍보하고, 판매를 권유해야 실적을 얻을 수 있는 MR들의 한숨만 늘어갔다.

거래처로부터 문전박대를 당하자 등산객, 환자로 변장하는 영업사원들도 생겨났다. 출입금지 조치는 7만 영업사원들의 생계를 그렇게 위협했다.

회사도 비상이 걸렸다. 의사들이 대면영업에 난색을 표하면서 이를 대신할 새로운 창구가 필요했다. 온라인 마케팅이 활성화된 것도 이 시점이다.

대면영업 대안으로 화상디테일, 온라인 심포지엄 떠올라

다국적제약사들은 발빠르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갔다. 2013년 한국화이자제약화이자에센셜헬스(PEH) 사업부는 MCM(멀티채널마케팅) 전담 부서를 구성했다. 여기서 화상디테일, 온라인 심포지엄 등을 진행한다.

한국MSD의 웹컨퍼런스 시스템 'MSD 온에어'를 활용한 화상회의는 매년 회원수가 20%씩 증가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MSD는 최근 국내 파트너 종근당과 함께 DPP-4 억제 당뇨치료제 '자누비아'의 #온라인 심포지엄을 진행했는데, 사상 최대 인원인 1293명이 동시 접속하는 기록도 세웠다.

MSD 관계자는 "사내 워크샵을 진행할 때 20년 뒤 영업현장은 지금과 사뭇 달라질 것이란 강의를 들었다"며 "변화에 대한 국내 의료진들의 적응속도가 생각보다 빨라 놀랐다"고 말했다.

사노피의 기저인슐린 <투제오> 온라인 심포지엄 현장 모습.
한국릴리도 자사 제품과 관련된 의약학 정보를 제공하는 멀티채널마케팅 '릴리온'의 웹사이트를 지난해 11월 공식 론칭했다. 릴리온에서는 온라인 웹 세미나, 관련 논문 및 의약학 정보, 다시보기같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다국적제약사들의 온라인 마케팅 확대는 영업 효율성의 증대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릴리 관계자는 "이전에는 100명의 영업사원들이 600명의 의료진을 커버했다면, 멀티 채널을 통해서는 8000명의 의료진을 관리할 수 있어 보다 영업 역량(capability)이 향상됐다"고 말했다.

국내 상위사들도 일부 온라인 심포지엄을 진행하고 있다. 동아ST는 지난해부터 신제품 B형간염치료제 '바라클'과 위염치료제 '스티렌' 관련 온라인 심포지엄을 시작했다.

유한양행, 한미약품, 종근당 등 상위사도 온라인 심포지엄을 마케팅에 활용하는 추세다. 다만 비용부담이 커 일부만 적용되고 있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영업사원들의 의약품 정보전달 역할이 일부 온라인으로 대체되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종합병원 영업을 하고 있는 손재현 코오롱제약 과장은 "이러다 보험이나 중고차 영업처럼 온라인이 MR의 역할을 대신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며 "지금도 많은 의사들이 인터넷이나 온라인 심포지엄을 통해 정보를 얻고 있다. MR들도 이제 스스로 변화를 준비할 때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온라인이 당장 면대면 영업을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일단 최근 시행되고 있는 온라인 마케팅도 면대면 영업으로 쌓은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기적으로 온라인 마케팅 비중이 커진다면 MR 숫자 조정이나 역할수정이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국내제약 온라인몰 설립, CSO를 통한 영업 외주화 가속화

최근 국내 제약사들이 설립한 온라인몰도 약국 영업사원들의 역할변화를 대변하고 있다.

지난 2012년 한미약품이 온라인팜을 설립한 데 이어 지난 2일에는 보령제약이 보령컨슈머헬스케어를 설립해 온라인몰 운영을 시작했다. 올해 전반기에는 일동제약도 약국 대상 온라인몰을 설립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일 오픈한 보령컨슈머헬스케어의 팜스트리트 홈페이지.
온라인팜과 보령컨슈머헬스케어는 기존 약국 직거래 영업사원들을 흡수해 운영하고 있다. 제품주문이 온라인몰을 통해 이뤄지면 기존 약국 영업사원들이 진행하던 주문, 배송, 결제업무가 간소해지는 대신 정보제공 역할을 강화할 수 있다. 반면 온라인몰 가입을 위한 영업활동은 추가된다. 현재 해당 제약사들은 온라인몰 전환에 따른 영업사원 숫자는 크게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

대면영업의 위기는 다른 형태로도 나타나고 있다. 자체 영업조직을 줄이고 #CSO(판매대행업체)나 도매로 제품판매를 외주화하는 경향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콜마, 대웅바이오, 동구바이오제약, 한국휴텍스제약 등은 외주 영업비율이 높은 회사로 알려졌다.

현장에서는 CSO로 판매되는 의약품 시장규모가 이미 1조원을 넘어섰다고 보고 있다. 정확한 수치는 아니지만, CSO 업체수도 1000여개에 이를 것으로 파악된다.

판매대행업체인 한국메딕스는 최근 출시된 셀트리온제약의 고혈압복합제 셀미스타정 판매목표로 50억원을 잡았다.
공식적으로 CSO에 투자하는 제약사들도 나타나고 있다. 셀트리온제약은 한국메딕스에 4억원을 투자해 현재 지분 10.81%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메딕스는 새해부터 셀트리온제약의 경구제 판매권을 확대·인수했다.

최근 제일약품도 판매대행업체 제일앤파트너스를 설립했고, 서울제약도 자사 임원이 투자한 CSO업체 '헤스티안'에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주업체에 제품영업을 맡기면 그만큼 인건비나 판관비를 절감하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CSO에 지급하는 판매수수료가 보통 40~50%라는 점에서 제품영업과 함께 리베이트도 외주화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실제로 유유제약은 CSO를 통해 리베이트를 우회 제공했다가 지난해 11월 경찰청 특수수사과에 적발됐다. 지난 12월에는 경남 지역의 CSO가 중소병원 리베이트 사건에 연루돼 사법기관의 조사를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거래관계에 있는 제약사들이 초비상에 걸리기도 했다.

구조적으로 CSO 시장은 확대될 수 밖에 없다. 약가인하, 내수부진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제약사들은 비용절감이 불가피한데다 주종목인 제네릭약물이 각종 정부규제로 성장 한계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이러다보니 CSO같은 외주업체에 대한 의존률은 더욱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비용감소와 업무효율을 목적으로 한 일련의 흐름들은 결국 영업사원 감소와 연결돼 있다. 작년 내내 벌어진 인력감축을 둘러싼 노사갈등 문제도 시스템 변화의 징후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영업사원 수 조정만으로는 미래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고 말한다.

김준철 IMS헬스코리아 전무는 앞으로 제약의 영업형태는 전통적인 대면방식에서 환자 선택권 보장을 위한 프로그램 확대, 멀티 채널 마케팅 가속화, 대면 영업방식이 정밀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디지털 마케팅 비중이 1%에 불과하지만, 가까운 일본의 경우 40%를 넘고 있다"며 "앞으로 우리나라도 디지털 마케팅 비중이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특히 임상의사결정지원시스템(CDSS, Clinical Decision Syppory System)같이 의사의 진료행위를 지원하는 정보 시스템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흐름에서 영업사원의 수를 조정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김 전무는 "영업지역의 재설계, 제공정보의 질적향상, 영업사원 인센티브 방식 조정, CRM 시스템 적용 등이 지금보다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이러한 세밀한 경영(micro management)을 통해 영업활동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방안을 더 모색해야 할 시기"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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