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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TP 포장마다 사용기한 표시…"이것이 바로 배려"

  • 정혜진
  • 2015-06-02 12:30:00
  • 조제오류 근본 원인 해결해야...제약사 '안전 경각심' 필요

5월 19일 오전 9시 지방의 한 대형병원. 지하 2층 조제실에서는 여느 날과 똑같이 흰 가운을 입은 앳된 얼굴의 약사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약이 출고되는 조제실 창문의 조용함과 달리 조제실 안쪽은 마치 전쟁을 방불케했다. 기자가 들어서자 10여 명의 약사들은 낯선 이의 방문에 잠시 눈길을 주었지만 이내 하던 일에 집중했다. 큰 목소리를 내는 사람은 없었지만 10명의 분주함 자체로 조제실 안이 가득찼다.

여느 조제실이나 마찬가지겠지만, 병원 약제실은 '약과의 투쟁'이라 해도 될 만큼 치열하다. 매 시간 입원 환자 복용 제제를 그때그때 조제해 올려보내느라 '약 찍어내는 공장'보다 더 공장같은 분위기였다. 조제기가 돌아가고, 약사들은 자기가 맡은 조제량을 위해 한 데 모여 계속해서 약을 골라내고 조제했다.

"정신 없으시죠. 공장이예요, 공장. 이쪽으로 오세요."

조제실을 관장하는 약사가 이끈 곳은 한켠에 마련된 #PTP 수납장. '이것만 고쳐도 메디케이션 에러를 크게 줄일 수 있는 게 있지 않냐'는 취재 요청에 기꺼이 조제실을 공개한 터였다.

◆"같은 성분이라도 여러 제형으로 생산해야"=약국에서와 마찬가지로 병원 조제실 업무를 가중시키는 것 중 하나가 분절, 산제 조제다. 하지만 이것도 의사 처방 패턴이 반복되면서 아예 분절, 산제해놓고 대응하고 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그때그때 갈고 자르느라 일손이 가중되기에 어쩔 수 없지만, 의약품 효과라든가 추가되는 부작용 여부에 대해서는 약사도 자신이 없다고 말한다.

"갈거나 분할했을 때 안전성과 안정성이 유지되는지, 원포장 제거 후에 안전성이 얼마나 유지되는 지 자료로 확인돼야만 의약품이 조제실에 들어와요. 주사제는 혼합해도 되는지를 가장 많이 보고요. 그런데 이런 자료를 갖춘 제약사가 많지 않아요. 자료가 없으면 원칙적으로는 약을 쓸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제약사가 '같은 성분 다양한 제형'을 출시해줬으면 좋겠어요. 시럽제, 산제, 정제 정도만 생산돼도 정제를 못넘기는 중환자부터 음식을 관으로 섭취하는 환자까지 안전하게 약물을 투여할 수 있으니까요."

시럽과 정제 모두 출시된 오르필(위)과 정제를 가루내 보관중인 제제들(아래)
의약품 심사를 담당하는 담당 약사도 같은 의견을 제기했다. 용량과 제형이 다양하게 확보되지 않으면서 약사는 불편하고 환자 안전은 떨어진다.

"외국은 같은 성분을 정제, 산제, 시럽 등 다양하게 출시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정제 위주로만 들어옵니다. 환자에 따라 복용할 수 있는 형태가 다르거든요. 특히 중환자가 많은 병원에서는 정제를 삼키기 어려운 중환자 많아 대부분 약을 갈아서 투여해야 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시럽제가 있으면 훨씬 좋지 않겠습니까. 갈아도 약품 안전성·유효성이 유지된다는 자료를 달라 하면 국내사 제품은 자료가 갖춰진 곳이 거의 없고 외자사는 거의 다 있습니다. 마음으로는 국내제약사를 선호하고 싶으나 산제 여부, 용량 등 자료와 #제형이 부족해 사용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요. "

◆"국내 수입부터 다양한 용량으로 들여와야"=제형 뿐 아니라 용량에 대해서도 조제 불편은 계속된다. 단지 반알 처방이 나와서가 아니다. 외자사 오리지널 의약품이 국내에 들어올 때 대부분 대용량이 먼저 들어오고 처방 정도에 따라 다른 용량을 론칭한다. 이 사이 공백 기간에는 약사가 분절 조제해야 한다.

(시계방향)포시가,자누비아,노바스크,크레스토
"아스트라제네카 포시가, 크레스토, 세비카 등이 모두 이런 경우에요. 자누비아도 초창기 국내에 100mg만 들어왔어요. 외국은 20mg, 50mg, 100mg 모두 동시에 출시가 됐는데 말이죠. 50mg이 들어오기 까지 3~4년 간 처방에 따라 100mg을 1/2로 분절 조제했어요. 제약사에 요청해도 저용량 국내 출시가 늦어졌습니다. 분절 여부가 의약품 효과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지만, 조제 불편은 그만큼 오류 발생률을 높이고 오투약 가능성을 높입니다."

◆"PTP 정보표기 미흡이 조제오류 가장 큰 원인"=PTP 의약품 정보 표기는 병원 조제실에서 마주하는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다. 병원은 환자 1회 복용 분량을 PTP 하나씩 잘라 병동에 올려보낸다.

그런데 패턴으로 입력된 의약품 제조사와 이름이 PTP 1알 분량을 자르면 알아볼 수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약사들의 지속적인 컴플레인에, 다행히도 제약사 PTP포장 패턴이 최근 들어 달라지고 있다는 게 현장의 설명이다. 조제실 한켠에는 한알 씩 남아 이름을 알 수 없는 정제만 모아놓은 바구니도 있다.

"약 5~10년 전까지도 대부분 PTP가 이랬습니다.(사진 참고) PTP가 일반적이라고 하는 외국의 다국적사 제품도 이런 경우가 많았어요. 용량 표기가 잘려 안보일 수 있는 제품은 스티커를 요청해 따로 붙여서 사용해요. 최근에는 한알마다 이름과 제조사, 용량이 하나씩 인쇄되는 좋은 사례도 많지만, 아직까지 유효기간까지 표기한 경우는 드물어요. 크레스토는 아주 안좋은 사례에서 가장 좋은 사례로 최근 포장이 변경됐어요. 다른 제조사들이 이 모델을 참고하면 좋겠습니다."

국내사 중에는 종근당의 '딜라트렌'이 좋은 사례로 꼽힌다. 함량 별로 정제 색깔을 다르게 생산하고, PTP포장 뒷면 인쇄도 정제 색깔에 맞춰 서로 다른 색으로 의약품 정보를 인쇄했다. 조제할 때 색깔만 봐도 함량 구분이 가능하다.

이처럼 PTP 포장은 기본적으로 한알한알 분리해 보관할 가능성을 전제로 생산된다. 그만큼 식별 정보인 이름, 용량, 성분명 표기가 절실하다. 생산일이나 유효기간을 더한다면 이 자체로도 얼마든지 오용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스티커를 붙여 사용하는 노바스크(위)와 분리 후 이름을 알 수 없는 PTP 제제들(아래)
정제 당 유효기간까지 표기한 잔탁과 크레스토(위,중간 왼쪽), 정제별 정보를표기한 올로스타(중간 오른쪽)와 인쇄 색깔로 구분한 딜라트렌(아래)
◆투약 상황 맞춰 PTP·병포장 선택할 수 있어야="외국은 PTP가 대부분이지만 한 포에 포장된 한회 복용 정제를 먹는 데 익숙한 국내 환자들에게는 PTP는 오히려 복양 순응도를 떨어뜨려요.

그래서 문전약국들은 PTP가 배송되면 일일이 까서 정제만 모아 조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불필요한 시간과 노동력이 투입돼야 하는 거에요. 게다가 PTP를 제거하면서 정제가 튕겨나가거나 부서져 오염될 가능성도 있잖아요."

그래서 병원이 의약품을 주문할 때 가장 선호하는 것은 병 단위 소포장이라고 설명한다. 한포에 담아주지 못하는 PTP 제제는 환자가 복용을 자꾸 잊어버리기 때문이다.

소포장 병은 30T, 50T 단위로 정제 수를 헤아리기에도 편리하고 바로 조제기에 사용할 수 있어 선호한다. 그래서 다국적사 오리지널 제제는 병 포장이 적어 오히려 불편하다고 말한다.

"다국적사도 국내 조제 환경을 생각해 병, PTP 다양한 포장을 출시하면 좋지요. 최근에는 외국에서도 상이군인 많은 병원을 중심으로 우리처럼 1회 복용량을 한포에 포장해주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상황에 적절하게 약사가 선택할 수 있도록 국내사나 다국적사나 다양한 포장을 출시해야 합니다."

PTP로 생산한 제제(왼쪽)와 병으로 포장한 제제(오른쪽)
◆중증환자에 더 까다로와야 하는 조제=입원환자, 중증 질환 환자가 대부분인 병원 조제실은 생각지도 못한 조제방식이 별도로 필요하다. 관으로 음식물을 섭취하는 환자는 약물도 관을 통해 복용해야 한다. 산제가 관 안에 흡착되면서 적절한 투약이 되지 않는경우도 일어난다. 이에 대한 방지책이나 안전성을 명시한 제약사는 없다시피 하다.

링거와 주사제 투약 에러를 불러오는 장치들도 있다. 링거에 많이 쓰는 염산몰핀의 경우 10mg만 출시되는데, 한번 투여량은 보통 50~200mg. 최소 5개에서 20개씩 모아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마약류는 관리는 물론 투여에서도 까다롭다. 투여량과 남은 양이 철저히 맞아 떨어져야 하는데, 예를 들어 10mg 포장만 출시되는 '옥시넘'은 3mg 처방이 많이 나와 10mg을 병동에 올려보내면 7mg이 남는다. 3mg, 5mg 등 소포장을 생산해주면 마약류 관리 번거로움이 크게 줄어든다. 투여량 에러도 줄일 수 있다.

1mg씩 생산한 마약류 제제
"마약류일수록 소용량 포장이 반드시 필요해요. 옥시넘은 10mg, 20mg만 출시하는 반면, '울티넘'은 1mg, 5mg을 같이 출시해요. 이정도만 해도 조제가 쉽고 투약 사고도 줄일 수 있죠. 특히 마약류 뿐 아니라 개봉 후 6주 안에와 같이 빨리 소진해야 하는 제제는 1회 복용 분량 별로 포장 출시해주길 부탁드려요. 수액제도 같은 계열을 한 색깔로 통일해 생산하면 병원에서 오투약할 가능성이 크게 줄어들 것 같아요. 수액은 3개 회사만 생산하는데, 계열별로 다 각기 다른 색깔의 포장을 해서 제품이 달라질 때마다 혼동되거든요. 간호사들도 애를 먹어요. 3개 회사가 의견을 조율해 색만 통일해도 좋겠습니다."

◆"제제는 물론 포장도 중요…작은 차이가 큰 변화 이뤄"=강릉아산병원 김해숙 약사는 제약사가 조금만 신경을 써도 약사들의 조제 환경이 크게 개선될 거라고 강조했다.

"제약사는 생산한 약을 병원에 갖다만 주면 끝이라고 생각지 말고, 그 안에서 어떻게 투약되고 조제되는지를 한번 더 생각해주세요. 그럼 제약사의 작은 변화가 오투약을 현저하게 낮출 수 있을 겁니다."

한림대 동탄 성심병원 황보영 약제팀장과 서울 성모병원 김순주 약제팀장도 같은 의견을 내놓았다. 다만 병원과 약국 별로 조제 환경이 제각각인 만큼, 제약사에 대한 요구사항을 모아 하나로 통일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의약품 생산과 포장 과정에 약사의 공통된 의견이 반영된다면 메디케이션 에러를 많이 줄일 수 있습니다. 지금도 병원 현장에서는 하루에도 몇번 씩 조제오류 위험이 불거집니다. 신경을 바짝 곤두세우고 있어요. 이런 의견을 많이 개진할 테니 제약사도 적극 반영해주길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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