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의료보험과 의료민영화
- 데일리팜
- 2015-03-20 09: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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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비 중 일부를 환자가 직접 부담하게 하는 이유는 일명 '의료쇼핑'을 막기 위함입니다. 만일 환자에게 어떠한 비용도 부과하지 않는다면 대수롭지 않은 질환에도 병원을 찾아 의료서비스를 남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고, 이것은 의료보험 재정낭비로 이어져 치료가 꼭 필요한 사람에게 사용될 재원은 줄어들 것입니다. 따라서 본인부담금 제도는 의료의 오남용을 막는 장치로 작동합니다.
실손의료보험의 특징과 폐해
이 본인부담금을 대신 내주겠다는 상품이 실손의료보험입니다. 일반적인 손해보험상품은 보험금을 지급받기 위해 일부러 사고를 감수하는 경우가 흔치 않습니다. 하지만 실손의료보험은 보험금을 받기 위해 의료서비스를 남용하게 만들 소지가 다분합니다. 소비자 입장에서야 어차피 이미 보험료는 납입하고 있으니 한번이라도 더 보험금을 받는 것이 이득이고, 이를 위해 꼭 필요하지 않은 경우에도 진료나 시술을 받도록 부추기는 기능을 하는 것이지요. 실손의료보험은 비보험 진료인 미용이나 성형 시술뿐 아니라 보험이 되는 진료도 조장하는 측면이 있으며, 후자의 경우 의료비 총액의 일부를 병원이 국가에 청구하므로 건강보험재정의 지출을 늘리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환자 본인부담금은 의료쇼핑을 억제하는 기능이있다고 앞에서 말씀 드렸는데, 실손의료보험은 이 기능을 마비시키는 것이지요.
본인부담금, 병원이 실손의료보험사에 직접 청구하라고?
이제까지는 환자가 병원에 낸 본인부담금에 대해 영수증을 끊어 보험사에 청구하여 지급 받아왔습니다. 그런데 최근 언론들은 이 청구행위를 환자가 하지 않고 병원에서 보험사에 직접 하도록 제도를 바꾸자고 일제히 기사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이 이러한 제도 변경을 검토하고 있다는 말도 함께 나오고 있습니다. 이에 반발하는 의료계가 문제이며 국민편의를 위해서는 승복해야 한다고 점잖게 타이르기도 합니다.
그러나 병원이 보험사에 본인부담금을 직접 청구하라는 이러한 주장이 국민건강보험을 대체하는 민간의료보험의 본격도입과 전면적 의료민영화로 이어지는 중간단계가 될 수 있음을 지적하는 언론은 없는 것 같습니다.
다시 되짚어보는 의료민영화의 의미
민영화란 국가가 상당부분 통제하고 있던 경제부분을 민간기업의 지배에 넘김으로써 영리를 최우선으로 추구하게 만드는 과정을 말합니다. 내가 돈이 없어서 특급호텔을 이용하지 못하는 것은 대체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교육, 의료, 위생 등은 다릅니다. 돈을 많이 안 낸다고 내 아이가 형편 없는 교육 밖에 받을 수 없다면? 비싼 수도요금을 못 내서 더러운 물을 마실 수 밖에 없다면? 비싼 병원비를 감당하지 못해서 고칠 수 있는 병인데도 죽어야 한다면? 우리가 의료민영화를 반대하는 이유는 기업이 적어도 사람 목숨 갖고 장사하는 것을 수익모델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영리를 최우선시하는 기업이 의료서비스를 장악한다면, 의료인이 소신껏 필요한 치료를 하기 어려워질 뿐 아니라 불필요한 치료를 권하는 것도 지금보다 훨씬 심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환자에게 꼭 필요해도 가격이 높은 약은 보험사 눈치를 보아야 하니 쓰기 어렵고, 환자에게 별로 필요치 않더라도 돈이 된다면 불필요한 치료를 보험사가 시키는 대로 권할 수 밖에 없겠지요. 더욱 두려운 것은, 건강과 생명을 담보로 의료서비스의 가격을 보험사가 마음껏 높게 매길 수 있다는 점입니다. 기호품은 비싸면 안 쓰면 그만이지만, 몸이 아픈 것은 비싸더라도 울며 겨자 먹기로 돈을 낼 수 밖에 없다는 점을 기업은 십분 활용할 것입니다. 그 뿐이 아닙니다. 누구나 차별 없이 가입할 수 있는 국민건강보험과 달리, 이미 병이 있거나 병을 앓은 적이 있는 사람은 보험사 입장에서는 반가운 손님이 아니므로 의료보험가입을 거절당하거나 남들보다 불리한 조건으로 가입해야 할 공산이 큽니다. 이 모든 것이 의료민영화의 천국인 미국에서 이미 일어나고 있는 일이지요.
지불제도, 의료민영화의 핵심
막강한 자본력을 지닌 대기업이 의료를 수익모델로 삼기 위해 반드시 달성해야 하는 과정이 있습니다. 바로 지불제도를 장악하는 일입니다.
의료비 지불을 국민건강보험만이 유일하게 담당하고 있었을 때는 의료비를 국가가 온전히 통제할 수 있었습니다. 보험진료의 경우 국가가 의료비를 지불하기 때문에 의료인이 마음대로 진료비를 높게 받을 수가 없습니다. 국가가 의료비를 지불하지 않고 환자 본인이 전액 부담하는 비보험진료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습니다. 국가는 의료의 비용뿐만 아니라 질 또한 지불제도를 통해 통제할 수 있습니다.적절하지 않거나 나쁜 의료를 행했을 경우 지불되는 돈을 삭감할 수 있으니까요. 즉, 지불제도를 통제하는 자가 의료를 통제합니다.
의료비의 본인부담금 부분에 실손의료보험이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하면서, 국민건강보험을 통해 보호되던 의료의 공공성은 이미 침해 받기 시작했는지도 모릅니다. 지금은 본인부담금만 지불하지만, 나머지 의료비 부분도 지불하겠다고 하면 어떻게 될까요? 지금은 비보험진료의 본인부담금을 지불하는 비중이 높지만, 보험진료의 본인부담금까지 대폭 지불하게 된다면 어찌 될까요? 실손의료보험은 의료를 통제하고 환자의 목숨을 좌지우지할 힘을 지닌 막강한 권력이 될 것입니다.
실손의료보험이 의료기관에 대한 영향력을 확보해가는 지금 모습은, 신용카드 도입 당시 카드사가 가맹점에 대한 우위를 확보해가던 모습과 묘하게 닮아있습니다. 당시 카드사들은 수수료를 가맹점에게 부과하기 시작했고 가맹점들은 이에 반발했습니다. 카드사들은 소비자에게 각종 혜택을 내세워 엄청난 수의 카드사용자를 확보한 후, 소비자와 가맹점 사이의 갈등상황을 활용해 가맹점이 어쩔 수 없이 카드사용 소비자를 받아들이도록 만들었습니다. 지금도 보험사들은 국민편의를 내세워 의료기관과 국민 사이의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습니다. 신용카드 수수료는 가맹점들에게 부담이 전가되는 정도의 문제였지만, 실손의료보험 직접청구는 국민 모두에게 불행을 안겨줄 의료민영화의 서막일 수 있습니다.
실손의료보험의 비밀, 삼성생명 내부문건
가입자 입장에서 본다면, 실손의료보험은 납부한 보험료보다 더 많은 보험금을 타는 것이 모든 가입자에게 가능한 이상한 보험상품입니다. 사망 또는 상해처럼 언제 얼마만큼의손해가 발생할 지 예측이 어려운 상황을 보장하기 위한 일반적인 보험상품과 달리, 보장이 필요한 상황을 가입자가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는 특이한 보험상품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보험사들은 납입 받은 보험료보다 더 많은 보험금을 지급하느라 손실을 보고 있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앞으로는 본인부담금의 80% 까지만 보험금이 지불된다고 합니다. 그럼 이렇게 손해 보는 상품을 막대한 광고를 해가며 이제까지 왜 이리도 열심히 팔았던 것일까요?
뉴스타파가 입수하여 2014년 4월에 폭로한 한 문건에 그 답이 있을 지도 모릅니다. 삼성생명이 2005년에 작성한 내부문건에 따르면, 민영의료보험의 발전과정이 당시 실손의료보험 단계에 와 있고 병원과 연계된 부분경쟁형 보험을 거쳐 최종적으로는 공공보험을 대체하는 포괄적 보험, 즉 미국식 민영의료보험이 될 것이라 전망하고 있습니다.
이 내부문건의 내용을 보면, 손실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인 판매로 실손의료보험 가입자를 늘려온 이유가 혹시 민영의료보험 시장의 파이를 키우기 위한 선제작업은 아니었는지 의심해볼 여지가 있습니다.
실손의료보험의 다음 단계로 지목된 “병원과 연계된 보험”이라는 문구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병원이 보험사에 직접 청구하는 것, 이것을 '병원과 연계된 보험'이라고 보는 것은 지나친 무리일까요?
실손의료보험, 미국식 의료민영화의 시작?
이제까지 말씀 드린 것으로, 실손의료보험이 대기업의 의료민영화 시도에서 지니는 위치가 어떠한지, 이번 직접청구 주장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지 어느 정도 감을 잡으실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실손의료보험은 본인부담금을 대신 내주어 의료비 걱정을 덜어주겠다는 약속을 내세워 2600만 명에 달하는 가입자를 모았습니다. 실손의료보험을 국민건강보험과 나란히 의료보장 체계의 한 축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마저 나옵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건대,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제대로 더는 길은 무상의료를 통해 국가가 의료비를 온전히 책임지는 것이지 국민들이 자기 돈으로 민간보험사의 보험상품에 가입하게 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살펴본 바와 같이 실손의료보험은 완전한 의료민영화를 달성하는 중간단계로 활용될 가능성이 다분합니다. 직접청구뿐 아니라 실손의료보험의 의료기관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시킬 모든 시도는 폐기되어야만 합니다. 실손의료보험의 역할 확대는 민간주도형 의료보장체계를 공고히 하고, 이것은 결국 의료민영화로 연결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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