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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병통치약 따로 없네"…약 뺨치는 건기식 광고

  • 정혜진
  • 2015-02-11 06:15:00
  • 늘어나는 건기식 허위·과장 광고...국민 건강까지 위협

"어디서 약을 팔아?" 오죽했으면 이런 말이 통용될까. 허황된 이야기를 사실처럼 꾸며대는 이를 두고 인터넷 유저들은 '어디서 약을 파냐'고 핀잔을 준다.

'이 약만 먹어봐, 치통, 요통, 복통에 무좀, 감기, 설사병까지 안낫는 병이 없다.' 1950~60년대 장터 약장수 이야기가 아니다. 요즘 난무하는 식품과 건기식 광고가 바로 그짝이다. 건기식을 만병통치약으로 바꿔 놓는 '드러난 광고와 의사 등 전문가를 PPL처럼 내세우는 감춰진 마케팅'이 위험 수위를 넘고 있다.

가깝게는 지난해 서울의 일부 약국들은 모 제약사가 일괄 제공한 건기식 POP로 곤욕을 치렀다. 광고표시가 소비자 혼동을 초래한다는 민원이 접수된 것이다.

결국 제약사가 POP를 일괄 회수하고 약국은 처벌을 받지 않았지만 약사 관리 아래서도 과장·허위 건기식 광고가 버젓이 게재됐다는 점에서 약사 사회에 경각심을 일깨웠다.

당국에게서 엄격하게 관리받는 의약품과 달리 각종 광고를 통해 '안전하면서도 효과는 최고처럼 포장되는 식품과 건기식'의 실태를 진단해 본다.

◆=건기식, 커지는 시장만큼 늘어나는 광고

그렇다면 소비자가 약국보다 일상적으로 접하는 방송, 언론 매체, 교통수단, 길거리에서 건기식 광고는 어떻게 이뤄지고 있을까.

연도별 건강기능식품 기능성 표시, 광고 현황(단위:건)
건기식 광고는 헬스케어 산업 규모만큼이 꾸준히 늘고 있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의 '연도별 건기식 기능성 표시·광고 심의 현황'을 보면 협회가 심의한 건기식 광고는 2009년 2161건에서 2013년 3787건으로 크게 늘었다. 2014년 4분기를 제외한 규모도 3502건으로 증가세는 계속되고 있다.

눈여겨 볼 것은 '수정적합'건이다. 수정 후 적합 판정을 받은 광고는 2009년 1768건에서 2010년 2122건, 2011년 2406건, 2012년 2875건, 2013년 3000건을 훌쩍 넘는 3593건을 기록했다. 2014년 3분기까지 2790건으로 집계됐다.

이같은 증가세는 인쇄매체와 방송매체 모두 동일했고 두 매체를 합쳐 '부적합' 판정을 받은 광고 수는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2014년 개별인증 기능성 내용별 기능성 표시·광고 심의현황'에서 광고에 가장 많이 표시된 기능성은 '체지방 감소'로, 전체 627건 중 172건을 차지했다.

다음으로 갱년기 여성 건강(77건), 관절 건강(43건), 면역기능개선(37건), 간건강·스트레스로 인한 피로 개선(25건)이 뒤를 이었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에서 광고 심의 위원으로 활동 중인 동국대 약대 진영원 교수는 "광고 심의는 2013년 매주 평균 약87건이었으나, 2014년 약93건으로 소폭 증가했다"며 "건기식 광고는 식약처에서 인정 받은 약리적 효능만을 표시할 수 있어 이를 협회에서 진행하는 광고심의로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장광고 적발, 식품은 줄고 건기식은 '늘고'

불법광고 예시(출처:서울특별시)
식약처는 2013년 지난 3년간 식품의 허위·과대광고 적발 건수는 2010년 918건, 2011년 1079건, 2012년 754건, 2013년 상반기 294건으로 감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건기식 광고 적발은 오히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상반기 적발 건수 294건 중 건강기능식품은 62건.

식약처가 2013년부터 2014년 7월까지 적발한 건기식 허위·과대광고한 사례를 보면 2013년 전체 건기식 광고 적발은 567건, 2014년 7월까지만 308건으로 그 수가 증가하고 있다.

식약처가 발표한 허위·과장 광고의 주요 내용(2013년~2014년 7월)은 ▲고혈압, 당뇨병 등 '질병치료' 581건(66.4%) ▲손쉽게 살을 뺀다는 '다이어트' 87건(9.9%) ▲암에 특효 ’암 치료' 73건(8.4%) ▲남자의 정력을 복돋운다는 '성기능 개선' 46건(5.3%) ▲성장기 아이들의 '키성장' 8건(0.9%) ▲ 기타 80건(9.1%) 등이었다.

이는 건기식협회가 밝힌 '광고에 표시된 기능성' 빈도와도 비례했다.

이밖에 지난해 1월 유명 불임카페 등을 통한 광고로 2억1000만원 상당 판매한 일당이 적발되는가 하면 4월에는 건기식을 줄기세포치료제나 불임치료제로 허위·과대광고한 사례가 적발됐다.

비슷한 시기 과채주스와 홍삼으로 '무슨 병에 걸렸든지 큰 효과를 줄 수 있는 신비한 기적의 영양제', '겨우살이를 이용한 항암제'라는 내용의 광고를 해온 일당이 식약처에 적발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지난해에는 석류를 이용한 제품으로 눈 다래끼부터 숙취, 기생충, 조루 등을 해결하며 에이즈까지 예방한다는 황당한 광고 사례가 서울시에 적발되기도 했다.

의약품 광고심의에 참여하는 한 의원은 "요즘 건기식 광고를 보면 해도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과장된 사례가 넘쳐난다"며 "의약품 광고가 엄격하게 관리되는 반면, 건기식 불법 광고는 판을 치며 '의약품 보다 더 효능효과가 뛰어난 듯'한 인상을 주고 있어 심각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적법광고는 숨막히고 불법광고 판치는 꼴"

불법광고 예시(출처:서울특별시)
이러한 불법 광고는 대부분 협회의 광고 심의를 거치지 않은 채 마구잡이로 유포되고 있다.

진영원 광고심의위원은 "협회 심의를 거친 광고는 단속되는 경우가 많지 않다"며 "오히려 건기식이 아닌 불법광고가 건기식처럼 보도되는 사례가 많아 더 문제가 크다"고 지적했다.

협회에서 건강기능식품 법령에 의거한 필터링을 작동하고 있지만 무분별한 불법 허위·과장 광고를 막을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진 위원은 "이전에 허용해온 문구라 해도 실제 광고가 되면서 문제가 된다고 판단되면 삭제하는 사례가 많아 광고를 하려는 업체들은 '심의기준이 일관성이 없는 게 아니냐'고 지적한다"며 "건기식업체로부터 심의 강도가 너무 강해 산업계 발전을 막는다는 민원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즉 적법 절차를 거친 광고는 점차 엄격해지는 기준을 충족하고자 더 많은 제약에 발목을 잡히고, 불법으로 자행되는 광고들은 아무런 가이드라인 없이 소비자의 건강 염려증을 부추기는 상황이다.

아울러 인터넷과 캐이블 채널 등 광고가 가능한 매체가 다양해지면서 이들 불법 광고를 단속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서울의 H약사는 "건기식은 물론 건강식품도 형태를 바꿔 교묘하게 소비자의 의식을 파고들고 있다"며 "PPL, 건강 정보를 빙자한 건강 식품 광고, 프로그램 후원을 통한 제품 노출 등이 모두 광고가 아니면 무엇이겠냐"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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