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기사를 찾으시나요?
닫기
2025-12-19 21:38:14 기준
  • #제품
  • 공장
  • 제약
  • 비만
  • 비대면
  • #실적
  • 신약
  • GC
  • #치료제
  • 국회
팜스터디

"삼성과 싸이도 해냈다면, 제약도 충분"

  • 데일리팜
  • 2013-09-16 06:34:55
  • 이상곤 중앙대학교 약학대학 박사과정

[2013 노바티스 국제 바이오캠프에 참석해보니]

이상곤 학생
8월 24일부터 28일까지 스위스 노바티스 본사에서 2013 Novartis International Biocamp가 열렸다. 이 캠프에는 전세계 20개국에서 다양한 전공을 가진 60여명이 참여하였고, 나는 운이 좋게도 한국대표로서 캠프에 참여할 수 있었다. 캠프에 참여하기 전에 이 캠프에서 얻고자 하는 목표를 확고히 하였다. 먼저, 어떤 자극이든 달게 받아 스스로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자. 그리고,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들에게 한국에 대해 좋은 감정을 심어주자. 마지막으로, 한국의 다른 친구들이 갈 수 있었던 기회를 얻은 만큼 적극적으로 많이 보고 배워 얻은 경험과 생각들을 한국의 친구들과 공유하자는 것이였다. 이 글 또한 경험들과 생각들을 공유하기 위한 것의 일환이다.

노바티스의 경쟁력

노바티스 본사는 프랑스, 독일의 국경과 접해있는 스위스의 중소도시인 바젤에 있다. 본사는 대학처럼 특정 지역에 몇개의 건물들이 위치하고 있어 노바티스 캠퍼스라고 불리운다. 노바티스는 세계의 우수한 인재들이 와서 일하고 싶은 공간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유명 건축가를 캠퍼스로 초빙하여 건물을 짓도록 하였다. 보자마자 입이 떡 벌어지는 건물들이였고, 관광객들이 보러 올 정도의 건물들이였다. 캠퍼스의 겉모습만 멋진 것이 아니였다. 캠퍼스 내에 매점과 식당뿐만 아니라 직원들의 건강을 생각하여 약국, 헬스장등의 시설이 모두 갖추어져 있었다. 말그대로 살고싶은, 일하고 싶은 환경을 만들어놓은 것이다. 이는 이 회사가 인재를 얼마나 중요시하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로, 실제로 100여개국에서 온 다양하고 재능있는 사람들이 일하고 있었다[1]. 우리는 노바티스 캠퍼스투어 시간에 R&D부서를 중심으로 돌아다녔는데, R&D 실험실내에는 수많은 완전 자동화 분석시스템들로 무장되어있었다. 연구자들이 가설을 설정하고, 생각하여 컴퓨터 엑셀에 입력을 하면 기계들이 샘플의 추출, 희석 등의 단순 업무부터 샘플 분석과 자료 해석까지 A to Z를 해주었다. 따라서, 연구자들은 기술적인 업무들에 시간을 보내지 않고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다른 연구자와 토론하고, 다시 실험을 설정하는 등의 '진정한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노바티스 국제 바이오 캠프에는 세계 20개국에서 다양한 전공의 60여명이 참석했다.
하지만 더 놀라웠던 것은 실험기기가 아닌 실험실의 시스템과 신약개발전략 이였다. 노바티스도 다른 회사와 마찬가지로 '창조'와 '혁신'을 추구하고 있었는데, 이를 위해 'open'과 'collaboration'을 중요시하였다. 실험실 내 벽들은 대부분 투명한 유리였고 연구자들의 개인공간 넓었으며 개인공간 사이에 칸막이가 없거나 굉장히 낮았다. 가벼운 다과와 함께 회의할 수 있는 공간이 곳곳에 있었고, 실제로 연구자들이 편하게 회의를 하고 있었다. 이러한 시설에 걸맞게 각 부서들은 굉장히 유동적이였다. 특정 신약을 개발하기 위한 프로젝트별로 팀이 꾸려졌고, 그 팀 내 구성원들은 모두 각각 다른 전공을 한 석박사인력이였다. 부서 내 구성원이 다양하고 부서간 인력이동이 자유롭기 때문에 부서 간에 쓸데없이 정치적으로 시간을 낭비하는 일이 없고, 서로의 분야를 이해하고 협력하여 신약개발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진 것이다.

이들이 이렇게 우수한 기기와 시스템을 가지고 신약을 개발하는 전략은 자신들이 잘 이해하고 있는 기초과학에 기반한 신약개발이다. 연구소장의 말에 의하면 다른 Big pharma들은 시장의 크기나 경제적인 수요를 쫓아 신약개발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하지만, 자신들은 전략적으로 자신들이 잘 아는 기전에서 미충족의료수요(Unmet medical needs)가 있는 분야를 연구한다고 한다. 시장의 크기가 작던 희귀질병이던 그런 분야가 나타나면 학교에서 외부 인재를 영입하는등 공격적으로 투자를 한다고 한다. 이러한 시스템과 전략 덕분에 지난 15년간 노바티스는 Big Pharma 중에 거의 가장 생산적인 연구개발능력을 보여주었다[2].

뛰어난 연구개발능력은 소비자와 연구자들이 생각하는 회사에 대한 이미지도 좋게 만들었고, 노바티스는 포춘지에서 선정한 가장 선망받는 기업 제약분야 1위를 차지했다[3].

실제로 노바티스 연구자들은 자신들의 회사에 대한 강한 자부심과 믿음이 있었다. 이들은 'open'과 'collaboration'을 통해 흔히 말하는 '혁신'을 몸소 실천하고 있었고, 실제로 무언가를 '창조'하고 있었다. 이들의 모습과 시스템에서 분명 배울 점이 많았다.

팀 과제를 수행하는 필자.
팀 과제·케이스 스터디

바이오캠프 프로그램은 크게 강연, 캠퍼스투어, 팀 과제로 구성되어있었는데, 단연 기억에 남는 것은 팀 과제이다. 과제에 대하여 짧게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스위스의 phD 학생이 브라질에서 채취한 토양으로부터 발견된 성분이 다제내성균에 엄청난 효과가 있음을 발견하였고, 그 성분으로부터 항생제를 개발하기위해 회사를 설립하는데 그 회사의 일원이 되어 투자자들에게 투자를 받아야 한다. 이 동일한 상황을 가지고 여덟 팀이 투자자로 가장한 심사위원에게 10분간 PT를 하는 것이 과제였다. 본격적인 팀 과제를 시작하기 전에 조 배정을 할 때 나는 스스로 주문을 계속 외웠다. “쫄지말자, 적극적이자, 즐기자”. 하지만, 팀원들이 소개를 시작하자마자 나는 그들의 이력에 쫄 수 밖에 없었다. MBA과정중인 창업 베테랑 Yishi(중국), 유명컨설팅회사 BCG에서 근무했던 Patricia(슬로베니아), 면역학 phD Isabel(스위스)과 노벨상 교수의 제자인 분자생물학 phD Jonas(스위스), 유쾌한 의대생 Omar(모로코), 노바티스 인턴사원이였던 Stephen(아일랜드), 나랑 가장 친해진 화학공학 석사과정 Anna(호주), 그리고 나까지 다양한 배경을 지닌 8명이 한 팀이였다.

우리팀은 과제의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Business 영역에 있었던 Yishi와 Patricia는 일반적인 투자제안PT에 대해서 말하였고 재정적인 부분에 집중한 틀을 짰다. 스위스 출신의 두 phD Isabel과 Jonas는 이건 실제 투자제안PT가 아니고 10분이 짧으니 재정적인 부분은 중요하지 않다고 반발하였다. 두 그룹은 한 시간 동안 싸우듯이 토론하였다. 나는 웃으며 인사하던 친구들이 과제를 시작하자마자 싸우는 광경이 신기하기도 하였고, 어쩔 줄 몰라 지켜보고만 있었다. 그러던 중 Anna는 팀을 작은 그룹으로 쪼개 PPT를 제작한 후에 함께 토론하자고 제안하였고, 우리는 각자 가장 잘할 수 있는 역할을 맡기로 하였다. 각자의 역할을 정하고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각 소그룹들은 맡은 부분들을 PPT로 제작했고, 모두 모아 함께 토론하였다. Yishi와 Patricia는 재정적인 부분을 맡아 주었고, 영어가 모국어인 Anna와 Stephen은 가장 골치가 아팠던 지적재산권을 맡아주었다. Isabel과 Jonas는 회사의 구조, 이름, 로고, PPT를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나는 Omar와 함께 제품 개발 필요성 및 약물의 과학적인 부분을 커버하기로 하였다. 나는 특히 약물의 기전등의 과학적인 부분에 집중하였는데, 다른 팀과 차별화하기위해 약물의 기전에 적당한 판타지를 가미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래서, 약물을 DNA polymerase III에 작용하는 완전히 새로운 기전의 항생제로 설정하는게 어떠냐고 제안 하였다. 또, 이는 완전히 새로운 기전이기에 이 작용점을 타겟하는 다른 합성분자들도 pipeline로 구축하고, 주사제 이후에 다른 제형으로도 개발 중임을 강조하자고 제안하였다. 조원들에게 많은 호응을 얻었고, 일단 조원들에게 호응을 얻으니 신이 났고 자신감이 생겼다. 이렇게 서로의 아이디어를 독려하며 이렇게 우리는 한 팀이 되어가고 있었고 모두가 제 위치에서 각자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우리는 밤샘토론 끝에 핵심만을 담은 PPT를 만들 수 있었고, 디테일들에 신경을 썼다. 최종 PT는 9장으로 압축되었고 이 중 내가 만든 3장은 고스란히 사용되었다.

우리 팀은 과제를 즐겼다. 사람 한명한명이 알면 알수록 유쾌했기에 시작을 제외하고는 웃으면서 작업했다. 어느덧 우리는 맥주한잔과 함께 최종리허설을 마쳤고 서로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나누었다. 결전의 시간이 되고 최종 PT를 지켜보았다. Isabel과 Jonas는 멋지게 발표해주었고, 팀원 모두가 과정 자체가 좋았으니 결과가 나쁘더라도 웃자고 다짐하였다. 점심 먹고 긴장되는 우승팀 발표시간이 되었다. 우승팀은 바로 Group 5, Blue team! 우리 팀이다! 심사위원들은 제품자체에 집중한 점, 특허가 강하고, 재정적인 부분이 현실적인 점이 좋았다고 하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강력한 팀웍이 느껴진다고 하였다. 결과 발표 후에도 다른 조 친구들이 우리 조의 분위기가 부러웠었다고 말해주었다. 운 좋게 훌륭한 팀원들을 만나 좋은 추억 쌓았고 많은 것을 배웠다. 역시 팀웍이 우선이다. 그리고 쫄 필요 없다. 대한민국의 교육수준은 세계 최상이다. 적극적으로 즐기자! 개인에게도 상이 주어졌는데 나의 절친 Anna가 상을 받았다. 수많은 phD, MBA를 제치고 이제 막 석사 1년차를 마친 Anna가 받은 것이다! 심사위원들은 그 사람이 얼마나 똑똑한지, 얼마나 잘 났는지보다 태도(attitude)와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하는 능력을 보았다고 한다. 나도 같이 일 한지 4일차되서야 느낀 점을 심사위원들이 제3자 입장에서 봤다니 놀라웠고, 진정한 인재를 바라보는 대단한 통찰력이였다.

네트워크 빌딩 시간.
삼성과 강남스타일

나는 바이오캠프 행사 내내 생각지 못한 주목을 받았다. 캠프 내에 유일한 한국인이였기에 친구들은 한국드라마와 K-pop, 그리고 삼성과 강남스타일에 대하여 서슴없이 물었다. 물을 때마다 자부심이 생겼고, 즐겁게 대답하였다(말춤도 몇 번 췄다). 하지만, 친구들이 "한국제약산업은 어때?", "한국에서 가장 큰 제약회사가 어느정도 규모야?" 라는 질문을 받으면 솔직히 대답하기 어려웠다. 제약분야에서 우리가 아직 뒤쳐진 부분이 많은 점이 사실이다. 하지만 삼성과 싸이도 해냈는데 우리라고 못할 쏘냐.

단언컨대, 대한민국 제약업계도 멋지게 치고 올라갈 수 있다. 삼성이 탁월한 예측과 멋진 마켓포지셔닝으로 소니와 애플을 뒤집었듯이, 싸이가 멋진 컨텐츠를 만들어 Youtube와 SNS라는 시대의 흐름을 타고 월드스타가 되었듯이, 대한민국 제약업계의 우수한 인재들이 뛰어난 예측과 전략적 제품개발로 치고 나갈 수 있다고 믿는다. 나도 한국에 있는 멋진 제약 선후배분들과 함께 '제약강국 한국'을 만드는데 부족하게나마 일조하고 싶고, 내가 얻은 환상적인 기회를 더 많은 친구들에게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인용출처] [1]http://www.diversityinc.com/the-diversityinc-top-50-companies-for-diversity-2013/

[2]http://www.forbes.com/sites/matthewherper/2012/02/10/the-truly-staggering-cost-of-inventing-new-drugs/

[3] http://money.cnn.com/magazines/fortune/most-admired/2013/snapshots/6799.html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 해주세요.
  • 댓글 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운영규칙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