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간 식민지" 하면서도 이익 앞에선…
- 최은택·어윤호
- 2013-06-07 06:35:00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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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사 편의적 민족주의..."기업논리 펴려면 R&D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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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경쟁업체에 제품을 뺏기지 않기 위해 10%대 배당률을 적어냈다. 여기다 목표매출 달성에 실패하면 배당률을 2% 더 낮춘다는 조건도 내걸었다. 목표액 돌파시 후속품목에 대한 제휴협상 우선권을 달라는 약속을 받기 위해서였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외자제약사와 국내제약사가 체결한 공동판매 계약서 50여건을 분석한 뒤 표준거래계약서 권고안을 내놨다.
외자제약사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국내 제약사에게 불공정한 계약을 강요한다는 것인데, 강제사항은 아니지만 만약 법령위반 여부를 조사할 때 참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실상의 강제인 셈이다.
공정위 지적처럼 이 계약서에는 해당 성분에 대한 제네릭 개발을 제한하는 등 불공정한 요소가 없지 않았다. 하지만 A사처럼 제휴대상을 확대하기 위해 스스로 '노예계약'을 체결한 제약사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최근에는 국내 상위제약사인 B사도 A사와 유사한 배당률을 제시하면서 외자계 제약사와 공동판매 계약을 맺었다.
제약계 한 관계자는 "국내 제약사들은 외자사에 대한 불만이 많다. 약가정책이 바뀔 때마다 '오리지널에 유리한 정책이다. 이러다간 식민지된다'고 말했다가도 이익 앞에서는 기업논리를 내세우며 간이고 쓸개고 다 내준다"고 한탄했다.
국내 제약사의 타자 개념으로 '외자사'로 지칭하면도 눈앞에 이익이 보이면 과감히 '적과의 동침'을 선택하는 일그러진 민족주의의 한 단면이다.
사실 외자계 제약사가 국내 제약시장에서 지배력을 확대해 온데는 이런 제약사들의 역할이 적지 않았다.

국내 1호 합자사는 한국화이자제약의 전신인 중앙제약주식회사로 1961년에 탄생했다. 합자사는 외채를 도입하려는 정부의 유화정책을 기반으로 1980년대 초반에는 31개까지 늘어났다.
국내 제약사는 합자나 기술제휴, 제품 라이센싱 등을 통해 기술노하우를 하나둘 습득해 왔다. 1990년대 초반 이전에는 국내에 생산시설이 없으면 시판허가가 나지 않았기 때문에 외자계 제약사와 국내 제약사의 파트너십은 공고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런 규제가 사라지고 수입의약품에도 보험약가가 인정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가령 라이센싱의 경우 해당 제품에 대한 기술정보를 가져올 수 있다. 국내 제약사가 직접 제품을 만들어서 판매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자계 제약사 품목이 완제수입으로 전환된 이후에는 판매계약만 이뤄지기 때문에 기술관련 정보는 차단된다. 오직 판촉을 도울 수 있는 정보만 교환되는 것이다.
특히 이런 현상은 의약분업 이후 더 탄력을 받았고 오늘에 이르고 있다.
제약계 일각에서는 공동판매에 몰두해 온 국내 상위권 제약사들의 행태에 대해 "꽃만 따왔지 화단을 옮겨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하지만 19개의 국산신약을 보유한 국내 제약산업의 위상을 너무 깎아내릴 이유도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더구나 국내 제약사들의 제제기술은 세계적 수준으로 인정받고 있다.
제약계 한 전문가는 "한국 제약산업은 국내에서도 제대로 인정받고 있지 못하지만 짧은 역사속에서 비교적 많은 성과를 이뤄냈다"고 말했다.
그는 "문제는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연구개발 투자에 더 전력해야 할 시점에서 상위제약사들조차 리베이트 영업에 치중하거나 외자제약과 경쟁적으로 판매 제휴품목을 늘려 눈앞에 보이는 돈만 쫓고 있다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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