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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일샵, 카드 긁고 또 긁고"…층약국 입점 막장드라마

  • 김지은
  • 2012-11-23 12:15:00
  • '변종' 거듭하는 층약국 개설 …약사끼리 생존권 혈투

"10년간 한자리서 약국을 했는데 갑자기 층약국이 들어온다니 죽으라는 소리나 다름 없는 거죠. 한마디로 브로커들 농간에 약사들만 죽어나는 꼴이지 뭡니까."(1층 약국 약사)

"하루 처방 200건 보장이라는 브로커 말만 믿고 들어간 돈만 벌써 5000만원이 넘어요. 개설도 못했는데 말이죠. 지금와서 어떻게 입점을 포기하란 말입니까."(층약국 입점 예정 약사)

층약국 입점을 두고 1층 약국 약사와 신규 층약국 개설 약사 간 갈등은 상상 그 이상이다.

서로 생존권을 두고 벌이는 갈등은 약사들 간 감정싸움을 넘어 법정싸움으로까지 이어지기 십상이다.

최근에는 약국 전문 브로커들까지 입점 경쟁에 뛰어들면서 층약국 문제는 이제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약사사회 고질적 병폐로 자리잡았다.

◆층약국 전문 브로커 등장…1층·신규약사 간 '생존권' 다툼=경기도 고양시에는 층약국 전문 브로커가 활개를 치고 있다고 약국가는 우려하고 있다.

한 약국전문 컨설팅업자가 지난해부터 경기도 고양시 일대 상가 건물을 대상으로 층약국 개설을 위해 다양한 편법을 동원, 지역 약국들에는 피해 주의보까지 떨어진 상태다.

층약국 전문 브로커가 위장점포를 운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해당 브로커는 현재 경기도 덕양구 소재 한 층약국 입점을 진행, 1층 약국 약사들과 지역 보건소를 상대로 다툼 중이다.

문제가 되는 건물 1층에는 7년 이상 운영한 약국 2곳이 위치해 있지만, 올해 7월부터 내과와 치과가 입점해 있는 3층에 약국 개설을 위한 준비가 진행되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지역 약국에 따르면 층약국 개설신고 한달여 전 22평 규모 한 점포가 각각 15평·7평, 2개 점포로 분할조치됐다. 동일한 업체가 약국자리(15평)와 위장점포로 의심되는 네일샵(7평) 인테리어를 진행했다.

그러나 미리 문을 연 네일샵은 평일 2~3시간 문을 여는 둥 마는 둥 한데다 주말에는 영업조차 하지 않았다.

보건소에서 이 같은 내용을 문제삼으며 해당 네일샵을 다중이용시설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자 이후 브로커도 대응했다.

네일샵의 오픈 시간을 늘리고 영업을 진행 중이라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 한번에 여러개의 신용카드를 가져와 점포 내 상주하는 아르바이트생을 시켜 시간차를 두고 결제하도록 했다.

해당 내용은 1층 약사들이 위장점포 증거 제출을 위해 직접 촬영한 동영상과 사진 자료 등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한 네일샵에 내걸린 보건소 직원 방문 출입 금지 문구가 이채롭다.
보건소와 1층 약국 약사들의 감시가 계속되자 해당 네일샵 출입문에는 '보건소 직원 및 잡상인 출입을 금지한다'는 내용의 게시물이 부착돼 있는 상태다.

건물 1층에서 약국을 운영 중인 약사는 "7년 넘게 한 자리에서 처방전 100건 내외 내과만 바라보고 있는데 층약국이 들어온다는 건 생존권을 포기하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약국 개설 움직임이 있은 후 지난 3개월여 간 정신과 치료를 받을 만큼 생지옥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약사는 또 "건물의 상황을 뻔히 알면서 층약국에 들어오겠다는 약사도 문제지만 온갖 편법을 일삼으며 약국을 입점시키려는 브로커의 행태도 참을 수가 없다"며 "브로커의 불법적 농간에 기존약사들과 신규 들어오는 약사만 죽어나가는 꼴이 되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변이를 일으키는 층약국 개설 편법…약사 '죽어나고' 브로커 '배불리고'=층약국이 기존 건물에 입점을 준비한다면 대개 개설 과정부터 갈등을 유발한다.

대부분 층약국이 개설될 수 없는 곳에 약국 외 위장점포를 열어 다중이용시설로 인정받는 등을 이용, 의료기관과 층약국 간 전용통로 논란을 피해가는 방식을 택하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편법은 시대에 따라 점차 변이하는 모습을 보이고있다.

초기 소형 책방이나 여행사, 세탁소 등에 한정됐던 것을 넘어 최근에는 커피전문점이나 네일샵, 피부미용실 등으로 점차 업종도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이를 위해 약국 전문 컨설팅 업자나 브로커들은 의원 옆 점포가 매물로 나오면 미리 매입해 두고 한 점포를 2개로 분할, 몇 달 뒤 분할 된 점포 중 한 곳을 약국자리로 개설신고하는 방법을 활용 중에 있다.

최근들어 층약국 개설을 위해 사전에 오픈하는 위장점포 종류도 다양해 지고 있다고 약국가는 지적한다. 책방이나 여행사, 세탁소를 넘어 네일샵, 피부관리실 등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신규 층약국 개설을 준비 중인 약사는 브로커에게 적게는 3000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 상당의 컨설팅 비용을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고단수' 컨설팅 업자는 불법적인 층약국 개설이 허가됐을 때 추가로 컨설팅 비용을 더 챙기기로 약사와 합의하고 개설을 위해 온갖 편법과 지역 보건소 압박 등도 서슴지 않고 있는 상태다.

지역 약사회 관계자는 "처방전 의존도가 심해지고 약국 자리가 포화되면서 층약국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약사들의 절박한 심리를 이용한 브로커들이 불법적으로 층약국을 개설하기 위한 편법들을 개발해 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법적으로 구체적인 제한이 없어 복지부나 지역 보건소도 이에 대한 뚜렷한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만큼 약사들의 피해만 가중되고 있다"며 "약사회는 기존 1층 약사도, 층약국에 신규 개설을 준비하는 약사도 회원이고 약사들 간 생존권을 두고 벌어지는 갈등인 만큼 무조건적으로 한쪽의 입장만을 대변할 수는 없는 형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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