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기사를 찾으시나요?
닫기
2025-12-28 22:58:16 기준
  • #평가
  • #인사
  • #약사
  • #염
  • 임상
  • 유통
  • #제품
  • #유한
  • #침
  • #급여

"성모병원 일 냈다"…임의비급여 제한적 허용

  • 최은택
  • 2012-06-19 06:44:43
  • 복지부 "달라질 것 없어"...환우회 "중중질환자 부담 가중" 우려

[이슈해설] 여의도성모병원 임의비급여 상고심 판결

그동안 불법으로 취급돼온 임의비급여에 합법 공간이 열렸다. 법적 급여와 비급여 영역에 판례로 임의비급여가 허용된 것이다.

여의도성모병원은 환영논평을 냈다. 환자들의 생명과 건강을 우선시하는 의료진의 진정성과 도덕성을 인정해 준 판결이라는 이유에서다.

반면 복지부는 여의도성모병원 소송과정에서 제도가 보완돼 왔기 때문에 달라질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임의비급여가 남용돼 중증질환자의 진료비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여의도성모병원 사건은?=2006년 백혈병환자들과 유족들이 심평원에 진료비 확인신청을 집단 제기하면서 임의비급여 논란이 촉발됐다.

복지부는 같은 해 12월 현지조사를 통해 여의도성모병원이 임의비급여 등으로 본인부담금을 과다징수한 사실을 적발했다. 환수대상 진료비는 건강보험 19억여원, 의료급여 약 9억원을 합해 28억여원에 달했다.

복지부는 이 환수금액에 기반해 업무정지일수를 산정했고 이를 갈음해 건강보험 과징금 96억여원, 의료급여 과징금 44억여원 합계 141억여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169억원(환수금+과징금) 규모의 초대형 소송이 제기된 배경이다.

재판결과 여의도성모병원은 1~2심에서 모두 승소했다. 심평원 삭감을 우려해 급여사항을 비급여로 환자에게 부당징수한 10억여원(건강보험+의료급여)을 제외한 임의비급여 10억여원, 선택진료비 부당징수 7억여원 등 나머지 약 18억원에 대한 취소 판결을 받은 것이다.

사실 여의도성모병원은 대법원에서도 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의 상고가 기각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럴 경우 환수금은 28억여원에서 10억여원으로 축소된 금액으로 확정되고, 과징금도 절반이하로 대폭 줄어들 수 있었다.

대법원은 그러나 18일 판결에서 선택진료 부당징수(7억여원) 외에 나머지 임의비급여 부분은 원심을 파기하고 고등법원에 되돌렸다. 구체적으로 적합성 여부를 따져보라는 취지인데, 여기서 임의비급여 예외적 허용이 부가적으로 따라붙게 된 것이다.

◆상고심 판결의 의미=대법원은 이날 임의비급여 진료행위는 원칙적으로 부당청구라는 기존 판례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엄격히 제한된 요건 아래 임의비급여를 시행했다면 예외적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합법공간은 진료행위 당시 급여 조정 절차가 마련돼 있지 않았거나 절차가 있더라도 시급성 등으로 절차를 회피했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 있을 때, 진료행위가 안전성과 유효성 뿐 아니라 의학적 필요성을 갖췄을 때, 환자동의를 받았을 때 등 3가지 사유를 모두 충족해야 성립된다.

주목되는 점은 대법원이 임의비급여를 원천 부정한 기존 판례를 변경하면서 이런 예외를 인정했다는 점이다.

대신 예외 인정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해 사후보고제도 도입 등 제도보완과 함께 현지조사 등을 통해 원칙에서 벗어나는 진료행위와 진료비 부당징수를 규제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의 이날 판결은 전원합의체 다수의견이며, 대법관 4명의 반대의견도 제시됐다.

◆파기환송 절차=원심인 서울고등법원은 명백한 부당청구인 급여사항 비급여 징수(10억여원), 선택진료비 부당징수 부분은 이미 결론이 났기 때문에 임의비급여 부분에 대해서만 다시 판단하게 된다. 재심결과에 대해서도 대법원에 재상고할 수 있다.

여의도성모병원은 1심 재판과정에서 32개 항목에 대한 급여전환을 요구했고, 이중 12개 항목에 대해서는 의학적 타당성이 인정돼 급여기준에 반영됐다.

따라서 이 12개 항목에 대한 부분은 별도 입증 과정없이 받아들여 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나머지 20개 항목은 여의도성모병원이 입증해야 할 몫이다.

세가지 예외요건 중에서는 의학적 유효성과 안전성을 증명하는 부분이 논란의 핵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유효성과 안전성 범위를 어느 수준까지 인정할 지가 쟁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전문가는 "의약품 허가 수준의 높은 자료를 요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다른 전문가는 "임의비급여를 허용하더라도 엄격히 제한한다는 게 재판부의 판결취지"라면서 "개별건마다 유효성과 안전성을 입증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과정"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소송에 미칠 영향=대법원의 이날 판결은 대기중인 70여건의 원외처방 약제비 환수소송에 그대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물론 개별소송이 다 같지 않기 때문에 일괄 적용되지는 않겠지만 각각의 재판부는 이번 판례 취지를 인용해 줄줄이 판결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제도적 변화=이번 판결이 당장 심사기준이나 현지조사 등의 변화를 가져오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미 허가사항을 초과한 약제사용이나 신의료기술에 대한 사전사후 승인장치들이 마련돼 있기 때문이다. 다만 판례의 취지대로 예외적으로 허용된 임의비급여 사후보고제가 도입된다면 법령 손질은 불가피하다.

심평원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심평원의 업무가 늘어나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상반된 반응=한편 복지부는 이번 판결은 임의비급여는 원칙적으로 불법이며, 예외적으로 인정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복지부 배경택 보험급여과장은 이날 기자설명회를 자청해 "의약품의 경우 임의비급여를 급여화 할 수 있는 절차를 2008년 하반기부터 보완해 왔다"면서 "판결문을 검토해봐야 하지만 제도상의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판결로 과징금 액수가 축소되고 그동안 불법으로 여겨진 임의비급여에 합법적 공간이 열린다는 점은 애써 모른 채 했다.

여의도성모병원은 "대법원이 새 허용기준을 판례로 제시함에 따라 우리의 도덕성에 대한 오해가 풀리고 생명이 우선되는 진료환경의 기반이 마련됐다"고 반겼다.

그러나 건강보험 급여대상을 환자에게 부당하게 부담시킨 내용에 대해 반성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한 변호사도 "불법으로 매도 당한 임의비급여를 일부 허용함으로써 의사들의 자존심과 신뢰를 회복시켜 준 판결"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반면 백혈병환우회 측은 "판결 자체만 놓고보면 합리적으로 보일 지 모르겠지만 진료현장을 도외시한 판결"이라고 혹평했다.

환우회 관계자는 "말기암환자와 같은 중증질환자에게 의학적으로 필요하지 않거나 긴급하지 않은 경우는 찾기 힘들다. 의사가 제안한 치료대안을 거절하기도 쉽지 않다"면서 "말로는 예외적 허용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전면적 허용효과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특히 "암환자의 경우 진료비의 2/3가 비급여이고 여기다 임의비급여가 더 덧붙여진다"면서 "지금도 비급여에 대한 통제기전이 없는 데 이렇게 되면 진료비 부담이 더욱 가중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 해주세요.
  • 댓글 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운영규칙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