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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연중 M&A 설에 오르 내리는데…"

  • 조광연
  • 2011-09-07 06:44:58
  • 나종훈 사장 "매력적인 회사라는 뜻…지속경영이 화두"

지난 1일 그의 집무실을 방문했을 때 책상 위에는 두권의 책이 놓여 있었다. 대니얼 앨트먼의 '10년후 미래'와 최윤식 배동철의 '2020 부의 전쟁'었다.

그의 고민도 여늬 제약회사 CEO들 처럼 '지속적 경영'이었다. '지속 경영'이란 말은 언뜻 근사하고 평화롭게 들리지만, 그 안에는 '죽느냐 사느냐'하는 생존의 문제가 함의돼 있다. 이 말이 인화성 높은 정부의 약가정책과 맞물릴 때 사뭇 진지해 지지 않을 수 없다.

국제약품 나종훈 사장(53)은 "교류하는 다른 제약회사 사장님들도 이번 정부가 내놓은 약가 정책 여파를 두고 똑같은 걱정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약값 인하가 매출 인하에 국한되지 않고, 실질적으로 영업이익을 크게 잠식하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업을 경영하다보면 늘상 어려움에 직면하는 것이지만 이번 정책의 파장은 상상을 초월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직원들 앞에서는 늘 당당하려고 마음을 다잡고 추스른다. "우리는 그동안 여러모로 준비해 왔으니 여러분들은 아무 걱정말고 자기 일에 충실하라고 강조합니다. 나름 다각 경영체제를 넓혀 온 것이 사실이기는 한데 그래도 머릿 속은 복잡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CEO의 운명이 새로운 길을 내고 헤쳐 나가는 것이니까 회피할 수 없어요. 그저 정면으로 맞서는 것 뿐 입니다."

회사는 몇 년전부터 지속경영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토탈 헬스케어를 준비해 왔다. 본업인 제약업의 기초체력을 튼튼하게 다지면서 사업다각화를 플러스 알파로 덧붙이는 골격이다. 회사의 주력인 항생제 분야의 강점을 키우기 위해 250억원을 들여 2000여평 규모의 세파제 동을 지었다. 국내 수탁과 일본 해외시장 진출을 모색하기 위한 대비다. 또 글로벌 진출을 염두에 두고 cCMP급 공장의 레벨을 올리는데도 250여억원을 투자했다.

긍정적인 마인드를 중시하는 나종훈 사장은 임직원들에게 "아무 걱정 말고 맡은 일을 충실하게 수행해 달라"고 강조한다. 그리고 그는 사업다각화 등 지속경영을 치열하게 고민한다.
"R&D가 좀 늦은 편이기는 했지만 2년전부터 연구인력을 16명 보강했습니다. 강점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슈퍼박테리아 항생제를 개발하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회사가 한 발짝 더 먼저 눈 돌린 곳은 사업다각화. 캐나다 판매 1위 건강기능식품, 스켄케어 브랜드 '로우', 세계적인 색조화장품 '스틸라' 등 다각화의 골조를 마련했다. 여기서 발생한 이익을 신약 개발 등의 R&D 투자로 전환한다는 복안이다. 네츄럴 팩터스사의 건강기능식품은 판매 2개월만에 매출 10억원의 호조를 보였다. 스킨케어 브랜드 로우도 런칭 3개월만에 3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무엇보다 색조화장품 스틸라가 호조를 보이고 있다. 2008년 5월 스틸라 브랜드를 인수, 현재 80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스틸라는 한 제품이 다양한 기능을 나타내는 컨버터블 메이크업 제품으로 총 200여 가지 품목을 전국 유명 백화점 매장에서 판매하고 있다. "그동안 쌓았던 인맥 네트워크를 통해 화장품 등 다각화를 만나게 됐다"는 나 사장은 "화장품 사업의 종착역은 글로벌 시장"이라며 "외국 진출을 맹렬히 타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 사장이 한양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국제약품에 입사했을 때 주변 친구들은 한결같이 말했다고 한다. "종훈이가 취직했어? 3개월 버티면 내가 술을 산다"고. 가급적 도서관은 가까이 하지 않으면서도 당구장이나 볼링장 등을 활발하게 누비는 청춘을 봤을 때 모범생들은 그 청춘의 몸에 갇혀 분출을 호시탐탐 노리는 열정이나 그가 쌓고 있는 인맥 네트워크는 보지 못한다.

국제약품 다각화를 견인하는 스틸라 화장품.
친구들조차 직장 생활 적응에 고개를 가로 저었던 그는 어떻게 45세라는 젊은 나이에 제약회사 CEO가 됐으며, 8년 넘게 장수하며 매출 460억원이던 회사를 1300억원의 기업으로 키웠을까. "저는 운짱(운이 좋은 사람)이었지 별다른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물론 입사하면서 사장이 돼 보겠다는 꿈은 있었어요."

'사장이 돼 보겠다는 목표를 정하면 뭐가 달라지느냐'는 질문에 "준비를 하게 됩니다"라고 그는 말했다. 그러면 여러 부서를 옮겨 다니는 것도 즐겁고, 낮선 부서에 배치 받았을 때도 뭔가 배워보자는 긍정적인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사장이 돼서는 회사 부지의 아파트 개발이라는 호재도 있었고, 의약분업을 앞두고 선배님들이 철저하게 준비했던 과실도 얻고 했어요." 두루 살필 수 있는 마음가짐과 태도 역시 그를 CEO를 만드는데 일조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이건 또 어떤가. 그는 신입사원 시절, 회사가 복장 자율화를 했을 때 통상 자율의 범위를 일탈해 옆 머리는 지켜 올려 자르고 윗 머리는 무스로 바짝 세웠다. 결과적으로 회사 안에서 논란 거리가 됐고, 결국 복장자율화는 정장차림으로 되돌려졌다. "복장이 자율화 됐으면 머리 모양새도 따라가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나요? 뭐 한 발짝 더 나가 봤던 겁니다."

M&A설에 대해 물었다. "만나는 분들마다 나 사장님, 저 진짜 한가지 여쭤볼게 있는데... 합니다. 연중 M&A설이 어떻게 된 거냐는 거죠. 그건 간단한 문제거든요. 회사 주식 시가 총액이 약 370억원 정도 됩니다. 반면 자산총액은 1500억원에 달하거든요. 이름만 대면 알만한 다국적 제약회사들도 신제품 독점권을 주겠다며 접근한 적이 있습니다. 회사는 제품 욕심 때문에 접촉을 했는데 나중에 대신 지분을 달라하는 식이였죠. 회사는 그럴 이유가 없거든요. 정리하자면 전문용어로 가치가 저평가된 것이죠. 하지만 우리 회사가 매력적 요소가 많은 것으로만 해 둡시다."

그의 경영철학 중 하나는 'Give & give & give...'다. "마음속 갈등이나 거래상 문제는 사실 기브앤 테이크(Give & Take)에서 비롯된다는 생각입니다. 전 임직원들에게 끊임없이 CEO의 마음과 열정을 주려합니다. 임직원들에게도 요구합니다. 우리의 진심을 고객들에게 끊임없이 주는 노력을 해야한다고요."

그와 같이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 멀리 직원들이 보이자 '열림 버튼'을 누른채 같이 타자고 기다렸다. 그들은 장난치듯 달려왔고, 스스럼없이 인사를 건네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는 출퇴근할 때 '나는 가수다'에 나오는 바비킴을 좋아한다. 때때로 '사랑 그놈'이라는 노래도 따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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