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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산업? 위기죠…머릿속엔 온통 생존 뿐"

  • 조광연
  • 2011-07-13 06:49:58
  • 정해도 사장 "일본서 제약산업은 긍정적 이미지로 인식돼"

국내 넘버 원 기업 동아제약에서 허가업무를 담당하다 1994년 한국야마노우찌제약 마케팅 실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언젠가는 나도 CEO가 될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는 그 남자는 2011년 4월 성실과 노력으로 그 뜻을 이뤘다. 한국야마노우찌제약과 한국후지사와간 합병으로 2005년 출범한 한국아스텔라스제약의 정해도 사장(55) 이야기다.

그에게서는 흔히 성공스토리를 쓴 사람들의 야심에 찬 눈빛이나 복식 호흡에 익숙한 테너처럼 상대를 주눅들게 만드는 목소리는 없었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는 한자성어를 좋아하는 것을 몸으로 입증이라도 하듯 그는 담담했고, 시종일관 심심할 정도로 말을 보태지도, 빼지도 않았다.

그래서 일까. "남자 나이 50을 넘으면 대부분 일 이외 아무 것도 없는 것은 아닐까요? 일을 빼면 남는게 별로 없다는 생각마저 든다"는 그의 말이 꾸밈말로 들리지 않는다. 그는 '어떻게 한국아스텔라스 출범이후 첫 번째 한국인 사장이 될 수 있었느냐'는 물음에도 "사원번호 1번, 나이가 제일 많다"고만 했다. 겸손이었지만 그럴듯 했다.

하지만, 어느 회사도 CEO를 연공서열로만 선택하지 않는다. 실적을 보자. 2005년 합병 당시 550억원이던 매출은 2010년 1500억원으로 대략 3배 가량 늘어났다. 그는 이 기간 중 영업마케팅을 총괄했다. 성장을 견인한 주역이었던 셈이다. 이는 드러난 실적일 뿐 각기 다른 두 회사가 성공적으로 통합하고, 이후 서로 다른 문화에서 자란 조직원들이 화합하는데 일 중심의 합리적 사고를 가진 그가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도 회사 안팎에서 자자하다. 그는 'CEO는 적임자가 맡는다'는 아스텔라스 본사의 기준에 그야말로 부합하는 인물이다.

"사장에 취임한 후 평소처럼 '이런 건 어떨까'하고 직원에게 무게감 없이 아이디어를 던졌는데 예전에는 나름의 논리로 반박도 하던 그 직원이 제 의도에 맞춰 매우 성실한 보고서를 제출하는 것을 보고 많이 놀랐다"는 그는 요즘 사장의 무게감을 제대로 느끼고 있는 중이다.

큰 회사에서 작은 규모회사로 옮기면서 "언젠가 CEO가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는 정해도 한국아스텔라스 사장.
"올해부터 진짜 회사의 위기가 닥쳤다고 생각해요. 기업의 성장에는 신제품 만한 게 없는데 앞으로 4~5년은 출시할 신제품이 없거든요. 다시말해 우리가 보유한 품목들이 대부분 특허가 만료된 오리지널인데 시장에 제네릭이 많은 것도 부담요소에요. 여기에 정부의 약가 정책도 기업이나 제약산업에 호의적인 것은 아니니까 뭔가 대안을 찾아야 하거든요. 직원들의 회사에 대한 로얄티, 비전, 인재육성, 일류기업, 소통이라는 화두를 붙잡고 씨름하고 있습니다."

디테일, 마케팅 등 전분야의 스탠다드 개발을 통해 일류를 지향하는 그는 "모든 것이 궁극에는 직원들의 원활한 소통위에서 완성된다"고 보고 여러시도를 하고 있다.

아침을 거른 직원들을 위해 사내 카페테리아에서 간단한 식사를 제공하도록 했다. 또 '터놓고 이야기 합시다'라는 시간을 마련해 회사 이슈를 놓고 다양한 부서 직원들이 이야기도 한다. 각 부서마다 몇 명씩 하나의 그룹을 이뤄 의견을 나눈다. 이때는 임원들은 참여하지 않는다. 직원들이 업무상 사용하는 워크넷에 열린마루라는 소통 창구를 개설, 직위에 관계없이 자유롭게 의사를 개진할 수 있도록 했다. 커뮤니케이션이 돼야 비전도, 목표도 공유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마케팅을 총괄하면서 매출을 3배 이상 키웠는데 비결은 뭔가요.

"좋은 제품이 있었고, 직원들의 회사에 대한 자부심이 어우러 졌다고 봅니다."

-경영진이 합병을 결정할 수는 있지만 두 회사 직원간 융화는 쉬운일이 아닌데요.

"후지사와와 야마노우찌는 제품군과 양사 인적 구조가 절묘했어요. 큰 품목을 가졌던 후지사와는 상대적으로 적은 조직이었고, 고참급 직원과 젊은 직원들이 많았죠. 반면 야마노우찌는 중간 나이대 직원들이 많은 편이어서 심리적 라이벌 의식이 없었어요. 톱니바퀴가 맞듯 조화를 이루게 된겁니다. 합병이후 매출이 늘어나면서 조직문화도 긍정적으로 변모됐어요. 긍정적 요소가 또다른 긍정적 요소를 끌어당기는 형태가 된 것이죠."

-회사가 위기라고 하셨는데 엄살 아닙니까.

"물론 CEO라면 누구나 위기를 몸에 달고 살기는 하죠. 하지만 우리회사는 정말로 위기가 맞습니다. 새로운 동력으로서 신제품이 출시되려면 한 4~5년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해법을 찾으려 고민하고 있습니다."

-어디서 길을 찾고 있나요.

"직원들에게 초일류 기업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려 합니다. 직업인으로서 초일류죠. 아스텔라스를 벗어나 세계 제약산업계 어디에 내놓아도 일류로 평가 받는 인재를 육성하려고 합니다."

-어떻게 해야 합니까.

"타이밍상 제약산업도 지금 위기입니다. 위기에서 살아남는 방법이 필요한데 저는 스탠다드의 확립이라고 봅니다. MR(영업사원)의 레벨을 높이고 지식을 향상시켜야 하죠. 마케팅 전략과 영업전략의 스탠다드를 위해 전문기관에 연구를 의뢰했습니다. 이게 성공적으로 되면 미래의 기반이 될 겁니다."

-많은 사람들이 제약산업이 위기라고 하는데 공감하시나요.

"공감합니다. 솔직히 약가정책이 기업에 호의적이었다면 우리 매출은 1500억원이 아니라 1700억원대에 가 있었을 겁니다. 문제는 충격이 매년 누적된다는 거에요. 정부 고민을 십분이해하면서도 제약산업을 산업으로 봐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국적제약 본사가 한국시장을 더는 이머징 마켓으로 보지 않는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는 합병이 어려운데 아스텔라스는 어떻게 가능했나요.

"합병당시 양측 사장님들이 의미있는 말씀을 하셨어요. '우리가 있는 동안 회사는 괜찮을 것이라는 사실을 우리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장래 연간 1000억엔을 R&D로 투자하지 못한다면 살아 남을 수 없다'고 말이죠. 현재 아스텔라스는 1800억엔을 투자합니다. 규모의 경제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일본과 한국에서 제약산업에 대한 인식에는 차이가 있나요.

"많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제약산업이 부정적 이미지로 비쳐집니다. 반면 일본에서는 국민 건강을 위해 공헌하고, 산업으로서 고용창출이 많으며, 국가를 키우는 산업으로 사회적으로 인식됩니다. 앞으로 나아질 것으로 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제약산업이 과도하게 몰리는 측면이 있습니다."

-쓰나미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공장이 일본 동북지역에 많은 편인데요.

"영향을 받기는 했지만 큰 타격은 없었습니다. 정밀한 제어장치 때문에 지진으로 이 지역 원료공장이 올스톱 됐지만 곧 정상을 회복했고 연구시설은 한달만에 재가동 됐어요. 문제는 방사능인데 완제 생산공장이 원전에서 200km이상 떨어져 있습니다. 우리 의약품은 안전합니다."

-사장님 인생에서 일이란 무엇인가요.

"뭐든 흥미가 없으면 지속하기 어려워요. 전 보람도 찾고 즐거움도 느낍니다. 일을 빼면 남는게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지금은 열심히 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나중에 일 때문에 하지 못했던 것과 재미를 느낄수 있었던 것을 찾는 것으로 노후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여유로울 땐 뭘 하시나요.

"책을 봅니다. 경영, 비즈니스, 마케팅 책을 주로 보죠. 그러고 보니 이것도 일인가요?"

-출근해 하시는 일은.

"데일리팜 등 전문신문을 보고요, 하루 일과를 생각하고, 회사비전을 떠올려 생각을 더 진행시키고, 세부적인 것들을 생각합니다."

-서울약대 출신이신데 업계 동기들은 누구죠?

"제가 76학번인데요, 한국얀센 최태홍, 중외제약 최학배, 비씨월드 홍성한 등 꽤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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