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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널도 생동시험 똑같지 않을 때 있다"

  • 이탁순
  • 2011-06-28 06:50:00
  • 국산 제네릭 못믿는 현실 아쉬워…분석능력은 세계 최고

대부분 국가들이 제네릭 약효검증 척도로 생동성시험을 활용한다.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도 우리나라처럼 제네릭의약품 허가를 위해서는 생동성시험을 필수로 여기고 있다.

미국 FDA의 경우 제네릭의약품 허가 시 제출자료 적용 우선순위로 첫번째가 생동성시험, 이어 약력학 시험, 비교임상시험 순이다. 이는 우리나라 사정과도 다르지 않다.

생동성시험은 대게 20~30대 건강한 성인 약 30명을 대상으로 2주간에 걸쳐 진행된다. 국내에서는 대학교 등록금을 벌기 위해 남학생들이 주말을 이용해 참여하는 게 일반적이다. 사례비는 40~50만원 정도.

대학병원보다는 각 #CRO(분석기관)들이 지정한 지방 중소병원에서 진행하는 일이 잦다. 그 이유로 대학병원 교수들이 연구논문을 위해 생동성시험보다는 임상시험을 선호하는데다 환자가 아닌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해 병원매출에도 별로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항간에는 대학병원에서 생동성시험으로 돈만 벌었어도 의사들이 괜한 불신은 갖지 않았을 것이라는 우수개소리도 있다.

하지만 최근 #개량신약 임상시험이 늘면서 그 과정에서 생동성시험을 진행하는 대학병원도 증가하고 있어 생동성시험에 대한 의료계의 인식도 변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생동 분석기기 면적당 세계 최다…데이터 조작 꿈도 못꿔

피험자들은 채혈 하루 전 병원에 입원해 준비를 하고 다음날 아침 공복 상태에서 그룹별로 시험약 또는 대조약을 투여 받는다.

투여 30분 이후부터 채혈을 하게 되는데, 보통 1분 간격으로 최소 12번 혈액을 채취한다. 다만 반감기가 긴 약은 채혈횟수도 늘어난다. 똑같은 방법으로 일주일 후에는 시험약과 대조약을 바꿔 복용하며 채혈을 진행한다.

이렇게 확보된 피험자의 혈액은 혈장만을 분리해 초저온 냉장고에 보관하고, 분석기관에 가져와 동등성 여부를 확인하게 되는 것이다.

생동성시험 진행 흐름도
건강한 사람이 엉뚱한 약을 먹으니 부작용이 걱정되는 건 당연지사다. 실제로 부작용이 큰 것으로 알려진 일부 정신분열증약이나 골다공증약 투여 시에는 구토 등 부작용이 일어나기도 한다고 업계는 전한다.

이런 약들은 안전성을 감안해 사례비도 2배 이상 높다. 하지만 부작용이 있다 해도 대부분이 경미한 수준이다.

특히 피험자 보호를 위해 시험 전 서약과 보험가입을 의무화하고 있는데다 철저한 건강검진을 통해 대상을 선별하고 있어 안전에 대해서는 자신하고 있다. 한번 시험에 참여한 사람은 이후 3개월 동안은 시험에 참가할 수 없다.

국내 생동성시험 분석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그 중심에는 뛰어난 인재풀과 많은 경험, 최첨단 실험장비가 한몫을 하고 있다.

생동성시험 분석기관 태동기인 2000년대 초반에는 2~3곳의 기관들이 실적의 대부분을 나눠갔지만 지금은 20개가 넘는 기관들이 제약사 수주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경쟁은 질적 업그레이드를 불러왔고 한 대에 5~6억원씩 하는 분석기기도 이제는 흔한 게 됐다. 국내 CRO(분석기관) 한 관계자는 “생동성시험 분석기기(LC/MSMS) 총 보유 숫자로 봤을 때는 미국과 중국이 가장 많지만, 면적당 보유대수를 보면 우리나라가 월등히 앞선다”고 말했다.

최근엔 다국적제약사도 국내 CRO에 분석을 의뢰하는 등 국내 분석능력은 이미 세계에서도 정평이 나 있다는 설명이다. 국내 CRO 한 대표는 “신약개발을 위해 다국적제약사 본사에서 시판 중인 약에 대해 동등성을 의뢰한 적이 있다”며 “당시 오리지널 명성에 걸맞지 않게 비동등 결과가 나왔지만 서슴없이 데이터를 본사에 보냈다”고 자랑했다.

2006년 사건처럼 연구원이 생동 데이터를 조작하는 일은 꿈도 꿀 수 없다. 생동조작 파동 이후 자료조작방지프로그램(Audit Trail;컴퓨터 기록 자동 저장 장치)설치가 의무화된 데다 컴퓨터 원본파일도 매번 식약청에 제출하고 있어 데이터 조작이 이뤄질 수 있는 가능성은 사라졌다.

게다가 시험 종료 후 빠짐없이 식약청이 실태조사를 나와 원본파일과 결과보고서 데이터가 동일한 지를 대조해보고 간다. 생동조작은 ‘과거의 일’이라고 분석기관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오리지널과 제네릭이 동등한 지 피험자의 혈액을 분석하는 장면.
그럼에도 “생동성시험이 부정확해 국내 제네릭을 믿을 수 없다”는 주장은 여전하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역설적으로 “오리지널도 동등하지 않을 때가 있다”며 일침을 가한다.

국산 제네릭만 문제 있다는 시각은 '오해'에서 비롯

CRO 한 관계자는 “생동성시험을 분석하다보면 수입 오리지널 의약품이 혈중농도가 다르게 나올 때도 있다”며 “국산 제네릭만 문제 있다는 시각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 “아주 드물지만 대조약으로 쓰인 오리지널 제품의 수치가 다르게 나와 시험약을 비교하는 데 애를 먹은 적이 있다”며 사실을 뒷받침했다.

CRO 업계는 생동성시험에서 비동등이 나올 확률이 전체의 5% 정도밖에 안 된다고 설명한다. 이는 지난 5월 #대한의사협회 학술대회에서 식약청 정수연 약효동등성과장이 말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5% 가운데는 사람마다 약물반응이 다른 이른바 ‘고변동성 약물’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 역시 피험자를 늘려 재시험했을 때는 적합한 결과가 나온다고 업계 관계자는 덧붙였다.

생동조작 이후 여태껏 신규 허가를 위한 생동성시험에서 부적합이 나온 사례는 없다. 이는 식약청에 모두 적합한 결과보고서가 제출됐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실태조사에서 아무런 문제점도 발견할 수 없었다는 건 데이터 신뢰성은 확립됐다고 봐도 무방하다는 해석이다.

또한 매년 실시되는 생동성시험 기관 실태조사에서 업무정지 처분을 받은 기관도 전혀 없다. 식약청 관계자는 "일부 보완건수는 있지만 심각한 부적합 사례는 여태껏 없다"며 "보여줄 게 없다"고 되레 미안해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최소한 생동성시험만큼은 완벽한 관리 하에 진행되고 있지만, 인식수준은 현실을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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