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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9시 뉴스에도 나온 사람입니다"

  • 조광연
  • 2011-04-20 06:50:00
  • 엄대식 사장 "일을 하다보니 재미있어 더 열심히…"

제약업계서 떠도는 우스갯소리에 빗댄다면, 그는 '직업이 사장'인 남자다.

햇수로 16년째 대표이사 사장이다. 어떻게 산을 가꾸고, 산에서 나는 여러 물자들을 경제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지를 연구 대상으로 삼는 임학(林學)과 출신이라 그런지 그는 이상적인 직장을 "좋은 숲을 가꾸는 일"이라고 정리한다. '좋은 숲에 새들이 날아든다'는 비유까지 이어지지 않았지만, 밖으로는 산소를 풍부하게 배출하고 안으로는 안락하고 넉넉한 쉼터를 제공하는 기업을 꿈꾸는 듯 했다.

1996년 9월, 한국오츠카제약 엄대식 사장(49)은 각종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았다. 그의 나이 서른다섯에 외국계 제약회사에서 여섯 계단을 훌쩍 뛰어 넘어 사장에 선임됐기 때문이었다. 당시 사회 분위기에선 파격이었다. "(겸연쩍은 얼굴로) 그 때 텔레비전 9시 뉴스에도 나왔어요. 물론 일간 신문에도 죄다 나왔지요."

차장으로 근무하고 있던 그는 이해 8월 임시주총에서 사장에 발탁됐다. 입사 10년 만이었었다. 그의 유머처럼 '오씨(오츠카제약의 오너인 오츠카 아키히꼬 회장과 친족 관계에 있지 않다는 의미)' 성을 갖지도 않았는데 파격적인 승진을 한데는 그 만한 이유가 있을 터이다.

"일이 무척 재미있었어요. 그래서 늦게까지, 도전적으로 일했던 기억이 납니다. PM으로 근무할 때 금요일 지방 제품 설명회를 마치고 토요일에 귀사하면 사무실에서 자장면 시켜 먹으며 이것저것 일을 했어요. 그러다 어둑어둑 한 밤에 회사를 나오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더라고요. 일본 경영진들은 일을 열심히 하는 것과 함께 주변 동료들과 관계도 리더의 중요한 덕목으로 보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동료들과 원만하게 지냈던 것 같습니다."

엄대식 사장은 햇수로 16년째 사장이다. 약업계의 말로 직업이 사장인 남자다.
서울대 임학과를 졸업한 후 여기저기 직장을 알아보던 그는 당시엔 임학과 출신을 뽑아주는 곳이 거의 없어 고민 했었다. "취직이 아주 어려웠어요. 그러던 차에 '전공 제한 없음'이라는 채용공고를 보고 응시하게 됐죠. 그 땐 몇 개월만 하다 이직할 생각이었는데, 일본 연수를 보내준다고 해서 열심히 해보기로 했던 거죠. 처음에 프레탈을 맡았어요. 의사 분들을 많이 만나고, 그러다보니 자연히 매출도 커지고 점점 재미있어지더군요. 그래서 열심히 하게 됐습니다."

국내 제약업계 쪽으로는 16년째 대표이사 사장이면서도 은인자중하는 인물로 알려져 있는 그지만 일본 본사 해외책임자 회의 참석하면 그룹 회장과 지근거리에 앉는다. 그 만큼 한국오츠카가 그룹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의미일 것이다. "솔직히 한국오츠카에 대한 평가는 그룹 안에서 긍정적입니다. 뭐랄까 발언권도 더 있다고 봐야겠죠."

실제 그는 그룹 환영 만찬에서 부인(알토 색소폰)과 함께 배운 색소폰을 연주했고, 이에 맞춰 오츠카 아키히꼬 회장이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오랫동안 성공적으로 사장직을 수행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저는 첫 번째가 사람이고, 두 번째가 제품이며, 세 번 째가 프로세스라고 생각합니다. 공정한 평가 제도를 마련하니까 직원들이 더 열심히 일해 줬고, 그래서 믿고 맡기면서 회사가 계속 성장을 하게 된 겁니다. 아마 그게 장수의 비결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긍정적 요소들을 발굴해내니 점점 더 많은 긍정적 요소들이 끌어당기는 시너지 효과가 생겼다는 것이다.

그는 책 읽는 것을 좋아한다. 흔히 자신이 좋아하면 다른 사람들도 좋아할 것이라고 단정하는 습성은 그에게도 있나보다. 열정과 창조와 소통을 강조한 책 '혼창통'과 '인문의 숲에서 경영을 보다'라는 책이 기억에 남는다는 그는 작년 여름휴가를 앞두고 직원들에게 '왜 일하는가' 라는 제목의 책을 선물했다. 직원들은 반겼을까. "반응을 살펴보니 '휴가전에 왜 이런 책을 나눠주느냐'는 이야기가 오고 가더군요."

"일은 선물"이라고 믿는 그가 한국인 임직원들과 함께 키워가고 있는 한국오츠카제약은 흥미로운 구석이 많은 외자 제약회사다. 외자 제약회사지만, 이 회사는 굳이 '국내 제약과 외자 제약'을 따로 구분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도록 만드는 장점 요소가 많다. 국내에 공장을 두고, 국내 기업으로부터 원료를 구매하며, 이렇게 생산한 의약품을 국내 판매는 물론 외국에 수출하고, 벌어들인 돈으로 법인세를 많이 내는 기업이다. 여기에다 신규로 채용해 회사가 키워낸 330여명의 고용까지 책임지는 기업이라면 국내 기업과 비교해도 사회적 역할에서 전혀 손색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오츠카는 토착화된 외자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 원료를 조달해 공장에서 만들고, 이를 수출하며, 법인세를 많이내는 기업이다.
-오츠카는 한국적 정서가 강하다. 토착화된 외자기업 같은 느낌입니다.

"오츠카는 한국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생산부터 판매까지 다하려 했습니다. 우수한 인재들이 많고 기술 수준이 믿고 맡길만하다고 판단한 겁니다. 원료합성 공장을 만들었고, 그 원료를 일본과 미국에 수출합니다. 특히 1998년 미국 FDA GMP 사찰을 받았는데 한번의 지적도 없었어요. 완제품의 경우 한국오츠카가 생산해 아시아, 아랍지역에 판매됩니다."

-제조원가율이 다른 제약회사에 비해 월등히 낮은 이유는.

"이건 영원한 과제입니다. 원가율이 좋은 것은 소품목을 집중 생산해 수출까지 함으로써 선순환 사이클이 만들어진 덕입니다. 예전에는 원료를 일본에서 들여왔지만 이제는 국내서 조달해 원가절감에 도움이 됐고, 자동화 전문화 첨단시설도 한몫하고 있습니다."

-프레탈, 무코스타, 아빌리파이의 매출 비중이 아주 높은데 제품 사이클상 정점을 지나고 있습니다.

"세 품목은 시장서 넘버 원입니다. 프레탈과 무코스타는 2002년 특허가 만료돼 제네릭이 진입했지만 임상시험과 신규 데이터생성을 통해 부가가치를 만들고 계속 성장하고 있습니다. 아빌리파이는 주요 우울증 적응증을 추가했습니다. 앞으로 항암제와 항결핵제를 출시할 예정입니다."

-뚜렛증후군 적응증을 겨냥한 아빌리파이의 소아임상은 한국오츠카가 주도했습니다.

"그룹의 핵심 품목을 해외 브랜치가 임상을 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그 만큼 한국오츠카의 임상 개발능력을 인정했기에 가능한 겁니다. 국내에 뚜렷한 약물이 없는 상황에서 소아과 의사들이 '아빌리파이를 틱이나 뚜렛증후군에 써보니 효과가 좋았다'며 적응증 개발을 요청했어요. 이를 계기로 기초연구를 실시해 본사를 설득했어요. 본사 지원까지 받으며 임상시험을 했고, 성공적인 결과를 얻어냈습니다."

-오츠카는 특이하게도 수출이 많은 외자 제약입니다.

"작년 매출 1250억 중 250억원을 수출했으니 매출대비 수출 비중이 약 20% 쯤 되나요? 지금까지 수출한 금액을 합치면 2000억원은 되겠지요. 1998년에 1000만불, 2009년 2000만불 수출탑을 받았습니다. 이젠 그 다음 단계를 위해 노력합니다."

-법인세를 많이 내는 외자 제약사가 바로 오츠카입니다. 한국정서를 가장 많이 흡수한 외자사라른 평가가 이래서 나옵니다.

"1998년에는 국내 법인세 많이낸 순서로 128번째였는데 요즘엔 좀 떨어졌습니다. 오츠카 본사는 브랜치가 독자적으로 이익을 내고, 그를 자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2010년 법인세는 약 94억원 됩니다."

-본사는 임차 건물에서 사는데 한국오츠카는 자가 건물을 매입했습니다.

"본사는 건물 매입에 보수적이죠. 제 개인적으로는 사옥을 갖고 싶었어요. 좋은 숲에 좋은 새가 날아드는 법이니까요. 주인의식이 바로 이런데서 비롯된다고 봤고요. 본사에 가서 한국에서 100년도 넘게 일할 회사 아니냐, 아니 뿌리내릴 회사 아니냐며 건물이 필요하다고 설득했습니다. 대표 주소 하나를 안정적으로 갖는다는 것은 경제성은 물론 여러면에서 도움이 되는 일입니다."

-좋은 숲에 대한 직원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공간의 여유가 있습니다. 1층에 카페가 있는데 커피한잔에 2000원입니다. 주변에 비해 비싼 편이지만 직원들이 여기서 마시기를 좋아합니다. 여기서 나오는 수익금 전액이 캄보디아 우물파기에 쓰이기 때문입니다. 직원중에 바리스타가 있고 좋은 원두를 써 맛이 괜찮습니다. 가실 때 한잔 하고 가세요."

-한국오츠카에 일본 경영진이 몇명이나 근무하나요.

"2003년 재경파트에 한분 있었는데 이젠 아무도 없습니다."

-신규채용을 많이 합니다.

"우리 회사에는 같이 커온 사람들이 많습니다. 의기투합도 잘되고, 소통도 매우 원활합니다. 이직률도 낮습니다. 그러니 신규 채용으로 사람을 기르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일하기 좋은 회사로 선정돼 상도 받은만큼 앞으로 더 좋은 회사로 만들어 가고 싶습니다."

-임학이 제약업에 잘 조화가 되나요?

"현재 직장에 있으면서 임학을 공부하기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감이 달려있으면 사람들은 감나무라 하지만, 감과 잎이 떨어지고 나면 대부분 잘 모릅니다. 지금도 산에 가면 나무 이름 좀 압니다. 하하하. 임학이 비즈니스와 직접적으로는 관련이 없지만 감성을 키우는데 도움이 됐다고 봅니다."

-사장님에게 일은 무엇입니까.

"선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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