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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만9700원 거슬러준 약사가 스승"

  • 조광연
  • 2011-02-16 06:57:35
  • 조순태 녹십자 사장 "글로벌 롤모델-사랑받는 기업 꿈꿔"

조순태 사장은 사원으로 입사해 28년만에 최고경영자에 올랐다
녹십자 조순태 사장(57)은 입사 28년 만에 최고경영자(CEO)가 됐다.

1981년 당시 故 목암 허영섭 사장 앞에서 "(사장님이) 후회하지 않는 선택의 증거가 되겠습니다"고 호기를 부렸던 27세의 젊은이는 그 약속을 지켰고, 높아진 자리만큼 약속의 몸집은 부풀려져 지금도 진행중이다. 그의 부담도 늘어났을 터이다.

영업인생에서 늘 1등을 했던 그는 회사가 전략적으로 투입하는 곳에서 어김없이 승전고를 울렸고 덕분에 9번의 승진을 모두 특진으로 이뤄냈다.

그는 저돌적 열정으로 무장한 전사같은 삶을 살았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20여년 전 경기도 과천의 13평 아파트에 거주할 때의 일이다.

이른 새벽 출근하려고 나섰는데 현관문이 고장나 열리지 않았다. 경비가 따로 있을리 없는 소형아파트에다, 요즘처럼 119 출동도 갖춰져 있지 않은 시절 그가 문제해결을 위해 선택한 것은 망치였다.

문을 부숴버리고서야 그는 출근에 성공했다. 매우 과격해 보인다. 그렇지만 그 문은 누군가 열지 않으면 안될 문이자, 수리를 해야 할 문이었다. 콜럼버스 달걀 세우기와 같은 이 문제 앞에서 '장삼이사'들은 과연 망치를 들 수 있을까? 대부분, 집과 현관을 오가며 종종걸음치다가 회사에 전화걸어 '오늘 좀 늦을 것같습니다'라 하지 않았을까.

뚜렷한 목표의식에다 망치로 상징되는 열정으로 똘똘 무장한 그였지만, 그 역시도 갈등하는 인간이었다.

"우연히 대학 써클 후배가 운영하는 약국에 들렀는데 스스로 초라하게 느껴졌습니다." 실연은 또다른 사랑에 빠짐으로써 극복할 수 있다고 했던가. 그에게 힘을 준 것은 또다른 갑, 약사였다.

"회사 뱃지를 떼고 다른 약국에 들어갔어요. 10만원짜리 수표 내고 박카스 한병을 산거죠. 그런데 그 약사님 표정하나 안 바뀌며 9만9천 몇백원을 거슬러 주는 겁니다. 그러면서 잘 가라고 인사까지 하더군요. 무릎을 쳤어요. 이런게 프로정신이구나. 더는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평소 독서를 좋아하는 조 사장
-녹십자가 그리는 미래의 모습은 어떤가요.

"세계속의 그린 크로스입니다. 영문명이 그래서 예전 KGC에서 지금은 GCC로 바뀌었습니다. 한국을 상징하는 K를 뺐어요. K에 갇히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허일섭 회장님부터 직원까지 우리는 같은 꿈을 꾸고 있어요. 삼성전자가 일본 소니를 앞설 것으로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요. 세계의 문턱을 한번 넘기가 어렵지 넘기만 한다면 봇물터지는 현상이 국내 제약업계에도 나타날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롤모델을 제시하는 기업이되기를 희망합니다."

-M&A 이야기만 나오면 녹십자는 늘 플러스 효과를 낼 수있는 파트너로 분류됩니다. 그 만큼 뚜렷한 강점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겠죠. 글로벌 전략을 듣고 싶습니다.

"아시다시피 녹십자는 혈액제제와 백신연구분야에서 40년 이상 공들이면서 특화시켜왔어요. 인플루엔자 백신이나 수두백신 부문에서 가능성을 보고 있습니다. 세계 두번째 개발한 수두백신은 3조원대 시장으로 30% 점유율만 확보해도 지금 회사의 매출액을 뛰어 넘습니다. 올해도 글로벌 일류화 프로젝트가 진행되는데 유전자 재조합 혈우병치료제 그린진F를 비롯해 아이비글로블린 SN, 헤파빅-진, 독감백신, 수두백신 등을 앞세워 완제품 1억달러 수출 기반을 구축할 겁니다."

-녹십자는 신종플루 백신으로 일약 국민기업이 됐으며 백신주권, 다시말해 의약품 주권을 웅변했다고 봅니다. 조류독감 1상 임상도 끝난 상황이고 보면 구제역에 대해서도 녹십자가 뭔가 해줄 것같은 기대감이 듭니다.

"그렇게 평가해준다면 감사한 일이지만, 구제역 백신은 동물백신으로 회사와는 관계가 없습니다. 만약 사람으로 전염된다면 그 때는 책임있는 제약회사로서 나서야겠지요. 그래도 그런 엄청난 일은 일어나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최고경영자로서 생각하는 좋은 회사는 어떤 곳인가요.

"매출이 많고, 이익을 많이내는 기업이 곧 사랑받는 기업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회사는 제약회사 고유의 역할을 통해 사회, 파트너, 투자자, 고객, 직원들로부터 사랑 받는 기업을 꿈꾸고 있습니다. 회사에는 파트별로 50개 봉사단체가 활동하고 있고, 회사도 매칭그랜트를 통해 기업의 사회적 책무를 성실히 수행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

-매출기준으로 녹십자는 국내 2위입니다.

"제 머릿속을 채우고 있는 관심사는 올해, 3년 후, 5년후, 10년후 회사의 지속성장일 따름입니다. 국내 빗장이 다풀린 상황에서 국내 기업간 순위경쟁은 큰 의미없습니다. 순위보다 더 중요시하는 것은 대한민국 젊은이들이 입사하고 싶은 기업 1위에 오르는 겁니다. 입사하고 싶은 기업에는 많은 의미가 함축돼 있습니다. 그러기위해서 미래의 매출액으로 불리는 R&D투자를 늘리고 있는데 작년과 대비해 23% 증가한 703억원을 올해 쓸 겁니다. 올해부터 2016년까지 20여종의 자체개발 신제품을 우리나라에서 출시하고 경쟁력을 갖춘 품목은 미국 유럽과 중국 등 이머징(파머징)마켓을 적극 공략할 계획입니다."

-사원 채용 면접에서 주로 하시는 질문은 무엇인가요?

"사고의 틀을 살펴볼 수 있는 질문을 해요. 긴장된 자리에서 예상치 못했던 돈이 생겼다. 어떻게 쓸거죠?라는 식의 돌발질문 말이죠. 창의적인 답변을 좋아합니다. 사실 창의적인 답변을 하려면 평소 다양한 문제를 놓고 다양한 각도에서 사고하고 고민해야 가능할 것입니다."

-최고경영자의 압박감을 풀어주는 취미는.

"책읽기를 좋아합니다. 요즘 잘 안 읽어지기는 합니다. 운동삼아 골프를 치기는 하는데 보기플레이어쯤 돼요. 골프가 자기만의 플레이가 중요하다고 하는데 내가 잘치면 동반 플레이어가 무너지고, 내가 무너지면 동반자가 잘하는...그 뭐 묘한게 있어요. 성격하고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면서도 도전하게 만드는 독특함이 있는 것같습니다."

일과 삶-데일리팜이 만난 사람은…

데일리팜은 매주 수요일 의약계 명사를 만나 그들의 일과 삶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듣는 코너 '일과 삶

-데일리팜이 만난 사람'을 게재합니다. 사람 이야기와 그가 헌신하는 일을 소개합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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