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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 다방서 DJ 좀 했죠"

  • 이혜경
  • 2011-01-03 06:30:25
  • 기타치는 남자 건국대병원 소화기병센터 심찬섭 소장

의과대학 문을 두드리기 위해 재수, 삼수하던 시절, 심찬섭 교수(61)는 매주 일요일만 되면 새벽 5시부터 르네상스 다방을 찾았다.

'의대 진학을 목표로 하는 학생이 무슨 다방이냐고?' 심 교수는 이 물음이 무색할 정도로 공부로 오는 스트레스를 음악으로 풀었다.

르네상스 다방은 1970년대 전라남도 광주에서 좋은 오디오 시스템으로 유명했다.

이를 파악한 심 교수는 재수생 시절, 헨델의 메시아를 듣기 위해 LP판을 들고 한달음에 다방을 찾은 것이다. 그곳에서 잠깐동안 DJ를 맡기도 했다.

"몇 년간 음악을 듣고, 선곡해주길 반복했어요. 그러다가 문득 연주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심 교수의 마음속에 똬리를 틀었던 악기 연주에 대한 욕망은 전남의대 예과 시절 절정에 올랐다.

결국 '클래식 기타를 연주하고 싶다'는 마음속의 외침을 실천에 옮기기 위해 수소문한 결과 클래식 기타 연주로 유명한 이종석 씨를 만나게 된다.

"처음엔 보기 좋게 거절을 당했어요. 그동안 손을 놓고 있던 기타를 다시 만지기엔 사업에 바쁘단 핑계였죠. 열번 찍어 안넘어가는 나무 없다고, 몇 번을 찍으니 결국 제자로 받아주셨어요."

역시 인연이란 있는걸까. 이를 계기로 이 씨와 심 교수는 현재 서울 아르페지오 클래식 기타 동호회를 함께 꾸려가고 있다.

"동호회는 당시 함께 기타를 연주하던 고등학교 후배 때문에 만들어졌어요. 아르페지오의 시작은 전남의대 기타 합주반이죠."

예과 1학년 말 심 교수는 합주반을 창단한다. 의대생으로 똘똘 뭉친 합주반은 이 씨의 가르침에 연주회까지 여는 수준으로 올라섰다.

이렇게 의대 기타 합주반이 전남대 클래식 기타반으로 성장하고, 전국 대학생 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하는 영광을 얻었다.

하지만 심 교수는 본과에 들어가면서 기타 연주를 멈춰야했다. 이후 인턴, 레지던트를 거치면서 기타와 멀어지기 시작했다.

"장식품처럼 거실 한 켠에 놓여 있는 클래식 기타를 가끔 꺼내 연습을 해보려 하지만 손의 감각은 예전처럼 살아나지 않았어요."

그러던 어느 날, 뉴욕에서 진행되는 국제 워크숍에서 누군가 심 교수에게 기타 연주를 제안했다. 결국 이 씨를 다시 찾아 연습을 도와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매주 토요일 마다 선생님과 집에서 연습했죠. 하지만 순천향대병원 부원장 시절이라, 바쁘다는 핑계로 열심히 하지 못했어요."

2년 간 비슷한 연주 수준에서 머물러 있을 때 전남대 클래식 기타반 후배들에게 제안이 들어왔다. OB팀 모임을 발족하면서 회장을 맡아달라는 것이었다.

이 OB 모임이 3년전부터 매년 1회씩 정기적으로 연주회를 하고 있는 서울 아르페지오 기타 동호회다.

"정기 연주회를 열면 꾸준히 기타를 연습할 수 있을것 같았어요. 그래서 병원 강당을 빌려 연주회를 열고, 모이는 자선기금으로 기부행사를 하자고 기획하게 됐죠."

자선 음악회로 모은 자선금은 병원장을 통해서 불우 환우를 위하 병원사회사업에 써달라고 동호회 회원 일동으로 해서 전달하기로 했다.

3년전, 순천향대병원에 1500만원을 기부했고, 지난해와 올해는 건국대병원에 각각 1500만원, 1400만원을 기부했다.

"좋아하는 기타를 연주하고, 기부도 할 수 있다는데 뿌듯합니다. 매년 연주회에 참여하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기타 연습을 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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