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기사를 찾으시나요?
닫기
2025-12-23 02:38:03 기준
  • 규제
  • AI
  • #데일리팜
  • 약국 약사
  • 인수
  • 허가
  • #수가
  • 의약품
  • GC
  • #제품

쌍벌제-규약 정리 주도권 공방…업계 역할 '무게'

  • 허현아
  • 2010-07-09 06:50:00
  • "방만한 영업활동 허용하는 시대 갔다"…자율감독 지원 절실

쌍벌제 하위법령과 공정경쟁규약의 이중잣대 논란이 리베이트 규제의 법적 안정성을 위협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지는 강경해 보인다.

"필요하다면 공정위, 국세청, 수사기관 등 공권력을 동원해서라도 리베이트를 뿌리 뽑겠다"는 전재희 장관의 공식 발언이 시사하듯, 규제의 불완전성에 기대 패러다임 전환을 유보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규제범위에 대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제약, 의료현장이 자율감독 시스템을 환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146개 회원학회가 소속된 대한의학회 김성덕 회장은 "학회 운영은 개별 학회의 자율성에 맡기고 있지만 학술활동 평가시스템을 엄격하게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의학계, 학술활동 질 평가…공정·투명성 계도 움직임

자율성을 기반으로 하는 의학회의 구조조정을 강제할 수 없지만, 학술활동의 질 평가를 통해 수준을 향상시키려는 노력이 원론적인 해법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김 회장은 "학회들은 내부 평가를 통해 질 관리를 엄격하게 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라며 "정부가 이 점을 믿고 (규제수위를 정하는 데)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부재정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았던 일부 의학회들의 패러다임 전환도 요구된다.

이윤성 대한의학회 부회장은 "일부 학회의 예산 방만운용을 전체 의학계의 문제로 일반화할 수 없다"면서도 "사회 전반의 분위기가 의약계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요구하는 흐름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단적으로 "방만을 허용하는 시대는 갔다"며 "학회들이 자발적으로 내부 예산상태를 모니터링하고 남용 소지를 차단하도록 하는 계도 활동을 벌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 일환으로 대한의학회는 조만간 평가위원회르 소집해 쌍벌제, 공정경쟁규약 등과 관련된 저간의 사정을 알리고 학회 운영의 투명성 제고를 위한 자율정화 활동을 준비할 예정이다.

제약사들 또한 자율감독 시스템을 고민하고 있다.

제약, "리베이트 사각지대 자구노력 의지 꺾는다"

제약사 관계자는 "품질과 제품력이 공정경쟁의 무기가 돼야 한다는 원론에 이견이 없다"며 "제약사들도 이를 위한 내부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리베이트 등 공정거래 이슈에서 외부 요인의 영향을 크게 받는 제약사의 입지를 감안하면 내실있는 자율정화 활동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른 제약사 관계자는 "제품력과 품질로 승부하는 것이 정도경영을 가능케 하려면 규제와 다른 차원에서 시장원리에 부합한 경쟁도구도 따라와야 하는 것 아니냐"며 "일률적인 예산삭감이나 횟수제한을 의미하는 제재만 있다면 실질적인 자구노력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제약사는 리베이트 등 공정거래 이슈에서 외부요인에 크게 좌우되는데, 자율정화 의지를 꺾는 요소들이 아직도 산재해 있다"며 "단 한 곳도 (리베이트를)안 주는 근간이 조성된다면 다른 방법으로 체질개선을 시도할 수 있지만, 아직도 감시망을 피한 리베이트가 이뤄지고 있다는 게 단적인 예"라고 지적했다.

또 "리베이트를 주던 돈을 연구개발 등 생산적인 활동으로 선순환시키라는 정부의 메시지를 파악했지만, 정도경쟁의 댓가로 한 쪽에서 계속 시장을 빼앗긴다면 결단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뜻"이라며 "부절적한 마케팅 수단 통제와 함께 적법한 시장창출 수단도 제시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권력을 동원한 전방위 조사 방침으로도 '미꾸라지'를 전면 척결하지 못하는 원인을 보건당국의 실적주의에서 찾는 시각도 있다.

외국계 제약사 관계자는 "사회적 파장과 실적을 중시하는 조사당국의 특성상 대형업체, 대형병원 위주로 감시감독 활동을 벌여온 게 사실"이라며 "해당 업체의 도산, 즉 작은 기업들의 도산을 의미할 정도의 명분이 없는 한 중소회사는 관심 밖이기 때문에 유통정화의 사각지대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 관계자는 같은 맥락에서 "정부가 (리베이트에)칼을 빼든 것도 '제약사들이 너무 많아 음성경쟁이 판을 치니 망할 회사는 문을 닫아야 한다'는 데서 출발한 게 아니었냐"며 "제약산업을 BT성장동력으로 지목하면서도 실질적인 성장동력화를 꾀하지 못하는 단순 논리가 아쉽다"고 토로했다.

의약품 시장에서 경쟁력이 떨어진 소규모 회사들을 무조건 정리의 대상으로 보지 말고, 생산설비 등 이미 갖춰진 자원을 재활용해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새로운 제약산업 환경에서 도태되는 회사들 중 GMP설비 등을 이용해 건강기능식품 또는 화장품 업체 등으로 업종 전환해 회생을 모색할 수 있는 기업들이 있을 것"이라며 "발상전환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업계의 자구노력을 지원하는 하드웨어적 측면에서는 리베이트 규제의 법적 안정성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꼽는다.

"쌍벌제 처벌 발효 땐 법적 안정성 취약…경과기간 요구도

예를 들어 쌍벌제가 의료인과 제약사를 처벌 당사자로 적시한 반면 의학회나 단체를 제외한 점은 제약사에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의료법의 사정권 밖에 있는 의학회는 법 또는 규약을 초과한 지원을 요구하더라도 실질적 제재를 받지 않지만, 그에 상응하는 지원을 제공한 제약사는 처벌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상위법인 쌍벌제가 포괄하는 마케팅 수단이 공정경쟁규약보다 협소하다는 점도 쟁점이 된 부분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판촉 허용범위 논란이 계속되는 상황에서는 행정당국도 처분을 발효하기가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단일화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런 점에서 쌍벌제 하위법령 논의 중 가시화된 규약 개정 움직임을 현장은 긍정적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정부와 의약계, 제약협회, 다국적의약산업협회가 정당한 학술활동을 인정하는 쪽으로 개선을 검토한다는 대전제에 합의한 만큼, 시행 100일간 불거진 현장의 혼란을 교통정리할 일종의 유예기간을 기대하는 것이다.

표준지침을 재확립 과정에서 이해주체들의 주도권 다툼이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가 교통정리 역할을 상당부분 제약업계에 이양한 점은 주목할 지점이다.

규약과 쌍벌제의 교통정리와 관련, 정부의 명확한 '시그널'을 기대하는 현장의 요구와 달리 공정경쟁규약의 당사자인 업계 스스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는 메시지다.

쌍벌제-규약 교통정리 주도권 공방 가열

공정위 정진욱 제조업감시과장은 "애초 공정경쟁규약 개정은 기존 규약으로 자율제재의 한계를 인식한 제약업계의 요청으로 이뤄진 것"이라며 "상위법령과의 관계를 조율하는 것도 제약협회의 소관"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정위는 정당한 학술활동을 인정한다는 전제 하에 부당한 리베이트는 척결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문제사안을 조사할 뿐"이라며 "리베이트 관련 정책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여타 혼선은 복지부가 방향성을 갖고 정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부 김충환 의약품정책과장도 "복지부는 하위법령에 쌍벌제의 입법 취지를 충실히 반영하는 데 관심이 있다"며 "규약상의 혼란은 규약을 승인한 공정위가 해석할 것이며, 나아가 상위법과 규약의 충돌을 방지하는 것은 자율규약을 만드는 제약협회의 몫"이라고 말했다.

리베이트 사슬에서 제도권을 쥔 정부와 처방권을 쥔 의료계에 좌우되면서도 단일 가이드라인 조율에 힘을 실어야 할 제약협회의 역할에 관심이 쏠린 가운데, 댓가성에 대한 이견조율이 최대 난제로 대두됐다.

홍진표 규약심의원장은 "제약업계는 기부금 신고금액이 원안 통과되기를 원하지만 기부행위의 댓가성을 어떻게 배제할 지가 가장 고민되는 부분"이라며 "해외학회 지원도 댓가성 기부로 봐야 한다는 시각이 아직도 우세하다"고 그간의 심의 경과를 설명했다.

또 "국내 유치 국제학회가 논란이 되고 있는데, 국가발전에 도움이 될만한 것도 있지만 성격이 애매한 학회도 상당수로 판단돼 옥석을 가릴 필요가 있다"며 "구체적인 방안을 고민중"이라고 말했다.

특히 행사비용 자체부담률 30~50% 범위내에서 직접 조달하도록 하자는 일부 위원의 의견은 전체 행사 비용 중 상당부분을 지원받는 당사자가 도의적으로 본인부담해야 한다는 심의위의 기본 입장을 어느정도 시사한다.

홍 위원장은 "초기 단계에서 심의위원회의 입장이 시장에 잘 전달되지 않고 있는데, 일정 경과기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제약사나 학회 측의 마케팅적 학술적 요구를 어느정도 이해하고 있지만 당분간 현장에 불편과 혼란이 따르더라도 국민의 시각에서 조율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제약협회 관계자는 "세부적인 이견에도 불구하고 제약산업의 공정거래관행 확립이라는 방향성 측면에서 잡음을 기술적으로 풀어가는 데 조력할 것"이라며 "현재 여건에서 현장의 돌출사안 또는 애로사항을 충분히 수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제약 및 의료계에 직접적인 처분을 행사할 쌍벌제가 규약과의 조율 과정에서 안정성을 확보하기까지 일정한 유예기간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왔다.

법조계 관계자는 "쌍벌제 하위법령과 공정규약의 교집합 부분은 문제가 없으나, 규약에서 허용하면서 쌍벌제는 불법으로 추정하는 영역에서 다툼이 생길 수 있다"며 "행위 자체의 불법적 의도나 댓가성을 따져 무리한 처벌의 가능성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10월부터 쌍벌제가 발표되지만, 시행 경과를 면밀히 관찰하고 경고 메시지를 주면서 실질적 처분을 유예하는 경과조치도 고려할만하다"고 제언했다.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 해주세요.
  • 댓글 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운영규칙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남겨주세요.